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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기 감방에 홀로 앉아” 기억을 더듬는 사람이 있다. 1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면 ‘맘동네’라는 육아 사이트의 ‘5월맘’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브루클린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모임의 마스코트와 같은 밝은 성격의 프랜시, ‘완벽한 여성’인 콜레트, 영국 출신으로 뭔가 수상쩍은 데가 있는 넬, 그리고 종종 침울한 상태에 빠지곤 하는 싱글맘 위니. 어느 무더운 밤, 그들은 아이를 맡기고 밖에서 모여 어울리기로 한다. 위니는 불안한 마음에 계속 핸드폰의 CCTV 앱을 통해 집의 아이를 살펴보는데, 오늘 하루는 편히 즐기라며 다른 엄마가 앱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 위니의 아이가 실종된다. 오랫동안 논픽션 저자로 활동했던 에이미 몰로이의 첫 소설 <퍼펙트 마더> 이야기다.
그저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시기에 출산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가까워지곤 한다. 한국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한다는 것은 각 단계에 맞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인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퍼펙트 마더> 누가 완벽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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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그만두라고(최소한 크게 줄여보라고), 종이책을 더 읽으라고, ‘진짜 정보’를 찾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바비 더피의 <팩트의 감각>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인지의 위험’으로, 건강, 섹스, 돈, 이민과 종교, 범죄와 안전, 선거, 정치, 온라인 세계, 전 지구적 이슈 등으로 토픽을 나누어 사람들의 ‘(사실에 근거했다고 생각하는)인지’와 ‘사실’이 어떻게 다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살핀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기존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치우치고, 부정적인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쉽게 고정관념을 갖고, 다수를 모방하기 좋아한다”. SNS 알고리즘은 이런 인지 경향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되어 있다.
<팩트의 감각>에 실린 흥미로운 조사 결과 중 하나는 ‘자국민 가운데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40개국에서 이루어진 조사 결과, 가장 불행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팩트의 감각> 왜 거짓을 믿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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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루세 준이치는 아버지의 죽음 후 미대 진학을 포기한다. 전문대학에 입학해 학교와 연계된 공장에 취직해 살아가는 나루세는 상사로부터는 ‘성실한 사원’, 선배들로부터 ‘겁쟁이’라는 평가를 듣는 소심한 남자다.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너는 마음이 약해서”였던 그는 우연히 들렀던 부동산에서 무장강도사건에 휘말려 총탄을 맞고 ‘뇌이식’ 수술을 받는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의식을 찾은 나루세는 도겐 박사로부터 자신이 받은 수술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최초의 뇌이식이었으며 당분간 격리된 채로 치료를 받으며 연구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해 듣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는 일본에서도 이미 두 차례 영화와 드라마화가 된 소설로 한국에서도 <변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다. 심장이나 간을 이식받은 사람이 새로 얻은 장기로 인해 인간성이 변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식을 받은 부분이 타인의 ‘
씨네21 추천도서 <사소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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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하는 논픽션. 각본은 스필버그와 함께 <링컨>(2012), <뮌헨>(2005>에서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영화로 옮긴 토니 쿠시너가 맡았다. <모르타라 납치사건>의 저자 데이비드 I. 커처는 미국의 역사학자로 이탈리아 정치, 사회, 역사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이 작품은 <에드가르도 마인>이라는 연극으로 각색되어 2002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1858년 6월 볼로냐. 가족이 보는 앞에서 납치된 유대인 아이가 있다. 6살 난 에드가르도는 교황청 헌병대에 의해 연행되는데, 아이가 세례를 받고 기독교도가 되었기 때문에 교회법에 따라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교황에 의해 납치된 아이와 그 아이를 구하려는 가족과 유대인 공동체, 더불어 근대적 평등권을 이유로 언론을 통해 교황을 압박하려는 움직임 등이 이어진다.
19세기 유럽의 자유주의와 교황청의 맞대결 양상을 잘 보여준 이 사건은 유대
씨네21 추천도서 <모르타라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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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 소설. 일본이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88년에 중앙은행에 입사한 한자와 나오키가 버블 붕괴와 함께 기업 도산을 연쇄적으로 겪으며 경험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총 4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 2권이 먼저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4권의 합산 판매부수가 570만권에 이른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 이케이도 준은 1963년생으로 게이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쓰비시은행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한자와 나오키>를 썼다. “은행 미스터리의 탄생”이라고 불린 작품답게, 성실한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를 주인공으로, 은행 내 정치 파벌 싸움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업무가 실적을 위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나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인해 파국이 왔을 때, 그것을 특유의 정공법으로 헤쳐나가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돋보인다.
1권에서 한자
씨네21 추천도서 <한자와 나오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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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한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비주류에 대한 경계를 강화시키며 이주민, 장애인,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김초엽의 소설집에서는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고민들을 마치 전혀 다른 가상의 것처럼 미래 공간 속에 흩뿌려놓는다. 그것은 유토피아처럼 포장되어 있는 디스토피아이고 때론 다른 행성과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서술됨에도 근미래에 우리에게 일어날 일처럼 느껴져 공허하고 슬픈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의 주인공들(정상성을 요구하는 세상에 맞서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억압을 헤치고 나가는 여성들)의 서사에는 다수의 여성 독자들이 ‘나’를 대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도전을 하며, 망망대해에서 나 홀로 분투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수순처럼 실패한다. 그녀들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손을 뻗은 첫 번째 사람
씨네21 추천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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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아니 형민은 어린 시절 <형구네 고물상>이라는 TV드라마에 출연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할아버지가 고물상을 하는 가난한 집의 순한 둘째 아들 진구를 연기했던 형민은 극중 가난을 마치 실제의 것처럼 느끼며 유년을 보낸다. 형민은 38년이 지나 <그 시절, 그 사람들>이라는 방송에 나가 과거 드라마에 출연했던 당시의 추억과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를 소회한다. 처음엔 당시의 에피소드를 프로그램 속성에 맞게 술회하며 출연자의 본분을 다하던 형민은 점차 자기의 말들이 변명과 후회로 점철되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그 시절, 그 사람들>은 형민에게만 복귀 방송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 역시 불미스런 사건으로 6년 동안 방송을 쉬다가 공중파에 복귀한 남자다. 더이상 배우도, 스타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자 이혼남인, 어찌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는 형민에게 그는 연민 혹은 동질감을 느낀다. 말을 하면 할수록 형민은 자신이 일
씨네21 추천도서 <상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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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첫장을 열기 부담스러운 두꺼운 소설도 여름밤에는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7월의 <씨네21> 북엔즈에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꽂혔다. 데이비드 I. 커처의 <모르타라 납치사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으로 영화화가 결정된 논픽션이다. 교황청이 6살 난 유대인 소년을 납치하고, 이 사건은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억압과 19세기의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숨가쁘게 전개된다. 사카이 마사토 주연으로 2013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많은 유행어를 남겼다. 원작 소설 역시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 은행에서 일하는 주인공 한자와의 눈을 통해 대기업 도산을 지켜본다. 드라마가 한자와라는 인물에 집중했다면 원작 소설은 그 주변 사회상을 더 세세하게 그려내 90년대 어지러운 일본이 손에 잡히듯 그려진다. 윤성희의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은 아역스타였지만 드라마 하나에 출연한 이후 내내 내리막길 인생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7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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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엔난민기구 일 때문에 지부티라는 나라에 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노회찬재단 준비 소식(<씨네21> 1182호 ‘노회찬재단 설립 준비하는 친구들, 우리는 아직도 그가 그립습니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배우 정우성에게도 고 노회찬 의원 하면 떠오르는 영화와 추억을 묻기 위해 연락을 한 적 있다. 그는 당시 찍던 영화 <증인> 밤 촬영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아프리카 지부티로 날아갔다. 자신의 일정을 쪼개고 쪼개 이름마저 생소한 그곳까지 간 것은 지난 2018년 제주도에 도착한 낯선 이방인 예멘 난민을 좀더 알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을 혐오의 시선으로만 대하지 않으려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자신이 예멘 난민이 겪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내전 중이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예멘에 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난민들이 예멘을 탈출해 제주도까지 온 경로를 밟기로 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지부티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난민이라는 이슈로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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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 개의 평균수명은 인간의 그것보다 현저히 짧다. 개의 수명은 길어도 20년을 넘지 못한다.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다. 아니다.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맞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하던 개가 세상을 떠났을 때 쏟아내는 그 많은 눈물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아침달 출판사에서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라는 ‘댕댕이 시집’을 펴냈다. 모르긴 해도 곧 ‘냥이 시집’도 나오지 않을까? 표지에는 개 한 마리가 책 위에 두발로 서서 다른 두발로 책을 펴들고 읽는 일러스트가 있다. 동물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소망. 개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디가 아픈 거야? 오늘은 기분이 어때? 어떤 간식이 좋아? 산책길에 불만은 없어? 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답은 돌아오는 법이 없지만, 강지혜, 김상혁, 남지은, 민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천국의 파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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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에른스트의 1929년작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흑백무성영화를 종이에 구현한 듯한 책이다. 화집인가? 그림 아래에 적힌 짧은 문구는 해설인가 제목인가? 그림과 문장간에 관계가 있기는 한가? 페이지의 배열은 앞에서 뒤로 흐르는 내용인가? 챕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답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한 페이지씩 넘겨본다. 영화가 존재하기 전에 이야기를 상상하는 법은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상징이 가득한 그림이 있고, 화두와 같은 문장이 존재한다. 책 뒤표지에는 이런 표현으로 이 책을 설명한다. “막스 에른스트는 ‘콜라주 소설’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도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정수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시각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상상력이 있는 이들에게야 비로소 이 책은 열리리라는 사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정의를 통하고서야 창작물을 접할 용기를 내는 이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기도. 초현실주의 동지 중 하나였던 앙드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그냥 그림들을, 글을 따라가며 상상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