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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토크] 이창동 감독 정말 지독한 사람이죠?!

이동진: “전도연이라는 훌륭한 배우의 잔해를 보는 듯했어요. 찬란한 잔해. ” 김혜리: “송강호씨도 딱 맞는 음정을 딱 맞는 힘으로 누르는 건반 주자 같죠. ”

싱크대에서 밥먹는 여자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카센터에서 마이크 잡는 남자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카센터에서 마이크 잡는 남자님(이하 마이크): 허걱, 엄청 불쌍한 대화명이군요. -_-

싱크대에서 밥먹는 여자님(이하 싱크대): <밀양>의 주인공 신애가, 밖에서는 방긋거리고 다니는데 집에 돌아오면 싱크대 앞에 서서 밥을 먹, 아니, 입에 집어넣잖아요. 그걸 보며 문득 “싱크대 앞에 선 채 밥먹는 여자가 행복할 리 없다”는 문장이 떠올랐거든요.

마이크: 저는, 유괴범 전화를 받고 신애가 찾아갔을 때 혼자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노래하는 종찬의 모습이 무척 그답다고 생각했어요. 신애가 그나마 도움 청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정말 인간의 절망은 오로지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죠. 거기서 신애가 그냥 돌아서잖아요. 예전 <패닉 룸>에서 배신한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사는 조디 포스터가 강도가 침입하자 어쩔 수 없이 전남편에게 한밤중에 전화하는 장면도 살짝 생각났어요.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싱크대: 그나저나 오늘은 대뜸 시작해버렸군요. 선배는 출장 때문에 이번주 <밀양> 밖에 못 보셨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기자시사회가 아예 없었고요.

마이크: 예. 아, 이 신애스런 무력감….

싱크대: 그 정도 무력감을 신애한테 비교하시면 전도연씨한테 꼬집힐지도….^.~

마이크: 쓰고 나서 아차 싶었는데 여지없이 파고드시는 게 꼭 하늘에서 절 내려다보고 계시는 것 같다는….

싱크대: ^^ <밀양>은 차창으로 올려다본 하늘의 이미지로 시작해서 하늘이 몇 차례 등장해요. 하늘은 계속 파랗게 갠 하늘인데 인물의 상황에 따라 매번 거기 들어 있는 감정이 다르더군요. 결말에도 하늘이 나오던가요?

마이크: 마지막엔 땅이 나오죠.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네편은 모두 땅쪽을 내려다 비추면서 끝나니까요. <오아시스>에선 방바닥이긴 했지만요.^^ 이번에 저는 이창동 감독이 정말 지독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지만, 특히 <밀양>은 심했죠.^_^

싱크대: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이크: 하나의 이야기를 더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깊게 파고드는 방식이라든가, 스스로 최대한 괴롭히고 배우를 최대한 괴롭혀서 그 진액을 짜내서 영화를 현상한 것 같기까지 하더란 말이죠. 예술은 확실히 괴롭힘 끝에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스스로 괴롭히고 남을 괴롭혀서 극한까지 밀어붙인 다음에 겨우 한 숏씩 밀어 올리는 느낌이랄까요. <밀양>은 낮에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을 거의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가잖아요. 보고 나서 차를 운전해 귀가해도 안 될 것 같아요. 사고 내기 딱 알맞죠.^^

싱크대: 그래서 종찬 같은 남자가 차를 고치러 와주기만 한다면, 전 그냥 사고낼래요.*.* <밀양>은 사실 ‘유괴’라는 굉장히 강력한, 극약에 가까운 모티브를 포함하는 이야기라서 인물을 가해자, 피해자, 위로하는 사람으로 손쉽게 규정할 수도 있었던 영화잖아요. 그런데 <밀양>의 캐릭터들은 이 영화가 존재하기 전에도 나름대로 살아왔을 듯한 인물이에요. 간혹 보면 오직 영화를 위해 갓 태어난 듯한 캐릭터들도 있잖아요. ^^

마이크: 그런데 전 사실 이 영화에서 유괴라는 모티브는 그저 이야기에 본격 진입하기 위한 발판 정도의 구실밖에 하지 않는다고 봐요.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이잖아요.

싱크대: 글쎄요. 신애의 사연은 <밀양>이 시작되기 전부터 쌓인 것 아닐까요.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중량이 백이라면 이미 아흔아홉을 짊어진 상태에서 결정적으로 얹히는 하나가 유괴라고 느꼈어요.

마이크: 전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나 감정의 종류를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듣거나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물론 원작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다른 이야기죠.

싱크대: 인물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종찬 캐릭터도 영화에서 계속 이면이 드러나죠. 어머니에게 계속 전화가 걸려와서 가족과의 거리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아까 말한 노래방 기기 같은 생활의 세부가 곳곳에 묘사되고. 신애의 아들 준이도 조금 묘하지 않았나요? 표정이나 몸짓이 예측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더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아이예요.

마이크: 종찬이 매우 생생한 인물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말한다면 전 이 영화에서 종찬은 그야말로 ‘환경’이나 ‘세상’의 의인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애를 둘러싼 환경이 종찬이라는 거죠.

싱크대: 맞아요. 종찬은 곧 밀양이에요. 근데 그 밀양이 또 나머지 세상을 대표하잖아요? ^^

마이크: 그렇죠. 밀양은 “다른 데와 똑같아예”인 곳이니까요. 즉 신애의 비극이 일회적이고 유일한 참극이 아니라는 거죠. 개개인의 삶은 결국 보편적 삶의 동어반복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개개인은 처음부터 밑바닥부터 그 모든 삶의 고통과 절망을 치열하게 겪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이해했어요. 그것이 인간 삶의 실존적 비극성이라는 거죠. 이창동 감독 영화엔 압도적인 실존적 절망의 양과 질에 비하면 파리할 정도긴 하지만 분명 희망이 내포돼 있어요. 전 밀양 사람들의 묘사에서 이 영화가 그나마 마련한 희망을 봅니다. 그들은 적당히 무례하고 적당히 따뜻하죠. 남의 일에 오지랖 넓게 참견도 잘하고요. 혼자 슬퍼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남의 삶에 함부로 넘어들 오잖아요. 종찬은 밀양 사람들의 대표 격이구요. 그런데 그런 속되고 무례한 이웃들이 그나마 희망일 수 있다는 거죠.

싱크대: 서울이라면 이런 식의 구도는 어려웠겠죠. 모두가 모두를 대강 알고, 길가다가 미운 사람의 혈육과 종종 마주치고, 다투었던 사람과 다시 말을 섞을 수밖에 없고.

마이크: 영화 종반부에서 옷집 아주머니가 신애의 말대로 인테리어를 바꿨다고 대화하는 장면 정도의 소통이 인간에게 가능하다는 거죠. 그게 이창동 감독 영화가 희망을 말하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부대끼는 삶에 그나마 작은 희망의 씨가 있다는 거죠. 그게 절망이기도 하겠지만요.

싱크대: 처음 보았을 때는, 신애가 자기를 해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나도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두 번째 보니 제가 틀렸더군요. 퇴원한 신애가 원수의 혈육과 마주치고 이웃 아주머니와 대화하고 나서야 한 호흡이 완결된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머니와 신애가 이야기하던 중 “미쳤다”는 단어가 나오자 둘이 실없이 웃잖아요? 그 웃음이 보통 영화가 좋아하는 ‘의미심장한 미소’보다 나은 선택 같았어요.

마이크: 자신의 불운을 가지고 농담하고 웃을 수 있는 여지가 인간에겐 일종의 구원일 수 있는 거죠.

싱크대: 전도연씨가 “신애가 나름 예술가잖아요” 하고 농담처럼 말씀하시던데 그 여자의 성격이 거기 있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미학을 구하는 거죠. 본인이 주관하는 각본에 따라 생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감독은 화면 밖에서 “그런 거 없어. 그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라고 냉정히 권고하는 듯해요.

마이크: 신애는 자기가 만든 새 삶의 그림에 자기를 맞추려는 사람이죠.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밀양>의 이야기고요. 문제는 삶에서 많은 부분은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당하고 겪고 앓고…. 그게 전도연씨가 신애를 연기한 방식이기도 하구요.

싱크대: 신애 역의 전도연씨는 “아, 이 여자가 이렇게 작았었나?” 놀랬어요. 그렇게 짓눌리고 바싹 마른 신애가 본래 전도연이란 사람이 가진 물기와 탄력 때문에 영화적으로 눈에 잘 들어왔죠. 또 지금까지 영화가 활용하지 않았던 히스테리컬한 면모가 궁지에 몰린 신애를 통해 충분히 발휘됐어요.

마이크: 그런 부분이 확실히 있죠. 저는 전도연씨가 자신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전도연이라는 훌륭한 배우의 잔해를 보는 듯했어요. 찬란한 잔해.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밀양>을 통해서 심연의 바닥에 도달했다고 봤습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있는데, 거꾸로 전도연은 <밀양>으로 한껏 깊어졌으니 이제 한껏 넓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싱크대: 아이 시신을 확인하러 간 장면에서 경찰차 안에 앉아 전도연씨가 차창으로 하늘을 보는데, 엄청난 공포와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명암이 섞인 그 얼굴이 인상적이에요. 지금까지 그와 비슷한 복잡미묘한 전도연씨의 표정으로는 <해피엔드>에 나온 클로즈업이 기억나요. 절박한 상황에서 애인을 만나기 위해 아기 분유에 탈 수면유도제를 면도칼로 반 자르고, 그걸 다시 1/4로 자르는 장면이었죠.

마이크: 이번에 전도연씨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영화 속 전도연씨 얼굴뿐만 아니라 영화 밖 전도연씨 얼굴도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표정마다 묘한 깊이가 배어 있는데 <밀양>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감지할 수 있었어요.

싱크대: 송강호씨는 사실 <밀양> 같은 작품을 놓고 인터뷰하는 편이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 주연작 중심으로 기사들이 진행되다 보니 아깝습니다.

마이크: 100% 동감합니다. 저는 <밀양>의 송강호씨 연기가 <우아한 세계>의 연기보다 더 좋아요. 전도연씨와 송강호씨의 연기에 정말 감탄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가 전혀 다른 스타일이어서 더욱 흥미로웠어요.

싱크대: 서로 절대 안 휘말리더군요. 물이 안 들어요. 물이….

마이크: ^^ 전도연씨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연기를 그럴 수 없는 깊이로 탁월하게 해낸 데 비해, 송강호씨는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는 연기를 그렇게 했다는 것이 탄복스러워요. 송강호씨는 작품 전체를 보는 시야가 국내에서 가장 넓은 배우일 겁니다.

싱크대: <밀양>을 촬영하기 전에 “이건 여배우의 영화지만 종찬이라는 인물은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와 딱 맞닿아 있다”고 송강호씨가 설명했거든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마이크: 그 말이 정답이네.^_^

싱크대: 딱 맞는 음정을 딱 맞는 힘으로 누르는 건반 주자 같죠. 사실 이 영화를 송강호 없이 견디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에요. 심야영화 세편 보는 정도의 열량 소비….-_-#

마이크: 그래서 이 영화에서 송강호씨는 관객에게 산소 같은 존재죠.

싱크대: 그럼 송강호씨가 심지어 산소 같은 남자? 이런 날이 올 줄이야.+_+

마이크: 한자로 써야 할 듯. ^^

싱크대: 산 소로 읽힐까봐? ^^;

마이크: 기껏 칭찬해놓고 막판에 병살타 치시다니…. ^^

싱크대: 웅변학원장의 딸로 나온 10대 소녀도 기막힌 캐스팅이에요. 무심한 듯 절묘한 대사 처리하며! 부흥회 장면에서 신도로 출연한 단역배우들도 어떻게 모아 연출했는지 궁금했고요.

마이크: 이창동 감독님께 조역, 단역이 정말 좋다고 했더니 “내가 다른 것은 못해도 캐스팅은 정말 잘 한다”고 하시더군요. ^^

싱크대: 감독님 본인도 연기를 하신 경험이 있으니까요. ^^

마이크: 전 <밀양>이 ‘문학적’이라고 말하는 일부의 평가에 전혀 동의할 수 없어요. 그건 이창동 감독의 전직이 소설가라는 것을 의식한 데서 오는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전 <밀양>처럼 영화적인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 모든 영화적 형식이 왜 그 형식인지를 정확히 말하면서 쓰고 있으니까요. 전 이 영화 스타일이 이 영화의 이야기에 최적으로 조응한다고 봅니다.

싱크대: 저는 <밀양>을 다음 몇 가지로 기억할 거예요. 하나는 눈에 보이는 살아야 할 이유들이 깡그리 사라진 다음에도 삶을 놓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인간 안에 있다는 것. 둘째로 <밀양>은 “진짜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는 서사에 대한 이창동 감독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영화라는 점. 셋째는 불평인데요. 인생의 목표니 성취니 하는 게 환상이라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흥삼아 자기를 속이며 살고 있는데 감독님은 그걸 꼭 들춰서 확인해주셔야 하는지. ^^; 영화를 보고 나니 “근데요, 감독님, 우리 그거 아는데요. 그냥 잊고 살려는 거거든요?” 이렇게 투정하고 싶더라고요.

마이크: 그런데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 같은 분들은 그걸 꼭 확인해줘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이라는. ^^

싱크대: 죽은 아이를 보러 가는 엄마를 둘러싸고 윙윙 날던 날벌레 떼와, 더러운 마당 구석에 햇볕이 비춰 생긴 양달에 어른대던 강아지풀 그림자도 잊지 못할 거예요.

마이크: 아주 지엽적인 것 하나만 거론하자면 이창동 감독님 영화가 좀 덜 친절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신애가 하늘을 보는 장면들 중에서 한두컷 정도는 빼는 게 어땠을까 싶은 거죠. 소통에 대한 비관을 이창동 감독님 영화에서 보면서도, 다른 한편 이창동이라는 예술가가 얼마나 소통을 갈망하는지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친절한 창동씨’의 한 이유라고 봅니다.

싱크대: 그야 갈망쪽이 크니까 영화 같은 대역사(大役事)를 감당하시는 거겠죠.

마이크: 넵. 그게 소설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라고 생각하시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동진: 초등학생 때 본 ‘백여랑의 전설’이란 제목의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은 정말 무서웠는데…. 김혜리: 영화는 <장화, 홍련>의 자매에 대한 죄의식, <>의 설정 등을 영화 한편에서 본 기분이에요.

싱크대: <밀양>을 마무리짓고 <전설의 고향>을 소개하죠. 이 작품이 올해 첫 한국 호러영화 맞죠?

마이크: <밀양>이 첫 호러 아닌가요? ^^

싱크대: 아, 저도 그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마이크: 히힛. 지난주 복수했다. <사랑의 블랙홀> 간발의 차이로 선수치기당한 거.^0^

싱크대: 대범한 전 다 잊었는데.-.- 예전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마이크: 많이 봤죠. 초등학교 4학년 때 본 ‘백여랑의 전설’이란 제목의 <전설의 고향>은 정말 무서웠어요. 한참 덜덜 떨며 보는데 부모님이 절 두고 외출하신다는 거예요. 제가 울며불며 매달렸죠. 그래서 엄청 혼났어요. 그래도 결국 못 가시게 하고 말았다는. ^^ 그리곤 부모님과 함께 마저 다 봤어요.

싱크대: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서요?

마이크: 근데, 그때 나랑 같이 보신 분들이 정말 엄마 아빠였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지금 제 목덜미를 스치면서…. 으흐흐.

싱크대: --; 여름 호러가 이제 막 시작인데 벌써 이러시면 8월말까지 절 몇번 죽이실 셈입니까?

마이크: 괜찮아. 나도 어차피 귀신이야.

싱크대: (풀썩)T-T

마이크: <전설의 고향> 무섭긴 무섭나요?(이 귀신은 진지하기도 하지 궁금증도 많고.) ^^

싱크대: (부스스 일어나) 음, 제가 보기 힘든 대목은 없었어요. ^^; 물에 빠진 쌍둥이 자매 중 아버지의 편애를 받던 동생은 익사하고 살아남은 언니가 10년간 의식이 없다가 깨어나요. 그즈음 마을에는 괴변이 줄줄이 일어나고요.

마이크: <전설의 고향>이라는 제목을 볼 때 뭔가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싱크대: 그러나 이 작품은 소박한 오리지널 <전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스타일에 반영한 경우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남는 컨셉은 시대극 호러인데요.

마이크: 최근 현대를 무대로 한 한국 공포영화에서 워낙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으니까 과거로 돌려서 좀 신선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구요.

싱크대: 제가 볼 때 <전설의 고향>에서 공포의 근원은 균형이 깨진 가족간의 감정, 자매의 경쟁, 무한히 공평한 모성애 신화에 대한 반문 등등인데요. 주제로 보나,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로 보나 시대극이었어야 할 필연성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한국의 원혼이 일본이나 서양의 원혼과 다르게 가진 정서적 속성을 인지는 했지만 개성적으로 활용하진 못했고요. 거칠게 정리하자면 <장화, 홍련>의 자매에 대한 죄의식, <가위>에 나오는 집단폭력에 대한 카운트다운식 복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이미지, <>의 설정 등을 영화 한편에서 본 기분입니다.

마이크: 허, 그렇게 들으니 재미있을 듯한 걸요? ^^ 스토리에서 언뜻 <장화, 홍련>이 떠오르긴 했어요.

싱크대: 참,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이미지는 귀신도 아니고 선혈도 아니고 검은 깨랑 관련이 있어요. 영화 보고 온 뒤 그 장면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서 며칠째 고통받고 있어요.T-T

마이크: 무슨 장면일까? 궁금하여라.

싱크대: 향후 1년간 깨가 들어간 아침 대용 시리얼, 깨강정, 유과 등은 못 먹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어쩌면 깨를 재배하는 농민들께 항의를 받으실지도. ^^; 지금도 소름 돋아요.

마이크: 당분간 결혼도 쉽잖겠군요.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이 두려울 테니. ^^

싱크대: -_- 선배,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마이크: 아예, 노래로 해드릴까나? 깨깨래깨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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