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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最古)의 빵집이라는 군산 이성당이 그냥 군산 빵집이었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도 이성당 단팥빵은 맛있었고, 소보루빵과 야채빵도 맛있었고,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ㄱㅅ국민학교 어린이회장 선거인단 매수 사건, 일명 이성당 회동. 어린이회장을 했다고 도움이 되는 국제중학교 입시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아들 소원은 뭐든 들어주고 싶었던 장(하고 부유)한 어머니는 선거권이 있는 4, 5, 6학년 학급 임원들에게 알렸다. 모월 모일 모시에 이성당으로 오라고, 친구 데려와도 된다고. 나는 친구들과 동생 손을 잡고 이성당에 가서 난생처음 줄을 서서 테이블을 차지한 다음 빵을 양껏 먹고 밀크셰이크도 마셨다. 지금도 생각난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어색한 표정으로 테이블 사이를 돌며 수줍게 인사를 건네던 부잣집 외아들의 얼굴이. 빵으로 배가 불렀던 우리는 모두 즐거웠다. “네, 아줌마! 승훈이 찍을게요!” 부잣집 어머니와 외아들도 즐거웠다. 즐거운 마음으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개싸움 위해 희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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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 일기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크>는 매우 독창적인 85분 길이의 캐릭터 스터디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인물 유형에서 벗어나는 주인공(톰 하디)의 성격도 흥미롭고,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장거리 운전의 단일한 설정으로 탐구한 형식도 확신에 넘친다. 한데 승용차 운전석 중심으로 공간이 설계된 <로크>는 적절한 마스킹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영관에서 훼손되기 쉬운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2.35:1의 비율로 촬영된 <로크>의 구도는, 화면 속 암부(暗部)나 차창의 테두리가 마스킹되지 않은 스크린의 검은 여백과 뒤섞이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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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고 뭉클했다. 한 영화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일과 별개로, 사적으로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경우는 해당 영화를 마치 한 사람의 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병에 담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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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트위터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것은 단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하루종일 영등위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 때문에 블러 처리된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가 리트윗을 타고 야유와 함께 타임라인에 도배됐다. 하긴 어디 이 영화뿐이랴.
<아메리칸 허슬>과 <씬 시티2>는 여주인공의 ‘가슴골’이 포스터에서 사라졌고, <폼페이: 최후의 날>의 ‘키스 장면’도 철퇴를 맞고 사라졌다. 또 <관능의 법칙>은 여배우의 ‘치마길이’가 제재를 받았고, <스프링 브레이커스>는 ‘비키니 복장’, 재개봉된 <몽상가들>은 ‘목욕 장면’이 싹둑 가위질됐다. 물론 내 영화 <남쪽으로 간다> 포스터도 남자 엉덩이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수영복을 입히라는 해괴한 훈계와 함께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받았더랬다.
맙소사, 영등위 심의위원들은 한국인들이 무성생식이라도 하길 바라는 건가. 가슴골도 안 돼, 치마가 짧아도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욕망의 시대, 유령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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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로맨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 무심하며 시크한 성격이라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다른 커플의 싸움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은 걸 보면 그냥 그런 인간인 것뿐이다. 길을 걷다가도 커플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마주보고 있으면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귀가 쫑긋해진다.
찰나만이 아니라 기승전결이 있는 풀 스토리를 보고 싶을 땐 모 포털 사이트의 연애 및 결혼 상담 게시판을 기웃거린다. 그곳은 이승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지옥 중 하나다. 그러나 종종 남과 여, 기혼과 미혼 혹은 ‘개념과 무개념’으로 편을 갈라 그간 쌓아두었던 분노를 닥치는 대로 난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는 이처럼 다른 커플의 갈등을 관전하는 악취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스트레스 걱정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늘어난 아내의 체중 때문에 소원해진 부부, 긴장감이라곤 사라져버린 7년차 커플, 예단을 놓고 말 바
[최지은의 TVIEW] 본격 썸vs쌈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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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엣지 오브 투모로우> 톰 크루즈가 1등!
[헌즈 다이어리] <엣지 오브 투모로우> 톰 크루즈가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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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 공모 기사. 영화진흥을 위한 국가기관에서 짱을 뽑는 중이란다. 이번엔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다. 이런 자동반사적 리액션은 순전히 단 한분 때문이다. 우린 그분 때문에 영진위의 가치를, 짱의 가치를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바로 조희문이다.
1. 분탕질 비긴즈
내가 조희문을 처음 알게 된 건 스크린쿼터 논쟁이 뜨거웠던 2003년이다. FTA와 쿼터 축소를 트레이드하려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반발해 모든 영화인들이 쿼터 사수를 외치던 그때, 쿼터 축소에 찬성하는 유일한 영화인이 한분 계셨으니 그분이 바로 조희문 교수였다. 논쟁은 당시 손석희의 <100분토론>까지 이어졌는데, 조희문은 정부관료와 함께 쿼터 축소 찬성 패널로 나왔더랬다. 정지영 감독님을 필두로 한 쿼터 축소 반대쪽의 주장은 명확했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오히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조희문의 발언은 놀라웠다.
[곡사의 아수라장] 분탕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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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Insert Coin!
[정훈이 만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Insert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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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과 14일 일기에 <도희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태 동조자를 만난 적은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에 디즈니 만화영화 최고의 미인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의 말레피센트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디자인을 성실히 계승한 실사 말레피센트의 외모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날개다. 얇고 하늘하늘한 시폰 날개는 팅커벨에게나 주라고 말하듯 말레피센트는 거대한 맹금류나 익룡의 강건한 날갯죽지를 가졌다. 그녀의 날개는 비행 수단일 뿐 아니라 적을 후려치고 쓸어버리는 무기이기도 하다.
5/12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1년 전 이맘때 개봉한 <라자르 선생님>과 올해의 <디태치먼트>까지 보고 나니, ‘리버럴한 교사와 그를 따르는 아이들 vs. 진학 실적에 목매는 권위적 학교’ 구도로 갈등이 전개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류 영화나 사명감 넘치는 스승이 문제아들을 감화시키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과(科)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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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타이틀 시대의 시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1994)에는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휴 그랜트, 앤디 맥도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존 한나, 로완 앳킨스까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이 영화에서 노총각 휴 그랜트는 남의 결혼식에 지각 참석하는 것이 일상이고, 장례식은 우연한 사건이다.
좋아하는 영화지만 영화의 장례식 분위기는 지금 우리 삶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겠지. 워낙 의례적인 일을 싫어하는 데다 ‘이성애자인 것 같은’ 나는 이성애 제도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 장례식은 가끔 간다. 그것도 망자가 나를 모르는 경우에만 간다. 치열하게 살았던 작가나 사회운동가의 장례식에 가서 혼자 인사하고 온다.
지난 5월, 어느 금요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줄이 길었다. 4명씩 한줄. 검은 정장의 진행요원이 나눠준 국화를 받아들고 분향소에 들어간다. 사망자 사진은 없고 국화만 있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세번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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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저렇게 평화롭게 들어가니. 정말 아름답다.”
개그맨 김준현의 입으로 들어가는 상추쌈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던 노사연의 말이다. 동감이다. 흰쌀밥에 더덕불고기를 올려 쌈을 싼 김준현은 우악스럽게 입을 벌리지 않으면서도 큼지막한 상추쌈을 솜씨 좋게 밀어넣는다. 밥알 한톨 흘리지 않았다. “조용조용 먹어야 많이 먹어도 뭐라 안 해요.” KBS 푸드 퀴즈쇼 <밥상의 신> 중 한 장면이다.
덩치 큰 사람이 뭔가 먹을 때마다 핀잔을 주는 것을 자기 사명이나 재치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 한편에선 이성의 끈을 놓은 사람처럼 먹고, 괴성과 신음으로 맛을 표현하는 이른바 ‘먹방’ 예능프로그램이 대성황이다. 먹방 예능의 목적은 식욕을 돋우는 걸까? 시청자를 대신해 절제의 허리띠를 풀어놓은 연예인의 일탈을 서비스하는 걸까? 각자 입맛이 다르듯 음식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손톱에서 떨어진 인조보석이 들러붙은 새우살을 클로즈업하
[유선주의 TVIEW] 알고 먹으니 더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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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말레피센트> 상상할 수 없어!
[헌즈 다이어리] <말레피센트> 상상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