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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가 놓친 영화들을 만난다,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
장미 2007-11-21

11월26일부터 전국 롯데시네마 9개 지점에서 열려

‘3가지 색다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인생 이야기.’ 청(blue), 황(yellow), 홍(red)의 3가지 색상을 테마를 내세운 인디영화축제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가 11월26일부터 12월12일까지 건대입구, 일산, 대전, 부산, 울산, 전주, 마산, 광주 첨단, 대구관 등 전국 각지의 롯데시네마 9개 지점에서 열린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해까지 내걸었던 삼색아트필름전이라는 명칭을 삼색영화제로 바꾼 점이다. 서울은 물론 지역 관객에게도 보다 다양한 예술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코자 마련된 행사인 만큼, 인디영화제라는 기본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결 대중적이고 친근한 색채를 띠고자 하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개막작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을 비롯해 총 15편에 달하는 상영작의 면면이나 영화가 펼쳐놓는 인생 역정을 색상별로 구분한 테마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철콘 근크리트>

먼저 청 테마에선 ‘길 위를 걷다’라는 주제로 인간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을 더듬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수상한 왕취안안 감독의 <투야의 결혼>도 청 테마의 상영작. 끊임없이 물을 긷거나 가축을 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광활한 내몽골에서 한 여성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과 철부지 아이들을 내치지 않고도 삶을 꾸려나가려 애쓰는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따라간다. 2편의 일본영화도 포진해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로 이름을 알린 이누도 잇신 감독의 <황색눈물>과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서 디지털 이펙트 작업을 맡은 마이클 앨리어스 감독의 장편데뷔작 <철콘 근크리트>가 그것.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들이 출연해 주목받은 <황색눈물>은 196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그들을 응원하는 다섯 청춘의 이야기를, 마쓰모토 다이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는 두명의 고아소년이 노숙자와 야쿠자의 거리 다카라쵸를 헤집고 다니면서 맞닥들이는 사건을 담았다. 음악으로 이어진 한 여죄수와 독신여성의 교감을 깊이있게 그려낸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포미니츠>도 이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길에서 만나다’라는 주제를 내건 황 테마에선 운명적인 인연을 되뇐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가 미려한 그림과 그와 잘 조응하는 청순한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면,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엔카, 힙합, 발라드 등의 음악에 가부키, 연극, 오페레타,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각종 장르를 뒤섞어 공주로 변신한 너구리와 그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남자의 로맨스를 재치있게 담아냈다. 올해 여름 국내에서 개봉한 <초속 5센티미터>는 적은 상영관에도 장기흥행에 성공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구스 반 산트, 월터 살레스, 웨스 크레이븐 등 스무명의 쟁쟁한 감독들이 참여한 <사랑해, 파리>는 프랑스 파리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갖가지 사랑의 사연을 한데 묶은 옴니버스영화. 몽마르트르 언덕, 에펠탑 등 파리 곳곳의 명소를 뒤로한 채 18편의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튈르리 지하철역이 배경인 코언 형제의 에피소드와 14구역에서 벌어지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에피소드, 몽소 공원을 소재로 삼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이에 반해 홍 테마에선 ‘길에서 벗어나다’는 주제로 사회적 금기에 대항하는 인간의 일탈에 관심을 기울인다. 김태식 감독의 장편데뷔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아내의 불륜 상대를 엿보다 그의 아내와 하룻밤을 함께하기에 이르는 한 남자의 여정을 의뭉스럽게 묘사한 수작. 주인공 남자를 밉지 않게 체화한 박광정의 연기가 돋보인다. 반면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는 파격적인 섹스신으로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처분을 받은 문제작이다. 실제 성행위 장면을 촬영했다는 점이 부각되기는 했으나 사실 그보다 상처입은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세심한 연출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파스칼 페랑 감독의 <레이디 채털리>는 대담한 성적 묘사로 논란을 일으킨 D. H. 로렌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가져오되 남성보다는 여성의 미묘한 욕망을 강조해 조망했다. 세자르영화제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여우주연상, 최우수촬영상 등 5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특별상영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 시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위너스 오브 깐느’에는 놓치면 후회할 4편의 칸영화제 수상작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도연의 열연이 화제가 된 이창동 감독의 <밀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물론,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인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역시 넘치는 감동을 전달한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졸업작품 상영전 ‘Binary Star’도 특별상영의 일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일반 5천원, 청소년 4천원. 올해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들은 수험표를 제시할 경우 2천원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좀더 자세한 정보는 롯데시네마 홈페이지(www.lottecinema.co.kr)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