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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적인 아픔은 있지만 미모의 커리어우먼인 하리(고준희). 100번이 넘는 낙방을 경험한 취업준비생 혜진(황정음)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룸메이트다. 혜진은 초등학생 때 첫사랑인 성준(박서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설렘을 안고 만나러 가는데, 훈남으로 변한 성준을 차마 만나지 못하고 하리를 대역으로 내보내게 된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빠른 전개를 앞세운 1화를 보면 이미 성준과 하리, 혜진의 삼각관계 구도가 충분히 예상된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문법에도 충실하다. 필요할 때 터져주는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와 혜진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슬로모션으로 잡아주는 화면. 만화적 상상력과 우연성, 과장스런 대사의 세트도 건재하다. 단지 이 뻔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매주 화면에 잡아두는 이유는 뻔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그 사이사이에 의외성을 끼워넣는 선 굵은 섬세함이 적중한 데 있다. 혜진으로 가장해서 성준을 대신 만나
[김호상의 TVIEW]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탄탄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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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우리를 신으로 만든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의 원작자로 유명한 척 팔라닉의 처녀작 <인비저블 몬스터>(최필원 역, 책세상 펴냄)에서 한 캐릭터가 묻는다. 그에 따르면, ‘별별 인간들’이 다 나오는 TV 속엔 채널마다 ‘다른 인생’이 있고, 매 시간 바뀌는 인생들이 ‘생중계’되며, 우리는 그들 모르게 세상을 훤히 ‘들여다본다’. “신은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지켜보고 있다가 지루해지면 채널을 바꾸는 것뿐이야.” 그러니 TV 앞에 앉은 우리도 신과 다를 바 없다는 거다.
백남준의 설치미술 <TV 부처>(1974)가 언뜻 떠오르면서도, 지금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듯한 얘기 같다. 전지전능한 신은 그 전능함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세상이 지옥이 되어가는 꼴을 내버려두며 곤궁에 처한 인간들을 절대로 구하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TV 뉴스 속 온갖 병폐와 부조리와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神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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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어디 하루이틀이겠냐만 이번 주는 더더욱 그렇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라고 쓰고 싶지만 낮은 아직도 한여름인 추석 때 고향을 다녀와 그렇고,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에 자리를 마련한 <씨네21이 기록한 BIFF 20년의 기억> 사진전을 채운 사진들을 보면서도 그렇다. 물론 이번 주 특집도 그렇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요즘은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라는 <무서운 집>의 양병간 감독, 구윤희 배우를 인터뷰하고 ‘변화하는 1인 미디어’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부 기능이 종료된다 하여 서둘러 백업을 받고 있는 상반된 기분이라니. 하이텔을 쓰다가 프리챌의 굴비를 보면서 신세계라 감탄하고, 또 아이러브스쿨을 시작하면서 ‘차라리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을’이라며 피천득스러운 울분을 쏟아냈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하루 만에 백업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마우스질을 그만두었다. 이
[에디토리얼] 흑역사 조정하여 추억피크제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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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을 설명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탁월한 선배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너도나도 써먹은 방법론이기에 잘못 카드를 꺼냈다가는 자칫 고루함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떤가. “제임스 브라운이 리드하는 레드 제플린 같은 밴드.” 궁금증이 확 일지 않는가? 이 낚시질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미국의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이 빈티지 트러블이라는 밴드를 향해 내린 평가다.
빈티지 트러블은 2010년에 결성된 미국 출신 밴드다. 그들은 누가 들어도 제임스 브라운을 연상케 하는 보컬 타이 타일러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음악을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들의 커리어 하이는 아마도 <데이비드 레터먼 쇼> 출연이었을 것이다. 이 무대에서 그들은 제임스 브라운과 레드 제플린이 빙의된 듯 엄청난 라이브를 들려줬다. 영상을 보면 강력한 솔을 탑재한 보컬이 난리 법석을 부리면서 관객석까지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
[마감인간의 music] 농축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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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셀프/리스> 내가 최고갑이다!
[정훈이 만화] <셀프/리스> 내가 최고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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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판타스틱4>에 관련된 어마어마한 이야기 두 가지를 들려주겠다. 첫 번째. 극 초반 소년 리드가 공간이동 기계를 발명하고 있던 창고는, <백 투 더 퓨처2>에서 비프가 자기 차를 주차해놓고 쓰던 차고와 같은 곳이다! 소오름! 두 번째. 앞선 첫 번째 이야기를 제외하고 나면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 같은 영화에 대해 더이상 언급할 만한 게 없다는 사실이다. 소오름!
정말 소름끼치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창작자의 과도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비전은 때로 영화 제작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창작자의 머릿속에서만 성립하고 정작 밖으로 끄집어냈을 때 아무도 알아먹을 수 없는 비문 같은 영화들이 존재한다. 잘 통제된 비전과 그렇지 못한 비전의 차이는 크로넨버그와 타셈 싱의 영화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자의식 강한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이 종종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건 그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스튜디오 시스템은 그러한 불확실성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누가 이 똥을 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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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나 결혼에서 비슷한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을 사회심리학에선 유사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원리에 맞지 않아. 유사성이 클수록 관계의 만족도가 큰 법인데 우린 태생적으로 다르네.” 십수년간 아침 옷 수발해줬던 대학교수 남편이 드라마 <아줌마> 속 장진구(강석우)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이혼을 요구한다면 우선은 무슨 미친 소리인가 비웃으며 옷걸이로 후려치고 싶지만, tvN <두번째 스무살>의 하노라(최지우)는 그러지 못했다. 수준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아내가 되면 이혼을 피할 수 있겠다 생각한 노라는 수능을 준비해 서른여덟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오랫동안 가정에 고립되었던 여자. 허울만 좋은 지식인 남편 곁에서 살아온 여자가 남편의 외도로 세상에 다시 나오는 이야기가 다루는 재활과 자립이 판타지 이상을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성세대가 대중매체를 통해 지나간 시간, 하지 못한 경험을 되살리는 시도 역시 퇴행의 혐의를 지우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선주의 TVIEW] 서른여덟에 다시 시작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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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봄. 어린이 잡지 <소년중앙>의 별책부록 만화에 새로운 만화가 연재되었다. 이두호 글•그림. 도전자 허리케인. 그 당시 내가 어머니에게 다리몽둥이가 부러질 정도로 매를 맞는 일은 단 하나. 만화 때문이었다. 만홧가게에서 만화를 보는 것보다는 만화를 빌려와 이불을 깔고 엎드려서 보는 맛이 최고인데 어머니는 만화를 집으로 빌려오는 것을 싫어하셨다. 기회를 노려 만화를 빌려와 다락방에 숨겨놓고 몰래 만화를 보았는데 대개 나의 의심스런 행동 때문에 항상 들키고 말았고 매를 맞았다. 그런데 아들이 만화 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어머니는 소년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나온 만화를 보는 것은 너그러이 넘어갔다. 게다가 달마다 소년 잡지가 나오면 돈까지 쥐어주었다. 만홧가게의 만화와 소년 잡지 부록만화 모두 만화인데 말이다.
60년대 말에 창간하기 시작한 소년 잡지들은 저마다 별책부록 만화로 소년들을 유혹했다. <소년중앙>에서는 <타이거 마스크>를 비롯해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지독한 원념(怨念)의 완전연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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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면 괴롭다. 지금 <씨네21>은 연중 가장 바쁜 주간이라 할 수 있는, 추석 합본호 마감이 한창이다. 기자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하나하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평소보다 2배 정도의 작업을 하고 있는 데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곧장 부산국제영화제 출장을 가야 한다. 취재, 사진, 편집, 디자인팀 모두 개막식도 열리기 이틀 전에 부산으로 향한다. 게다가 올해는 해마다 해오던 영화제 공식 데일리 작업 외에 ‘씨네21이 기록한 BIFF의 20년’(가제)이라는 뜻깊은 사진전까지 열 계획이다. 무려 진짜 지난 2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라고 쓰고 싶지만 3년 정도는 부산을 가지 않은 손홍주 사진부장이 있기에 든든하다. 모처럼 ‘부산행’을 결심한 김은 아트디렉터도 마찬가지다. 무려 2007년 부산 데일리에 객원기자로 참여하며 일을 시작한 장영엽 팀장도 어느덧 데일리를 책임지는 주무 팀장이 되었다. 나 또한 1회 영화제에서 오구리 고헤이의
[에디토리얼] 추석과 부산,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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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힙합 프로듀서 코드쿤스트가 미국의 래퍼 조이배드애스(Joey Bada $$)와 작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어울리겠군’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이들의 작업에 타블로가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선택의 범위가 넓진 않았겠지만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그림이 나왔군’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루미넌트엔터테인먼트가 ‘한국 힙합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이기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국 래퍼여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랩도 잘해야 하고, 만약 유명하기까지 하다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한국 래퍼 중 최선은 타블로다.
<Hood>는 타블로와 조이배드애스가 중립지대에서 만나 만들어낸 곡 같다. 기존의 자기 스타일을 내세우거나 날뛰지 않는다. 특히 1995년생이지만 1995년 스타일의 힙합을 추구해온 조이배드애스는 예의 그 역동적인 ‘빡센’ 랩을 선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둘은 회색빛 코드쿤스트의 사운드
[마감인간의 music] ‘소울’, 우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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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앤트맨> 슈퍼 파워는 어디로?
[정훈이 만화] <앤트맨> 슈퍼 파워는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