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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 주위에서도 불륜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던 A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상하게 덤덤한 얼굴을 했던 건 사실 너무 놀랐기 때문이었다. 현실은 의외로 KBS <사랑과 전쟁> 혹은 주말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천박한’ 불륜남녀와 닮아 있지 않았다. 평범하고 점잖은 그들에겐 현실의 벽을 불사를 만큼 열렬한 로맨스도 드라마틱한 이별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자연스레 알려졌고 힘없이 무너져 흐지부지 끝났다. 처음부터 그들의 관계를 몰랐던 사람이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낼 만큼 겉으로는 변한 게 없었지만 가끔 생각한다.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은 사람은 그 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무것도 그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은 도대체 무엇과 싸우고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혼란스런 주제에 대한 답에 가장 성실하게 접근한 드라마는 <사랑과 전쟁> 첫 시즌을 썼던 하명희 작가의
[최지은의 TVIEW] 서늘한 성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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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로보캅> 복습완료
[헌즈 다이어리] <로보캅> 복습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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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겨울왕국> 내리고~ 내리고~
[정훈이 만화] <겨울왕국> 내리고~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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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정중앙을 차지하는 꽃꽂이처럼, 영화에도 종종 센터피스 구실을 하는 장면이 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오스카(마이클 B. 조던)는 집행유예 중인 청년이다. 너무 늦기 전에 좋은 아빠와 파트너, 아들이 되고 싶어 안달하지만, 남아 있는 나쁜 습관과 사회의 선입견 탓에 진전은 더디다. 영화가 담은 그의 힘든 하루 중 오스카는 길 잃은 온순한 개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가해자는 자취를 감추고 결백한 피만 아스팔트를 적신다. 죽은 개에게 감정을 이입한 오스카가 가족사진을 응시하는 동안, 지금까지 중립적 기록자의 자세를 유지하던 영화는 잠시 숨을 죽이고 속도를 늦춤으로써 무언의 해석을 개입시킨다. 감독이 보는 인물의 DNA가 축약된 시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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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을 떠나 독립한 10여년 전 겨울, 나는 좁은 원룸에 입주할 책을 엄선하느라 책장 앞에서 고심을 거듭했다. ‘안데르센 동화전집’ 10권 중에서는 <주석병정>이 수록된 7권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눈, 눈물,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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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입니다. 저도 이제 마흔을 넘겼기에 하계, 동계 포함해서 십수 차례 올림픽 개회식을 봤습니다만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기서 하얀 천을 들고 뛰어다니는지, 왜 저기서 저렇게 단체로 굴러다니는지 방송국 아나운서나 어느 대학교 교수님의 해설을 들어봐도 여전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개막식뿐만이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좀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면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언론의 태도’입니다. 올림픽이 열릴 때면 TV나 신문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뜨겁습니다. 용광로에서 막 꺼낸 듯이 시뻘건 열기가 뿜어져 올라올 듯합니다. 태극전사, 낭자군단, 대첩, 승전보, 부상투혼 등. 단어로만 보며 멀리 적지로 떠난 병사들의 전투소식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국가대표들이 외국에 나가 시합할 때 마치 전투상황을 중계하듯 종군기자처럼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표현이라고 합니다. 내선일체를 고취시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전사’라 부르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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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의 새 쇼트프로그램 곡목을 듣고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제목이 혹 어릿광대에 비유한 자신을 떠나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뜻이 아닐까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스티븐 손드하임 작사/작곡의 뮤지컬 넘버 <send in the clowns>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확신했던 남자의 마음이 자신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된 여배우가 자신의 상황을 타이밍이 어긋나 망쳐진 무대에 비유하고 이를 수습할 어릿광대를 호출하는, 쓸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다. 뭘 표현할지는 그녀의 몫이지만, 그간 얼음 위에서 보여준 다양한 모습을 회상하며 그제야 염치없이 감탄사를 보탰다. 그리고 기왕이면 다시 금메달을 따는 편이 그녀에게 더 좋은 일이리라 생각했다.
소치동계올림픽으로 은퇴를 앞둔 그녀의 지난 경기 영상이나 다시 봤으면 하던 차, 마침 설 연휴중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김연아, 챔피언>(KBS)은 이제껏 그녀를 다뤘던 어떤 다큐보다 담담한
[유선주의 TVIEW] 간증의 브라보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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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레고무비> 도망쳐!
[헌즈 다이어리] <레고무비>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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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남자가 사랑할 때> 지고지순한 사랑
[정훈이 만화] <남자가 사랑할 때>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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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0일, 11일 일기와 사진 설명에 <만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찬>의 말미에는 거의 숙명처럼 보이는 폭설이 내린다. 관객은 외출한 인철의 가족이 귀가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원하는 모순된 입장에 처한다. 그동안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이름도 모르는 형사들의 피로한 얼굴을 쳐다보게 만든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이 익명의 남자들이 돌아갈 집과 거기 있을 가족을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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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장 유쾌한 한탕. 제대로 사기치고 화끈하게 즐겨라!”
나는 지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보도자료 표지로도 인쇄된 한국판 포스터의 카피를 보고 있다. 이건 좀 세다. 문구에 힘입어 한국판 포스터의 조던 벨포트는 훨씬 동경할 만한 인물로 보인다. 이 카피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공개된 직후 <LA 위클리>에 항의 글을 투고한 금융사기 피해자 가족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편이 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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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그동안 밥을 주던 길냥이(길고양이들을 이르는 속칭)들이었다. 4년 전 이사를 가면서부터 나름 열심히 밥을 줬었고 그동안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던 터라 이사를 하면 과연 이 녀석들이 끼니를 어찌 해결할까 싶었다. 남은 사료를 탈탈 털어 큰 통에 담아두고 오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고양이, 특히 길냥이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늘 개였고 고양이는 길가다 후다닥 도망가는 뒷모습만 간혹 봤을 뿐이다.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개에 비해 붙임성이 없는 고양이에게 굳이 일부러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아내가 키우던 고양이와 어쩔 수 없이(?) 친해져야하는 상황이 되고서야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명절에 집에 내려가는 바람에 고양이 밥을 책임져야 했던 때, 늘 본척만척하던 녀석이 갑자기 무릎에 올라앉아 꼬리를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길냥이 찰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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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린 식구 없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직장인의 주말은 대체로 한가롭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게으르다. 주말이 좋은 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또 자는 것도 꼭 몇시여야 할 필요가 없다(게다가 씻는 건 생략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추지 않고 내 마음대로 계획 없이 무질서하게 보내는 시간만큼 진정한 휴식의 기회가 또 있을까.
하지만 요즘은 밤 9시55분 전에 모든 일과를 필사적으로 마친다.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흥행신화를 썼던 김수현 작가의 신작치고는 눈에 띄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건 아니지만 중반을 지나며 점점 더 긴장감을 높여가는 이야기는 8회 연장 소식에 모처럼 환호했을만큼 흥미롭다. 제목이 가장 큰 스포일러인 드라마답게 주인공 은수(이지아)는 벌써 두번 결혼을 했고 이제 남은 것은 두 번째 결혼이 깨진 뒤 세 번째 결혼으로 향하는 이야기인데, 커다란 줄거리를 대략 짐작하고 있
[최지은의 TVIEW] 욕망이라는 이름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