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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는 마이너의 어떤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봉준호의 옴니버스 영화 <도쿄 프로젝트> 제작 참여하는 스폰지 조성규 대표

이 사람을 알고 있다. 10여년 전쯤 영화계에 나타났고 6년 전 작은 외화 수입사 ‘스폰지’를 세우더니 어느새 브랜드형 극장까지 갖춰 전진기지로 삼은 뒤 특색있는 외국영화를 장기 상영하거나 특화된 영화제를 열면서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근래는 소규모지만 놓쳐서는 안 될 한국영화를 배급하는가 싶더니, 그걸 넘어 국내외를 넘나들며 서서히 제작전선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즐겁게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일을 막 벌리게 되는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추진력이나 계산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가 또 모종의 프로젝트들을 무작정(!?) ‘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는 무슨. 독자들 식상하다”고 말했지만, 이것저것 빼놓지 않고 챙긴다. 그가 조성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영화는 외화하고 또 달라서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 여하간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용이 감독의 <오이시 맨>,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장률 감독의 <이리>,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도쿄 프로젝트>에 제작으로 참여한다. 완성됐지만 아직 개봉 안 한 것 중에는 이번에 부천영화제 개막작이 된 황규덕 감독 <별빛 속으로>가 있고. 단순 투자·배급 마케팅만 하는 경우는 더 많다.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한승룡 감독의 <오프로드>나 올해 베를린 갔던 장률 감독의 <히야쯔가르>, 오점균 감독이 만드는 <경축 우리사랑> 같은 영화들 등이다. 이윤기, 용이, 봉준호, 장률 감독 영화는 공동제작 형식이다. <멋진 하루>는 국내 ***제작사하고 하겠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고, <오이시 맨>은 용이 감독 제작사인 도널드하고 같이 한다. <이리>는 자이로 픽쳐스, 그리고 <도쿄 프로젝트>는 뭐 공동제작이라 하기엔 좀 애매하긴 한데, 프랑스·일본·한국 이렇게 세 회사가 공동투자 제작이다.

-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스 카락스가 만드는 옴니버스영화 <도쿄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전에 같이 술 먹다가 봉준호 감독에게 그 프로젝트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별 생각 안 하다가 올해 4월엔가 다시 물어봤더니 아직 확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 여지가 있겠구나 싶어서 바로 확인을 했다. 그래서 연락해보니까 프랑스쪽 회사가 우리가 구매했던 <퍼펙트 커플> 제작한 회사더라. 한국에 온다고 해서 만났고, 바로 결정했다. 우리 강점이 또 만나면 바로 결정하는 거 아닌가. 시나리오 안 봐도 된다, 조건하고 스케줄만 맞추자 하고 시작했다. 미셸 공드리 영화는 우리도 해봤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 잘 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결정한 거다. 그 뒤에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렸는데, 해외 세일즈만큼은 내가 강력하게 이건 한국 회사가 해야 한다, 아니면 투자 못한다고 해서 씨네클릭하고 같이 하게 된 거다. 해외 세일즈를 프랑스 회사에서 한국 회사로 바꾸는 데 두세달 걸린 거다. 전체 제작비는 30억원 정도 되고 편당 10억원 정도다. 우리가 부담하는 건 전체 15% 정도. <쓰리, 몬스터>나 <에로스> 같은 형식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봉준호 감독 영화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세편에 다 해당하는 거고, 나중에 개봉도 세편 같이 묶어서 한다. 올해 안에 세편 모두 촬영이 끝날 거다. 봉준호 감독 프로젝트가 8월에 들어가니 제일 빠르다.

-내용은. =지금 말하기는 좀 그렇고, 봉준호 감독 작품이 현재로선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 준비하는 게 다르다. 봉준호 최초의 멜로다. 미셸 공드리 영화는 시나리오만 봐서는 쉽게 안 잡히지만, 상상은 된다. 무척 특이한 영화가 될 거다. 레오스 카락스 영화는 그의 스타일답다. 칸 갔다 와서 일본 갔을 때 만났는데 정말 더럽게 고집스럽게 생겼더라.

-일본 갔다 온 건 순전히 <도쿄 프로젝트> 때문이었나. =용이 감독 영화에 일본 여배우가 나오는데 캐스팅건 때문이기도 했다. 이윤기 감독 작품 원작자 다이라 아즈코도 만났고. 칸에서 마무리 못한 일본영화들도 좀 있었고.

-장률 감독 <이리>도 공동제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도 기대를 많이 한다. 감독님에게 말을 듣는 순간 아, 물건 나오겠구나 싶었으니까. 크게 개봉할 영화는 아니지만 상당히 셀 거다. 8월부터 중국에서 먼저 찍고 한국에서는 10∼12월 정도 촬영할 거다. 올해 안에 다 끝난다. 중국 부분은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나왔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좋은 거 같다. 중국에서의 사건들이 한국으로 연결되면서 감독님 예전 작품에 나왔던 얘기들이 녹아들어가고 있다. 제대로 나오면 사고를 칠 것 같다.

-장률 감독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히야쯔가르>에 나온 서정씨 때문에. 서정씨가 지난해에 그 얘기를 하더라. 나도 관심이 있어서 몇번 서정씨, 장률 감독님 함께 만나 술 마시면서 얘기 들었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원작 제목 그대로 가기로 했나. =그렇다. 지금 시나리오 각색 중이고 캐스팅도 진행 중이다. 최대한 빨리 들어갈 거다. 9월이나 10월 정도. 캐스팅이 금방 완료될 거다.

-용이 감독의 <오이시 맨>은 어떤 내용인가. =원안을 김C가 썼다. 2년 전 부산영화제 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쓴 거다. 한국의 루저, 꼭 저 같은 뮤지션이지. 그 사람이 일본에 자기 동생을 만나러 간다. 몸베츠라고 일본 홋카이도 북단에 있는 곳인데 거기서 비행기가 결항돼 하룻밤 묵으며 어떤 여자를 만나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뭐, 원 나이트 스탠드가 있는 건 아니고. 다들 재미있다고 해서 작가를 붙였고 작업했다. 감독을 찾다보니 만날 보는 인간이 보이더라. 사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이후 용이 감독 작품이 없지 않나. (웃음) 여배우도 결정했고, 남자배우도 아마 잘 아는 배우가 할 거다. 몸베츠로 오호츠크해에서 유빙설이 내려오는 시기가 딱 1월이라 일본 촬영은 무조건 1월에 해야 한다. 촬영 80%가 일본이고 한국은 20%밖에 안 된다. 대부분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밖에 다른 프로젝트들도 있나. =지금까지 꾸준히 소개해왔던 해외 감독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가깝게는 이상일, 이누도 잇신, 존 카메론 미첼이나 허우샤오시엔, 빔 벤더스 등등. 모두 말은 건네놨고 다들 좋다고 하더라. 내년에 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감독이 허우샤오시엔이다. 여름에 시간되면 대만에 놀러가겠다고 칸에서 만나 얘기해놨다. 어차피 <빨간 풍선> 개봉 때문에 10월에 한국 와야 하기도 하고. 같이 하고 싶어하는 한국 여배우도 다 정해놨고, 또 이미 손도 써놨다. <쓰리 타임즈> <밀레니엄 맘보> 너무 좋아하는 여배우가 있다. (웃음)

-외국영화 수입·배급쪽은 어떤가.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칸에서 구매한 작품이 많다. 그 작품들 중에서 유럽영화 중심으로 8작품 모아서 올해 하반기 ‘씨네휴 파트2’를 계획 중이다. 거장인데 한국에는 개봉한 작품이 없는, 예컨대 알렉산더 소쿠로프, 로이 앤더슨 등의 영화 그리고 국내에 잘 알려진 거장이지만 최근에는 개봉작이 없는 감독들, 에릭 로메르 같은 감독들의 신작 중심이다. 내년에 열리는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작품 물색도 이미 하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못해왔던 건데, 기타노 다케시의 <감독만세>를 계기로 내년에 어떻게든 기타노 감독의 회고전과 서울 방문을 성사시키려고 추진 중이다. 부산에는 왔어도 서울에 온 적은 없지 않나.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이제는 와야 할 시점이라고. 아, 그리고 칸에서는 마이클 무어의 <식코>도 샀다. 개인적으로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작정했던 찰리 카우프만 데뷔작 <시넥더키, 뉴욕>도 샀고. 또 하나는 고전 프로젝트인데, 키에슬로프스키의 <레드> <블루> <화이트>를 샀다. 우리 세대의 클래식을 재개봉하겠다는 뜻이다. 아직 판권은 안 샀지만 <비포 선라이즈>도 생각 중이고. 아무래도 우리가 서울 시내에 극장 하나를 더 늘릴 것 같다. 10월쯤 될 텐데, 개관하면 지금 말한 영화들을 그곳에서 많이 할 수 있을 거다. 스폰지 압구정처럼 100석 정도 되는 공간이다. ‘씨네휴 파트2’는 올해 거기서 오픈할 계획이다.

-예전에 말한 홍대나 부산쪽 극장이 아니다. =아니다. 다른 곳이다.

-그럼 그 극장들 계획은 어떻게 돼가나. =홍대는 좀 복잡해서 무산됐고, 부산쪽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 같아 그만뒀다. 당분간은 서울 세곳과 방금 말한 새로 생기는 곳, 그렇게 네곳으로 갈 생각이다. 스폰지하우스 압구정 같은 극장이 서울시내에 더 있는 게 좋겠다 싶다. 지역 특색이 있는 그런 극장. 그래서 스폰지하우스 종로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지 고민이다. 몸집이 워낙 크니까. 압구정은 운영비가 종로의 5분의 1 정도 들어간다. 사람들이 손해 안 보냐고 묻는데, 사실 압구정이 제일 성공적인 케이스 같다. 아, 그리고 이건 확정은 아닌데 크리스마스에 내가 제일 해보고 싶은 건 채플린 영화들 재개봉하는 거다.

-씨네휴는 관객이 많이 들었나. =끝나려면 멀었지만 지금 만명 넘었다. 지방 돌고 있고 다 돌고 나면 서울에서 한번 더 할 거다. 우리도 못 본 게 많으니까. 나도 <관타나모로 가는 길> 아직 못 봤다.

-씨네휴 상영작에 <숏버스>가 있다는 걸 둘러싸고 말이 많다. =<숏버스>는 행정법원에 위헌 소송 들어가 있는 상태다. 우리 입장에선 올해 연말까지 영화제에서 상영할 등급 추천 면제를 받았기 때문에 굳이 등급을 안 받아도 괜찮다. 상영해도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문제다. 존 카메론 미첼도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 문제 때문에 되게 예민해 했다. 그래서 내가 미첼이 서울에 있는 동안 약속했다. 내가 이런 과정들을 거칠 것이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그래서 만약 위헌 판결이 나게 되면 다시 또 심의를 넣을 거다. 그럼 위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제한상영가가 나올 수 없다. 그러면 심의 등급이 나오는 거다. 딱 그런 의미다. 나도 처음에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랬는데, 조광희 변호사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더라. 나 혼자 한대 맞고 끝나지 이러면 계속 또 누군가가 맞게 된다. 그래서 위헌 소송을 생각한 거다. 한동안은 <숏버스> 얘기만 나와도 노이로제였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숏버스>를 영화제 상영작으로 그렇게 길게 순회 상영했을 때 하루 5회씩 2주 넘게 개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사실상의 편법이라는 말도 있다. =동종업에 있는 사람들 눈치 전혀 안 본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욕도 많이 먹고 미움도 받는다. 그런데 더이상 신경 안 쓴다. 아마 얄미울 수도 있을 거다. 머리 굴려서 그런 영화를 무삭제로 원하는 대로 트는 것에 대해.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이 영화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지금도 마이너스다. 처음부터 돈 벌기 위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스스로에 떳떳하다. 내가 만약 돈 벌려고 편법을 썼다면 미안하고 찜찜했겠지만 그것보다 내 생각은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 관객의 당연한 권리 아니냐는 거다. 왜 한국 관객만 못 봐야 하나. 유럽은 세금을 많이 내서 아무 영화나 볼 수 있고 우리는 세금을 쥐꼬리만큼 내서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거 아니지 않나.

-스폰지 전문 케이블 채널 문제는 어떻게 돼가나. =그 문제야말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군데하고 얘기 중이다. 그거야말로 든든한 뱅커가 필요한 문제다. 제대로 하려면 한번에 몇 십억원의 돈이 있어야 된다. 그것도 그렇고, 케이블만 해야 할지 IP나 모바일을 해야 할지 뭐 그런 것들을 같이 고민 중이다. 케이블도 너무 포화상태고. 새로운 뉴미디어쪽하고 연결해서 극장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IP하고 동시개봉해도 된다고 본다. 그런 조건에서 좋은 파트너들을 잡아야 할 거다. 근데 케이블만으로는 좀 위험할 것 같다. 케이블은 극장 개봉과 동시엔 못하지 않나. 이 문제는 결론이 쉽게 안 날 것 같다.

-올해는 몇편 정도 개봉하나. =70편 넘지 않을까?

-매출은. =100억원쯤 넘겠지. 수익이야 잘 모르겠지만. (웃음) 근데 재미있는 건 올해 벌써 절반이 지나갔는데, 2월 달에 <스쿠프>하고 <바벨>로 5억원 까먹은 거 제외하곤 별로 까먹은 게 없다. 그외의 영화로 메웠다. 새로운 영화들이 하도 많으니까 허덕허덕하는 거지.

-마이너계의 메이저가 됐다. =그건 나 개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징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에 이광모 감독님처럼 인디쪽 마이너의 어떤 상징적 존재가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스폰지가 들어가게 된 거지 개인적으로야 무슨….

-제작사나 수입사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를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영화사 스폰지 운운하는 걸 가끔 듣는다. 스폰지가 미래의 주된 관객에게 확실히 어떤 브랜드로 인지됐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십년쯤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 술집에서 시끄러운 여자애들 네명이 들어오더니 케이크에 촛불 켜고 사진 찍고 생일파티하면서 난리도 아니더라. 그래서 욕을 좀 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까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이야기를 하면서 뭘 볼지 계획 짜고 있더라. 그러니까 되게 미안해지더라. (웃음) 하여간 기분이 묘하더라. 우리 영화가 사실 숫자로만 치면 큰 건 아니다. <메종 드 히미코> 많이 봤다고 해도 10만이다. 그중 서울에서 6만, 7만명 되는 건데 전체 서울인구 천만명 중에 그 수는 작은 숫자일 거다. 하지만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만명도 안 든 영화들 <캐쉬백>이나 <토니 타키타니> 같은 영화들 있지 않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주변사람들은 그걸 다 봤다. 그러니까 만명이란 숫자가 작은 숫자 같지만 사실은 문화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 안에서의 만명이기 때문에 무척 큰 숫자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런 점을 항상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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