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된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 앨리스는 신사답고 배려심 깊으며 지혜로운 에드워드 워커에게 같은 원로이자 좋은 이웃으로서 호감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는 아이비 역을 맡은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다. 와킨 피닉스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루시우스 캐릭터와 반대로, 애초 커스틴 던스트가 하기로 했었던 이 역할은 사람의 육체는 볼 수 없지만 그 내면의 색깔을 볼 줄 아는 강인하고 순수하고 용기있는 캐릭터다. 이를 연기한 하워드는 (아버지 론 하워드의 영화에 크레딧 없이 출연한 한편을 빼고) 난생처음 출연해 주연을 맡은 배우답지 않게 화면을 압도한다. 와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 젊지만 안정된 배우들과 시고니 위버, 윌리엄 허트, 체리 존스, 브랜든 글리슨 등 노력만으로 도달 불가능한 관록을 획득한 배우들간의 앙상블 연기도 연대감에 가까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괴물에 대한 공포, 순수함을 간직한 단순한 삶,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빌리지> 도쿄 시사기 [2]
-
서로 아무런 연관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9월11일이라는 시선 붙들기 좋은 날을 개봉일로 정한 일본에서,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빌리지>의 시사회가 지난 8월24일 저녁에 열렸다. 애초 자국 내 언론만을 대상으로 한 이 자리에 한국 기자들이 초대받아 간 까닭은 감독 샤말란과 여주인공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무대 인사차 도쿄를 찾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와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시고니 위버, 윌리엄 허트 등 샤말란의 <빌리지>에는 이름만으로도 매혹적인 다른 걸출한 배우들이 있었지만, 아직 더위가 다 가시지 않은 이 이방 땅의 마을을 기꺼이 방문한 사람은 감독과 여배우뿐이었다. 샤말란 감독은 “이번 영화의 포인트는 로맨스다. <빌리지>의 초자연적인 힘이 바로 사랑”이라며 처음으로 러브스토리를 담게 된 자신의 신작 <빌리지>를 소개했다. 론 하워드 감독의 딸로 뉴욕의 연극 무대에서 캐스팅된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완성본을 처음 봤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빌리지> 도쿄 시사기 [1]
-
요컨대 톰 크루즈가 제작, 주연할 영화. 시리즈마다 다른 스타일로 가겠다고 결심한 제작자 톰 크루즈의 최대 과제는 감독을 확정짓는 것. 주연배우만 결정된 프로젝트의 감독 확보가 절실한 케이스.
2000년 2편의 개봉과 함께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3>의 제작 관련 루머는 1편과 2편이 그랬던 것처럼 3편 역시 4년 뒤인 2004년에 개봉하지 않을까 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모든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그렇듯 확정된 건 몇 가지 없었다. 주연 톰 크루즈, 각본 로버트 타우니(전작 두편의 작가), 제작사는 파라마운트와 톰 크루즈/폴라 와그너 프로덕션. 한참 남은 개봉예정일을 생각하면 서두를 것도 없었거니와 감독만 잡으면 시작은 문제없었다.
리안이 잠시 물망에 올랐다가 2002년에 처음으로 확정된 감독은 데이비드 핀처였다. 핀처는 “견해 차이”(creative differences)라는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이유로 1년 만에 프로젝트를 떠났고, 그 자리를 대체한 <나크&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7전8기 뒷이야기 [3]
-
요컨대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에 이은 다섯 번째 프로젝트. 시퀄(후사·後史)을 내놓을 것이냐 프리퀄(전사·戰史)을 먼저 던질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슈퍼맨의 도움을 빌릴 것이냐. 여러 아이템을 동시에 굴리면서 하나를 밀어붙이지 못한 케이스.
<배트맨 앤 로빈>(1997)이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외면을 받은 것은 워너로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였다. 오죽했으면 <슈퍼맨 vs 배트맨>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일부 짓궂은 팬들이 이렇게 수군댔다. "두 ‘맨’ 사이에 왜 ‘&’가 아니라 ‘vs’를 썼게. 사람들이 <배트맨 앤 로빈>의 악몽을 떠올릴까봐 워너가 겁먹은 거야." 이들의 수군거림은 진실일 수도 있었다. <배트맨 앤 로빈>이 끝난 시점부터 워너는, 시리즈가 갈수록 실망스럽다는 세간의 평을 만회해보고자 완전히 새로운 <배트맨>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7전8기 뒷이야기 [2]
-
-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속편들이 개봉했다.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 맨2>는 2년 만에,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1년 만에, 작품의 질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건강한 속편이 되어 돌아왔다. ‘장한’ 일이다. <스파이더 맨2>가 전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의 구속물로 남을 것을 두려워한 주연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재합류 여부 때문에 한동안 소란스러웠던 사실을 기억해보라. 워너브러더스 간부들은 제작자로 물러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대신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돌봐줄 새 아버지 물색에 속이 다 썩었을 것이다.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으레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는 이 진절머리나는 전투를 소니와 워너는 승리로 이끈 셈이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전투장 한가운데서 출구를 찾고 있다. 슈퍼맨이 나오는 영화를 만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8년 동안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7전8기 뒷이야기 [1]
-
조선 열혈 영화인과의 조우
<일전매><대로>(위부터)
광주영화제는 1930년대 상하이에서 활동을 하며 명성을 떨친 조선인 배우 김염(1910∼83)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2살 때 북만주로 이주한 김염은 무협영화 감독 허우야오를 찾아 1927년 17살의 나이에 상하이로 건너간다. 몇편의 엑스트라 생활을 거친 뒤 손유 감독의 <풍류검객>(1929)으로 주연 데뷔한 김염은 봉건제하에서 신분 차이로 슬픈 사랑을 하게 되는 두 남녀의 영화 <야초한화>(1930)에서 부유한 음악학도 역을 맡아 유명세에 오른다. 이 영화에서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 완령옥은 김염의 상대역인 꽃파는 처녀로 등장했다. 그뒤로 김염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1930년대를 풍미했고, 당대 식민치하의 조선인들에게도 상징적 위안을 주었다.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뒤에는 홍콩으로 다시 이주하여 항일영화 <장공만리>(감독 손유)에도 출연했다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4]
-
<괴담>
시네마스코프의 탄생은 텔레비전의 상업적 도전에서 비롯됐다. 1950년대 들어서자 미국의 텔레비전 문화는 극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고, 할리우드는 그 타개책으로 영사화면의 크기와 비율을 혁신한다. 그중,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만들어진 2.35:1 비율의 시네마스코프는 곧 와이드스크린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영화 <성의>(1953) 이후 할리우드는 주로 스펙터클 장르에 이 장치를 활용했다. 그래서 역사물, 전쟁영화, 서부영화, 뮤지컬, 코미디 등에 많이 사용됐다. 상업적인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시네마스코프의 활용은 곧 미학에도 영감을 주었다. 이번 13편의 ‘와이드스크린 특별전’ 상영작들은 원초적인 영화보기의 감각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작가들이 그 기술과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목록이다.
프랑스의 비평가들이 추앙하기 전까지 그저 그런 상업영화 감독 정도로 여겨졌던 니콜라스 레이는 시네마스코프의 대단한 활용가였다. 이번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3]
-
찾았다, 빛고을의 발견!
<러브드 건> Loved Gun | 와타나베 겐사쿠 | 일본 | 2004년 | 111분 | 개막작
오토바이를 뺏으려다 총까지 잃은 킬러와 오토바이를 잃은 뻔했다가 총까지 얻은 소녀에겐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부모를 잃었고, 둘 다 죽고 싶어한다는 것. 오래전에 죽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남자에게 소녀는 자기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아버지의 애인을 죽여달라고 간청한다. 한편 남자의 뒤를 쫓는 노장 킬러는 신참 파트너와의 여정에서 그 남자와의 긴 인연을 이야기한다. “총을 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총알의 색깔은 달라진다. 슬픈 사람은 파란 총알을,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검은 총알을, 겁에 질린 사람은 오줌처럼 노란빛의 총알을 쏜다. 그럼 빨간 총알은 어떤 감정을 담고 있을까?” <러브드 건>은 열두 고개 수수께끼 같은 영화다. 빨간 총알의 비밀도, 주인공의 비밀도, 마지막 순간까지 아껴둔다. 위급할 때면 삼킨 총알을 토해서 쓰는 남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2]
-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http://www.giff.org)가 9월2일(목)부터 11일(토)까지 열린다. 예년과 비교하여 이번에도 역시 손색없는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영화 <러브드 건>을 개막작으로 시작하여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로 폐막한다. 먼저, 각국의 신예감독들에 관심을 쏟는 영 시네마 부문에서는 리우펑도우의 <녹색 모자>,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레스키브>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 또 다양한 세계영화의 현재를 짚는 월드 시네마 부문에는 알랭 레네, 유세프 샤힌 등 거장의 영화들이 있다. 지난해부터 신설된 논픽션 시네마 부문의 작품들을 포함하자면, <‘소매치기’의 모델들> 등의 다큐멘터리 걸작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어 보이는 행사는 급진 좌파영화의 기수 장 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의 15편에 이르는 회고전과 와이드스크린 영화의 미학과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영화’ 특별전이다.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퍼레이드 [1]
-
2004년 1월 7일
휴대폰이 울린다. 최강혁 PD에게서 온 전화이다. 첫마디가 “감독님?”으로 시작된다. 순간 감독님이라는 호칭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감독이라니… 15년 동안이나 작가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나에게 감독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붙여진 것이다.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2004년 2월 20일
우리 영화에 나올 경비정을 타고 바다로 나가보았다. 낡을 대로 낡은 경비정은 움직일 때마다 매캐한 매연을 내뿜는다. 파도가 생각보다 강해서 롤링이 심하다. 영화도 영화지만 안전사고가 날까봐 걱정스럽다. …. 2004년 2월 24일 (오른쪽)
지난 이틀간 찍은 경비정신 편집본을 보곤 좌절과 절망에 빠져 밤잠도 못 자고 뒤척였다.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감독으로서의 상상력이 이렇게 다른 건지…. 경비정 장면을 시나리오로 쓸 때는 느낌이, 필이 팍 꽂혔는데 말이다. 나에게 감독직을 제의한 인간들에게 또 그 제의를 받아들인 나에게
전쟁호러 <알포인트> 이야기 [3] - 공수창의 <알포인트> 촬영일지
-
오 상병은 사무보조로 일하는 예쁘장한 베트남 처녀와 장난처럼 사귀고 있다. 그러나 처녀는 자신과 결혼해서 한국으로 데려가주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오 상병을 위협한다. 궁지에 몰린 오 상병은 행정병이라는 보직을 이용해서 매복작전지역을 처녀가 살고 있는 마을 근처로 설정하고, 밤늦게까지 처녀를 사무실에 붙들어놓는다. 그날 밤 혼자 마을로 돌아가던 처녀는 베트콩으로 오인당해 매복조의 총에 맞아죽는다. 그리고 알포인트 수색작전이 시작된다. 사창가에서 총을 숨기고 있는 창녀를 사살했던 최 중위와 죄없는 처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오 상병, 그들과 함께 떠난 일곱명은 모두 베트남 여인을 죽였던 경험이 있는 군인들. 그들은 알포인트 안에서 공포의 퍼즐을 맞춰가다가 자신들이 모두 같은 여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알포인트>는 한 여인의 원혼이 베트남 현대사를 감싸안고 있다는 전제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손목에 방울을 달고 흰 아오자이를 입고 나타나는 알포인트의 소녀는 프
전쟁호러 <알포인트> 이야기 [2] - <알포인트>, 한 여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