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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2] - 대중영화
씨네21 취재팀 2006-09-29

재미를 아는 대중영화 11편

흥미진진한 긴장감, 유쾌한 웃음보따리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Memories of Matsuko 나카시마 데쓰야/2006년/일본/129분/아시아영화의 창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나카시마 데쓰야의 신작.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받은 화사하고 몽상적인 이미지가 TV광고처럼 흠없는 뮤지컬 장면들과 어우러져 추락만을 거듭했던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다. 이야기는 20살의 청년 쇼우에서 시작한다. 18살에 가출해 고향을 떠난 그의 앞에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온다. 30년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긴 고모 마츠코가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는 고모의 집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쇼우는 고모의 짐을 정리하다가 고모의 삶에 대해 하나씩 알아간다. 중학교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마츠코에게 인생은 핑크빛이었다. 하지만 문제아 학생이 일으킨 절도사건을 수습하려다 오히려 범인으로 몰린 마츠코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뛰쳐나온다. 이후 마츠코는 동거하는 남자들에게 폭행당하고,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욕업소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거듭되는 남자관계는 실패만을 낳지만, 마츠코는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마츠코의 삶은 죽음에 이르러 혐오스럽다는 말이 아니고는 묘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만,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마츠코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간 순간들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는 순간을 몇번이나 넘기면서도 다시, 또다시 꿈을 꾸는 마츠코의 이야기는 뮤지컬 장면들에서 빛을 발한다. TV드라마 <케이조쿠>, 극장판 <전차남>에 출연한 나카타니 미키가 엉뚱할 정도로 재기발랄하고 혐오하기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마츠코를 연기했다.

<열 척의 카누> Ten Canoes 롤프 드 헤르/2006년/호주/92분/월드 시네마

두 가지 민담이 겹치는 <열 척의 카누>는 매우 긴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카누를 타고 첫 번째 거위사냥에 나선 청년 다인디는 자신의 형이자 부족의 지도자인 미니굴룰루의 젊은 아내를 탐내고 있다. 미니굴룰루는 늪지대를 가로지르는 여행 도중 동생에게 경고하기 위해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 속의 강인한 전사 리지미랄리는 세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동생 예랄파릴은 젊고 예쁜 막내형수 무난자라를 좋아하지만 현명한 큰형수 바날란주의 견제로 이렇다 할 사고를 치지는 못한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이 리지미랄리의 두 번째 아내를 납치하자 마을 남자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예랄파릴은 자기가 죽으면 아내들을 돌봐달라는 리지미랄리의 당부로 홀로 마을에 남는다. <열 척의 카누>는 호주 어보리진 언어로 만들어진 첫 번째 극영화이고 주석을 달아야만 하는 그들의 전통문화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물건을 가리고 다니는 남자는 믿을 게 못 돼”라고 떠드는 이 벌거벗은 사람들은 머나먼 시간과 공간 너머의 이방인이라기보다 동네 아저씨들처럼 친근하게 보인다. 정분과 질투, 허세 부리는 남자들과 영악한 여인들, 바가지 긁는 마누라. <열 척의 카누>는 낯선 신화를 향해 떠나는 듯하다가 이처럼 결혼식 전날 밤에 들려줄 법한 ‘생활의 지혜’에 안착하기 때문이다. 그 지혜 속엔 웃음이 있고 체념이 있으며 생생한 활력이 있다. 카누와 원주민을 찍은 1930년대 흑백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은 감독 롤프 드 헤르는 그런 지혜를 소중히 여겨 다소 산만하지만 풍요로운 구전문화를 영화로 담는 신기한 성취를 이루어냈다.

<칫솔과 에어컨> Dog Days Dream 이치이 마사히데/2005년/일본/73분/아시아영화의 창

코미디언 출신 이치이 마사히데 감독이 만든 코미디. 폐지 수집을 하는 미노루와 고깃집에서 서빙을 하는 사토코는 가난하다. 고기는 구경도 못해, 미노루는 아내 머리카락에 밴 고기 냄새에도 흥분한다. 사토코는 성격 급하고 돈도 못 버는데 파친코를 좋아하기까지 하는 미노루를 열심히 보살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 이들의 소원은 에어컨을 사는 것이다. 미노루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즈음 사토코는 불고기집에서 해고당하고, 사토코는 주부로서의 모든 노동을 거부하고 드러눕는다. 아무도 살림을 돌보지 않게 되자 집은 쓰레기통으로 변한다. 이치이 마사히데 감독은 <칫솔과 에어컨>에 대해 “나의 20대가 실패의 연속이었으며, 30대가 되기 전에 나의 실패담을 영화로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 영화는 실패담이라기보다는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손톱깎이, 에어컨, 칫솔질처럼 일상 속에 콕 박혀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웃음으로 터뜨리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아주 특별한 축제> Grand Festival 비주 비스와나스/2006년/인도/100분/아시아영화의 창

영화가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화감독 미스는 고향마을로 내려와 자살을 시도한다.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영화를 보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비관한 것이다. 그의 고민을 들은 오랜 친구 라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것은 이 오지 마을에서 영화제를 열어 개막작으로 미스의 영화를 틀자는 것이다. 미스와 라자는 이곳이 인도 영화사의 대흥행작 <쇼레이>의 촬영지였다는 점을 내세워 영화제를 열려고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미스의 후원자였던 외삼촌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입고, 기꺼이 스폰서가 되겠다는 콜라회사 사장은 딴마음을 품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시에서 온 큐레이터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찰리 채플린을 초청했다”고 말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분이다. <아주 특별한 축제>는 뮤지컬이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유쾌함을 전하는 코미디다. 이 영화는 코믹한 발상을 재밌게 구현했을 뿐 아니라 영화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드러나지 않게 끼워넣을 줄 아는 미덕을 갖고 있다.

<제9중대> 9th Company 표도르 본다르추크/2005년/러시아, 우크라이나, 영국/139분/월드 시네마

2005년 러시아 최고 흥행작으로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러시아 블록버스터영화다. 1979년부터 시작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베트남 전쟁이 미국에 남긴 것과 비슷하다 할 정도로 많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발발 10년 만에 스스로 철수해야 했다는 점이나 수만명의 군인이 희생당했다는 것, 그리고 민간인과 게릴라가 구분되지 않는 전장 환경이 만들어내는 노이로제 또한 베트남 전쟁과의 유사성이다. <제9중대>는 이러한 소련 시대의 악몽과 정면 대결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젊고 팔팔했던 젊은이들이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지, 다양한 부대원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신도 볼 만하지만, 서서히 미쳐가면서 상처를 입는 소련의 젊은 군인들에 대한 설득력있는 묘사가 돋보인다. 아프가니스탄전과 베트남전의 공통점 때문인지, 영화의 초반부 겁없고 철없는 젊은이들이 3개월 동안 훈련받는 과정이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황금의 문> Golden Door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즈/2006년/이탈리아/120분/월드시네마

유럽인들의 신대륙 이주가 붐을 이루던 20세기 초, 시실리섬에 사는 만쿠소 가족은 헤어진 아들을 찾을 겸 ‘아메리칸 드림’도 이룰 겸 노모까지 대동해 미국행에 오른다. 집채만한 양파와 닭, 은화가 열리는 나무를 찍은 거짓말 같은 흑백사진들을 보고 만쿠소는 미국에서의 풍족한 삶에 기대를 잔뜩 걸지만, 피난선 마냥 사람들로 꽉 찬 배를 타고 도착해보니 신체검사, 방역검사, 지능검사까지 까다로운 입국절차에 미국 땅은 밟지도 못하게 생겼다. <황금의 문>은 이탈리아 촌구석 주민의 시선을 통해 역사적인 변화의 시기를 풍자적 소극으로 그려낸 영화다.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막내아들이나 각종 검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노모는 매우 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그 진지함에 영화가 짓눌리지 않게끔 감독은 모든 사실적 전개 위에 만쿠소의 순박한 시선을 한겹 덮는다. 역사와 주제의식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발언하고, 결과적으론 머리보다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연출력이 빛난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은사자특별상 수상작.

<낙천주의자들> The Optimists 고란 파스칼리예비치/2006년/스위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모나코, 스페인/95분/월드시네마

다섯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영화. 국경도 이념도 송두리째 흔들려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세르비아를 돌아다니면서 오직 돈만이 확고한 권력으로 자리잡은 남루한 현실을 포착했다. 홍수로 모든 것이 잠겨버린 마을에 한쪽 다리를 저는, 암자에서 내려온 현자처럼 잠언을 전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낙천적이고자 한다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그 정체가 불투명하다. 이 첫 번째 이야기를 지나면 맏딸이 부유한 사업가에게 폭행당하지만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진실을 묻어야 하는 가장의 이야기와 만병을 치유하는 기적의 샘을 향해 떠나는 불치병 환자들의 여정 등이 이어진다. 이들은 누가 보아도 사방이 막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그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하지만, 세르비아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한순간의 거짓에 의지해서라도 낙천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퀴어시네마 이야기> Fabulous! the Story of Queer Cinema 리사 에이즈, 레슬리 클레인버그/2006년/미국/85분/와이드 앵글

퀴어영화의 세계를 매우 쉽고 가볍게 포장해 전달해주는 다큐멘터리. 퀴어영화의 흐름을 연대기 순으로 해설해줘 각별히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관객일지라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에서 퀴어영화는 2차대전 이후에 시작됐다. 케네스 앵거의 <불꽃>(1947)을 시작으로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1963) 등 초기 퀴어영화의 대표작이 발표됐고, 60년대 말 스톤월 항쟁을 비롯한 게이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퀴어영화는 활성화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록키 호러 픽처쇼> <피메일 트러블> <파리는 불타고 있다> <포이즌> <리빙 엔드> 같은 퀴어진영의 영화뿐 아니라 <바운스> <소년은 울지 않는다> 같은 주류 영화계가 퀴어영화를 만들게 되는 과정까지 보여주며, 이안 매켈런의 커밍아웃처럼 퀴어 영화계에 힘을 불어넣어준 순간들도 함께 조명한다. 존 워터스, 구스 반 산트, 토드 헤인즈, 존 카메론 미첼, 돈 루스 같은 감독들의 생생한 후일담 또한 담고 있다.

<수퍼 히어로 끄리쉬> Krrish 라케쉬 로샨/2006년/인도/174분/오픈 시네마

발리우드 뮤지컬 스타일의 슈퍼히어로영화. 크리쉬나는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은 능력을 소유해 주변의 관심을 끌어왔다. 크리쉬나의 부모가 그 엄청난 능력 때문에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외딴 산골마을로 이주한다. 성인이 된 크리쉬나의 능력은 더욱 대단해졌지만, 주변 친구들이 모두 어린이뿐일 정도로 세상에 관해서는 무지하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아름다운 여성 프리야를 위험에서 구하게 되고,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프리야를 따라 싱가포르로 가게 된 크리쉬나는 미치광이 과학자 아리야 박사가 미래를 변화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과 아버지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세계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수퍼 히어로 끄리쉬>의 주된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루할 무렵이면 등장하는 초대형 군무와 흥겨운 노랫가락은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즐기도록 해준다.

<악보 넘기는 여자> La Tourneuse De Pages 드니 데르쿠르/2006년/프랑스/85분/특별전 - 프랑스 동시대 작가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소녀 멜라니는 음악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끈다. 그러나 그중 한명인 아리안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한눈을 팔자, 멜라니는 흐트러진 집중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시험에 떨어지고 만다. 몇년이 지나 아름답게 자란 멜라니는 아리안의 남편 장의 법률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다. 멜라니는 마침 비어 있는 유모 자리에 자원해 아리안의 아들을 돌보면서 몇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복수를 시작한다. 키스와 정사마저 냉기어린 표정으로 이끌어가던 멜라니의 마지막 미소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는 영화가 어떻게 스릴러의 긴장을 간직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순간. 프로 비올라 주자이기도 한 감독 드니 데르쿠르는 어린 아들까지 포함한 가족 한명 한명을 파멸로 이끄는 복수담을 클래식 음악처럼 우아하고 정갈하게 담아내면서도, 불협화음처럼 위태롭게 갈라지는 위기 또한 섬뜩하게 내비치며, 긴장을 이끌어간다.

<크레이지 스톤> Crazy Stone 닝하오/2006년/중국, 홍콩/105분/폐막작

폐업 위기에 처한 수공예 공장을 구하기 위해 골동품 전시회가 열린다. 공장주는 전시품인 값비싼 비취 장신구가 걱정되어 전직 경찰인 바오에게 경비를 부탁한다. 그 무렵 빈집털이 등을 일삼던 다오 패거리는 공항에서 소매치기한 가방을 뒤지다가 비취를 훔치기 위한 장비와 계획서 등을 발견하고 직접 공장을 털기로 결심한다. 가방의 주인과 다오가 비취를 노리는 사이, 공장주의 아들 샤오멩은 진짜 비취를 가짜와 바꿔치기해서 애인에게 선물한다. 분할화면과 플래시백을 매끄럽게 구사하는 <크레이지 스톤>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처럼 인물과 사건이 세밀한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영화다. 속도가 빠르고 민첩하고 기교가 많다. 그러나 <크레이지 스톤>이 붙잡고자 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한때 의리와 인정이 통했지만, 지금은 부동산과 현금이 지배하는 대륙. <크레이지 스톤>은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소동극을 통해, 난장판이 된 현대의 중국을 서글프게 응시한다.

한국영화회고전 ‘변화와 선택의 시간: 일제시기 영화 발굴전’

일제시기 한국을 응시한다

올해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제는 ‘변화와 선택의 시간: 일제시기 영화 발굴전’이다. 한국영상자료원과 부산영화제가 함께 여는 이 행사에서는 지난 3년간 한국영상자료원이 힘들게 중국전영자료관으로부터 들여온 7편을 상영한다. 현존하는 한국영화 중 가장 오래된 <미몽>(1936, 양주남)은 물질을 좇는 한 여성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읽게 하는 작품이다. 30년대의 서울 풍경과 당대 남한 최고의 무용가로 꼽히던 조택원의 춤사위를 만날 수 있다. <군용열차>(1938, 서광제)는 일제의 내선일체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최초의 어용영화이며, 일본 쇼치쿠와의 합작영화 <어화>(1939, 안철영)는 서울로 올라와 온갖 어려움을 겪는 한 여인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조영정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 세련된 편집, 탄탄한 이야기 전개, 일제시대 영화 중 단연코 놀라운 발견”이라고 평가한 <반도의 봄>(1941, 이병일) 또한 관심가는 영화. 이외에도 <집없는 천사>(1941, 최인규), <지원병>(1941, 안석영), <조선해협>(1943, 박기채) 등 일제 말기의 가혹한 탄압을 짐작게 하는 작품 또한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영상자료원이 2년 동안 노력한 끝에 지난해 말 대만영상자료원에서 입수한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1962)은 7편의 회고전과는 별도로 부산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복원 상영된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과부>를 원작으로 하고 신영균, 한은진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아시아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했고 대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절 과부로 살아가다가 머슴의 아이를 임신하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신상옥 감독의 특유의 여성상을 보여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