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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과소평가된 한국 영화 개봉작 5편

한 해는 어쩜 이리도 빨리 저무는지. 2019년의 결산을 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허탈하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극한직업>과 <기생충> 2편의 천만 영화를 기록했다. 특히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쾌거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프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말할 수밖에 없는 기쁜 소식이다. 더불어 올해도 새삼스럽게 확인된 한 가지. 흥행 입소문을 탄 영화는 끝을 모르는 흥행 레이스를 달리는 한편, 그 대열에 질문조차 받지 못한 어떤 영화는 엉겁결에 낙오되기 십상이다. 영화의 만듦새와는 달리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한 한국 영화 다섯 편을 추렸다.

언더독

1월 16일 개봉

관객 수ㅣ195,565명

손익분기점ㅣ약 120만 명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희망. 오성윤 감독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이 함께 만든 제작사 오돌또기 스튜디오는 역대 국내 극장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등극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든 주역이다. 이후 6년 만에 <언더독>으로 돌아온 이들은 오랜 수작업과 3D 애니메이팅 기술의 도입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이번엔 강아지들이 주인공이다. 인간의 손에서 버려진 강아지들.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버림을 받은 반려견 뭉치(도경수)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이곳의 많은 동료들이 그를 보듬는다. 먼저 아픔을 경험한 동료 시추 짱아(박철민)와 들개 밤이(박소담) 등을 만난 뭉치는, 버려진 개들이 살아남기 위해 확립해간 질서를 하나 둘 터득해 간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터치와 한국적인 질감을 살린 색채들이 인상적이다.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은 <언더독>은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시의적절한 화두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객들의 주목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다.

미성년

4월 11일 개봉

관객 수ㅣ293,258명

손익분기점ㅣ약 100만 명

감독 김윤석의 출사표. 많은 기대와 우려를 딛고 완성된 <미성년>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주목할만한 신인감독의 출연을 두 팔 벌려 반겼다. 배우일 때에도 자기 몫을 온전히 다하고도 남는 배우 김윤석이 연출과 연기를 겸하자, 그는 영화의 주인을 기꺼이 젊은 배우 박세진, 김혜준에게 넘겼다. 극중 아내와 불륜 상대역을 맡은 염정아, 김소진에게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불륜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자세에 주목하는 영화 <미성년>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불륜 서사의 포커스를 보여줌과 동시에, 어떤 인물에게도 소홀하지 않는 섬세한 시선을 동원한다. "올해의 데뷔작"이라고까지 추켜세운 박평식 평론가의 한 줄 평이면 입증이 될까. 어쩌면 겉 포장지에 둘러진 '불륜'이라는 거북한 소재가 관객들의 발길을 잡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틀에 박힌 공식에 미지수만 바꿔 끼운 한국 영화들 틈에서 김윤석의 <미성년>은 분명히 반가운 작품이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감독 김윤석의 앞길에 <미성년>이 실패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

배심원들

5월 15일 개봉

관객 수ㅣ288,579명

손익분기점ㅣ약 160만 명

대한민국에도 배심원 제도가? 사실이다. <배심원들>은 2008년 실제로 있었던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각색해 영화로 탄생시켰다. 제도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던 재판부의 우려와는 달리, "놀라울 만큼 성실하게 참여한 배심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는 홍승완 감독이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데 기폭제가 되었다. 법대생, 요양보호사, 무명배우, 전업주부, 대기업 비서실장, 무직, 취준생, 청년 창업가까지 총 8인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오합지졸 배심원 군단의 오해를 점차 벗어간다. 밀실 스릴러를 방불케 하던 고전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떠오르지만, 보다 경쾌한 분위기에서 벌이는 '티키타카'는 보다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재기 발랄하게 꼬집는다. 판사 김준겸(문소리)을 통해 전해진 한마디가 인상 깊다. "법은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겁니다."

유열의 음악앨범

8월 28일 개봉

관객 수ㅣ1,245,532명

손익분기점ㅣ약 170만 명

언제부턴가 멜로 영화의 불모지가 돼버린 국내 극장가. 이 어려운 틈을 비집고 정지우 감독이 아날로그 감성의 멜로 한 편을 들고 나타났다. <사랑니>와 <은교>를 만든 장본인인 그가 <4등>과 <침묵>을 지나, 다시 멜로로 회귀했다. 배경은 1994년. 빵집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인으로 만나 연을 쌓은 현우(정해인)와 미수(김고은)가 설렘을 쌓아가고,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엇갈림을 반복한다. 당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이 익숙한 세대들에게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생각보다 많은 추억을 선물한다. 지금과는 달리 필요로 할 때 언제나 닿을 순 없던 이메일과 공중전화는 재차 엇갈리는 이들의 관계를 더더욱 애달프게 조명한다. 유행가가 불러내는 시대의 공기가 잘 담겨있음은 물론이며, 거친 자극이 활황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지극히 순수한 감정을 들이미는 패기도 흔치 않다. 여전히 이 장르만큼은 강력하다는 평가를 부른 정지우 감독이다.

윤희에게

11월 14일 개봉

관객 수ㅣ105,314명

손익분기점ㅣ약 40만 명

<밀회>의 매력적인 오혜원과 <허스토리>의 괄괄한 문 사장을 지나, 김희애는 '윤희'가 되어 돌아왔다. 마음을 나눈 두 소녀가 20여 년이 흘러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룬 <윤희에게>. 여성 퀴어 영화는 국내서도 드물게 등장하고 있지만, 중년 여성의 퀴어 서사를 다룬 영화가 있었나 싶다. 윤희(김희애)는 성적 정체성 때문에 정신 상담을 받아야 했고, 준(나카무라 유코)은 한국인 어머니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이 소리 없는 폭력 속에 몸을 움츠렸던 소녀들은 세월이 흘러 아이의 엄마가 됐다. <윤희에게>에서 최고의 미덕은 두 말할 것 없이 배우 김희애다. 온전히 그 캐릭터로서 집중을 다할 때서야 나오는 미묘한 얼굴들. 마치 이 세상과 화합하지 않는 순간과 같은 표정들이 고스란히 <윤희에게>에 포착돼 있다.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통해 죽음이 오기 전 아들과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찍기로 한 아버지 모금산(기주봉)의 이야기로 담백한 울림을 선사했던 임대형 감독의 신작이다. <윤희에게>를 향한 탄탄한 지지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기회가 적었던 탓에 관람을 놓친 관객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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