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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만한 지방 마을에 세명의 김 관장이 모여든다. 태껸도장을 운영하는 곱슬머리 김 관장(신현준)과 검도도장을 지키는 긴 생머리 김 관장(최성국)이 코흘리개 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는 이곳에 또 다른 김 관장이 나타난 것이다. 쿵후도장 김 관장(권오중)은 수련생들의 인심은 물론, 앞서 두 김 관장이 사모하던 동네의 대표미녀 박연실(오승현)의 마음까지 얻을 태세다. 살벌한 무술대결보다는 치졸한 질투와 술수가 난무하는 이 마을의 혼란상황은 수상한 외부인까지 흘러들어오면서 한결 심화된다.
태권도 챔피언과 유도 챔피언 중 누가 더 셀까. 권투선수와 레슬링선수 중 누가 싸움을 더 잘할까. 유치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이 호기심은 결국 이종격투기를 낳았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호기심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현준과 최성국 중에서 누가누가 더 웃길까. 여기에 정준하와 탁재훈까지 가세한 개그펀치는 얼마나 강력할까. 이에 <김관장…>은
스크린 속 ‘개그콘서트’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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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돼지 윌버(도미닉 스콧 케이)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도축당할 위기에 놓인다. 다행히도 농장 주인 딸인 펀(다코타 패닝)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윌버. 길 건너 펀의 삼촌네 농장에서 살게 된 그는 말 아이크(로버트 레드퍼드), 거위 거시(오프라 윈프리), 모두가 징그러워하는 거미 샬롯(줄리아 로버츠) 등과 친구가 된다. 그러나 돼지의 운명이란 결국 베이컨과 햄으로 귀결되는 것이 농장의 순리다. 성격 뒤틀린 집쥐 템플턴(스티브 부세미)은 윌버가 크리스마스 만찬에 오를 것이라 실토하고, 윌버를 구하기 위해 샬롯은 자신의 거미줄에 ‘멋진 돼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거미줄의 메시지가 온 마을에 알려지면서 윌버는 유명해진다.
<샬롯의 거미줄>은 E. B. 화이트가 1952년에 펴내 전세계적으로 4500만부 이상 팔린 어린이용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80년대 초 유년기를 보낸 관객이라면 TV로 종종 방영된 1973년판 동명의 애니메이션 역시 기억하
어른들을 위한 고전 <샬롯의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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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람피기 좋은 날’은 없다는 것이 영화의 결말이다. 30대 초반의 중산층 유부녀 ‘이슬’(김혜수)과 ‘작은새’(윤진서)는 채팅으로 사귄 남자를 만나 바람을 피운다. 대범하고 솔직한 이슬은 열살 연하의 대학생(이민기)과 발랄한 외도를 즐기고, 내숭형의 작은새는 이쪽 방면 선수인 ‘여우두마리’(이종혁)를 한껏 애태우다 자신의 성적 로망을 충족시킨다. 영화에서 이슬과 작은새의 내면은 이미지들로 설명되고 있다. 깨진 어항에서 튕겨나와 길바닥 위에서 퍼덕이는 붕어나 완전 진공상태로 밀봉된 채 열리지 않는 양념병은 작은새나 이슬의 실존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람피기 좋은 날>은 ‘섹시코믹드라마’라는 컨셉대로 상당히 코믹하다. 이슬과 대학생은 가히 18금(禁)급의 수위 높은 대화를 주고받지만 에로틱한 효과보다도 웃음을 유발하고, 작은새와 여우두마리가 모텔에서 섹스를 빌미로 밀고 당기는 모습은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의 전반부는
‘바람피기 좋은 날’은 없다 <바람피기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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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르 톰슨의 <파리의 연인들>은 프랑스의 심장 ‘파리’가 환기하는 두 가지, ‘사랑’과 ‘예술’을 두루 관통하며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을 잣는다. 미술, 음악, 영화 그리고 연극 등을 아우르는 예술적 흥취와 그것을 동경하거나 예술, 그 자체가 자신의 인생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인기를 의식한 때문인지 엉뚱한 제목이 붙었지만,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오케스트라 좌석’이다. 원제는 폭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마치 베틀 위의 북처럼 다양한 인물들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제시카(세실 드 프랑스)의 시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적절해 보인다.
제시카는 젊은 날 호화로운 삶을 꿈꿨던 할머니의 말을 듣고 파리로 상경해 몽테뉴 거리의 바에 웨이트리스로 취직한다. 그리고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파리의 예술계를 오케스트라석에 앉은 것처럼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앞으로 십년 동안의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
다소 밋밋한 로맨틱 코미디 <파리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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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에 니토베 이나조는 “무사(사무라이)는 온 국민의 아름다운 이상이었다.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삶에 대한 본연의 자세, 사고방식 등 무엇 하나 무사도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없었다”며 <무사도>(한국어판 제목 <일본의 무사도>)에서 서양인들을 향해 썼다. 사무라이는 일본적 정신세계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열쇠말이다. 그 말 속에 ‘섬기는 자’라는 뜻을 갖춘 사무라이,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당연히 많았고 지금도 많다. 주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마치고 할복하여 죽은 16세기 47인의 충신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의 충과 의를 대변하는 명예율에 관한 오래된 서사가 되었고, 미조구치 겐지는 그걸 장중하게 담았다. 혹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많은 영화에서 도시로 미후네의 건장한 얼굴과 육체, 웅장한 목소리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삐딱한 방식으로 현현되는 사무라이의 대표였다. 대체로 영화 속 사무라이
<황혼의 사무라이> 마지막 사무라이의 생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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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마이클(애덤 샌들러)은 일중독자다. 그는 현재를 희생해야만 미래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은 거절하지 못하고,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패스트푸드로 달랜다. 성격은 점점 포악해지고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횟수는 늘어간다. 그런 그에게 일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이 생긴다. 말 그대로 클릭 한번만 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리모컨. 그러나 쾌감도 잠시일 뿐, 반환 불가능한 이 리모컨은 마이클의 인생을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이끌고 만다.
소음으로부터 차단되고 싶다면 볼륨 키를 누르고, 과거의 어떤 추억을 다시 보고 싶다면 되감기를 누르고, 현재의 시간을 건너뛰고 싶다면 빨리감기나 스킵 버튼을 누르면 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경험하고 싶은 것만 경험하는 방식으로 인생 메뉴를 설정하기. 마이클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생의 모든 지루한 과정들을 인내하고 견뎌내지 않고도 승
<클릭> 가장 할리우드적인 드라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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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밀림에서 종전을 맞은 겐타로(하기와라 마사토)는 군악대 선배였던 조(마쓰오카 슌스케) 등과 함께 밴드 럭키 스트라이커를 만들어 미군 클럽에서 재즈를 연주한다. 그와 동료들에게 재즈는 전쟁을 잊고 삶을 견디도록 해주는 동력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에 동생을 잃은 미군 러셀은 미국 음악을 연주하는 겐타로를 경멸하며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온다. 러셀은 겐타로가 분노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뛰어난 색소폰 주자이기도 하다.
재즈영화로 착각하기 쉬운 <클럽 진주군>은 황폐하면서도 떠들썩했던 전후 도쿄의 스케치에 가까운 영화다. 발붙일 데가 없는 참전용사와 지하도를 누비는 부랑아, 미군한테 몸을 팔며 언젠가 바를 열겠다는 꿈을 꾸는 호스티스, 밤을 새우며 등사기를 미는 사회주의자 그룹, 엉성한 영어 간판. <클럽 진주군>은 그처럼 1947년 즈음 도쿄에서 보았을 법한 인물과 사건들을 느슨하게 지나쳐가곤 한다. 그 때문에 <클럽 진주군>
<클럽 진주군> 한순간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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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의 평범한 17살 여고생 노리코(후키이시 가즈에)는 서로 무관심한 가족들에게 상처받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태도에 반발하여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한다. 집을 나온 그녀는 ‘폐허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의 우상 쿠미코(쓰구미)를 만나기 위해 도쿄로 간다. 강보에 싸인 채 우에노역 사물함 54번 안에 버려졌던 쿠미코는 자신의 출생지는 우에노역 사물함 54번이라고 주장하면서 혈연에 의한 가족을 부정한다. 노리코는 쿠미코가 하고 있는 ‘렌털가족’ 사업에 합류하게 되고 ‘미츠코’로 새로 태어난다. 한편, 노리코의 여동생과 아버지는 그녀의 흔적을 찾아나서고 엄마는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가족은 해체되어간다.
<노리코의 식탁>은 소노 시온 감독의 2002년 화제작 <자살클럽>과 동궤에 있다. 54명의 여고생이 신주쿠역에서 집단 투신하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 다시 등장하여 매우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고정된다. 집단 자살을 위해 모인 54명의
<노리코의 식탁> 잔혹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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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문명이 번창하던 시기, 숲속에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표범발’(루디 영블러드)의 부족이 살고 있다. 표범발과 동료들은 어느 날 이 숲에서 타 부족의 피난 행렬을 보며 불안감을 갖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새벽 잘 단련된 전사들이 침입해 마을은 쑥대밭으로 변한다. 침략자들은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강간한 뒤 대다수를 산 채로 붙잡는다. 아내와 아들을 땅속 구멍에 숨긴 표범발 또한 이들에게 붙들려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마야문명권의 도시. 침략자들은 마을 주민을 하늘에 바치는 제물로 삼으려 한다. 급작스러운 개기일식과 함께 표범발은 침략자들에게서 탈출할 기회를 얻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복수극이 시작된다.
멜 깁슨의 4번째 연출작 <아포칼립토>는 소문만큼이나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네 살 껍질을 벗긴 뒤 그것을 입은 모습을 네게 보여줄 거다”라는 분노에 찬 대사는 (다행히도) 장면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아포칼립토> 소문만큼이나 잔혹하고 폭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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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뉴스 앵커 한경배(설경구)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만만하다. 그의 아내 오지선(김남주)은 아들의 모든 것을 관리하며 남편을 맞이하는 완벽한 내조자다. 그러던 어느 날, 9살 난 아들이 유괴되면서 이들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1991년,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놈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차분한 말씨를 구사하는 범인의 끊임없는 협박전화에 끌려다니는 이들의 44일을 우직하게 따라간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러나 미제로 남은 유괴사건을 극화하는 것은 사방에 덫을 둔 위태로운 발걸음이다. 한편에는 상업화, 왜곡, 과도한 개입 혹은 해석의 우려가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극적 긴장감 결여 등 비대중성과 싸워야 한다. 실제 사건의 골격을 그대로 가져온 채 인물의 디테일과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변형한 감독이 택한 전략은, 공개적인 ‘현상수배극’ 표방. 영화의 실제적 주인공이자 영화를 만든 목적에 해당하는 범인의 목소리
<그놈 목소리> 절박함만으로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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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도시마다 적절하게 어울리는 단어들이 있다. 때로는 그 단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이미지 쇄신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만들어져 견고해지는 경우도 있다. 2004년 한국의 국가브랜드로 만들어진 ‘다이내믹 코리아’는 아마도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성과 한국은, 특히 매일 매일 얼굴을 바꾸는 현재의 서울에는 잘 맞아떨어지지만 정책적 차원에서 만들어져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미지다. 반면에 사랑과 낭만의 도시로서의 파리는 오랜 역사에 걸친 전방위적 문화 활동과 산업적 지원을 통해 전세계인에게 각인된 경우라고 하겠다. 스무명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참여해 만든 옴니버스 프로젝트 <사랑해, 파리>는 파리가 환기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에 실체를 입힌 작업이자 파리라는 도시를 향한 절절한 구애가이기도 하다.
열여덟개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은 파리의 행정구역마다 사랑 이야기를 심어놓는다. 영
<사랑해, 파리> 좋은 것들도 지나치면 역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