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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2: 반격의 시작>은 건물을 액션의 공모자로 적극 활용한다. 이 영화에서 구조물은 곧 철과 콘크리트로 된 둔기이며, 다채로운 액션 동선의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한다. 떼 지어 달려드는 적을 홀로 맞이한 주인공 라마(이코 우웨이스)는 비좁은 화장실 큐브를 요새로 삼는다. 그는 화장실 문을 수도 밸브처럼 열었다 닫으며 감당할 만한 수의 상대를 불러들여 때려눕힌다. 하지만 금세 뻗어버린 적들로 가득 찬 큐브는 라마를 점점 밖으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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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물량공세로 승부하지 않는다.” “보통의 블록버스터에서 보기 힘든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일정한 완성도를 갖춘 거대예산 영화의 리뷰에서 자주 접하는 구절이다. 하지만 여기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흔한, 보통’ 블록버스터는 예컨대 어떤 영화일까? <노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다들 해당 사항이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마이클 베이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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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거울대칭이지만 포개지지 않는 기하학적 구조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이것을 카이랄리티(chirality)라고 한다. 쉽게 말해 왼손과 오른손 외에 대칭 구조인 제3의 손 모양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자 역시 언제나 두 가지 결합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개념은 화학에서 자주 사용되며, 학자들도 ‘왼손’과 ‘오른손’이라는 표현으로 분자를 분류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염기를 공유하기에 하나의 조상에서 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 DNA 역시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해야 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DNA는 오른손잡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우파 생명인 셈이다.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은 좌파 생명들이 멸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철저한 배태는 아주 드문 일인데, 아직까지 생물학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일부 우주생물학자들은 이것을 생명이 자연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계의 미생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좌파 생명, 우파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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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해외 스타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네티즌은 주책없는 친척을 단속하듯 기자들을 향해 “제발 ‘두 유 라이크 김치?’나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같은 질문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 시작했다(‘김치’나 <강남스타일> 대신 ‘소녀시대’나 ‘박지성’을 넣을 수도 있다). 물론 김치와 <강남스타일>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건 예절과 배려의 문제다. 막 친구가 될까 말까 하는 누군가를 향해 ‘당연히 나에 대해 이 정도는 알아야지!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건데 너도 좋지?’라고 눈치 없이 굴지 않는 것 말이다.
그러니 ‘국뽕’, 즉 지나친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조롱하는 분위기에 등장한 JTBC <비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가 막을 내린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는데 여러명의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라니, 무슨 얘기를 더 하려고? 특히 첫회에 MC들이 로빈 데이아나(프랑스)를 맞이하
[최지은의 TVIEW] 아슬아슬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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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주온: 끝의 시작> 그만 놔 줘!
[헌즈 다이어리] <주온: 끝의 시작> 그만 놔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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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를 잠 못 이루게 할 가장 무시무시한 시네마는 뭘까? 그 옛날 새벽잠을 쫓으며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을 듣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매주 한번씩 신예(!)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나오는 꼭지가 있었는데, 어느 여름밤 그는 호러영화 3편을 소개했더랬다. 그 작품 목록은 무시무시하게도 <프릭스>(Freaks), <엘토포>(El Topo), <이레이저헤드>(Eraserhead). 나는 당시 수입되지도 않은 이 영화들을 보려고 생난리를 쳤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영화평론가가 꼽은 이 영화들을 봐야 어디 가서 영화 좀 봅네라고 떠벌릴 수 있거니와 무엇보다 나를 정말 공포에 떨게 할 극악무도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 언니들이 주최하는 지하 비디오 상영회에 달려가서 그 영화들을 직접 봤다. 무서웠냐고? 무섭진 않았다. 별 무섭지도 않은 영화들을 공포영화라고 소개하다니. 정성일 평론가가 원망스러웠다.
[곡사의 아수라장] 우리 모두 사신(死神)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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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군도: 민란의 시대> 있는 자와 없는 자
[정훈이 만화] <군도: 민란의 시대> 있는 자와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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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야 잔다고 했다. 걸어야 산다고 했다. 두 다리를 못 쓸 지경으로 병원에 드러누운 자라면 모를까 걷는 일이 뭐 그리 어려워서 걷기 타령일까 하겠냐만 발로 꾹꾹 땅 디뎌나가는 그 쉬운 일이 작심하자면 또 쉽지 않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걷자 하면 구두 신은 발로 바다 건너 산꼭대기에 자리한 석모도 보문사 마애불까지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는 내가 아니었던가. 시꺼멓게 죽어버린 양 엄지발톱을 검은 페디큐어 바른 발처럼 내놓고 자랑스레 샌들을 신은 내가 아니었던가. 연애 말고 걷는 게 메리트로 작용하는 또 한 분야를 말해보라면 거두절미하고 책을 일순위에 놓겠다. 가장 느린 보폭의 소유자이면서동시에 가장 빠른 시선의 관찰자인 글쟁이들에게 산책은 글감을 사냥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몸풀기 같은 것이니까. 한낮에도 한밤에도 느릿느릿 그러나 반짝이는 눈동자로 거리 곳곳에서 어슬렁대는 자가 있다면 이상하다 실눈 뜨지 말고 슬쩍 눈감아주시라.
그러나저러나 대관절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 늘어진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걸으면 글 나온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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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남녀가 흥겨운 <방아타령> 가락에 맞춰 떡을 치며 페이스북의 ‘좋아요’ 마크와 하트를 주고받는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의 주인공 김미영(장나라)과 이건(장혁)이 서로를 연인으로 착각한 채 잠자리를 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섹스의 은유는 자못 경쾌하다. 원작은 어떨까? 2008년작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에선 천신이(진교은)와 지춘시(원경천)가 시트를 휘감고 껴안는 틈틈이 미사일이 발사되고 전차가 터널 입구를 들락날락한다.
대만 원작 역시 해학으로 성적 표현의 위험부담을 덜고, 자극적인 설정을 노련하게 컨트롤한다. 감기약 부작용으로 비틀거리다 방을 잘못 찾아들어간 신이와 (공장을 빼앗긴 섬사람들의 계략으로) 최음제를 탄 술을 마신 춘시의 정사 장면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뉘앙스를 지우려는 듯, 남녀가 번갈아가며 상위포즈를 취한다. 결혼을 약속하며 반지를 끼워주는 장면은 피임에 대한 책임도
[유선주의 TVIEW] 신파도 쿵짝이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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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50년 후 리메이크 된다면?
[헌즈 다이어리]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50년 후 리메이크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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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유인원 세계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유인원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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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대학 때부터 온갖 업종과 업소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러다 졸업하고 사회생활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 그 일자리 풍년의 시대에). 당시 평균 시급은 1800원, 머나먼 20세기의 일이었다.
일하던 카페에서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싸게 들여온 버드와이저 한병을 팔면 내 1시간40분 시급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왠지 억울해진 나는 보다 높은 시급을 찾아 밤에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호프집의 평균 시급은 2500원, 임금 상승이 무려 28%! 과외하는 친구들의 시급에 비하면 1/10에 불과한 액수였지만 어차피 밤에 하는 일도 없이 노닥거리던 나는 마냥 기뻤다. 커피 향기에서 벗어나 술독에 빠지니 고향에 온 것 같았다(진짜 고향에선 미성년자로 우유만 먹었지만, 여기가 바로 내 마음의 고향). 그래, 재즈 카페는 무엇이며 B. B. 킹은 누구더냐. 나는 이현우와 쿨의 노래를 틀고 서비스 오징어를 뜯어 생맥주를 마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20세기 알바생이여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