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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의 눈썹은 나도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던데!” (61쪽 기사 박찬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의 <밀수> 대담 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임수정의 눈썹을 없앴던 박찬욱 감독마저 이렇게 평할 만큼, <밀수>의 고민시는 갈매기 눈썹에 자주색 아이섀도, 은갈치색 꽃무늬 한복을 입는 남다른 도전을 했다. 1970년대 어촌을 배경으로 한 <밀수>에서 어린 나이에 다방 마담 자리까지 올라간 옥분은 당시 시대상을 유난하지 않게 재현하면서 <밀수> 특유의 활기를 리듬감 있게 직조하는 역할을 한다. 돌이켜보면 고민시는 <마녀> 때도 체중을 일부러 10kg 이상 늘렸다가 <스위트홈>에서 발레를 한다는 설정 때문에 다시 13kg 감량하는 등 데뷔 때부터 캐릭터를 위해 유연하게 외모를 바꾸는 데 용감했던 배우다. 이후 1980년 광주를 평범한 청춘들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재현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그가 집중력
[커버] 인간적인, 이토록 인간적인, ‘밀수’ 고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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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인과 연>이 끝날 때쯤 <더 문> 원안을 접했다고.
= 그때 시나리오를 몇개 받았다. <모가디슈>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하기 전에 강신성 대사가 쓴 원작 책을 소개받으면서 판권을 구입했다. <더 문>은 원래 회사의 다른 감독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그는 판타지에 가까운 구출 과정을 핸들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대신 프로듀서가 소재가 너무 괜찮지 않느냐며 내게 이 시나리오를 가져온 것이다. 마침 우주영화를 만들고 싶던 차였다. 8개월 정도 시나리오를 고쳤다.
- 원안과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
= 원안의 플롯은 내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담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더 문>은 나쁜 사람이 덜 나쁜 사람이 되는 플롯을 갖고 있다. 원안에서는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가 유사 부자 관계로까지 이어지는데, 2시간 러닝타임 내에 액
[인터뷰] ‘용서를 구하는 용기’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더 문’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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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끝까지 간다. 바야흐로 1980년대 한국, 외교부 공무원 민준(하정우)은 레바논으로 떠난다. 2년 전 현지 무장 세력에 납치된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민준은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재외교민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를 만난다. 둘은 내전이 한창인 격전지의 중심에서 자국민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1986년 한국에서 일어난 외교관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적인 각색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김성훈 감독은 전작 <끝까지 간다>나 <터널>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서사 구조, 서스펜스와 유머가 배합된 본인의 스타일을 영리하게 적용해낸다. 영화 만들기에의 진지한 가치관과 농담이 적절히 배합된 그의 입담에선 <비공식작전>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 2019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5년 걸려 시사회까지 마친 소감은.
= 제작진에겐 참 미안하지만, 시사 마친 밤에도 편집하느라 바빴다. (웃음) 시사를
[인터뷰] 1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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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물의 핵심은 재난 그 자체다. 대지진 후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버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이후의 상황이 핵심이다. 이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과 같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려나갈 다채로운 드라마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건 다름 아닌 아파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는 단순한 이야기 무대를 넘어 또 하나의 인물, 아니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 디스토피아 속에서 빚어낸 영화적 유토피아의 단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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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보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성패는 리얼리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당연히 홀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다.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사이즈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실제 규모의 아파트를 3층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트, CG 비주얼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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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의 대지진이 한반도를, 어쩌면 전세계를 덮쳤는지도 모른다. 시스템은 일시에 마비됐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국가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 그런데 오직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니. 경악과 안도가 맞물린 얼굴로 각자의 현관문을 열고 나온 주민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본다. 복도와 로비에서 공모하기 시작한 ‘황궁인’들은 더이상 집값 논의를 빼면 마냥 데면데면하던 어제의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든 함께 생존해야만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위기 상황엔 리더가 필요한 법.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후 졸지에 영웅이 되어버린 902호 남자 영탁(이병헌)이 주민 대표를 맡아 아파트 사수에 나섰다. 602호의 젊은 부부,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는 유능한 청년 인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1207호의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특유의 수완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말수 적은 영탁의 옆집 소녀 혜원(박지후)은 어딘가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여줄 것과 말하려는 것의 선명한 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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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지진 이후, 합심해서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된 아파트 주민들의 열혈 생존기를 그려나가는 독특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8월9일 개봉한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마지막 타자로 극장가에 나설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레진코믹스 연재 당시부터 김숭늉 작가의 문제작으로 등극하며 K웹툰 흥행의 출발선에 합류했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의 설정을 영화로 새롭게 각색한 결과물로,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과 함께 이신지 작가가 각본을 쓰고 조슬예 감독(<디바>)이 각색, 정승오 감독(<이장>)이 윤색에 참여했다. 웹툰의 저력에만 기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 축조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크레딧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장르영화에 뾰족한 관심을 보인 엄태화 감독의 세심하고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 더해졌다. 호러 단편 <숲>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커버] 여름을 강타할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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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광’이라는 이랑 감독의 노트에는 영화의 신, 캐릭터 설정에 관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기자의 질문에 틈틈이 메모를 살피고 보여주며 답을 이어나갔다. 그의 신작 <잘 봤다는 말 대신>은 독립예술영화 활성화를 위해 인디그라운드에서 마련한 ‘인디플렉스’ 캠페인 시즌4의 일환으로 제작된 단편영화다.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독립영화감독 김새벽과 공민정은 ‘영화 잘 봤다’는 상투적인 평을 대신할 적절한 말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으나 이랑 감독은 영상과 글, 그림과 음악을 넘나들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앨범 《늑대가 나타났다》로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뒤 “이제 영화를 찍을 때”라고 느꼈다는 그에게 대화를 청했다.
- 캠페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영화를 찍기 어려워 웹드라마 연출을 주로 했다. 그 밖에 예술 분야에서 입지를 잘 다지고 싶은 마음에 음악
[인터뷰] 이야기를 꺼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잘 봤다는 말 대신’ 이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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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을 영위하던 타에코(기무라 후미노)에게 예기치 않은 비극이 닥친다. 아들 케이타,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와 함께하던 시간이 무너지며 전에 없던 슬픔에 잠긴 타에코. 그때 홀연히 나타난 전남편 신지(수나다 아톰)로 인해 타에코는 충동적인 감정에 사로잡힌다. <러브 라이프>의 후카다 고지 감독은 선과 악의 얼굴을 겹쳐놓고, 빛과 그림자를 적확히 사용해 홀로 선 인간의 존재론에 대해 논한다. 2010년부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나란히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후카다 고지 감독은 현재 일본영화계의 제작 환경 개선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러브 라이프>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
= 20대 초반에 접한 야노 아키코의 노래 <Love Life>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Love Life>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어”라는 가사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들리는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멀리 떨
[인터뷰] 불가해한 타인을 만나는 영화적 체험을 위해, ‘러브 라이프’ 후카다 고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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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촬영 당시로 돌아가보자고 했을 때 배우 안소요가 떠올린 풍경은 자신이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이었다. 흡인력 있는 시나리오에 반한 뒤, 2번의 오디션 끝에 그가 얻은 역할은 자해 치료 모임에서 만난 문정(김서형)의 퍽퍽한 삶 속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3급 지적장애 여성 순남이다. 현장에서 그는 “어떤 것도 정해두지 않고 투명하게 가려고” 했다. 문정의 비밀을 들춰낼 수 있어 긴장을 안기는 순남의 예측 불가한 화법과 행동은 “김서형 배우가 주는 생생한 에너지를 따라갔다가도 튕겨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사실 그는 실전에서 자유롭기 위해 철저한 사전 작업을 거쳤다.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 흡수한 걸 의도적으로 지우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백지상태가 되고 나서야 내 식대로 하나하나 쌓아올렸다. 그래야 인물을 한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소요가 배우가 되는 과정에는 인생을 바꾼 작품 대신 “연기의 맛을 봤던
[WHO ARE YOU] ‘비닐하우스’ 안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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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에 이른 배우 도경수. 20대의 온종일을 노래와 연기로 채웠던 그가 <더 문>으로 돌아왔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로 활동하며 2014년 영화 <카트>,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이름을 알린 이래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와 <스윙키즈>로 배우의 입지를 공고화했던 그가 군 공백기 이후 5년 만에 극장가를 찾은 것이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강직하되 청아한, 아주 큰 눈망울은 변함이 없다. 마침내 이 눈빛은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비행사 황선우의 외로움과 흔들림, 그리고 이것들을 이겨내는 강직함까지 두루 섞어낸 최적의 무기로 거듭났다. 그는 “지금까지의 배우 경력 중 감정의 크기와 폭이 가장 크고 넓은 인물을 연기했다”라며 촬영 당시의 설렘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눈은 향후 10년의 세월을 또다시 거뜬하게 빛낼 만큼 영롱했다.
-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건 대략 5년 만이다.
= 너무 떨
[인터뷰] 가장 크고 깊은 감정으로, ‘더 문’ 도경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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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의 재국은 실패를 직시하기보다 숨어버리기를 택한 비겁한 남자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엔진 결함으로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우주센터장에서 물러나 잠적해버린다.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우리호가 또 한번 사고로 대원들을 잃자, 정부는 유일한 생존자 선우(도경수)의 귀환을 위해 사령선을 가장 잘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을 소환한다. 소백산 천문대에 은둔하던 재국은 우주센터로 돌아온 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미성숙함을 보인다. 그랬던 재국이 과거를 반추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낸 <더 문>은 어떤 의미에서 재국의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 의외로 김용화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 30년 동안 연기하면서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없는 배우도 많고,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감독님은 더 많다. 감사하게도 김용화 감독님이 다른 작품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로 내 이름을 얘기
[인터뷰] 현장의 에너지와 직면하며, ‘더 문’ 설경구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