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궁녀실록, 군주 중심 궁중 사극이 지운 절반의 역사를 복원한 작품.”(김선영) “이성애 로맨스, 사극, 왕과 후궁이란 소재로 이 정도의 페미니즘 관점의 드라마가 가능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조혜영) 올해 초 종영한 <옷소매 붉은 끝동>은 “사극이라는 테두리를 잘 지키면서도 그 경계를 향해 계속해서 질문하는 모범생 같은 작품”(복길)으로 “역사적 스토리를 현대적 가치에 맞춰 재해석”(이자연)해 “사극도 충분히 동시대적일 수 있다는 걸 입증”(오수경)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의지를 알고 실천하는 주체적 인간인 동시에 직업적 자부심이 강한 일하는 여성이자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연대를 이어가는 사회적 인간”(오수경) 성덕임 캐릭터가 있었다.

그 결과 <옷소매 붉은 끝동>은 “왕과 후궁의 로맨스라는 가장 가부장적이고 진부한 서사에서 ‘후궁이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궁녀들의 직업 세계와 우정을 그려내며 사극을 현대화”(조혜영)하는 데 성공했고, “운명적인 인연을 맺어온 남자 이산과 대등한 존재로서 사랑을 하고 싶었던 성덕임의 혼란을 통해 현대 멜로극에서 시사하기 어려운 젠더적 갈등을 비교적 손쉽게 이끌어내는”(복길) 귀한 성취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길고 긴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할 때 무엇을 빼고 강조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각색”(김송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올 사극(시대극) 로맨스 팩션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