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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중 내게 신념을 불어넣어준 모든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여. 여러분을 위한 투사가 되는 것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은 없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아직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누군가는 해낼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미래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연설을 보고 있을 모든 어린 여성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귀하고 영향력이 있다는 걸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꿈을 좇고 이룰 세상에서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오롯이 누려야 한다는 것 또한 의심하지 마십시오.”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바다 건너 트럼프까지 이어지는 이 세계사적 혼돈의 순간에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패배 인정 연설은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믿기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괜히 떠오르는 영화들만 많았다. 돌이켜보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마셰티>(2010)에서 극우보수파 상원의원 맥라플린(로버트 드니로)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빈 라덴, 이디 아민, 맥라플린, 트럼프 4지선다의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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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무실의 칸막이 공간 안에 두 남자가 탁자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묻는다. “재즈… 좀 알아?” 젊은 남자가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알죠, 맹렬히!” 나이 많은 쪽은 만화 담당 편집기자고 젊은 남자는 만화가다. 두 사람은 잡지에 새로 연재할 만화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만났다. 젊은 만화가는 재즈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기 원하는 모양이다. 다시 묻는 담당 편집기자. “종이에서는 소리가 안 난다는 거 알아?” 땀을 삐질 흘리는 만화가. “네. 책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긴 하지만.” 만화가의 대답을 듣고는 땀을 삐질 흘리는 담당 편집기자. 다시 묻는 담당 편집기자. “재즈에 승패라든가 그런 게 있나?” “어… 없죠” 침묵. 두 사람 서로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젖히며 큰 소리로 웃어젖힌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독자를 겨냥한 소학관의 만화잡지 <주간 영 코믹> 회의실 풍경이다. 어찌되었든 담당 편집기자와 만화가는 재즈
[오승욱의 뒷골목 만화방] 신이치 이시즈카의 <블루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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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게임 불감증을 고쳐준 건 스웨덴 게임개발자 마르쿠스 페르손의 <마인크래프트>였다. 이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게임으로 날밤을 새운다는 경험을 몇년 만에 한 기억이 있다. 직업으로 삼은 뒤 시들해져 가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새삼 상기시킨 건 픽사 애니메이션 <업>과 <월·Ⓔ>였다. 실사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영화의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분명 재미있고 매끈한 영화다. 하지만 슈퍼히어로영화에 대한 내 피로감을 씻어주기엔 조금 역부족이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세 번째 페이즈의 문을 열기에 손색이 없는 완성도였음에도 극장을 나선 순간 무감각하게 휘발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아쉬움을 달래려 오랜만에 <마인크래프트>를 꺼내 플레이해본다.
상상한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놀라울까. &
[송경원의 덕통사고] <마인크래프트>가 <닥터 스트레인지>에 하고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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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용돌이처럼 격렬하게 기타와 드럼 연주가 몰아친다. 여기에 두두두두두두거리는 베이스가 합세하고, 스네어가 터지면서 곡은 절정을 향해 듣는 이들을 마치 타임 리프처럼 단숨에 이동시킨다. 이후 변박을 통해 곡은 후렴구로 전환되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 연출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과연 이 밴드의 전성기가 바로 이 곡과 함께 열렸던 것이로구나, 다시금 실감케 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뮤즈의 <Stockholm Syndrome>은 2003년 공개된 그들의 3집 《Absolution》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순간을 완성하는 노래다. 굳이 13년 전의 이 곡을 지금 추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혹은 동조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서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이 인질범이 자신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심지어 고마움을 느꼈고, 법정에서 불
[마감인간의 music] 스톡홀름 증후군의 나라 - 뮤즈, <Stockholm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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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밝혀지는 날들이다. 사과문이 올라오는 날들이다.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끝나지 않은, 끝나서는 안 될 날들이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글들은 양적인 면에서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올라오는 거의 모든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그동안 누적된 나의 모든 무지와 묵과가 역시 죄가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완전히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모른다고 믿었다. 불쾌한 상황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다. 나만 처신을 잘하면 된다고 믿었다. 편리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죄를 가려주는 믿음이었으므로. 그러나 “모를 수 있다는 것도 권력”이라는 말 앞에서 나는 그간의 허술한 믿음 체계가 마침내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삼 내가 처한 위치와 조건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소설가이며, 문예창작학과 강사이고, 1인출판사 운영자이고, 가해 지목인의 친구이고, 피해자의 친구이며, 무엇보다 여성이고, 이러한 처지와 입
[한유주의 디스토피아] “모를 수 있다는 것도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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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충무로를 기웃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아는 감독이라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유일했고 가장 재밌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황비홍>이나 <원초적 본능> 같은 영화가 고작이었을 것이다(물론 그 영화들은 지금도 여전히 훌륭하지만!).
<바톤 핑크>는 그즈음 비디오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화였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구별하는 기준도 없었다. 그저 내가 재밌게 본 영화가 좋은 영화였다. <바톤 핑크>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인물이 등장하는, 즉 마피아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멋진 마피아가 아니라 작가가 등장했다. 그는 총 대신 타자기를 사용했다. 그것도 지질하고 코믹한 이미지에 가까운 배우 존 터투로라니!
보통 사람들에 대한 희곡을 써서 유명해진 핑크는 할리우드로
[내 인생의 영화] 천명관의 <바톤 핑크> 빌어먹을, 무지하게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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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각해봤을 주제다. 많은 프로그램에서 이미 녹여낸 포맷이다. 흔히 ‘예능 늦둥이’라고 불리는 방송인들. 스포츠 스타든 아나운서든 가수든, 그녀 혹은 그가 우연한 기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진가를 인정받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이 일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능 인재 발굴 프로젝트’라니. 프로그램의 제목은 무려 <예능인력소: 하실 분 쓰실 분>이다.
tvN에서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예능 빈익빈 부익부 시대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는 김구라다. 늦깎이 예능 스타로 스포츠 스타 서장훈과 ‘프로 불참러’ 조세호, ‘자숙 예능인’ 이수근, ‘들이대’ 김흥국이 보조를 맞춘다. 예능 스타가 되고 싶은 인력(‘빛날이’라고 부른다)을 선배 예능 스타(‘바라지’라고 부른다)가 짝을 맞춰 데리고 나온다. 첫 관문은 김흥국의 ‘멘탈 트레이닝-들이대 방’.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질문이 쏟아지는 5분간의 면접 시간을 통해 빛날이들이 메
[김호상의 TVIEW] <예능인력소: 하실 분 쓰실 분> 예능 스타를 생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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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닥터 스트레인지> 마법보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현실세계
[정훈이 만화] <닥터 스트레인지> 마법보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현실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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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건국 이래 최대 정치 스캔들이다. 사정 기관 혹은 정치권의 자정 노력에 의해 밝혀진 것이 아니라 언론의 취재로 촉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워터게이트에 비견될 만하다.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은 결말을 맞는다면 우리 사회의 가능성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흑역사가 될 것이다.
비선 실세나 재단을 활용한 재벌과의 불법 자금 거래 등의 행위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보와 외교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걸쳐 비선 실세의 이해관계가 작용했고 국민의 세금이 그들을 위해 운용되었다는 사실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나는 정말 며칠째 세금이 아까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우리 공동체의 수준과 미래를 대변하기 위해 뽑은 대통령이라는 걸 감안할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나는 안 뽑았는데요, 라는 말은 지금과 같은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우리 사회의 <로제타>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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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한 오래된 영화인의 얘기에 따르면, 프랑스 유학파 박광수 감독이 이른바 ‘사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칠수와 만수>(1988)로 한국영화계에 등장하던 순간이 과거와 작별하던 순간이다. 이후 이른바 ‘의식 있는 운동권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과거의 구시대적인 여러 악습들이 개선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영화인도 “그때부터 영화계에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성폭력부터 촌지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들어 영화계가 많이 깨끗해진 데에는 그런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름 일리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영화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몇년 전 한 배우가 “한국영화계의 본바탕이 좌파다”라고 말하며 이슈가 됐을 때, ‘그런 얘기인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호 ‘영화계_내_성폭력’ 특집을 준비하며 이화정, 송경원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그렇게 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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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 도시들도 계획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거칠게 써보자면 미리 정할 수 있는 도로나 교량이나 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먼저 계획하고, 개인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건물의 용도와 크기를 제한하는 식으로 미래를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구체적인 도시의 형태를 블록으로 정해서 도시의 변화를 통제하는 방법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원래 예측한 방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용성이 약화된다. 예측을 넘어선 일들이 일어나거나 게임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축구팀과 가우디의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 바르셀로나는 도시계획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블록으로 구획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눈썰미 좋은 방문객이라면 블록 하나의 크기가 다소 크다는 점, 도로가 반듯하고 넓다는 점, 블록의 형태가 팔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 등을 특이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을 통해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바르셀로나 도시계획과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