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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영화 NEXT 50’ - 배우
씨네21 취재팀 2024-04-05

선정 범위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 혹은 ‘장편 주연작 5편 이하’의 배우이다. 이미 주연으로 상업영화를 이끌며 산업의 허리로 꼽히는 1990년대생 배우들 중 연기력과 개성, 주연배우로서의 스타성이 출중한 인물들을 중심에 두되, 30대에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펼치기 시작해 막 전성기로 향하고 있는 40대 남자배우,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차세대 라이징 스타 중 자문단과 <씨네21> 기자들이 그 미래를 과감히 응원하기로 한 신인배우들을 일부 포괄했다. 영화의 얼굴이자 목소리, 상징이기도 한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주역들을 소개한다.

강하늘

강하늘의 깊은 아이홀과 귀밑턱, 깔끔하게 떨어지는 얼굴선은 최근 트렌디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미남 스타들과 차별화된 노선을 걷는다. 덕분에 그의 고전적인 얼굴은 고려시대 황자가 되어도(<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어도(<동주>), 철없는 스무살로 돌아가도(<스물>) 위화감이 없는 변화무쌍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 기본기, 연극무대를 중요시하는 행보, 작품 선택 기준 또한 그의 클래식한 외면을 닮아 우직한 뚝심을 보여준다. 강하늘처럼 ‘고집’스런 배우가 합류한 차기작은 글로벌 흥행이 보장된 <오징어 게임> 시즌2. 그 비범한 조합이 사뭇 흥미롭다. /임수연

고윤정

지난해 공개된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와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으로 고윤정의 존재를 각인한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스위트홈> <로스쿨> 등 여러 작품에 등장하며 차근히 입지를 다져왔다. 첫 영화 <헌트>에서는 불의를 참지 않는 대학생 조유정으로 분해 관록 있는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외모로 먼저 주목받았음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하며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연한 주연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장르마다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면서 배우 고윤정은 여전히 자신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조현나

고민시

고민시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자질을 두루 갖췄다. 아이돌처럼 트렌디하고 앙증맞은 외모인가 하면 과거의 TV 스타들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매력도 자랑한다. 그가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의 주역인 동시에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선 1980년의 간호사가 되고, <밀수>에선 갈매기 눈썹을 한 1970년대 다방 주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는 특히 <밀수>에서 고전적인 매력과 능수능란한 몸짓 연기를 통해 앞으로 멜로와 코미디, 액션을 두루 아우르는 전천후의 스크린 스타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김소미

김다미

김다미는 과거에 얼핏 오해되기 쉬운 배우였는지도 모른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로 발굴되어 남성 장르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구가했고, 나이를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무구한 얼굴에 상대적으로 장신이 돋보이는 신체가 배우로서의 많은 강점 중 외형적 조건을 도드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다미는 <그 해 우리는>에서 멜로드라마를 소화하며 풍부한 서정을 증명해냈을 뿐 아니라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에서는 슬픔과 고독이 일렁이는 애수 어린 눈빛을 보여주면서 잊을 수 없는 클로즈업숏들을 남겼다. 1500:1의 경쟁률(<마녀>)을 뚫고 나타난 신비로운 ‘초인간’에서 재니스 조플린을 사랑하는 자유분방한 현실의 청춘이자 세파를 체득한 어른(<소울메이트>)의 자리로 안착한 김다미는 이제 믿음직한 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록 과작일지라도 필모그래피를 거듭할 때마다 묵묵히 자신만의 궤적을 새기며 성숙해질 배우임이 틀림없다. /김소미

구교환

등장하는 순간 눈이 가고 말하기 시작하면 잊기가 힘들다. 2020년 <반도>로 상업영화 안에 들어온 구교환은 <킹덤: 아신전> <모가디슈> <D.P.> 시즌1에 차례로 얼굴을 비추면서 화려한 셀프 신고식을 마쳤다. <반도>의 서 대위가 구교환 특유의 삐죽삐죽한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하는 캐릭터였다면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은 한컷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인물로 그의 드물게 조용한 얼굴을 오래 지켜보게끔 했다. <모가디슈>의 태준기는 가진 개성을 누르고 무리의 일부로서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생경한 그를 볼 수 있어 그 자체로 색달랐다. <D.P.>의 한호열은 관습적인 코미디 연기를 하되 극에 에너지를 바짝 끌어올리는 그의 테크닉이 빛을 발한다. 당장 공개가 임박한 <기생수: 더 그레이>를 포함해 <탈주> <부활남> 등 올해 그의 차기작이 쏟아질 예정이다. 모든 작품이 공개된 연말쯤 구교환은 자신의 다음 챕터를 열 것이다. /이유채

김고은

김고은의 영화 데뷔작은 <은교>지만 탐닉의 대상이자 상징이었던 첫 작품과 이후 필모그래피는 확연히 대비된다. 김고은은 무해한 소녀가 아니라 전통과 억압을 끊어내며 욕망하는 여자였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칼을 들고 살인마에게 달려들고(<몬스터>), 여가장을 죽이고 왕관을 계승하며(<차이나타운>), 길러진 목적대로 기꺼이 친부와 친모를 살해(<협녀, 칼의 기억>)한다. 그렇게 발산하는 에너지로 ‘은교’를 전복시킨 김고은은 <치즈 인 더 트랩> <유열의 음악앨범> <유미의 세포들>에서 여성의 일반 내면으로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 대응되는 섬세함으로 보편의 감정을 설득해냈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은 단연 그의 정점이다. 등장하는 모든 순간 스스로를 완연히 증명한다. 캔버스 신고 굿하는 무당의 이질성은 일상 속 돌발을 꾀하는 특유의 리듬과 함께 춤을 추고, 영화적 폭발이 필요한 대목마다 정확히 과녁을 꿰뚫는다. /임수연

김시은

드라마 <십시일반> <런 온> <멘탈코치 제갈길> 등에서 김시은은 밝게 빛나는 청춘으로 기억됐다. 이후 <다음 소희>에서 콜센터 실습생의 어두운 낯빛을, <너와 나>에 이르러선 말갛게 웃다가도 상실감으로 울분을 토해내는 10대 학생의 모습을 완성했다. <다음 소희>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포함해 총 6개의 연기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캐릭터에 동화된 신뢰감 있는 연기”(조명진 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넓은 스펙트럼 연기의 가능성이 엿보” (조명진 프로그래머)이는 그가 차기작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완성해낼 새로운 캐릭터가 기다려진다. /조현나

김태리

지금의 김태리는 신인상을 휩쓸며 괴물 신인으로 불리던 <아가씨>의 그 시절에서 아주 멀리 와 있다. 데뷔 이래 임순례, 최동훈 등 빅 네임 감독들의 영화와 김은숙, 김은희와 같은 스타 작가의 작품을 종횡무진하며 한국 배우의 미래를 논할 때 먼저 호명하는 이름 중 하나이자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오컬트물(<악귀>)에서 블록버스터(<외계+인> 1, 2부)까지 8년간의 필모그래피를 이채롭게 꾸려온 그가 여성 국극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정년이>)과 애니메이션(<이 별에 필요한>) 차기작에서 보여줄 “캐릭터를 존재하게 하는 힘”(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 궁금하다. /이유채

남주혁

모델, 예능 샛별, 뮤직비디오 속 남자애. 다양한 수식어를 지나온 남주혁은 현재 배우라는 이름표가 가장 잘 어울린다. 데뷔 초 감정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평이 잇따랐지만 <눈이 부시게> <보건교사 안은영>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보였다. 자기 한계를 스스로 벗어날 줄 아는 배우. 대중에게 TV 스타로 인식되던 것도 잠시, 남주혁은 영화 <조제>에서 슬픔에 침잠한 영석을, <리멤버>에서 노인의 감정적 질주에 발맞춰나가는 인규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며 영화 주역으로서 가능성까지 선보였다. 특히 상대역이 누구든 장면에 따라 그의 역할이 잘 조명되도록 만드는 유려한 힘 조절은 협업과 조화의 가치를 아는 남주혁의 태도에서 비롯했단 걸 알 수 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기대해본다. /이자연

노재원

노재원은 그의 ‘퍼포먼스’를 무작정 계속 보고 싶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독특한 외모, 수수해 보이지만 확실한 존재감, 훌륭한 직관과 테크닉이 고루 쓰이는 듯한 담백한 연기가 소위 ‘잘한다’는 감탄을 불러낸다. 지난 2~3년간 영화제에서 단편영화를 눈여겨본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알았을 이름인 그는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등을 차지한 이후로 안목 있는 감독들의 호출을 받고 있다. <윤시내가 돌아왔다>의 여장 가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망상장애 환자에 이어 최근 <세기말의 사랑>에서도 활약한 노재원이 다음에 보여줄 큰 도약은 아무래도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달려 있을 듯싶다. /김소미

박보검

절대적 호감형의 배우. 일찍이 박보검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두루 사랑받은 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중에게 호감과 애정을 자아내는 스타로서의 자질 덕분이었다. 충무로식으로 말해 ‘티켓 파워’를 고려할 때, 향후 언제든 낙관적 가능성을 품은 배우란 이야기다. 더불어 차은우·송강 라인의 등장 이전까지 박보검의 외모는 순수, 젊음, 무해한 아름다움의 정점으로 꼽혀왔으니 배우 정우성의 포지션을 잇는 1990년대생 미남 배우로서의 상징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각기 SF적 요소를 갖고 있는 <서복>과 <원더랜드>가 박보검을 기용했다는 것은 이 배우만이 특출나게 소화할 수 있는 이미지적 강점을 짚어준다. <끝까지 간다> <명량> <차이나타운> 등 그동안 굵직한 영화에 얼굴을 비췄으나 영화 주연작으로 따지면 박보검은 이제 비로소 뜻을 펼칠 날만 남았다.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로 <서복>의 부진을 만회하고, 두 기대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굿보이>로 안방극장의 히어로가 되어주리라 예상해본다. 군 제대 후 복귀한 그가 전보다 한층 성숙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그려갈 30대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진다. /김소미

박진영

<유미의 세포들2> 속 유바비는 다은(신예은)에게 흔들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지만, 그전까진 뛰어난 업무 능력에 매사 다정함을 잃지 않는 유미(김고은)의 완벽한 애인이었다.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은 방영 전까지 원작 팬들의 불안이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배우 박진영이 차분한 리듬으로 바비를 구현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고 호평받았다. GOT7의 멤버로서 무대에 선 시간만큼이나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온 기간도 만만찮다. 2012년 <드림하이2>를 시작으로 <푸른 바다의 전설>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등을 거쳤고 드라마 <악마판사>에서 처음으로 성인 역할에, 그것도 1인2역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상반된 분위기의 쌍둥이 형제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선 경험이 바탕이 된 덕일 것이다. 필요에 따라 한 작품 안에서 두 인물로 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배우 개인이 지닌 내공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30대에 접어든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나

손석구

2022년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와 <범죄도시2>의 강해상으로 돌풍 같은 인기를 얻은 손석구는 이제 영화와 시리즈 양쪽 모두에서 중요하게 거론하는 이름이 되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우리, <최고의 이혼>의 이장현, <D.P.>의 임지섭 등 껄렁함과 성실함 그사이 어디쯤에서 우리를 유혹해왔던 손석구의 캐릭터는 <살인자o난감>의 형사 장난감에 이르러 더 막강해졌다. 미국 예술대학 유학생 생활을 하다 자이툰 부대로 파병을 가고, 전역 후 농구선수 준비를 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해 연기를 시작했다는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그를 더욱 궁금하고 매력적인 남자배우로 만들었다. 단편영화(<언프레임드–재방송>)를 연출하고 연극무대(<나무 위의 군대>)에도 섰다가 최근 1인 기획사 겸 제작사를 차린 그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는 다작을 함에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손석구라는 세상은 여전히 요지경이고 그를 향한 관심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이유채

이도현

영화 데뷔작 <파묘>로 천만 배우가 되기 이전부터 이도현은 ‘넥스트’였다. 올해 28살인 이 배우는 다 된다. 몸만 18살 남학생이 되어버린 37살 아저씨(<18 어게인>), 수학 천재 고등학생(<멜랑꼴리아>), 사고로 7살 지능을 갖게 되는 검사(<나쁜 엄마>)까지.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할이든 감정을 숨기거나 모조리 뱉어내야 하는 역할이든 간에 독보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맡은 인물을 빈틈없이 자기 걸로 만들어낸다. 로맨스(<더 글로리>)와 시대극(<오월의 청춘>), 판타지(<호텔 델루나>)와 괴수물(<스위트홈>) 등 그 어떤 장르에 놓아도 쉬이 녹아든다. 차라리 천부적인 재능이었으면 싶지만 그는 늘 지독한 수련의 시간을 겪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인물의 외형과 전사를 만들고 반복적인 리허설에 진지하게 임한 뒤에 카메라 앞에 서는 그의 뒤에는 자신감의 후광이 비친다. 지금쯤 산처럼 쌓였을 대본 중 제대한 그가 선택할 작품은 무엇일까. 그의 복귀작이 기다려진다. /이유채

전여빈

독립영화부터 착실히 걸어온 배우가 일궈낸 모범적 성공이라기엔 전여빈의 한방은 예기치 못한 데서 터졌다. <죄 많은 소녀>의 비장미가 무색하게 <멜로가 체질>에서 이병헌의 수다스러운 대사를 읊었던 이 배우는 도회적인 정장을 입고 본격 코믹 연기를 선보인 드라마 <빈센조>를 통해 순식간에 글로벌 팬층까지 공략하게 됐다. 화제성은 전작보다 덜했을지 몰라도 이어진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는 전여빈의 잔다르크적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거미집>에서는 배우 송강호와 맞붙어도 뒤지지 않는 에너지로 슬랩스틱까지 소화하며 가장 웃긴 역할을 도맡았다. 말갛게 힘을 뺄 수도, 들끓는 정념을 더할 수도, 작품의 유쾌한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고 선언하는 이 배우의 쓰임은 그러나 아직 더 큰 충격의 전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나올 대작 <하얼빈>, 송혜교와의 호흡이 기대되는 오컬트 <검은 수녀들>은 물론, 이 배우가 자신의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 온몸으로 연기할 강력한 정극의 출현을 기다린다. /김소미

전종서

배우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데뷔작(<버닝>)을 가진 배우 전종서는, 특이하게도 데뷔 초부터 작품 바깥에서 엿보이는 개인적 기질까지 스타성의 요소로 간주되어왔다. 특유의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적인 분위기, 그로부터 대중이 투사한 위태로운 매력은 <>의 사이코패스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의 자유분방한 연인에 이르기까지 전종서가 아니면 대체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 결과물을 속속 만들어냈다. 날렵한 이목구비와 미스터리한 눈빛을 장르영화의 스릴 안에서 극대화해온 전종서의 행보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에서 할리우드 진출의 가능성까지 넉넉히 보여주었다. 넷플릭스에서 비슷한 시기 연달아 등장한 여성 원톱 액션물 <길복순>과 <발레리나>에서 각각 호연한 전도연과 전종서가 제각기 계보를 찾기 힘든 독특한 마스크와 장기의 소유자들이란 점에서 바통을 주고받는 세대 연결의 구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김소미

정수정

2009년 f(x)로 데뷔한 이후 정수정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등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일찍이 가수와 배우로서의 생활을 병행해왔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경찰수업> <크레이지 러브>에서 보여준 에너지는 영화 <애비규환>에서 친아버지와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선 5개월차 임신부 토일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만나 빛을 발한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서는 1970년대 여배우의 고전미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대중이 ‘정수정’에게서 읽어내는 이미지와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하는 그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조현나

정해인

정해인은 2020년대 들어 무해한 남자친구 역할에만 잘 어울릴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등의 멜로물에서 <D.P.> 시리즈와 같은 장르물로 옮겨간 그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이병 안준호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연기 이력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폭압적인 군 조직 안에서 거칠고 생경한 얼굴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그의 본질과도 같은 따스한 온기를 발산하며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곧 공개될 그의 차기작은 <베테랑2>다. 류승완의 세계에서 황정민을 만난 정해인은 분명 한뼘 이상 도약했을 것이다. /이유채

정호연

누구도 더는 정호연을 모델 출신 배우라 부르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 이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정호연의 모델 시절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가 분한 새벽이 죽어가며 기훈(이정재)에게 “아저씨 나 집에 가고 싶어”라고 부르짖을 때, 전세계 시청자들은 한 장면의 묵직한 감정선을 온전히 장악할 수 있는 배우의 탄생을 목도하여 환호했다. 정호연은 근래 <닭강정>의 카메오 출연을 통해 데드팬 코미디에도 걸출한 재능이 있음을 자랑했다. 알폰소 쿠아론의 마술적 세계에서, 나홍진의 억센 세계에서 정호연이 보여줄 새로운 얼굴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재현

최우식

최우식은 그를 잘 몰라도 괜히 친근하고 신경 쓰이는 배우다. 왠지 성을 떼고 ‘우식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서글서글한 인상이 먼저 보인다면, 하얀 얼굴과 축 처진 눈 그리고 깡마른 몸이 클로즈업됐을 때 그가 가진 결핍의 이미지가 비로소 눈에 띈다. 때문에 그는 요즘 청년의 얼굴이면서 보호시설에서 성장한 <거인>의 영재, <옥자>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기생충>의 기우처럼 사회문제와 직결된 캐릭터들이 어울린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단지 피해자의 위치에 놓여 있기보다는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돌발적인 악의와 욕망, 추락을 내비치는 작품을 성립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는 최근 젊은이들의 사정이기도 하다. 최우식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청춘 스타’가 되어가고 있다.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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