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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를 사랑하는 일은 가끔, 실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달리 줄 곳 없는 마음을 일생에서 겨우 찾아낸 한 대상을 향해 애써 쏟아붓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경외하는 영화에 대한 누군가의 비웃음을 들을 때. 나는 그 영화가 굉장했고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혹평하며 심지어 업신여길 때. 나만의 굉장한 발견을 남이 몰라주는 억울함이 아니라 내 감각이 타인과 공명하지 않는 것에 대한 슬픔. 대다수가 그다지 칭송하지 않는 영화를 개인의 성전(聖殿)에 올려두는 일은 마이너한 자신의 취향을 재발견하는 것이며 혼자서만 하는 사랑이다. 모든 외사랑은 쓸쓸하고 편협하다. 편협함은 결코 자랑스러워할 것이 못 된다. 하지만 바로 이 외사랑이 가능한 점 때문에 영화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모두가 좋아/싫어한다는 말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는 감각
1997년, 고교 1학년이었던 나는 이미 완벽한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아수라>를 보고 나서 떠올린 <악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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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소리를 지르면 갈라지고 마는, 아직 불안정한 청년의 목소리가 “멈추어라” 만큼은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위엄과 의지를 뿜는다.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세자 이영(박보검)이 청량한 목소리로 “멈추어라”라고 말할 때마다 ‘이것이 옥음인가?’ 하고 잠깐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근엄한 체하던 목소리의 각을 “닭다리?” 따위의 장난스런 대사로 풀어버릴 때다. 그리고 이 속성은 드라마의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궁궐을 로맨스의 무대로 삼는 이른바 퓨전 사극이 ‘국법이 지엄하거늘’로 반복되는 구시대의 규칙과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 가치관에 기대어 금기의 쾌락을 끌어낼 때면 당연히 퇴행을 지적하게 된다. 역적의 딸 홍라온 (김유정)이 내시로 입궁해 왕세자와 사랑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남장 여인, 아버지와 불화하는 왕세자 등 잘 팔리는 설정을 다 끌어모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고 이전 드라마들과 겹치는 배역과 사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유선주의 TVIEW] <구르미 그린 달빛> 금기와 규칙을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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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럭키> 목욕탕에서 뒤바뀌어버린 운명
[정훈이 만화] <럭키> 목욕탕에서 뒤바뀌어버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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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고양이의 본능이다. 하지만 본능이라고 해서 그걸 반드시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본능이 곧 재능이었다면 나는 맛있는 걸 먹고자 하는 본능으로 타고난 곰손이라는 유전적 한계를 극복하고 매끼 <한식대첩> 파이널에 필적하는 밥상을 차려 먹었겠지, 안 되면 <삼시세끼>라도. 하지만 장조림을 만들겠다고 간을 보다가 간장물만 한 사발을 마시고는 배가 불러 널브러지는 것이야말로 재능이 본능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의 슬픈 운명이다.
우리집 고양이 마요도 비슷하다. 사냥 본능이 매우 발달한 마요는 내가 쥐돌이를 던지면 초속 5m의 속도로 돌진하곤 한다. 그렇게 일직선을 그리며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가 사냥감도 지나치고… 까먹는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 굵은 다리를 티코 바퀴처럼 돌리며 달려왔는지를. 그러고는 잠깐 어리둥절해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마치 원래 이런 볼일이 있어 현관까지 뛰어왔다는 듯이 그루밍을 두어번 하고는 머쓱해져서 돌아온다. 아아, 우리 마요, 5초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사냥꾼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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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의 전과 후, 나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과거도 포함해 그 의미가 크게 바뀌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에서 “영화가 감독의 인간관이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라면, 나의 변화는 당연히 작품도 바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지진도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리 없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본 대지진이 “지금까지 우리가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잊은 척하며 내달려온 문명을 근본부터 되묻는 사건”이라고도 덧붙였다. 몇주 전 <립반윙클의 신부> 홍보차 방한해 <씨네21>과 인터뷰를 가졌던(1074호) 이와이 슌지 감독도 “3·11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 일본에서 더이상 실사영화를 만들지 않고 해외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진과 원전사고로 내가 태어난 나라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그렇게 상처입은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씨네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911 311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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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이 매서운 이 남자, 어쩐지 심상치 않다. 런던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프랑스로 건너간 이 남자는 거리에서 노숙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바와 호텔 무대를 전전하며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겨우 꾸렸고, 돈을 조금 모아 들어가게 된 20유로짜리 호텔에서는 꼭 맨 밑의 침대를 고집했다고 한다. 행여 누가 자신의 짐을 훔쳐 달아날까봐서였다. 바로 이 남자, 벤자민 클레멘타인에게 영감의 수원지가 되어준 건 그를 프랑스로 이끈 시인들과 뮤지션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는, 자신이 목격하고 겪었던 특별한 경험들을 시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결과, 프랑스 언론들이 그에게 주목하면서 레코드 계약을 체결, 데뷔작 <At Least For Now>를 2015년 봄에 공개했다. 음반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우리 시대의 니나 시몬”이라는 찬사 속에 유럽 각지에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마침내 뮤지션으로서 최고 영광이라
[마감인간의 music] 거리의 표정 - 벤자민 클레멘타인 《At Least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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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본가로 내려가며 나는 이번 명절은 꽤 쓸쓸하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개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사랑을 다 받으며 살던 개가 8월에 갑자기 죽었고 나와 가족은, 특히 부모님은 일상을 지탱하던 든든한 기반 하나를 잃어버렸다. 나는 저녁 무렵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개도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쓰던 방에 들어가보니 개의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개의 이름을 불렀지만 개는 오지 않았다. 예상대로였다. 쓸쓸했다.
다음날이 추석 당일이었다. 친가쪽이나 외가쪽이나 친척들이 없다시피 한 까닭에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나 그리고 동생하고만 명절을 지냈다. 그리고 차례상 주변에는 늘 개들이 있었다. 두세번인가 차례를 지내는 도중에 개들이 집을 나가는 바람에 차례고 뭐고 때려치우고 개들을 잡으러 뛰쳐나가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가 없었다. 동생도 일이 바빠 오지 못한다고 했다. 차례상에 음식을 차리면서 아버지가 말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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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관심 있는 작품은 언제나 최근에 본 것들이다. 예컨대 <인터스텔라>는 볼 당시에는 가슴 벅참을 느꼈지만 얼마 전 케이블TV에서 재방송을 보니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잊은 상태였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가슴속에서 사라지는 영화를 과연 ‘인생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난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영화 <서울역>을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영화’로 꼽으련다. <서울역>은 집에서 VOD로 봤다. 할 게 없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극장과 달리 집에서 영화를 보는 건 산만해질 위험이 높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고, 난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채 <서울역>을 봤다.
다들 알다시피 <서울역>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다가 실사영화 <부산행>을 찍었다. <부산행>을 혼자 극장에 가서 봤다
[내 인생의 영화] 서민의 <서울역>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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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그림 동화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1998)에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즐비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캐스팅 디렉터의 공이 돋보이는 영화다. 뒤통수에 입이 있는 소녀, 몸 안에 벌떼가 사는 꼬마, 한쪽 눈이 영사기 렌즈로 변하는 소년 등 슈퍼 파워라고 규정하기 애매한 ‘다름’을 지닌 인물들을 절묘하게 어울리는 배우(경력/비전문)들이 연기한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기괴한 외모가 아니지만 잠시 눈길을 주면 색다른 기운을 피워낸다. 헬레나 본햄 카터를 닮은 엠마 역의 엘라 퍼넬은, 팀 버튼 헤로인의 전통인 과장된 눈과 인위적 블론드를 계승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로 분한 테렌스 스탬프도 <라이미> 이후 모처럼 보람 있는 역을 즐긴다. 미스 페레그린 역의 에바 그린은? 말하나마나다. 특수효과 없이도 곧장 조류로 변신할 것처럼 보이는 배우가 달리 또 있겠는가?
09/16
<카페 소사이어티>의 뉴욕 청년 바비 도프만(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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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본(이미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이니 나만 재미있게 본 영상은 아닌 듯하다) 영상이 있다.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한 캐논 광고. 대부분 30초 안팎의 듀레이션을 가지는 상업광고와 달리 이 광고의 풀 버전은 4분38초. 스낵콘텐츠로 충분히 기능한다는 뜻이다.
축구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하지만 근엄하게 바라보는 안정환의 독백이 첫 신이다. ‘치열했던 나의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차례다.’ 카메라 광고답게 시선을 분할하고 줌인과 줌아웃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신은, 도둑을 쫓는 경찰.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도둑을 향해 발사한 안정환의 캐논포는 경찰을 맞히고, 그는 경찰에 연행된다. 화면 아래에는 #공무집행방해 #패닝샷 #콩밥 등의 해시태그가 흐른다. 자연사진을 촬영하는 안정환의 앞에 항상 나타나는 곰, 그리고 정글 속의 군대에서 다시 만난 곰. 되풀이되는 병맛 코드는 안정
[김호상의 TVIEW] <캐논 광고 영상> 병맛, B급, 아재 감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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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벤허> 경주는 시작일 뿐이다!
[정훈이 만화] <벤허> 경주는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