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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생이 담긴 영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도그데이즈> 김덕민 감독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24-02-13

<도그데이즈>는 <해운대> <국제시장> <공조> 시리즈 등을 만든 JK필름이 명절 타깃으로 제작한 가족영화다. 반려견을 매개로 이어진 네 커플의 스토리가 따뜻한 톤으로 연결된다. 티격태격대다 사랑에 빠지는 중년 남녀, 사회적으로 성공한 노인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갓 입양한 딸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 갑자기 떠난 여자의 현 남자 친구와 옛 남자 친구 등 영화에 담긴 다양한 관계에는 영화를 연출한 김덕민 감독의 인생이 조금씩 담겨 있다. <도그데이즈>는 <그것만이 내 세상> <영웅> 조감독을 거친 김덕민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 그동안 거쳐온 영화계 히스토리를 먼저 듣고 싶다.

= 군대에 갔다왔을 때쯤 <공각기동대> <모노노케 히메> 등에 꽂혀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애니메이터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서사 만들기를 할 수 없겠더라. 그래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세운 일본영화대학에 들어가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현장 위주 수업을 진행한 학교였다. 이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연출팀 일을 시작했다.

- <그녀를 모르면 간첩> 연출팀,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 연출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조감독을 한 이후 10년 가까이 공백이 있던데.

= 계속 영화가 엎어지고 일이 잘 안 풀렸다. 그때 대리운전, 데이터 매니저, 주유소 건맨, 이삿짐센터 등 온갖 알바를 다 전전했다. 그 와중에도 시나리오는 계속 썼다. 이것마저 놓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돈도 못 벌어주는 남편이자 아빠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가족을 볼모로 삼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인천상륙작전> 크랭크인 당일 조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함께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으면서 영화계로 돌아왔다. 그 이후에 <그녀를 모르면 간첩> 할 때 인연을 맺은 주승환 JK필름 프로듀서에게 쓰던 시나리오를 줬다. 당시 장진승 JK필름 이사님이 마음에 들어해서 미팅을 하게 됐다. <도그데이즈>와는 전혀 다른, 한 남자의 대서사시를 담은 액션영화였다. (웃음) 그때 JK필름으로부터 조감독을 한두편 먼저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영웅> 크랭크업을 4회차 정도 앞둔 크리스마스날, 윤제균 감독님이 “<도그데이즈>로 입봉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내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 원래 쓰던 시나리오와 전혀 다른 톤의 영화로 데뷔하게 됐다.

= 50살이 넘으니 그동안 정서가 많이 바뀌게 됐다. 예전 같았다면 안 봤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영화가 너무 좋더라. (웃음) 앞으로 영화를 찍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바운더리 이상은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진우(탕준상)에게는 20대 때 알바를 하며 버티던 시절의 내가 있고, 정아(김윤진)와 선용(정성화) 부부는 아들을 키우며 일반 가정을 꾸린 지금의 내가 있다. 민상(유해진)이 내가 가진 욕심과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민서(윤여정) 캐릭터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다. 민상과 진영(김서형)의 로맨스도 내가 지금 나이에 만들었기 때문에 그 나이대의 그런 모습인 것이다.

-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대니얼 헤니, 이현우, 김고은 등 JK필름의 이전 작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윤여정 배우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직후에 <도그데이즈>를 선택하지 않았나. <그것만이 내 세상> 당시 “김 감독이 입봉할 때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거라고.

= 선생님에게 평생의 은혜를 입었다. 그때 농담처럼 해주신 말씀을 기억했다가 얼른 시나리오를 드렸다. (웃음) 선생님은 “뜬구름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한 눈빛을 해달라”는 식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개를 살짝 돌리고, 손을 어떻게 둬야 하는지 명확하게 디렉팅하는 것을 선호하신다. <그것만이 내 세상> 때 선생님 옆쪽에서 이런 식의 설명을 해드렸다. 그게 마음에 드셨나보다. 그래서 나에 대해 좋게 말씀해주시고 <도그데이즈>도 선택해주신 듯하다.

- 배우 김윤진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발견해서 JK필름에 먼저 제안했다고 들었다.

= CJ ENM 기획개발팀에서 원작의 미국적인 정서를 빼고 한국적으로 이야기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원작 자체는 럭셔리한 맛이 강했다. (웃음) 좀더 일상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는데 유영아 작가님이 정리한 초고 자체가 너무 재밌게 나왔다. 커플 수도 줄이고 은퇴한 남자 교수 캐릭터는 여성 건축가로 바뀌었다. 원작에 없던 수정 캐릭터가 새롭게 들어와 현(이현우)의 상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

- 동물 배우들이 다치지 않게 심혈을 기울였다고.

= 동물 교육 센터 및 에이전시 퍼펙트독 권순호 대표와 캐스팅 단계부터 함께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원하는 연기를 대뜸 강아지한테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동물을 다그치면 그가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멍멍이에게 해서는 안될 짓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권순호 대표님이 <도그데이즈>에 출연할 친구들을 모두 책임지겠다며 입양했다. 어떤 신을 찍을지 미리 공유해주면 훈련을 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훈련된 동물들과 함께 안전하게 촬영을 마쳤다. 스팅 같은 골든리트리버 플로이드를 들고 뛰는 신은 서로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더미를 활용했다. 그런데 스팅이 동물병원에 누워 있는 장면이나 묘비 앞에서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은 실제 연기한 것이다. 쉬거나 기다리라는 지시를 너무 잘 들어준 덕분이다. 카메라 한대를 개집에 설치한 뒤 하루 종일 강아지의 모습을 찍은 후 원하는 컷을 골라 편집하는 식으로도 작업했다.

- 민서가 쓰러졌을 때 완다가 구급차를 따라 달려가는 신은 어떻게 촬영한 것인가.

= C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장 신뢰가 두터운 훈련사가 초록색 쫄쫄이 티를 입고 초록색 목줄로 완다를 이끌며 같이 뛴 후 CG로 초록색 부분을 지운 것이다. 너무 본능적으로 주인을 올려다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모습을 상황에 맞게 잘 연기해줬다.

-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 어느 순간부터 SF가 좋아졌다. 얼마 전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단편집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SF 단편을 발견해 현재 장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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