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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리사는 납치되어 감금당한다. “4일차 되는 날 나는 바닥에 누운 채 그를 죽일 계획을 짠다. 내가 가진 도구들을 머릿속에서 목록으로 정리하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복수해 기억해>의 첫 두 문장은 낯설다. 감금되어 며칠이 지났는데, 그게 누구든 두려워할 만한데, 주인공은 납치범을 죽일 계획을 짜고는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한다. 심지어 임신 중인 16살인데? 리사는 아동정신의학과에서 수많은 검사를 치른 뒤, 감정을 잘 느끼긴 하지만 딴생각이나 비생산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데 특출나다는 말을 들었다.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는데, 느끼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사는 보통 때는 사랑을 꺼놓고 지낸다. 그리고 지금은 공포를 꺼놓고 탈출을 도모하려는 중이다.
법정 변호사인 어머니와 해군 특수부대 출신 물리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사는 부유한 미국인 가정의 딸이고, 전도유망한 과학적 재능을 가진 우등생이다.
씨네21 추천도서 <복수해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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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저기가 아니고 여기 이런 환경에 살고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본, 그리고 세상 경험이 쌓일수록 대답하기 어렵다는 데 난처했던 경험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테오도르 준 박에게도 어느 날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떠올랐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자 하는 단계에서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로 질문의 방향을 옮기면서 의사가 되려던 청년은 스님이 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참선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쓰인 책. 저자 테오도르 준 박은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학사를, 뉴욕대에서 심리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한국에 와 송담 스님의 제자로 1990년에 인천 용화사에서 출가했다. 어떻게 승려가 되었는지, 참선의 기본은 무엇인지, 참선의 치유력은 무엇인지, 참선 수행을 통해 개인적 위기와 변화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나아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여는 데 참선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씨네21 추천도서 <참선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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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위대한 영화를 선정해 정리한 비평집의 제목은, 영화가 위대하다는 고백처럼도 들린다. 로저 에버트의 아내이자 웹사이트 발행인인 채즈 에버트의 말에 따르면 “영화의 첫 1세기 동안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출발하라”.
로저 에버트에 대해서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아니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4권의 책 목차를 보고 그중 몇 편의 글을 읽으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사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걸작들(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과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 같은 영화들 말이다)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겠으나, 영화 팬으로서 더 눈길을 두는 글은 줄스 다신의 <리피피>, 노먼 주이슨의 <문스트럭>,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컨버세이션>, 존 바담의 <토요일 밤의 열기>, 롭 라이너의 <
씨네21 추천도서 <위대한 영화 1,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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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맨 마지막 두 문장을 당신은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 이 시집을 묶으며 자주 한 생각이었다.” 이 시집의 1부 제목은 ‘이것은 영화가 아니지만’인데,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메일링 서비스로 발행된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에 발표한 연재물의 제목이었다. 투병하는 친구의 병원비를 모으기 위해 30명의 창작자(뮤지션,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시인 등)들이 돌아가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그것 말고도 이 시집의 탄생에 얽힌 사랑의 사연은 여럿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사람이, 이야기가 책 말미 ‘시인의 말’에 실렸다. ‘아무에게나’라고 하지만, 사랑할 무언가를(혹은 누군가를) 찾는다는 일은 노력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며 운에만 맡길 일도 아니다. 잘 사랑하는 사람이 잘 사랑받는 것 아닐까. 아, 이건 창작자들에만 해당되는 말일지도. 황인찬의 이번 시집이 좋다는 말이다. “그 여름과 그 바다가 완전히 끝나버렸는데도
씨네21 추천도서 <사랑을 위한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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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서가는 묵직합니다. 밤이 길고, 생각은 많은 계절.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기에 사유와 즐거움을 고루 잡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 것이고, <참선>은 명상과 참선에의 유혹을, <복수해 기억해>는 영화로 보고 싶다는 갈증을, <위험한 비유>는 현실이 이상한 세계로 바뀌는 느낌을 줄 것이고, <위대한 영화>는 하염없이 영화를 보는 밤과 낮을 꿈꾸게, 일러스트 에디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시리즈 첫권을 새로 읽는 흥분을 되돌려줄 것입니다. 자, 당신은 어느 책부터 읽겠습니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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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비평가, 학자, 논픽션 작가 매기 넬슨의 <블루엣>은 파란색에 대한 사적 기록이다. 북포럼이 이 책을 ‘지난 20년간 출간된 최고의 책 10권’으로 꼽았다는데, 매기 넬슨의 경험과 생각을 파란색에 대한 세상의 시각과 맞닿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블루엣>은 정말 읽어봐야 뭔지 알 수 있다. 파란색에 대한 이것저것을 논하는 짧은 240꼭지의 연작 에세이를 담은 파란 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으니.
파란 표지에 파란 본문 글씨. 32번 글. “내가 말하는 ‘희망’은 특별한 지향점이 있는 희망이 아니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가치가 있다는 의미 정도다. ‘저 밖에 있는/ 흐릿한 것들은 다 무엇이지?/ 나무? 글쎄, 나는 지겹구나,/ 저것들이.’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영국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한편 이 책은 너무 지겨울 정도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언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나 싶으면 자꾸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블루엣>, 아무튼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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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JTBC 기자가 쓴 에세이. 1년간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어 런던으로 떠난 길, ‘좋은 것들을 모아 더 행복해지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목표는 그림을 가까이 접하며 하루하루 충만하게 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런던을 여행하는 이라면 많은 미술관이야말로 런던을 런던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저자 조민진은 테이트모던미술관, 로열아카데미, 덜위치갤러리, 소더비 경매 같은 공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당연히 그곳에서 조직되는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테이트모던미술관이 2019년 여름 피에르 보나르 특별전을 앞두고 연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천천히 보기’ 이벤트다.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한 30분 정도를 투자하라는 의도였다. 매슈 게일 테이트모던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조사를 인용했다.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균 28초에 불과하다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그림을 찍고 자
씨네21 추천도서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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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술계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였다. 그 전시와 ‘비슷한’ 흥분을 원하는 이라면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이라는 부제처럼 1945년부터 1970년경에 이르는 동안 런던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순간들을 짚어내는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썼다. 마틴 게이퍼드는 이 책에서 다루는 루시안 프로이트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상화 모델이 되기도 한 인물이다. 이 책의 도입부는 현대미술에 대한 숱한 책들처럼 경매장 풍경이다. 2013년 11월12일 저녁,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시안 프로이트에 관한 세개의 습작>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됐다. 1억4240만달러라는 낙찰액은 그 당시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그리고 2018년 11월15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데이비드
씨네21 추천도서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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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은 <뉴요커>가 온라인으로 발표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되었다.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 조회수가 450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몇번이나 클릭해서 소설을 읽은 내가 보탠 조회수도 들어 있으리라. 비채에서 출간한 <캣퍼슨>은 <한밤에 달리는 사람> <성냥갑 증후군>을 비롯해 12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캣퍼슨>은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마고가 로버트를 만난 것은 가을학기가 끝나가던 어느 수요일 밤이었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매점에서 일하는 마고는 극장에 온 손님인 로버트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에 응하고 문자를 주고받다가 밖에서 만나게 된다. 늦은 시각 헤어지면서 로버트는 입술에 키스하는 대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고, 마고는 자신이 그에게 끌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캣퍼슨>은 ‘망한 데이트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씨네21 추천도서 <캣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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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은 지유와 재키가 팀을 탈퇴한다는 회사의 발표를 인터넷 기사로 알게 되었다. 바로 그날 아침까지도 제로캐럿 다섯명은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에 함께 있었다. (…) 그저 조금 조용한 아침이었다. 이상하게 대화가 없는 아침이었다.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아침이었다. 다시 생각할수록 그랬다.”
“안녕하세요, 제로캐럿입니다.” 다 같이 인사한 뒤, 순서를 따라 계속 인사한다. “제로캐럿의 다인입니다”라는 식으로.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이돌그룹식 인사. <라스트 러브>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제시된다. 조우리 작가의 <라스트 러브>는 데뷔 5년이 되어 첫 단독 콘서트를 하고 계약해지로 그룹 해체를 경험한 제로캐럿 멤버들의 이야기다. 3년차이던 때 5명 중 2명이 탈퇴했고, 새로 멤버가 하나 들어왔고, 팬들은 싫어했고, 어쨌든 도합 5년이 지나자 소속사는 인기 많은 멤버만 남기기로 한다. 아이돌 관련 뉴스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패턴. <라스트
씨네21 추천도서 <라스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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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라는 부제처럼 언어와 예술, 유머, 대중문화, 뉴스, 정치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소비에트연방의 마지막 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도입부가 의미심장한데, “소비에트연방에서 무언가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고사하고요. 누구도 그걸 기대하지 않았어요. 어른이건 아이건 말이에요. 모든 게 영원할 거라는 완전한 인상이 있었죠.”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 사이에 성년을 맞은 사람들은 ‘침체기의 아이들’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이전 세대의 정체성이 혁명, 전쟁, 스탈린의 숙청 등의 사건으로 형성되었고 이후 세대의 정체성이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를 둘러싸고 형성되었다면, 소비에트 마지막 세대의 정체성은 브레즈네프 시기의 규범화되고 불변하며 만연한
씨네21 추천도서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