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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백현진, 완전 땡큐다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21-12-16

백현진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는 메인스트림에서 주로 ‘한없이 후진 남성’ , 줄여서 ‘한남’을 연기한다. <붉은 달 푸른 해>의 아동을 학대하는 개장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무능하고 질투심 많은 회장 아들, <모범택시>의 불법 동영상을 유통하는 웹하드 회사 회장, <해피니스>에서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전염병에 걸리게 하려고 계략을 짜는 피부과 의사. 하나같이 현실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극중 인물은 욕할지언정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날것의 연기를 하는 배우의 등장에 호기심을 가졌고, 그가 유명한 미술가이자 방준석 음악감독과 ‘방백’, 장영규 음악감독과 ‘어어부 프로젝트’로 활동하기도 한 음악가(에 더해 90년대 말 <씨네21>에서 김봉석과 듀나의 고정칼럼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했다.-편집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백현진이 왜 연기를 하지? 근데 왜 저렇게 잘하지?”라며 반가운 의구심을 전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백현진이 시리즈물의 주인공, 즉 긴 호흡에도 무리 없는 배우라는 점을 확고히 하는 작품이다. 진보 성향 시사평론가 김성남은 책의 서문만 열심히 읽는 알맹이 없는 남자지만 라디오와 강연을 다니며 지식인 행세를 하고, 장관이 된 아내가 자기보다 잘나가는 것을 자기 연민의 근거로 삼는 지질한 인간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매체에서 재현된 적은 없는 유형의 인간상을 백현진이 드라마에 차지게 붙여내는 솜씨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히 올해의 캐릭터라고 할 만한 김성남은 백현진이 “다양한 정치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섞어서, 아는 만큼 갖고 와 다 녹여내서” 만들었다. “나도 팟캐스트 방송을 듣던 때가 있었고 광화문도 나간 적이 있다. 윤성호 감독이 다루는 김성남 캐릭터가 어디서 와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매핑이 된다.”

백현진은 요즘 자신의 연기가 주목받는 상황을 보다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분석하는 작업이 몸에 밴 예술가다.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야 어떤 진정성이 생긴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 요즘 SNS에 조현철, 구교환 그리고 내가 같이 엮이더라. 기분 좋다. 운이 좋지. 완전 땡큐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를 보고 그런 목소리 톤으로 무슨 배우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 신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몇년 사이에 내 연기가 바뀌어봤자 얼마나 바뀌었을까. 보는 사람들이 바뀐 것 같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대중, 특히 습득력이 빠른 젊은 층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게 됐다.”

백현진이 요 근래 ‘한없이 후진 남성’들을 많이 연기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나 같은 사람이 할 만한 인상적인 조연급 캐릭터는 현실에서 끌어올린 빌런, 즉 후진 사람들밖에 없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연기를 몸에 붙이기 위해” 많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미술가나 음악가와 달리 내게 배우는 반찬 같은 사이드 직업이었다. 이걸 메인 디시로 가져와서 내 시스템에서 무리 없이 운용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더라. 덕분에 현장에서 익혀야 하는 테크닉을 습득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연기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진 그는 내년부터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나 같은 조연이 시장에서 움직일 때는 일종의 ‘시즌’이 있다. 가령 내가 ‘한없이 후진 남성’ 연기를 특별하게 하는 어떤 사람으로 인지될 수 있는 시기는 1~2년 정도다. 내 이미지를 분산시키고 동시에 각인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년에 하는 작품 중에는 빌런이 없다.” 얄밉도록 영민하게 시류를 읽는 예술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윤성호 감독이 말하는 배우 백현진

“괴력의 배우다. 그 괴력의 매력을 사람들이 좋아하겠구나, 내가 이번에 저 괴력에 승차를 좀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티스트다. 뭐든 자기 예술로 창조하는 아티스트. 정말 좋은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번에 대본 속 정말 많은 대사 및 수난의 설정까지 소화해주셨다. 참고로, 백현진은 김성남 평론가보다 훨씬 늠름한 사람이다."

영화

2022 <고속도로 가족> <서울대작전> <브로커>

2021 <십개월의 미래>

2020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18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상류사회> <변산> <그것만이 내 세상>

2016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춘몽>

2015 <필름시대사랑> <특종: 량첸살인기> <해어화>

2014 <산타바바라> <경주>

2012 <설마 그럴리가 없어> <은교>

2011 <북촌방향>

2010 <맛있는 인생>

드라마

2022 <무빙>

2021 <한사람만> <해피니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악마판사> <모범택시>

2019 <웰컴2라이프> <국민 여러분!>

2018 <붉은 달 푸른 해>

2017 <내일 그대와>

2015 <출출한 여자> 시즌2(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웹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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