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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욕부터 튀어나왔다. 꼭두새벽부터 뭔 짓인가. 삽으로 맨바닥을 벅벅 긁어대는 소리가 거슬려 선잠에서 깼다.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젖히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정뱅이 그 아저씨다. 내가 아는 한, 그 아저씨는 일용직 노동자다. 하루 벌어 하루 풀칠해야 할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아저씨는 일감을 구하려고 조금도 애쓰지 않는다. 대신 종일 집에 머물면서 아침나절엔 시멘트를 개고, 저녁나절엔 대문을 망치로 쳐댄다. 하릴없고, 공연하다. 대체 그 아저씨는 매일 마셔대는 소주와 매일 시켜대는 짬뽕 값을 어떻게 구하는 걸까.
다세대 주택에 산다. 채광이 좋고 집주인 인상이 좋아 무턱대고 입주했다. 막상 살고보니 성가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웃들이 뭣보다 성가시다. 3층에 살지만, 언덕에 세워진 집이라 창문을 열면 눈높이에 골목이 있다. 또 다른 집들이 코앞에 있다. 그 아저씨가 코앞의 집에 산다. 층간 소음이 아니라 집간 소음이 골치다. 주정뱅이 그 아저씨 못지않은 성가신 이
[에디토리얼] 이웃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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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아이언맨3> 오오오!!
[헌즈 다이어리] <아이언맨3> 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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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소식이 한창이던 지난주. 21세기인 지금과는 이미 세기부터 차이가 나는 1999년, 제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였던 이가 참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장례식장이란 곳은 참 신비로운 곳입니다. 고인에 대한 애끊는 이별이 있는가 하면 그런 때 아니면 못 만나는 이들과의 반가운 해후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테마인 장례식장에서 산 자와의 만남을 향유한다는 것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이겠지요. 현역 프로 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위원이며, 종종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얼굴을 들이미는 저에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하다보면 99%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말을 들을까요?
대화의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프로 레슬링 경기가 별로 없어서 주로 일본에서 경기를 한다고 하면 여비는 어떻게 충당하냐고 묻습니다. 주최사에서 파이트머니 외에 비행기표값과 호텔비를 따로 지급한다고 하면 하는 말이, “참 재밌게 사네”입니다. 이젠 제법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금니 꽉 깨물고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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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는 자들의 눈을 피해 으슥한 창고로 숨어든 세자 이순(아역 최상우)과 옥정(아역 강민아). 고개를 돌려 옥정에게 말을 걸려던 이순은 저고리 동정 틈으로 엿보이는 소녀의 가슴 위 쇄골과 얼굴의 보송한 솜털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너의 신분을 미천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옷이면 내가 구해줄 수 있다. 나의 빈이 되거라. 약속하마, 내가 꼭 너의 옷이 돼주마.” 하지만 궁에 돌아온 이순은 권력을 쥐고 있는 신하들에게 치욕을 당하고 앓아누운 뒤, 왕세자로서의 분노에 눈을 뜨고 잠깐의 풋사랑을 묻어두기로 마음먹는다. 왕이 될 소년과 그의 빈이 되기로 약속한 소녀 사이를 정치와 권력이 방해하는 이야기.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초반부는 MBC <해를 품은 달>과 꽤 유사하다. 그러나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가 서신을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던 것과 비교하자면 옥정에게 반한 이순의 첫사랑은 신체의 일부분이 불러일으킨 호기심, 성적인
[유선주의 TVIEW] 프런코 미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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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던 친구가 중고서점에서 사다준 애니메이션 역사책 속에서 정성껏 오린 신문 스크랩이 툭 떨어졌다. 책 주인은 애니메이션 학도였나보다. ‘백설공주의 흰 머리’라는 제목의 기사는 디즈니 장편 <백설공주>의 50살을 감회에 젖어 기념했다. 그리고 나는 26년 전 이 기사를 다시 감회에 젖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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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자작나무를 탔다”는 프로스트의 시구와 유사한 어조로 말하자면, 나도 한때 ‘믹스 테이프’(mixed tape)를 만들었다. 누군들 아니었겠는가. 당시 음악은 뮤지션이 심사숙고한 배열에 따라 LP와 CD의 동심원에 모세의 십계처럼 새겨져 우리 손에 들어왔다. 우선은 인트로(intro)부터 아우트로(outro)까지 아티스트가 정한 순서와 사이를 지켜, 귀로 곡명을 판별할 때까지 듣는 일이 먼저였다. 다음에 한장씩 모은 신착 앨범들을 거듭 돌려 들으며 내 귀가 혹하는 트랙을 고르고, 그들의 총합이 47분, 60분 분량이 되면 공테이프에 경건히 옮겼다. 음악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누구의 추억인가요? 누구의 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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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이언맨3> 기남 스타크
[정훈이 만화] <아이언맨3> 기남 스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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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구경보다 책 구경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그 지역에 있는 서점에 들른다. 대형서점이어도 좋고 작은 헌책방이어도 좋다. 서점이 맛집이고 명승지다. 외국에 나갈 때도 서점투어는 필수다. 딱 한번 못 갔는데 언제냐면 금강산 출장 때였다. 금강산에는 편의점도 있고, 사우나도 있었다. 그러나 서점은 없었다.
지난 주말에 전주에 갔다가 영화의 거리 근처에 있던 교보문고가 폐점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영화를 보고 인터뷰를 하다 짬이 나면 수시로 들락거렸던 휴식처였다. 7년 전 교보문고가 생기면서 중소 서점들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선 대형 서점마저 이제는 사라졌다. 한옥마을 가는 길에 서점 하나가 남아 있다고 했다. 길을 잘못 들어 찾지는 못했다.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모노플렉스다.” 한국영화 블랙박스의 새 필자인 정윤철 감독이 <아이언맨3>의 스크린 독식에 관한 분노를 전해왔다. 그는 승자독식의 이 상황이 “할리우드의 압력이 아니라 한국 극장들이 스
[에디토리얼] 공동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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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문장을 쓰면서 여러 번 망설였다. 카카오 스토리나 페이스북에 쉼없이 올라오는, 결혼한 친구들의 아기 사진에 일일이 칭찬하고 반응할 기력이 없어 아예 들어가질 않게 되는 마음과 비슷하면서도 입 밖에 내어 말하자니 어쩐지 조금 죄책감이 느껴졌다. 예쁜 아이는 예쁘지만 모든 아이가 예쁘다고 느끼지는 않고, 번잡스럽거나 시끄럽거나 떼를 쓰거나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를 보면 미간을 찡그리는 내가 마음 좁은 어른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아이가 아닌 지 오래고 가까이에도 아이가 없다 보니, 어른들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인간관계의 선을 마구 넘나들고 욕망과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한 데다 자신의 미성숙함을 전혀 숨기지 않는 그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가 첫 방송부터 <일밤>을 수렁에서 건질 코너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음에
[최지은의 TVIEW] 잊어버린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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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추도사를 쓰고, 자서전을 쓰게 될 것이다.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와 이호재 감독의 <잉여인간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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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우편으로 따로따로 날아온 영화 두편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발송인은 양쪽 다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이다. 언제 스크린에서 상영하게 될지 운명이 (아마도) 정해지지 않은 영화들. 얼마 전 인터뷰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극장 개봉하지 않은 전작 <이어도>에 관해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이어도>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줘요. 그게 저한테는 개봉이에요.” 그래서일까? 개봉 날짜를 받아놓은 영화의 시사용 DVD를 볼 때보다 엄숙한 자세가 나왔다. 이 영화들에겐 지금 내 방이 개봉관이니까.
전주에서 날아온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는, 2004년 타계한 박배엽 시인을 추억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편지와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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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설의 주먹> 전설의 학교 짱
[정훈이 만화] <전설의 주먹> 전설의 학교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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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에반게리온: Q> 진정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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