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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뉴스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종필씨를 만나고 안동 하회마을을 가는 등 대선행보를 시작했다는 기사가 즐비하다.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하고 있다. 왜 하필 독재자가 수십년째 집권 중인 우간다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수교를 맺었고, 우간다가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이해 정도가 아니라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든다. 4대악 근절에 1970년대에나 어울릴 ‘불량식품 근절’이 포함된 것을 본 이후로는 여간해서 놀라지 않는다. 모두 ‘애도의 정치’일 뿐이다.
다른 능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주어와 술어의 일치에 자주 어려움을 겪는 정치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의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그것은 알다시피 아버지의 유산 덕분이며, 정확히 말하면 ‘갑자기 불명예스럽게 살해된 지도자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사람들의 애틋한 감정’ 때문이다. 그 인간적인 감정은 수백만명의 표로 응고되어 정치적 자원이 되었다.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애도의 정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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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배우(<수색역>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국화꽃 향기>(2008)를 처음 본 건 3~4년 전이었던 것 같다. 부상으로 오랫동안 해온 운동을 포기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던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다니게 된 모델 학원에서 연기 수업을 듣던 중 영화 <국화꽃 향기>를 만났다.
영화는 지하철 장면에서 시작한다. 몇번을 봐도, 볼 때마다 설레는 장면이다. 희재(장진영)가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려 할 때 동전이 굴러가 인하(박해일)의 신발에 딱 걸리고, 인하가 그 동전을 줍고 동전의 주인인 희재가 동전을 돌려받고 지나가는 모습.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던 그 잔잔한 장면이 정말 좋았다. 그 장면에서 풋풋한 대학생을 연기한 박해일과 꾸밈없는 장진영에게 반하면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됐다.
박해일이 연기했던 인하는 지고지순하고 순정적인 사랑을 한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희재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그리고 희재가
[내 인생의 영화] <국화꽃 향기> 박해일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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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1992년 일본의 신건축 공모전 주제로 “스타일 없는 집”(House With No Style)을 제안했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주제의 이 공모전에서 요스케 후지키는 100개의 평면 카탈로그를 제안해 당선한다. 100개의 평면들 모두는 각각 지붕이나 화장실, 창문이 없는 등 어떤 ‘결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결여는 우리가 집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기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생겨난 것들이다. 요스케 후지키는 지붕이 없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만이 우리의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흔들어서 스타일의 작은 차이가 아닌, 건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삶의 형식이 만들어내는 억압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더 랍스터>(2015)를 보고 나는 루이스 브뉘엘의 <절멸의 천사>(1962)를 떠올렸다. 두 영화는 모두, 삶의 어떤 일반 원칙을 제거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절멸의 천사&g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더 랍스터>를 통해 이 낯선 세계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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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부터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72초 드라마 <오구실> 시즌2. 드라마라기보다는 만화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탄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가 생각난다. 일본에서는 직업여성을 통칭하는 말로 묶여버린 O.L.(오피스 레이디의 약어)들의 이야기. 그녀의 책 제목 그대로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20, 30대 미혼 여성들의 감정을 담담한 그림과 필체로 그려내는, 문고본 판형이 어울리는 만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단한 몸을 전철과 버스에 기대며 직장과 집을 통근하는 수많은 O.L.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지만, 인디 뮤지션 커피소년의 내레이션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어미 처리의 떨림도 거슬린다. 하지만 오구실의 상황에 맞는 사랑스러운 어설픔과 왠지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그마한 따뜻함이 묘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 현실 회사와 상황은 같지만
[김호상의 TVIEW] <오구실> 시즌2 7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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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가씨> 마리 또르망 아가씨
[정훈이 만화] <아가씨> 마리 또르망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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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분노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괴력을 발휘한다고들 한다. 나는 3X년 살면서 그런 경우를 딱 한번 보았고, 딱 한번 들었다.
199X년 XX대학 인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시 끝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조합하며 계산 결과를 도출하던(3년 내내 과외 대신 서빙만 했다, 강남 어머님 상대하느니 주정뱅이를♡) 나는 고민에 빠졌다. 참가비를 올리면 욕을 먹고 참가비를 내리면 적자를 면치 못할진대 전대 학생회로부터 물려받은 빚이 300하고도 몇 십만원, 그렇다면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스물두살 어린 나이에 거대한 가난 보따리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 숙소 사장을 만난 나는 사들고 온 치킨과 함께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방 네개만 빼주세요, 60명은 행사 끝나고 나서 강당에서 잘게요. 딜 성사, 플러스 마이너스 0원, 나 경영대 갈걸 그랬나봐, 아, 성적이 안 됐지. 하지만 인생의 본질은 배신이다.
잔금을 치르던 아침, 사장은 말했다, 27만원 더 내. 뭐라고요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초능력자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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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박찬욱 감독의 단편 <심판>(1999)을 다시 보았다.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굳이 지금의 박찬욱을 설명할 수 있는 진정한 출발이라고 부른다면, 직전에 만든 <심판>에서 지금의 박찬욱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엿보여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는 <아가씨>에 대해 신년호인 1036호(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 표지 촬영 및 좌담)와 창간 21주년 기념 1051호(박찬욱, 김상범, 류성희, 정서경, 오달수, 류승완 좌담)를 통해 거듭 ‘믿음’에 관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심판> 또한 그 믿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특히 <심판>의 배우 기주봉, 고인배는 죽은 여자의 시신에 얼굴까지 나란히 맞대어 제각각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대립하는데, 그들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각각 대립하는 남한군과 북한군으로 나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믿거나 말거나, 아가씨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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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크린 도어가 열리자 백색 마스크 군단이 쏟아져나온다. 행여나 서로의 몸이 닿을세라 미묘하게 움찔거리면서. 누군가 밭은기침을 내면 그 주변인들의 미간에 주름살이 간다. 주의와 경계를 넘어선 어떤 적개. 옆칸에 탈 걸, 다음 기차를 기다릴 걸, 괜스레 집을 나와 이 난리를…. 수많은 가정형의 후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자책한다. 그리고 두렵다. 어느새 자책은 화가 돼 분출된다. 불특정한 다수의 타인이 잠정적인 적이 돼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지하철, 공원, 식당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적개의 감정이 일상의 감정이 된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지난해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메르스가 몰고 온 일시적인 상황 속 감정만은 아니었을 거다. 부정확한 정보와 불확실한 조치는 불신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무작위적인 불행의 전의에 끝모를 적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02
그때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읽게 된 건 우연치고는
[정지혜의 숨은그림찾기] ‘인간적인’ 가능성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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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접했을 때 미셸 공드리라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다. 어떻게 보게 되었나 기억나지 않지만, 짐 캐리가 그저 표정으로 웃기는 코미디 배우가 아니란 건 <트루먼 쇼>(1998)로 알고 있었다. 영화는 2004년에 개봉했고, 한국 개봉이 1년 정도 늦었으니 내가 본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일기를 뒤적이니 ‘그해 본 최고의 영화 중 세 손가락에 든다’고 적혀 있었다. 지금보다 문화생활에 활발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터널 선샤인>을 본 젊은이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미셸 공드리의 팬이 되었다. 후속작 <수면의 과학>(2006)도 극장에서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 이후 미셸 공드리 자체에 주위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다고 기억한다.
이 원고를 쓰기 전, 다른 글을 하나 정리하다가 그야말로 문득 《이터널 선샤인》 사운드트랙이 생각났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가 부른 O.S.T 두 번째 곡 &
[마감인간의 music] 이런 영화도 있구나 -《이터널 선샤인》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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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들은 흔히 먹잇감을 찾아 눈을 번뜩이는 승냥이로 치부되곤 한다. 그들은 어슬렁댄다. 누군가의 주검이나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장면은 외면하기 힘든 훌륭한 사냥감이다. 으르렁 찰칵, 크르렁 찰칵. 카메라를 든 승냥이들은 찰칵거림으로 으르렁댄다. 허나 그것이 맛있다!는 감탄사일까.
1993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굶주려 엎드린 아이와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듯한 검은 독수리를 찍었던 케빈 카터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찬사와 동시에 비난이 쏟아졌다. 카터는 자살했다.
2015년 터키 해안에서 엎드려 죽은 채 발견된 3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를 찍었던 닐루페르 데미르에게 쏟아진 것 또한 ‘용기 있는 찰칵’에 대한 찬사와 ‘타인의 죽음을 볼거리로 전락시킨 찰칵’에 대한 비난이었다. 데미르는 어땠을까. 카터를 떠올린 적은 없을까.
‘인간이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고통이라는 사실은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관심사임을, 고통의 장면이야말로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만다는
[노순택의 사진의 털] 찍히는 모욕 찍는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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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이 없어진 걸 안 것은 택시에 탄 뒤였다. 순간 택시비 생각에 막막했지만 친절한 택시 기사는 냉큼 찾으러 가보라며 요금 따윈 운운하지 않고 바로 세워주었다. 지나온 궤적을 따라 걸으며 지갑을 찾았지만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고 너무 어두웠다. 검은색 지갑이 눈에 띌 리 없었다. 지갑을 포기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후배를 택시 내리는 곳까지 오게 해서 계산을 시키고 지갑 잃은 상실감을 핑계로 술을 퍼마셨다. 어차피 지갑이 없어 술값도 내 몫이 아니니 맘 놓고 술이 잘 들어갈 수밖에. 우연히 만난 배우 일행과 합석을 했다. 그날따라 왜 그랬을까. 평소라면 무례한 발언에 허허실실 넘어가는데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내쪽에서 걸고넘어졌다. 일행 중 섞여 있던 초면의 남자가 날 얼마나 안다고 본인의 여자 후배들에게 하듯 꼰대짓을 하기에 노골적으로 욕지거리를 해주자 그제야 당황한 주변인들에 의해 자리가 정리됐다.
속도 아프고, 지갑 생각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현금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돌아온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