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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추격전은 마담 D가 구스타브(레이프 파인즈)에게 상속한 16세기 거장 요하네스 반 호이틀의 작품 <사과를 든 소년>으로 말미암아 벌어진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영향을 받은 북유럽 화풍을 따르는 이 초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체가 그렇듯 ‘정교하게 발명된 역사’다. 반 호이틀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은 감독의 작명이고 실제로는 영국 화가 마이클 테일러가 앤더슨의 구체적 의뢰를 받아 실제 모델을 두고 그림을 완성했다. 극중에서 <사과를 든 소년>을 훔친 자리에 걸어두는 얼핏 에곤 실레의 실패작처럼 보이는 그림 역시 ‘실레풍’의 누드를 의뢰받은 현대 화가 리치 펠레그리노의 패러디 그림이다. 모르긴 해도 10년 안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팀 버튼에게 헌정한 것과 유사한 웨스 앤더슨 전시회가 열릴 거라는 예측에 내가 소장한 앤더슨 영화 DVD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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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디포럼영화제 역사 19년 동안 다른 영화제와 일정이 젓가락처럼 이렇게 딱 붙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일도 같고, 폐막일도 같다. 심지어 서울에서 두 영화제가 동시에 치러진다. 아니나 다를까, 두 영화제 일정이 똑같은 것에 혼란을 느낀 관객의 불만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바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두달 전부터 사무국을 통해 웬만하면 일정은 서로 피해주는 게 이쪽의 상도이자 예의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빈 접시처럼 돌아왔다. 맙소사, 하나의 은유를 빗대자면, 근근이 벌어먹고 사는 골목 상권에 어느 날 갑자기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는 대형 마트의 위용이랄까. 규모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급이 다른 두 영화제가 길 하나를 두고 같은 날 좌판을 벌여야 하다니, 동네 슈퍼같은 인디포럼 입장으로선 몹시 곤혹스럽다. 관객층도 적잖이 겹친다. 아찔하다.
물론 영화제 일정이 법으로 규제된 것도 아니고, 사정상 일정을 변경하는 건 흔한 일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영화제 상생의 기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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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 역할을 하는 단서나 진상을 감추고 일부만 드러내는 트릭을 세간에선 ‘떡밥’이라 부른다. 보는 이의 기대와 호기심을 가불해다 쓴 떡밥은 해명이 정교하지 못하면 자연히 실망을 부른다. 그런데 대체 어쩔 셈인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은 떡밥을, 그것도 보란 듯이 던지는 드라마가 있다.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시간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다.
시사프로그램 작가 김수현(이보영)과 그녀의 딸 샛별(김유빈)은 ‘데스티니’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폴라로이드를 찍고, 여주인에게 ‘조만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되며,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끝나는 운명’이라는 불쾌한 예언을 듣는다. 이를 발단으로 카메라는 이들 가족의 주변 인물과 사건 사고 하나하나에 의미심장하게 머문다. 애인과 다투던 수현의 후배작가,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힌 수현의 남편 인권변호사 한지훈(김태우)과 그에게 오물을 던지는 피해자 유가족. 학교 앞 문방구
[유선주의 TVIEW] 떡밥으로 끝나지 말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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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300: 제국의 부활> 빈 깡통
[헌즈 다이어리] <300: 제국의 부활> 빈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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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300: 제국의 부활> 사는 게 전쟁이다
[정훈이 만화] <300: 제국의 부활> 사는 게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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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첫 호텔 영화는 아니다. <다즐링 주식회사> 의 프롤로그로 공개된 13분 길이의 소품 <호텔 슈발리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코디네이션을 고집하는 앤더슨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벌거벗은 감정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사연을 가진 남녀(제이슨 슈워츠먼, 내털리 포트먼)가 한 호텔에서 계획되지 않은 재회를 한다. 그리고 미처 묻지 못한 것들을 묻는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둘 중 한 사람이 이 호텔에서 잊기 힘든 대사를 남겼다. “난 절대 당신의 친구는 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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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좀 막 다뤄주세요.”
내가 만약 고(故) 다이애나 왕자비라면, 그녀 특유의 눈치 보듯 상대를 올려다보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영화 <다이애나>의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에게 청원했을 것 같다. 이 영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죽은 귀족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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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지 않습니까. 감이란 거. 이거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겁니다. 스마트폰의 LED가 번쩍입니다. 메일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전기신호고 들고 나면서 점멸이 일어나는 것뿐인데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이럴 때 메일을 열어보면 어김없습니다. ‘출전요청메일.’ 전화도 마찬가집니다. 연애를 경험해본 분들은 잘 아시잖아요? 지금 내가 걸고 있는 이 전화, 분명 받아야 할 타이밍인데 안 받습니다. 그리고 지금 걸려오는 전화,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지난 토요일이었을 겁니다. 제 빨간색 소니 티포 스마트폰이 부르릉거리면서 전화가 왔음을 알려주는데, 책상 전체를 진동시키면서 떨리는 그 품새가 예사롭지가 않은 겁니다. 스피커를 귀에 대고 목소리를 들어보니 <씨네21> 담당기자였습니다. 그러며 마감엄수를 이야기하는데 통상적인 전화내용이기에 더욱 어색했습니다. 왜냐하면 마감을 넘기기 전에 이런 전화를 받은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이거 뭔가 ‘히든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파이터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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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살 무렵까지는 할머니 방에서 드라마를 봤다. SBS <옥이이모>, KBS <서울뚝배기>, MBC <사랑이 뭐길래>처럼 시골 동네가, 오만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 노년에 고향을 떠나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낯선 도시의 좁은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신 할머니는 TV 속의 사람 구경을 좋아하셨다. 야물딱지게 사투리를 쓰는 꼬맹이들의 논두렁 등하굣길도, 고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던 아가씨가 드디어 착한 짝을 만나 시집가는 날도, 간신히 입에 풀칠할 만큼 벌면서도 허풍에 배가 터지던 사내들이 술에 취해 골목길을 비틀대며 신세한탄하는 모습도 할머니의 옆자리에서 봤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실 줄 알았더라면 좀더 많은 걸 함께 보고 이야기했을 텐데, 그때 내 나이의 두배가 되고서도 아직 후회한다. 아니, 할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다면 지금 재밌게 할 수 있는 얘기가 더 많을 텐데, 그게 아쉽다
[최지은의 TVIEW] 푸근한 낭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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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진짜 영웅의 일대기
[헌즈 다이어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진짜 영웅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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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노예 12년> 알고보니 내가 주인
[정훈이 만화] <노예 12년> 알고보니 내가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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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8일 이후 일기에는 <노예 12년>의 상세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86회 오스카 시상식은 중앙집중적으로 한치 오차 없이 통제된 쇼를 포기하고 SNS 시대에 호응하는 모험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MC 엘렌 드제너러스는 무대보다 객석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스타들을 쉴 새 없이 조력자로 끌어들이고 셀카를 찍었으며, 급기야 돌비 시어터로 피자를 주문해 올림포스의 신들처럼 보이는 스타들도 3시간 넘는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당신들과 똑같이 배고픈 중생이라는 점을 세계 영화팬들에게 어필했다. 몸매만 봐서는 이날의 한 조각이 10년 만에 처음 먹는 피자였을 법한 배우들도 꽤 보였지만. ‘먹방’이란 단어가 만들어지기 오래전부터 먹는 연기의 달인이었던 <노예 12년>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가 제일 신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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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몇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 최초의 ‘호러 영상물’은 미국 노예사를 한 가문의 연대기로 극화한 TV시리즈 <뿌리>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두번 보기 힘든, 한번만 볼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