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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부은 듯한 둥근 얼굴에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 한손에 캠코더를 들고 교실 안을 휘젓던 <여고괴담> 속의 말괄량이 여고생. 9년 뒤 지금 그는 괴짜 같은 여자로 성장했다. 개성있는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의 결합으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사랑받았고, ‘패셔니스타’로 불리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바깥에서 또 다른 스타성까지 증명한 배우 공효진(근데 후자의 경우, 반듯한 외모 대신 개성을 앞세우는 충무로의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자신의 스타성을 확보할 때 일종의 필요조건처럼 챙기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작인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이 단지 ‘개성있는 젊은 배우 겸 패셔니스타’라는 걸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도연, 김혜수, 문소리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의 30대 여배우들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 세상은 과연 공평하지 않았다. 끔찍할 정도의 안면홍조증을 가진 <미쓰 홍
[공효진] 공효진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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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초췌해 보였다. (평소에도 그렇긴 하지만) 머리는 정돈되지 않았고, 수염은 웃자라 있었으며, 볼살도 홀쭉한 상태였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리 낯선 게 아니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촬영하던 당시에도 그의 꼴은 비슷했다. 외모를 통해 보내는 신호처럼 그는 김혜자, 원빈과 함께 신작 <마더>를 촬영 중이다. 인터뷰를 가진 10월15일에도 그는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경남 고성으로 내려가 이 영화의 12회차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봉준호 감독을 만난 건 <마더> 때문이 아니었다. 이날의 ‘공식 주제’는 미셸 공드리, 레오스 카락스와 함께 만든 옴니버스영화 <도쿄!>였다. 봉 감독이 만든 <흔들리는 도쿄>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한 히키코모리에 관한 30분 남짓한 영화다. 인터뷰를 위해 배정받은 시간 또한 이 영화 러닝타임과 비슷했던 터라 곧바로 딱딱한 질문을 던져야 했다.
-히키
[봉준호] 메시지를 따지자면 서로 만지자, 뭐 이런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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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개봉을 앞두고 강이관 감독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싹 잊은 듯했다. 알려졌듯이, 4년 전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까지 마쳤지만 <사과>는 곧바로 국내 관객과 조우하지 못했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개봉 시기를 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결과는 언제나 미정 혹은 연기였다. 그러는 사이 <사과>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는 국내 관객과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가 해외영화제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을 리 없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14기)와 <세친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의 연출부를 거친 뒤, 뒤늦게 데뷔전을 치르는 강이관 감독. 개봉을 일주일여 앞둔 10월8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의 마음고생보다 지난 4년 동안 숙성시킨 <사과>에 대해 물었다. 그것이 오랫동안 관객과의 만남
[강이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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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병신, 제대로 해도 병신 소리 들을 게 뻔한 역할이다.” 김주혁의 표현이 이렇게까지 거칠어진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그가 연기하는 덕훈은 말마따나 정상이 아니다. 얼핏 보면 그는 대한민국 표본남에 불과하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축구 보기를 즐겨하고, 알콩달콩한 연애 끝에 소박한 가정을 꾸리길 꿈꾸는 그런 표본.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이 남자의 상식은 끝난다. 아내 인아가 또 한명의 남편을 갖겠다는, 말도 안 되는 결심을 선언한 것. 동거도 바람도 이혼도 아닌 이건 어디까지나 아내가 두집 살림을 하겠다는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쉣!’이 절로 튀어나오는 몹쓸 제안이다. 그런데, 이 남자 멍청한 걸까? 지극히 상식적이던 덕훈은 판타지 같은 인아의 제안에 덜컥 ‘예스’를 해버린다.
일차적 비난은 인아에게 돌아가겠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현실 가능케 한 이 남자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
[김주혁] 더이상 멜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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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련, 이별, 연애, 결혼, 이혼, 재혼, 바람. 손예진은 사랑으로 시작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다. <클래식>에선 아련한 첫사랑에 아파봤고, <작업의 정석>에선 끼 많은 바람녀로 치마도 펄럭였으며, 드라마 <연애시대>에선 이미 한번 살아본 남자와 다시 만나는 어리석음도 범해봤다. 순수한 눈빛에서 요염한 눈웃음, 허탈한 상실과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어둠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에서 손예진은 항상 사랑과 함께였다. 그리고 이번엔 두 남자와 결혼한다. 박현욱 작가의 베스트셀러 <아내가 결혼했다>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의 영화에서 손예진은 이미 결혼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그리고 실현하는 여자 인아다. 언뜻 보기엔 한지원(<작업의 정석>)의 5년 뒤거나 윤은호(<연애시대>)의 좀더 불량한 버전. 하지만 인아는 지원과 은호에겐 없는 “집시의 피”를 갖고 있다. “결혼제도에 대한
[손예진] ‘청순’을 벗어던진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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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제발 사랑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도발적인 아내 인아, 그리고 별이라도 따주겠지만 절대 그것만은 못하겠다는 평범한 남자 덕훈이 만났다. 박현욱의 원작을 토대로 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에 관한 이상한 형태의 판타지다. 그리 거창한 가치 전복 따윈 외치지 않는다. 정윤수 감독은 단지 이 몹쓸 상황에 부부를 가차없이 밀어넣고 그들의 감정을 면밀히 살핀다. 분명 지탄이 될 게 뻔한 두 남녀를 향한 용감한 도전은 김주혁과 손예진의 몫이다. 로맨틱 멜로라면 전공분야인 남자와 로맨틱 멜로도 베테랑급인 여자의 만남은 지금 충무로를 달구는 뜨거운 결혼이다.
[손예진, 김주혁] 그 남자 그 여자의 이상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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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출신의 솔밴드 <데블스>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그들의 ‘휠링’과 ‘쏘울’을 한눈에 알아보는 건 기자이면서 팝 칼럼니스트인 한 중년의 남자다. 그가 <데블스>를 화려하게 데뷔시킨다. 그는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시대의 청춘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불사른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되게 엄숙한 인물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갈색 라이방(선글라스)에, 백색 양복, 장발, 과장되고 희화화된 말투, 절도있지만 낭만적이기도 한 몸짓. 치밀한 연구 끝에 나온 그 설정과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을뿐더러 생동감있다. 배우 이성민은 이병욱이라는 이 역할을 매우 유쾌하고 매력있게 해낸다.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씨네21>은 영화 <밀양>에 출연했던(주인공의 마을 친구인 주방장) 그를 비범한 조연으로 점찍어 일찌감치 만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빨리 또 다른 ‘휠링’을 보여줄지 미처 몰랐다. 정말 180도 다른 모습이다.
-영화를 먼저 본 동료들이
[이성민] “기억에 가라앉은 것들 하나씩 뽑아 이병욱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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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이나영이 김기덕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놀람’이었고, 두 번째는 ‘우려’였다.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무작정 호감인 배우가 대부분의 비호감과 일정 부분의 호기심인 감독과 만나는 일은 그만큼 ‘용기’라는 게 필요한 일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질문이 뒤따랐다. 이나영은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배우로서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던 걸까.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한 건, 소식을 접한 관객뿐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 <아일랜드>의 중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 등 이나영이 연기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속내를 갖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복잡한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제가 비쳐지는 모습 때문에 변화를 주고자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김기덕 감독님 영화요? 별로 안 봤어요. <수취인불명>이랑 <나쁜 남자> 정도? 그런데 끝까지 보지
[이나영] 꿈을 꾸는 여자, 꿈에서 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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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감독의 영화는 수많은 말들로 만들어진다. <후아유> 때는 벤처사업에 뛰어든 20대 청춘을, <사생결단> 때는 마약세계를 둘러싼 형사, 제조업자, 판매자들의 증언을 발로 뛰며 귀담아들었다. 덕분에 그의 영화는 로맨틱코미디건, 누아르건 장르의 색깔보다도 시대와 공간의 체취가 먼저 드러난다.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고고70> 또한 1970년대 고고클럽을 휘저었던 ‘로크’그룹 멤버들의 말들이 곳곳에 담겨 있는 영화다. 그들은 어떤 음악을 했는지, 당시의 청춘들은 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결과적으로 한국의 70년대란 시대는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영화는 오로지 공연의 열기로 관객을 달구려 하지만, 최호 감독은 그런 열기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그는 ‘상상’ 이전에 ‘근거’를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감독이다. <고고70>의 모태가 된 책 &
[최호] 지금 20대에게 솔(soul)을 가져보자고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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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가 재현해낸 1930년대의 경성은 과거의 죽은 시간이 아니라 눈앞에 타오르는 현실처럼 생생하다. 오랜 시간 CG와 색보정에 공을 들인 영화답게, 명동성당과 미쯔비시 백화점 옥상, 경성역, 숭례문, 경회루 등지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밤과 낮은 눈이 부시게 매혹적이다. 당대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모던보이>의 기술적 성취는 뛰어나다(자세한 내용은 <씨네21> 670호 참고). 하지만 시사회 다음날 진행된 인터뷰는 경성의 재현이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불운한 시대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여러 질문과 답들로 채워졌다. 정지우 감독에게서는 <사랑니>의 흥행실패 이후, 대중과의 교감 지점에 대해 오랜 시간 고심한 티가 역력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와 개인의 욕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풀어가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부담 또한 느껴졌다. 하지만 민감하고 공격적인 질문들 앞에서도 그는 열정적으로 조목조목 자신의 견해를 밝혔
[정지우] 사랑은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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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에서 솔밴드 데블스의 리드보컬 연기한 조승우
어깨까지 잔뜩 멋을 내 기른 단발머리, 컬러풀한 나염 셔츠, 제대로 광낸 가죽점퍼, 한껏 퍼진 나팔바지. 조승우가 70년대로 돌아갔다. 한국 최초의 솔 그룹 데블스의 수장으로 그는 낭만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던 정치 상황, 유일한 낭만이 존재했던 젊음의 공간 고고클럽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대구 왜관에서 밴드를 하던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병역 기피자 상규. 음악 하나에 미쳐 가수지망생 미미(신민아)를 흑인 장교한테 팔아먹는 파렴치한이기도 하지만, 공연 때 외치는 ‘엄마’ 소리 한번에 아픈 속내를 쓸어내는 사연있는 남자기도 하다. ‘소울’ 하나로 서울 상경하고, ‘소울’ 하나로 인기를 구가하다, 그 ‘소울’ 때문에 철창 신세까지 졌던 상규. 조승우가 스크린에 불러온 ‘70년대의 젊은 정신’ 상규를 만난다.
군사정권 아래서도 쿨했던 청춘 위한 영화다
“심보경 대표, 최호 감독, 방준석 음악이다. 이건 천생 내가 안 할
[조승우] 청춘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