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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누구와 만나는가’다. 그의 전작에서는 속물 지식인과 신념으로 가득 찬 청년이(<방문자>), 상류층 외환딜러와 노동자 계급의 요리사가(<나의 친구 그의 아내>), 그리고 여고생과 이주 노동자가(<반두비>) 만났다. 준비 중인 신작 <청산, 유수>에서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을 앞둔 여자 유수와 유흥업소 여성들의 운전기사와 잔심부름을 도맡는, 속칭 ‘콜대기’로 불리는 남자 청산이 만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고통을 겪던 유수는 장례식 부조금을 털어 도망친다. 그녀가 우연히 청산의 차에 타게 되면서 둘은 무작정 서울을 벗어난다. 약 2박3일의 여정 동안 이들이 여행하는 곳은 청산의 고향이 있는 낙동강 유역이다. 이들은 중년의 낚시꾼, 건설현장 인부, 다문화 가정의 부부, 지역의 경찰, 노부부 등 다양한 군상과 마주친다.
<청산, 유수>는 신동일 감독이
[신동일] 이것이 바로 친환경 로맨스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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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건이 벌어진다. 한국영화계에 사극 시리즈가 등장할 기세다. 이준익 감독의 2003년작 <황산벌>이 관객 300만명을 동원하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뒤 8년 만에 <평양성>(영화사 아침 제작)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이건 1990년대 중반 이준익 감독과 조철현 대표(타이거픽쳐스)가 의기투합하여 생각했던 3부작의 일환이다. 그러니까 660년 나당연합군이 황산벌 전투를 거쳐 백제를 함락시키고, 668년 평양성 전투를 통해 고구려를 ‘영업정지’시키고 그 다음 675년 매소성 전투에서 나당연합군 자체의 치열한 싸움 끝에 지금 우리가 아는 통일신라의 국경선이 만들어진 과정을 연작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황산벌 전투와 평양성 전투 사이에는 8년차의 시간이 있고, 2003년 영화 <황산벌>과 2011년 1월27일 개봉하게 될 <평양성> 역시 마찬가지다. 뭔가 운명적인 느낌이다.
<황산벌>의 ‘거시기’를 기억하
[이준익] 온 국민을 웃겨버릴 심산 아니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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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강형철 감독의 차기작은 이미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던 첫 작품의 험난한 경로는 과거사가 됐다. 800만 스코어는 신인 감독의 저력을 입증해주기에 충분했다. 왜 아니겠나.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제작사들로부터 각종 시나리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0만 들었을 때와 300만 들었을 때, 또 스코어가 더 올라갔을 때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달라지더라.” 선택의 순간, 그는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고집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아니면 도통 그림이 그려지질 않더라.”
<써니>는 강형철 감독이 직접 머릿속에 그린 7명 여자의 이야기다. 지금은 남편 뒷바라지하며 우아하게 살아가는 40대 전업주부. 병문안 간 곳에서 우연히 암투병 중인 옛 친구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고교 시절과 조우한다는 내용. 문제아집단 칠공주파, ‘써니’의 일원이었던 주인공이 과거를
[강형철] 어머니의 첫사랑 그 시절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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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사라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변호사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용의자를 수임한다. 검찰 역시 이 용의자에게 유죄를 내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확실한 물적 증거는 없다. 정황 증거만 있다. 정황 증거만으로는 무죄 입증을 하기도 어렵고 유죄 입증을 하기도 어렵다. 이제 사건을 파헤칠수록 변호사의 개인적 윤리(마치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의 그것처럼)와 공적인 당위(적법한 절차를 거쳐 올바른 판결을 끌어내야 한다) 사이에 딜레마가 생긴다.
손영성 감독의 신작 <의뢰인>은 한국에선 드문 스타일의 형식과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다. 일단 서스펜스 스릴러에 법정드라마를 배가시킴으로써 법정에서 벌어지는 검찰과 변호사의 치열한 논리공방전에 집중한다. 단지 의뢰인이 악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에 열중하는 게 아니라 좀더 메타적인 성격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호사에게는 절차
[손영성] 관객 여러분을 배심원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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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과의 신작 프로젝트 공개 당시,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의 차기작으로 해저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SF스릴러 <제7광구>의 연출을 확답했다. 인터뷰 때 그는 <제7광구>를 준비하는 한편 동시에 JK픽쳐스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템플 스테이>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었다. <나 홀로 집에> 같은 어드벤처물을 기획 중인데 그건 다른 감독이 하게 될 거라고. 어느 작품이 먼저 들어갈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두 작품 모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몇 개월 사이 상황은 바뀌었다. 애초 자신이 연출하려던 <제7광구>는 김지훈 감독에게 넘기고, 대신 다른 감독을 물색 중이던 <템플 스테이>를 직접 연출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알려왔다. “냉정하게 따져보니 <제7광구>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템플 스테이>는 내가 잘할 수 있겠더라
[윤제균] 사천왕의 눈물을 찾아서 상상력 가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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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녀 버전 <섹스 앤 더 시티> 혹은 <미녀 삼총사>.” 방은진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 말부터 꺼냈다. 아주 새끈한 로맨틱코미디라고. 그런 영화들이 있다. 가장 첫 번째 전제만 들어도 호기심이 확 동하는 영화. <이화에 월백하고>(가제, KM컬처와 진인사필름 공동제작)가 그런 경우다. 이른바 할리우드에서 말하는 ‘하이 컨셉 무비’인 셈이다. 이건 조선시대 소녀 과부들의 좌충우돌 로맨스다.
혼례 당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신랑이 죽어버린다. 어린 이화는 오갈 데 없이, 옷고름도 못 풀어보고 청상과부가 되어버렸다. 시댁에선 가문의 누가 되게 하지 않으려 이화를 과부들의 모임인 ‘석란회’에 보낸다. 음전한 도를 익히고 유교적 가치를 체득하며 타의 모범이 되라는 의도였으나…. 이 석란회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면면이 충격적이다. 누군가는 방중술에 심취해 있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맘에도 없는 결혼을 억지로 했으며, 또 누군가는
[방은진] 어린 과부들, 옷고름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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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전설>을 만들었던 조범구 감독의 신작인 <퀵>은 오토바이에 실린 청춘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20대의 방황과 좌절을 그리는 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퀵>은 밝은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전이 한데 뭉쳐질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한때 폭주로 학원가를 주름잡았던 세명의 남녀다. 폭주대마왕이란 별명을 가졌던 기수, 그와 함께 폭주를 즐기던 명식,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오빠 달려!’를 외쳤던 춘심이. 이후 기수는 BMW 오토바이를 튜닝해서 몰고 다니는 퀵서비스 요원이 됐고, 명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교통경찰이 됐으며, 춘심이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지 않으면 스케줄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아이돌 가수 아로미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빠른 퀵서비스 요원인 기수는 어느 날, 배달한 물건이 등 뒤에서 폭파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하필 그때 뒤에는 아로미가 타고 있었고, 그녀에게 씌운 헬멧에는 또 다른 폭탄
[조범구] 도심을 질주하는 유쾌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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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훈 감독은 <의형제>의 다음 작품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꿈꾼 당분간의 일상은 “책 보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는” 것이었다.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곧바로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이제 막 끝낸 때였으니 그 심정도 알 만하다. <의형제> 후반작업 도중 받아본 <고지전>의 시나리오도 원래는 읽고서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펴들었다. 쉬고자 했던 마음은 2시간 만에 바뀌었다. “언젠가는 전쟁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들든 그건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였을 텐데,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이런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을까 싶더라.” 드라마 <히트>와 <선덕여왕>의 박상연 작가가 쓴 <고지전>이 장훈 감독이 생각하던 전쟁영화의 모습과 닮아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영화의 액션을 강조하면서 오락적인 재미로만 소비하게 만드는 전쟁영화는 싫었다. 영화적인 즐거움뿐만 아니
[장훈] 2년 군대 갔다오는 심정으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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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신작에 대해 우리 역시 아무런 정보가 없다. 딱히 선입견 없이 백지 상태로 감독을 찾아간다. 감독은 조심스럽게 신작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어떻게 시작했고 왜 매혹됐는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이후 과정에서 갖가지 이유로 처음 구상과는 달라진 버전의 완성품이 나올 때도 물론 많지만, 촬영 직전 감독이 갖고 있는 기대와 희망과 환희를 날것 그대로 경청하는 즐거움은 비할 데 없다. 우리는 이번에 2010년 하반기 촬영에 들어가게 될 신작 여덟편의 구상을 들었다. 이준익 <평양성>, 장훈 <고지전>, 윤제균 <템플 스테이>, 방은진 <이화에 월백하고>(가제), 강형철 <써니>, 신동일 <청산, 유수>, 조범구 <퀵>, 손영성 <의뢰인>까지. 독자 여러분을 이 미지의 작품들에 관한 즐거운 대화의 장으로 초대한다.
자, 당신의 다음 영화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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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기아 타이거즈가 몇위 하고 있는지 아나.
= 아, 전혀 모른다. 정말 영화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몇위지?(소문난 야구광이자 골수 ‘타이거즈’ 팬인 그가 야구를 안 보는 것은 물론 순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놀라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아 타이거즈가 기록적인 16연패를 당하기 전의 인터뷰다-편집자)
- 원래 시나리오도 빨리 쓰고 제작일정도 어기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회차가 좀 늘었다.
= 일단 내 영화 중 가장 컷 수가 많다. 촬영이나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다 찾아다니느라 이동이 많은 것도 이유이고, 좀 공들여 찍으려고 일부러 촬영을 늘린 장면도 있다.
- 공교롭게도 중심 배우 네명 모두가 최근 대박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 나도 찍으면서 놀랐다. 배우 팬클럽에서 경쟁적으로 현장에 간식 싸오고 하는 풍경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 엄태웅씨의 일본 팬도 현장에 찾아오고 그랬는데 이렇게 계속 한류스타하고 영화를 하는
[김현석] 나의 마지막 로맨틱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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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들어오기까지 <핸드폰>은 물론 <선덕여왕>의 유신랑 느낌이 너무 세다.
=나 역시 좀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분명한 건 병훈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연기한 어떤 역할보다 나와 닮았다는 거다. 내 나이 때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도 많고 어떤 장면에선 ‘어, 나도 그랬는데?’ 하는 순간도 있다. 김현석 감독님하고 술 마셔보니 또 감독님이 영락없이 병훈이더라. 사랑에 좀 미숙한 남자들이기도 해서인지 민정이는 ‘이 영화 보고 반성해야 될 남자들 많아’ 그러더라. (웃음)
-최다니엘, 박철민 같은 영화 속 다른 남자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상하게 배우들끼리도 닮아가고 궁극적으로 감독님하고도 닮아갔다.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배우들끼리 최고로 많이 모인 영화이지 싶다. 주로 철민 형이 주도하긴 했지만 촬영이 끝나면 ‘오늘은 누가 한잔 하자고 안 하나?’ 하는 눈초리로 서로 쳐다보고. (웃음) 원래 촬영현장에서 내 카메라로 이
[엄태웅] 감독님도 나도 영락없이 병훈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