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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개월 전.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실사영화 <드래곤볼>이 촬영현장으로 기자들을 초청했다. 드래곤볼? 초등학생 무렵 교실에서 돌려보며 낄낄거렸던, 꼬맹이 오공이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만화책으로 TV애니메이션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끝도 없이 이어졌던 그 ‘드래곤볼’? 그렇다. 바로 그 드래곤볼. 드래곤볼을 찾아 나서는 오공의 심정으로 출발했고,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장에서 익숙하고 낯선 감독, 배우들을 만났다. 어느덧 겨울이 훌쩍 다가와 앉은 11월. 쨍한 태양빛이 먼저 반기던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뒤늦게 전한다.
인천에서 LA, LA에서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에서 두란고까지 이어지는 비행 여정을 전달받았다. 멕시코는 가본 적 없었고, 두란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지명이었다.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직항이 없었고, 멕시코 북서쪽에 자리한 두란고는 고속버스만한 여객기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소박한 곳이었다. LA에서 10시간, 멕시
<드래곤볼> 웨스턴의 고향, 비밀의 손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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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인 희로애락이 있다.”
주지훈은 연기에 대해 설명하다 이런 독특한 표현을 썼다. 차가운 의자 위에 앉아 바보처럼 입을 다문 채 고고한 스타덤의 맛을 즐길 것만 같았던 그는 예상외로 시니컬하고 열정적인 달변가였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 기자시사 이틀 뒤인 10월2일 목요일 오전, 빽빽한 인터뷰 스케줄 속에서 한 시간의 만남을 어렵사리 가졌다.
1982년생인 주지훈은 모델 경력 4년차 때 <궁>(2006)으로 데뷔해 벼락같이 스타덤에 올랐고 두 번째 드라마 출연작 <마왕>(2007)으로 (국내에선 7~8% 시청률에 머무는 대신) 일본에서까지 큰 인기몰이를 했다. <앤티크>는 그의 영화 데뷔작이자 세 번째 출연작 그리고 세 번째 주연작이다. <앤티크>의 이진혁은 어린 시절 상처를 감추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삼십대 초반의 부잣집 도련님이다. 예민하고 까칠하지만 그 속엔 정이 많고, 이기적이고
[주지훈] “프로 세계에선 0.1%도 안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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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내 생애…>에도 잠깐 등장한다. 황정민이 분실됐던 엄정화의 가방을 뒤지는 과정에서 보이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의도된 장면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만화책을 소품으로 넣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하다가 이 만화를 선택했다. 엄정화가 동성애자인 남편 천호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 만화를 본다는 맥락에서도 들어맞는 것 같았고 다음편을 예고하는 느낌도 약간 있었고. (웃음) 2002년 정도에 처음 읽고 2004년에 판권계약을 했는데, 당시가 <올드보이> 이후라 까다로운 상황이었지만 요시나가 후미 작가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보고 허락해줬다. 그분은 내용이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으니 마음 편하게 만들라고 했다. 참 독특한 분이었다. 이렇게 모던한 이야기를 만든 분이 인터넷도 할 줄 모르고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으로 살고 있더라.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만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
[민규동] 그대들도 뻔뻔하게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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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담은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스크린 버전으로 탄생했다. ‘앤티크’라는 이름의 케이크숍을 무대로 아기자기하게 얽힌 네 남자의 삶을 그려내는 이 만화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김태용 감독과 만들었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연출했던 민규동 감독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좀더 다채로운 색깔과 진한 풍미, 그리고 생의 무게를 가진 영화로 변신했다. 만화 같은 시각표현과 신예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가 돋보이며 예상보다 강한 퀴어 코드를 가졌으면서도 날렵한 상업영화의 꼴을 갖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아울러 신선한 조각케이크 같은 영화의 파티셰 민규동 감독과 적절한 연기로 스크린에 데뷔한 주지훈의 인터뷰도 함께 싣는다.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민규동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호모 섹슈얼리티가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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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편의 역대 제임스 본드 영화에 순위를 매겼다. <씨네21>의 오랜 본드 팬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한 순위다. 1위와 22위를 정하는 데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 객관적인 기준이 뭐였냐고? 본드 팬덤의 세계에 그런 기준이 존재한다면 제발 메일 좀 보내주시길. 왜 21편이 아니라 22편이냐고? 번외편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씹어발기는 재미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22. <어나더데이> Die Another Day
2002년 감독 리 타마호리 출연 피어스 브로스넌, 할리 베리, 토비 스티븐스
<어나더데이>는 2002년 11월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왕립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섹스 피스톨스가 아직도 활동 중이었다면 “신이시여 여왕을 구하시라”고 노래했을 일이다. <전사의 후예>의 리 타마호리가 (아마도 술에 취한 채) 메가폰을 쥔 <어나더데이>는 두말할 필요없는 최악의 제임스 본드
007, 누가 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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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영화사상 최초의 직접적인 속편이다. 물론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영감을 주기도 했던 악당 스펙터가 <위기일발>(1963), <썬더볼>(1965),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 걸쳐 등장했고 번쩍이는 치아를 자랑했던 거구의 악당 ‘죠스’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문레이커>(1979)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별개의 에피소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퀀텀 오브 솔러스>는 <카지노 로얄>의 라스트로부터 불과 1시간 뒤 이야기로 출발한다. “우리는 <퀀텀 오브 솔러스>를 통해 본드 영화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확실한 인증을 남기고 싶었고, 두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 때문에 지금까지 007을 보며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제 막 두 번째 007 시리즈를 끝낸 대니얼 크레이그의 소감이다.
이제 제임
<퀀텀 오브 솔라스> 두 배의 액션! 전편은 동네 산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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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래세터가 자랑스러워 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고양이 미튼스와 크리스 윌리엄스, 바이런 하워드 감독 인터뷰
-미튼스: (삐딱하게) 두분 모두에게 <볼트>는 데뷔작이죠? 디즈니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크리스 윌리엄스: 1994년부터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했죠. <뮬란>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에 참여했어요.
=바이런 하워드: 저는 조금 더 오래됐어요. 1990년에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리조트에서 ‘인어공주 쇼’의 호스트로 시작했죠. 나중에 인턴프로그램을 통해 스토리 아티스트와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로 일했어요. <포카혼타스> <뮬란> <릴로 & 스티치> <브라더 베어> 등에 참여했어요.
-미튼스: 그렇군요. 첫 작품부터 존 래세터씨와 함께한 소감이 어땠나요.
=바이런 하워드: 존은 유머를 좋아하고 영화 만들기를 사랑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영화에
<볼트>의 친구, 고양이 미튼스와 햄스터 라이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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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2008년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개봉을 준비하는 3D애니메이션 <볼트>와의 조금 이른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브에나비스타 대로와 <ABC> 방송사 건물 사이, <환타지아 2000>의 미키가 쓰고 있었던 거대한 고깔모자가 우뚝 솟아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희망과 용기, 교훈을 주는 디즈니적 캐릭터가 태어나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즐거운 공간이었다. 다음은 슈퍼히어로라고 믿었던 하얀 강아지 ‘볼트’가 들려주는 애니메이션 <볼트>에 대한 이야기다.
안녕하세요. 저는 볼트예요. 화이트 저먼 셰퍼드(White German Shepherd) 종이죠. 눈처럼 흰 짧은 털에 뾰족하고 긴 귀를 쫑긋 세우고 있고요, 온순한 눈과 두툼한 발바닥을 가진 튼실한 견공이랍니다. 어디서 저를 본 것 같다고요? 당연하죠. TV쇼 <볼트>와 이번 크리스마스
<볼트> 제 이름은 볼트, TV쇼의 주인공인 하얗고 튼튼한 강아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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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21세기 버전으로 새롭게 리모델링되었다. 러시아의 여성감독 안나 멜리키안은 용궁의 인어 대신 모스크바의 소녀 이야기로 설정을 대폭 바꾸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원작의 단순한 변형이라면, 멜리키안 감독의 <나는, 인어공주>는 원작의 상징들을 차용한 창안이라 할 수 있다. 외양적으로는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동화와 더욱 가까워 보이지만, 내적 원리로 보면 <나는, 인어공주>가 원작의 의미를 훨씬 풍부하게 살려낸 작품이다. 멜리키안 감독은 데뷔작 <마르스>(Mars)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나는, 인어공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인어공주>는 동화의 모티브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훌륭한 사례로 남을 만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동화 속 공주들은 초년고생을 좀 하더라도
21세기의 뭍으로 올라온 매혹적인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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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은 연극인의 미래를 꿈꾸는 10대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반대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무감동하게 러시아어학과에 들어갔다. 연극영화과가 아니라면 어떤 길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터였다. 졸업 뒤 3년 동안 해운회사를 다니던 그녀의 마음은 다시 들썩였다. 수능시험을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에 끌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지원했고 콘티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영상원에 합격했다. 그녀의 영화에서 오랫동안 다급할 것 없이 인간을 관찰한 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경미 감독은 여고생의 동성애적 감정을 그린 단편 <거짓말>과 연애의 동상이몽을 간파한 <기억>, 배우 박해일을 캐스팅한 <오디션>을 차례로 내놓았고, 2004년작 <잘돼가? 무엇이든>은 장부조작 특근에 동원된 두 여직원의 미묘한 경쟁과 유대를 그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미쓰 홍당무>는 그녀의
[이경미] “양미숙은 삽질로 모두에게 행복한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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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극장에 걸리는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는 오랜만에 맞닥뜨리는 거침없는 데뷔작이다. 줄거리는 짧게 요약하면 ‘삽질의 설상가상’이고 미운 오리 새끼인 주인공은 백조가 될 가망의 씨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 대한 예측을 번번이 추월하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통쾌한 패배감을 안겨준다. 올해 나온 코미디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잔인한 세상과 순순히 무릎 꿇지 않는 개인에 대한 서늘한 관찰력이 자리잡고 있다. 한번 보면 기막히고 두번 보면 사랑스러운 <미쓰 홍당무>와 이경미 감독을 소개한다.
“나랑 좀 싸울래요?”
<미쓰 홍당무> 티저 포스터의 공효진은 비죽 내민 입술과 부릅뜬 눈으로 우리에게 시비를 건다. 그리고 그녀에겐 이유가 충분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양미숙(공효진)이 지병인 안면홍조증에 걸린 운명의 날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단체 사진을 찍는 순간, 급우들은 스크럼을 짜고 미숙을 대열에 끼워
<미쓰 홍당무> 얼굴 빨개지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