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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숨바꼭질> 물러가라!
[정훈이 만화] <숨바꼭질>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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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이 왜 두개야?” 오계옥 사진기자가 붙잡고 묻는다. 출근할 때 가방을 두개씩 메고 다닌 지 일주일이 넘었다. 누가 보면 두툼한 법전을 지고 사는 만년 고시생이라 오해할 법도 하다. 실은 지난주부터 집에 있는 책을 회사로 조금씩 옮기고 있는 중이다. 볼품없이 늘어지는 바람에 더이상 사용하지 않던 여분의 가방에 십여권의 책을 꾹꾹 구겨넣는 것이 잠들기 전 의례가 됐다.
세간 정리를 해야겠다고 맘먹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꽁꽁 얼린 아이스젤을 수건으로 감싼 다음 양쪽 겨드랑이에 끼우고 누웠으나 끈적이는 열대야를 물리치지 못했다. 불을 켜고 멍한 표정으로 다시 앉게 되는데, 그때마다 좁은 방, 삼면에 제멋대로 쌓인 산더미 같은 책들이 눈에 거슬렸다. 먼지만 먹고사는 책들을 수중에 지니고 있어봤자 뭐할까 싶었다.
며칠은 수없이 망설였다. 죽을 때까지 완독하지 못할 것 같은 책들을 밤새 분류해놓고도 아침이면 고스란히 책장과 박스에 다시 밀어넣었다. 좀처럼 떼기 어려운 소유욕의 발
[에디토리얼] 제주도 푸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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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숨바꼭질> 범죄 신고는 112
[헌즈 다이어리] <숨바꼭질> 범죄 신고는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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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시절 다이어리를 사면 맨 앞장과 뒷장에 적어두곤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시간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 성재기씨의 투신 소식이 들려왔을 때 가슴이 답답했다.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메이저 언론들이 이 사건에 관련한 기사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것이 몹시 불편하기도 했거니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이런 무모한 퍼포먼스가 버젓이 카메라 앞에서 진행되었다는 것. 도대체 이게 뭔가. 속수무책의 질병, 기아, 전쟁 등 아무 잘못 없이 생사의 극한상황에 내몰려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인데, 목숨을 가지고 이러면 안되지 싶었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것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사이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대해서도 한참 생각했다.
그의 사망이 확인된 시점에 ‘남성연대’는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반감과 조롱의 새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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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의 후반부로 갈수록 ‘서 회장 어록’도 늘어갔다. 가족을 잃은 소시민 백홍석(손현주)의 정의를 응원하는 한편, 노회한 재벌총수가 회고하는 권력과 대중의 속성에 탄식 섞인 동의를 보태고 있으려니 어쩐지 기분이 묘하더라. 서 회장(박근형)이 운을 떼기 시작하면 ‘또 옛날얘기 시작’이라고 지레 바리케이드를 쳤던 것도, 일방적인 회고담 속에서 그가 점차 영향력있는 괴물, 흑막의 최종보스가 되어가는 것에 반발심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박경수 작가의 특장이었던 회고담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은 지난 얘기다. <황금의 제국>은 재벌의 성장과 후계다툼으로 시계를 돌리고, 이해가 얽힌 이들의 시점을 보탠다.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박근형)의 회고에 또 다른 진술이 겹치며, 그의 인생과 재벌기업의 윤곽이 드러난다. ‘신림동 판자촌 출신’ 장태주(고수)는 최 회장과 가장 먼 곳에서 출발해 그의 삶을 따르는 인물이다. 신도시 개발
[유선주의 TVIEW] 내가 저랬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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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감기> 전설의 파라다이스
[정훈이 만화] <감기> 전설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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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 전 편집장의 취재기자 시절 별명은 ‘기사자판기’였다. 편집장이 원하는 대로, 독자들이 바라는 대로, 기사들을 재깍재깍 송고했다. 빨리 쓴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몇달 전에 최용배 청어람 대표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씨네21> 기사를 보고서는 “이 기사 진짜 재밌는데 누가 썼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찾아보니 남동철 전 편집장이 쓴 글이었다. 그때 그 시절, 한줄도 못 쓰고 담배만 축내는 후배들을 향해 마감 고수는 날카로운 비수를 던지고서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얘들아, 수고해!”
송경원 기자의 영화평론가 시절 별명은 ‘송 수석’이었다. 어떤 원고를 맡겨도 오케이였고, 마감도 무지하게 빨랐다. 그 역시 허투루 글을 보내는 필자는 아니었다. 10년 만에 드디어 ‘제2의 기사자판기’가 탄생했구나. 송 수석의 등장으로 <씨네21> 기획회의 시간 역시 덩달아 단축됐다. 송 수석은 이를테면 퀴즈 프로그램의 찬스 같은 존재였다. 손 빠른 필자가 필
[에디토리얼] 기자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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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설국열차> 단백질 블록
[헌즈 다이어리] <설국열차> 단백질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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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때같은 젊은 목숨들이 희생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해병대식 캠프에서 극기훈련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언론은 그 해병대식 캠프가 ‘사설’ 기구였다는 것과 안전 요원들이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것을 도마에 올렸다. 그러자 해병대쪽에서 더이상 ‘해병대’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상표 등록을 하겠단다. 교육부는 “정부가 인증한 체험활동 시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사고, 사건들을 해석하는 만능키를 또다시 꺼내든다. ‘안전불감증’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말로 인증과 자격증과 안전이 문제였던가. 안전불감증이라는 만능키로 항상 사태의 본질을 은폐하고 또다시 도래할지도 모를 미래의 비극에 질끈 눈을 감아버리는 저 상식 넘치는 인간들의 입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밀곤 한다. 대체 한창 꽃피워야 할 청춘들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왜 극기훈련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어떤 이는 남한이 분단국가이기 때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얘들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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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일찍 일어나기, 오래 걷기, 낯선 동네 찾아가기. 굳이 변명하자면 저혈압, 평발, 방향치기 때문이고 솔직히 말하면 그저 게을러서일 뿐인 이 모든 태도는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는데, 바로 여행에 대한 귀찮음이다. 게다가 10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유럽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보다 카메라를 누구 가방에 넣느냐, 오늘 점심 때 뭘 먹고 내일은 어디를 구경할까 따위의 사소한 일들로 친구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쳤던 부끄러운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눈앞의 멋진 풍광에 잠시 감격한 나머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 모시고 다시 올게요”라는 엽서를 집으로 보냈던 패기는 수년 뒤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고, 결국 더치페이로 온 가족이 떠난 미국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여행에서 몸이 힘든 건 당연하지만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심신이 다 힘들구나! 왜 아버지는 가이드의 안내를 듣다 말고 휑하니 먼저 가버리실
[최지은의 TVIEW] 한수 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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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객차>(1862∼64, 맨 위)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3일>(1814, 위). <설국열차>가 기억에서 끌어내는 두점의 그림이다. 영화에는 그림으로 설국열차의 역사를 기록하는 화백이 등장하는데 그가 그린 ‘꼬리칸’ 사람들은 특히, 도미에가 즐겨 묘사한 고단한 노동자들을 많이 닮았다.
7/5
일부러 암기하거나 메모해두지 않았어도 개봉연도와 관람한 극장을 대뜸 댈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학창 시절 본 영화들이 주로 그렇다. 함께 보러간 친구만 기억나도 바로 학년이 나오니까. <지존무상>은 교실 뒷줄의 키 큰 친구들끼리 어울려 단성사에서, <굿바이 칠드런>은 대학 입시를 마친 겨울에 씨네하우스에서, <미드나이트 런>은 파고다극장에서 두 학번 선배였던 사촌오빠와 봤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한국 개봉은 1990년 봄이 확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입체적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