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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자평은 <씨네21> 평자들의 친구이자 적입니다. 20자평은 수많은 스타 필자들의 산실이기도 했지만, 그만큼이나 엄청난 논쟁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송능한 감독은 마지막 작품 <세기말>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20자평을 비판한 적이 있지요. 주인공인 시나리오작가는 술집에서 평론가를 만나 이렇게 말합니다. “자넨,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쌍통은 두개 반, 젖퉁이는 별 세개.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하고 파쇼 같은 짓이야. 그런 짓 하지 마.”
송능한 감독의 비판에 <씨네21> 평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들은 20자평의 선구자들답게 20자평으로 화답했습니다. 유지나 평론가는 ‘목에 힘을 빼면 더 멋있었을걸(글자 수 세지 말 것!) ★★★’, 김영진 평론가는 ‘20자평을 거부할 만한 자질이 있는 영화 ★★★’, 강한섭 평론가는 ‘20자
별 하나와 별 다섯 사이, 비평의 즐거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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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얼굴을 보여드립니다.” 4월24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LF에서 열리는 사진전 <한국영화의 얼굴-CINE F.A.N>은 비단 <씨네21> 창간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만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활력 넘치는 풍경이 없었다면 <씨네21>이 지난 15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또 지치지 않고 전력질주할 수 있었을까. <씨네21> 15주년 기념 사진전은 동반자로서 함께 달려왔던 한국영화에 감사하는 자리인 셈이다. 전시할 130여점의 다채로운 사진 중 촬영현장을 담은 15장을 일단 맛보기로 골랐다. 한국영화의 숨겨진 표정이 더 궁금하다면 직접 갤러리를 방문하시길. 사진전 수익금은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코르셋>(1996): 양말도 벗어야 예술이지
기념사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요. 아니,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소풍 사진을 찍을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창
찰칵! 영화의 역사가 저장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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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이미 이 이름은, 자신만의 비밀스런 꿈을 간직한 채 미래로 나아가는 모든 청춘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광산노동자가 아닌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소년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울고 웃었다.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장본인이다. 오는 8월 한국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일 <빌리 엘리어트>를, 런던에서 미리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3월31일, 맑고 추운 수요일 저녁이었다. 빅토리아역 근방,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 앞에는 이미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극장 바로 옆의 펍에서 감자와 맥주를 시켜 먹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10대 소녀들은 마치 동경하는 팝스타를 기다리듯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차려입은 채 발개진 얼굴로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청바지에 튀튀스커트를 받쳐 입은 스탭들이 “<빌리 엘리어트>
날아올라라, 분홍신을 신은 소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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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맛도 모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영화 촬영현장에서는 감독 의자에 앉아 배우들을 쥐락펴락했을 우리나라 최고 감독 두 사람이 맥주 맛도 모른다며 배우의 핀잔을 듣는다. 현재 TV광고로 방송 중인 하이트맥주의 맥스(Max) CF 얘기다. ‘절친’이었던 고 이훈 감독의 <마스카라>(1995)에 옆집 남자아이를 ‘성’에 눈뜨게 해주는 아저씨로 우정 출연해 알 듯 모를 듯 혼신의 내면 연기를 펼친 이래 연기활동을 쭉 자제해왔던 박찬욱 감독, <피도 눈물도 없이>(2002)의 껄렁대는 취조 경찰과 <미스 홍당무>(2008)의 능청스런 학원 수강생으로 나와 놀라운 순발력을 보여줬던 봉준호 감독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남이 쓴 콘티와 대사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직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때문이다.
(1) 어느 날 촬영장에서… (박찬욱 감독과 김혜수)
박찬욱: 혜수씨, 이 분노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하는 욕망은 이해해…. (
맥주 맛 몰라도 영화 맛은 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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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집 나온 남자들>이 선보인다. 단편영화 시절의 뜨거운 주목을 지나 첫 장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논란을 지나 <집 나온 남자들>에서는 좀더 대중적인 방식의 유쾌한 로드무비를 지향하고 나섰다. 집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남편과 그 일행의 좌충우돌 로드무비. 만약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관객이 감독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 그런 가정을 해보았다. 이들의 문답으로 영화 <집 나온 남자들>을 유쾌하게 예상해보자.
[편집자] 아래 문답은 <집 나온 남자들>의 이하 감독과 기자가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를 실제로 진행한 뒤 가상의 인터뷰어를 등장시켜,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말씨와 어조는 제멋대로 고쳐 넣은, 실제 인터뷰이면서 동시에 가상의 인터뷰임을 밝혀둡니다. 부분적으로 필요하다 생각되는 곳에 편집자의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입니다. 유부남이고
도대체 아내는 왜 집을 나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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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지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다. 고 김기영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했고, <오래된 정원> 이후 약 3년에 걸쳐 차기작을 모색하던 임상수 감독의 신작이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활동을 멈췄던 전도연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개봉날짜(5월13일)가 정해지고 마케팅 순서에 따라 티저 예고편과 포스터, 몇몇 스틸들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관심의 총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과연 <하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하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키워드로 ‘공간’을 선택했다. 다음은 몇장의 미공개 스틸과 이하준 미술감독의 증언으로 가늠해본 2010년판 <하녀>다.
유리와 거울로 보다 넓게
<하녀>에서는 유리와 거울을 이용한 연출이 눈에 띌 듯하다. 이하준 감독은 “공간마다 유리의 질감을 다르게 했고,
임상수 감독의 <하녀> 속 공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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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이 공중파보다 과감한 시도를 즐기는 건 명백해졌다. 장항준 감독이 드라마 작가로 참여한 <위기일발 풍년빌라>(이하 <풍년빌라>)는 지금, 시청자가 케이블을 주목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본보기 같은 드라마다. 스릴러 장르의 활용에서 화려한 배우 캐스팅, 짜임새있는 이야기까지 ‘스크린을 훔쳐왔다’는 의견이 과언이 아닌 영화 같은 드라마 <풍년빌라>가 만들어지기까지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출도 아니고 대본으로 참여해서 좀 의외였다.
=처음 제작사로부터 연출을 제안받았는데 영화 준비 때문에 시간도 부족했고 할 마음도 안 나더라. 완곡히 거절했더니 그럼 대본이라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쪽 인력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건 내실문제를 떠나 홍보에도 분명 도움이 되어서였을 거다. 특히 드라마는 대본이 중요한데 상업영화감독이 대본을 썼다고 하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괜찮은 거다. 결국 박정기 작가와 아내 김은주 작가, 이렇게 셋이서 참여했다.
[장항준] 늘어지지 않게, 사건 중심의 빠른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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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추노>가 끝났다. 사극의 무대를 궁궐이 아닌 저잣거리로 불러왔다는 것, 개성있는 다수의 캐릭터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퇴장, 그리고 탐미적인 액션 연출과 영상미로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드라마였다. <추노>를 쓴 이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과 <7급 공무원>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다. <추노>에 대해서도 물어볼 게 많았지만, 그가 누군지도 궁금했다. 아쉽게도 그는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 “난 어차피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네가 뭔데 신비주의냐고 하지만, 그냥 뒤에만 있고 싶어서 그럴 뿐이다. 얼마 전에는 몰카로 찍힌 뒷모습이 나갔는데, 그것도 난감했었다.” 이번 인터뷰에는 그의 얼굴 대신 명함을 싣는다.
-<추노>의 인물들이 원한 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일단 결말에 대한 의도부터 묻고 싶다.
=실패로 끝났다기보다는
[천성일] 24편의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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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드라마를 말할 때, 영화인들은 ‘캐릭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TV 속 캐릭터를 말할 때, <선덕여왕>의 미실을 빼놓지 않는다. <선덕여왕>을 쓴 박상연 작가는 지금 영화 <고지전>을 각색 중이다.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와 함께 KP&SHOW란 작가팀을 꾸려 <히트> <최강칠우> 등의 드라마를 집필했고, 과거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 소설인 <DMZ>를 썼다. <선덕여왕>을 사례로 삼아 지금 TV드라마가 변화하고 있는 몇 가지 지점, 그리고 영화와 방송을 오가는 작가로서의 고민을 들어봤다.
-현재 <고지전>은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인가.
=각색 중이다. <히트>를 끝내고 썼던 작품이다. <선덕여왕>에 들어가면서 넘겼는데, 사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이 영화가 개봉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각색이 지지부진해서 드라마가 끝난 뒤
[박상연] 이야기를 좁혀가며 결말에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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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개인기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프로그램이다. ‘리얼’의 시대를 도래시키면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까지 상황과 캐릭터의 충돌에서 웃음을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특히 캐릭터를 구축하는 분야에 있어서 <무한도전>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빨랐다. 취향의 극단을 밀고 가는 박명수와 잇속을 챙기려 사기도 서슴지 않는 노홍철은 <무한도전>의 웃음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이다. 조민환 나비픽쳐스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건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도 의미심장했다”고 말한다.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의 ‘달인’도 그렇지 않나. 김병만이 해낸 건 재주가 아니라 캐릭터였다. 이야기보다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지금의 트렌드에 예능도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매력을 놓고 영화와 <무한도전>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T
<무한도전> 주관이 뚜렷한 독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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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애초 먹음직스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와인 소재 <떼루아>도 망한 터에 동종 이탈리아 음식 파스타는 굳이 맛 안 봐도 알 만했다. 주방의 살풍경이야 케이블TV 서바이벌 요리프로그램이 백배는 앞서 가고도 남았다. 간장 광고하는 부드러운 남자 이선균이 ‘까칠한 마에스트로’(<베토벤 바이러스>)나 ‘버럭 범수’(<외과의사 봉달희>)를 넘어설 가능성도 지극히 희박했다. 공효진의 캔디는? 결정적으로 공효진은 단 한번도 캔디를 연기한 적이 없었다(바로 전작은 못난이 중의 못난이 <미쓰 홍당무>였다). 첫 방송 13.3%라는 낮은 수치는 이 모든 부정적인 기대치에 대한 당연한 화답이었다. 그러나 <파스타>는 이 모든 식상함을 뒤집어엎었다. 시청률은 상승했고, 연장방송은 신속히 결정됐으며, <파스타>를 촬영한 식당의 파스타 매출이 증가했다. 20~30대 여성들의 입은 파스타를 먹으면서 <파스타>의 사랑
<파스타> 트렌드보다 중요한 건 사실적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