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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바깥에 존재하다 <잭 리처>

한가로운 도심의 강변 공원, 강의 반대쪽 빌딩 위에서 저격수가 숨어 있다가 총을 겨눈다. 우리는 저격수가 바라보는 망원경을 통해, 생생하게 들리는 저격수의 숨소리를 통해, 목표물이 누구인지 긴장감있게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조준점은 한 여성과 어린애를 겨누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를 겨누기도 하고 또 그를 지나쳐 걸어오는 여성을 겨누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총소리와 함께 5명의 시민이 무작위로 쓰러진다. 이후 영화는 이 경악 무도할 사건의 범인을 잡는 과정을 요약해서 빠르게 보여준다. 용의자는 제임스 바. 그가 범인인 것은 의심할 수 없이 명백하다. 하지만 용의자는 형사가 내민 서류에 사인 대신 ‘잭 리처를 데려오라’고 적는다. 형사가 조사한 잭 리처(톰 크루즈)는 전직 군수사관 출신이지만 면허증, 거주지, 카드, 휴대폰 등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남자다. 그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하던 검사와 형사 앞에 잭 리처가 직접 찾아온다. 제임스 바의 변호를 맡은 헬렌(로자문드 파이크)은 공교롭게도 승률 100%를 자랑하는 담당 검사의 딸이며 극악무도한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잭 리처는 헬렌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잭 리처>는 17편까지 출간된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잭 리처> 시리즈의 9번째 편인 ‘원 샷’을 영화화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원작을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까지 잡았다.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 위에 치밀한 두뇌싸움과 서스펜스, 긴장감으로 끝까지 채워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잭 리처라는 캐릭터가 있다. 잭 리처는 똑똑하고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전직 군수사관답게 고도로 훈련된 전투능력과 무술 솜씨를 가지고 있으며 본능적인 감각 또한 탁월하다. 하지만 그는 비밀에 둘러싸인 자유분방한 인물이며 사회의 시스템과 질서의 바깥에 존재한다. 영화가 흥미를 더하고 추동력을 얻는 지점은 질서의 바깥에 존재한 잭 리처가 나타나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실과 명제를 뒤엎을 때다. 잭 리처는 한 공간에서 다섯명이나 죽었는데 그것을 왜 우연이라고 생각하는지 헬렌에게 반문하며, 죽은 피해자들을 조사해보라고 한다. 인간의 합리성과 이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필연과 우연, 인과관계라는 명제에 대해 잭 리처는 그것이 맞는 것인지 반문한다. 잭 리처는 사건을 재조사하며 진실을 밝혀나가지만 그는 경찰이나 변호사, 검사가 아니다. 잭 리처는 필름 누아르의 탐정의 역할을 수행한다. 탐정은 그 자체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며 반쪽 신이다. 탐정영화가 늘 전제하고 있는 영역은 법과 질서의 영역이다. 탐정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진실을 파헤치지만 사건이 종료되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이 봉사한 사회의 가치체계에 동화되는 것을 여전히 거부하며 경계에 남는다. 탐정은 법과 제도에 대해 거리를 유지하며 숨겨진 진실의 또 다른 모습과 의미를 찾아낸다. 잭 리처는 TV에서 제임스 바의 사건을 보고 자신이 필요할 때 나타나 일을 처리하고 다시 홀연히 질서의 바깥으로 사라진다. 잭 리처는 빈틈없음에서 틈을 만들어 합리성을 균열시키고 스스로 자신의 법을 집행한다.

영화는 도시의 전경과 살인사건을 준비하는 용의자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는 130분의 러닝타임을 눈 돌릴 틈 없는 긴장감으로 지속시켜나가며 깔끔하다. 영화의 싸움 장면은 CG와 와이어가 아닌 맨몸 액션을 선보이며 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 신도 카메라와 편집을 통해 속도감을 살리기보다는 실제 차를 빠르게 운전하면서 펼쳐지는 속도감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악역인 제크 역으로 출연한 독일의 노장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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