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궁금한 거 있으세요? 저번에 여진이랑, 소리랑 같이 만나고, 또 이창동 감독님 때문에 통화하고 하면서 다 말한 것 같은데. 요즘 인터뷰 기사가 많이 나서 더 물어볼 것도 별로 없다구요? 하긴 오전에도 인터뷰 하고 왔어요. 일간지라 사진 많이 안 찍을 줄 알았는데, 10통 가까이 찍고는 마지막 컷 하나 건졌다고 하더라구요. 카메라에 많이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봐요. 그래도 많이 발전했어요. 이제 카메라 앞에 서도 땀은 안 흘리거든요. 그러고 보니 저 1년 새 스타덤 코너 세 번째예요. 그런 배우 흔치 않죠? <박하사탕> 때문에 정말 컸나봐요. (웃음) 하긴, 전엔 시나리오 복사한 거 한 두장 받아서 오디션 하고 그랬는데, 이제 완전한 시나리오가 와요.
저번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다구요? 그때가 부산영화제 직전이었죠, 아마. 그땐 저 스스로도 이상했어요. 질문 하나 잘못 하면 터져버릴 것 같았다구요? 왜 외국 배우들은 너무 역할에 몰입해서 끝나고 나면
누가 했어도 칭찬받았을 거예요, <박하사탕>의 설경구
-
일본을 대표하는 ‘휴머니스트’ 오구리 고헤이 감독(56)이 한국을 찾았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 아니다. 영화를 취재하러 왔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취재하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리포터 자격으로 일행에 합류했다. NHK는 매년 5편의 아시아권 영화를 선정해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데 <박하사탕>은 작년에 낙점받은 영화 중 한편이다. 평소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어드바이스 자격으로 NHK의 제작 지원작 선정 작업에 참여해왔으며 이번에 <박하사탕>이 한국에서 개봉하자 감독과의 대담을 겸해 한국을 방문한 것.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잠자는 남자>를 출품하는 등 오구리 감독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 감독의 데뷔작 <진흙강>(81)은 재일한국인 가족의 빈곤하고 누추한 삶을 포착한 영화였으며 재일한국인 작가 이회성 원작의 <
NHK <박하사탕> 특집 취재차 방한한 오구리 고헤이 감독
-
제목에 축제 분위기의 새해 첫날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고 개봉이 1주일 밀리긴 했지만, <행복한 장의사>는 웃음과 희망이 있는 영화다. 사는 게 별로 즐겁지 않은 세 사람이 노 장의사로부터 죽음을 경건하게 맞는 법을 배우면서 삶의 온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연기와 음악을 오가며 양쪽에서 다 든든한 자리를 마련한 김창완과 임창정이 주연이라는 점이 또다른 관심거리.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자살하려다 마음 고쳐먹고 장의사 일을 시작한 판철구, 장의사 자리에 오락실을 차리려는 철없는 청년 장재현 역을 각각 맡아, 새 천년 벽두의 관객을 찾았다.
노래 부를까, 영화할까
김창완
“록하기엔 너무 늙어버렸지”
“맞아. 이게 처음 주연 맡은 영화야. 소감? 누군가 ‘60, 70년대라면 당신 같은 사람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그러더군. 맞는 말이지 뭐. 난 영화 하는 거 자체가 좋아. 주연이라고 해봤자 멋있는 영웅도 아니고 그냥 허둥대는 초보장의사에 불과
<행복한 장의사>의 두 주연배우 김창완·임창정
-
아웃사이더의 표지를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세상에 섞여들 것 같지 않은, 희망 같은 것은 존재한 적도 없다는 듯한 눈빛을 한 채 세상에서 떨어져 있다. 안젤리나 졸리(24)도 그런 부류이다. 어깨와 팔에 새긴 문신도, 나이프를 수집하는 취미도 그녀를 크리스털 그릇처럼 마냥 예쁘기만 한 여배우들과 구분짓는다. 비슷하게 삐딱한 이미지를 가진 <트레인스포팅>의 ‘식보이’ 자니 리 밀러와의 결혼식에서도 졸리는 자신의 피로 밀러의 이름을 휘갈긴 흰 셔츠를 입고 서로의 피를 교환하는 파괴적인 의식을 치렀다. 그러나 그처럼 요란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졸리는 질서에 젖은 사람들이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쉴새없이 요동치는 감정과 수그러들지 않는 오만함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이미지 그대로 험한 역들을 거쳤다. <미드나잇 카우보이>에 출연한 배우 존 보이트의 딸로 평가받고 싶지 않아 성을 버리고 나타난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마치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
세상에 섞여들지 않는 눈빛, 안젤리나 졸리
-
-
2000년의 첫 만남/ 뮤지컬 <황구도>. 연극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세기말> 끝나고 바로 섭외가 들어왔어요. 개들의 사랑을 그린 잔잔하고 따뜻한 뮤지컬이예요. 얌전하고 착하고, 천상 여자인 암캐 캐시로 출연해요. 예전에 출연한 역할과는 아주 달라요. 1월3일부터 방영되는 TV드라마 <나는 그녀가 좋다>에서는 못돼서 새침하기보다는 못돼서 귀여운 악녀로 나와요. 이미지 변신을 즐겨요. 꾸준히 자기를 가꾸지 않으면 배우로서의 생명력은 없다고 봐야죠.
1999년 20자평/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을, 내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 많았던 한해. 그러나 새 천년엔 또 무엇을?
21세기, 나의 길/ 연기도 계속하고 싶지만, 교단에서 후배들에게 내 지식을 나눠주고 싶어요. 그래요, 교수가 꿈이예요. 중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연기를 하는 것도 일종의 현장경험이죠. 아직 뭘 가르칠지는 정하지 못했어요. 남들이 많이 가는 미국말고 일본으로 유학가서 새로운 걸 배
21세기 스크린, 네개의 사자후 [4] - 이재은
-
2000년의 첫 만남(첫 작품)/ 홍상수 감독님의 <오! 수정>이 될 거예요. 감독님이 참 특이하세요. 촬영 현장에서 음악을 틀어놔요.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도 않아요. 배우를 편하게 해주세요.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이예요. <오! 수정>은 2000년 한국영화 하면 떠오르는, 그런 영화가 될 거예요. 흑백영화라는 것만으로도. 홍 감독님 영화라서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저는 ‘내 영화’라서 잘했다는 박수를 받고 싶어요.
1999년 20평/ 홍상수 감독님 식으로, 은주가 영화에 빠진 해!
21세기, 나의 길/ 계속 배우로 살아야죠. 아직 난 배우라기보다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죠. 아기배우예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배우는 특별한 사람이거든요. 오래 두고볼 수 있는 연기자, 세월이 흘러도 신비롭게 여겨지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2000년 1월1일 0시/ 계획대로라면 <카이스트>에 함께 출연하는 정민 선배가
21세기 스크린, 네개의 사자후 [3] - 이은주
-
2000년의 첫 만남/ 얼마 전 성재 오빠(이성재)랑 <플란다스의 개> 촬영을 마쳤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이가 제 역할인데, 순수하고 정의로워서 동네 강아지 실종사건을 접하고 추적해요. 상황은 웃긴데, 사람이 진지해서 더 웃길 거예요. 감독님 말씀처럼 현남이랑 나랑 많이 닮아서, 연기하기 아주 편했어요.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구요. 시나리오 읽고 무조건 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시사회날은 꼭 울어버릴 것 같아요.
1999년 20자평/ 연기의 맛을 알아버린, 그래서 연기를 택하는 대신 다른 한편을 포기한 한해(배두나는 <플란더스의 개>를 만나면서, 드라마, 쇼프로 MC, 라디오 DJ를 모두 그만뒀다).
21세기, 나의 길/ 난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거든요. 과거에 얽매이지도, 미래에 부담을 느끼지도 않아요. 재밌고 즐거우니까 하는 것뿐이예요. 한동안 몰두하다가 놓아버리는 버릇도 있구요. 뭔가 이뤘다 생각하면 놓는 거죠. 깨는 걸 좋아하나봐요. 그런
21세기 스크린, 네개의 사자후 [2] - 배두나
-
2000년의 첫 만남/ 1월중에 촬영 들어갈 호러영화 <가위>. 배우의 힘으로 끌고 가는 영화는 아직 내게 무리라 생각하는데, <가위>는 장르적으로 다 같이 가는 영화라 맘이 놓였어요. 그리고 호러영화는… 묘한 매력이 있잖아요. 튀지 않는 캐릭터인데, 어떻게 표현해낼지 요즘 구상중이예요.
1999년 20자평/ 그저 그렇게, 그러나 그렇게, 언제나 그렇듯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다시’를 외치자) 이해가 안 가요. 너무 갑자기 떠서.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가. 요즘 출연섭외가 너무 많아져서 정신없어요.
21세기, 나의 길/ 배우는 배우일 뿐이예요. 왕도 제작자도 감독도 아니죠. 연기나 품행에 있어 지난해는 배우로서의 과도기였다고 생각해요. 21세기는 한발 더 나아갈 시점이죠. 할 수 있는 걸 할 거예요. 그간 맡은 역할들 때문인지, 사람들이 날 답답하거나 비관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눌하고, 권태롭고, 뭔가에 눌려 있는… 지금보다 연기를 더 잘
21세기 스크린, 네개의 사자후 [1] - 유지태
-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이상한 선물 하나가 우리에게 배달되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라는 글씨가 총총 박힌 붉은 포장지 안에서 어떤 이는 ‘못생긴’ 공포영화 한편을 꺼내들고 투덜거렸지만, 어떤 이는 생경한 광채를 발하는 작은 보석을 발견하고 가슴을 두근거렸다. 이 묘한 선물을 보내 온 산타클로스는 영화아카데미 13기 동기생인 김태용(30) 감독과 민규동(29) 감독. <여고괴담…>은 16mm 단편영화 <열일곱>(1997), <창백한 푸른 점>(1998)에 이은 그들의 세 번째 공동 연출작이자 첫 번째 상업영화다.
“민선이(민아 역)가 잠깐 자리 비운 동안 심심해서 예진이(효신 역)랑 영진이(시은 역)랑 우리 둘이서 누가 많이 관객 끌어오나 경쟁했어요.” 개봉날 극장 앞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를 천진한 말투로 들려주는 두 감독은, 맑되 가볍지 않았고 열정적이되 그 열정에 대해 담담했다. 마치 동급생 친구라도 되는 양 영화 속 소녀들에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공동감독 김태용ㆍ민규동
-
‘헬로 김치’라는 노란색 포스터가 내걸린 동숭씨네마텍.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오가는 발걸음이 뜸했다. 12월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 동안 외국에서 활동중인 젊은 한국감독들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이 자리에 관객은 별다른 관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날도 추운데,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을씨년스런 고민에 덩달아 심각해지기 싫은 탓일까. 사실 재외한인 감독들의 작품이라고 해서, 한국인입네 정색하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써니 리(이선영) 감독의 작품을 만나야 했다. 그가 미국서 들고온 단편 <카우걸> <중국음식과 도넛>은 만듦새도 깔끔하지만,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장 밖으로 나올 즈음, 관객의 머릿속에 불쑥불쑥 묵직한 생각거리들이 튀어오르게 하는 재주가 범상치 않다.
써니 리 감독은 4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버지니아로 건너갔다.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얘기 만드는 걸 좋아해서” 영화에 관심을 기울였고, 시
재외한인영화제에 <카우 걸> 출품, 방한한 재미한인 감독 써니 리
-
섹스의 여신 마돈나가 “평생의 유일한 사랑”이 있다고 고백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뾰족한 원뿔을 가슴에 달고 남성 댄서들을 희롱하는 마돈나, 거리낌없이 오럴 섹스를 재현하는 이 위협적인 섹스심벌도 한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는 사실에 남자들은 질투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가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소문난 숀 펜이라면 더욱 안심이다. 파파라치가 탄 헬기를 향해 권총을 쏘아대고 기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숀 펜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저 난폭한 젊은이였을 뿐이며, 그에게 얻어맞고 이혼한 마돈나는 별 수 없는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선 ‘마돈나의 남편’을 둘러싼 수다와 다소의 진실을 걷어내자, 그래야 동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배우로 평가받는 숀 펜 자신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분노와 수상한 열정을 감추지 않는 배우. 단 한번도 순종적이지 않았던 숀 펜은 할리우드의 통념과 소비적인 이미지에 반역을 기도한다. 그의 반항은 10대 혹은 2
할리우드를 향해 총구를 겨누다, 의 숀 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