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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기대작]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 그 후>

상계동 주민 여러분, 어디 계시나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1985년 8월부터 88년 2윌까지, 상계동 주민들의 주거권 투쟁사를 담은 <상계동 올림픽>은 이 말로 끝을 맺는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서울은 도시 미관을 위해 상계동 173번지의 80여 세대를 거리로 내몰았다. 그 뒤로 20년이 지났다. 과연 그들은 그토록 원하던 가난한 마음으로도 살 수 있는 그날을 만났을까. 87년 당시, 상계동 주민들과 2년6개월의 시간을 함께하며 <상계동 올림픽>을 만들었던 김동원 감독의 신작 <상계동 올림픽, 그 후>는 “상계동 주민의 가난하지만 강했던 생명력이 지금도 여전한지” 안부를 묻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그동안 김동원 감독이 들여다본 상계동 주민들의 후일담은 이렇다. 그들이 땅굴에서 살던 10개월 동안 성화가 지나갔고 88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서울시와 천주교, 상계동 재개발 건축업체는 돈을 모아 그들에게 내줄 땅을 마련했지만 평당 30만원이던 땅값이 1년 새 240만원으로 8배나 뛰어오르면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다. 결국 그들에게는 가구당 8평씩의 땅이 나눠졌다. 땅을 팔 사람은 팔고 나가고 이곳에 살 사람은 살라는, 합리적인 듯 보이나 손쉬운 방책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상계동 주민들이 보여준 이상적인 공동체 운동의 움직임에 끌렸던 김동원 감독은 서로 믿었던 사람들이 불신을 안고 이별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씁쓸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땅이 지저분하게 갈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몰랐다.”

<상계동 올림픽>이 “사실을 알리는 데 급급했던 작품”이라면 <상계동 올림픽, 그 후>는 당시 상계동을 거쳐간 여러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87년의 상계동이 지금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담는 회고록이 될 전망이다. 김동원 감독은 그들에게 물어볼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잘사는 것인가. 그들은 왜 그렇게 무너져야 했는가. 물론 당시의 상계동을 지켜보았던 감독 자신에게 묻는 질문도 포함된다. “그때 나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상계동 공동체가 깨지는 것을 보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나 역시 변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가 <상계동 올림픽, 그 후>에 기대하는 역할은 “상계동 주민들이 서로에게 쌓인 응어리를 푸는 것”이다. “다같이 보고 함께 울었으면 좋겠다. 왜 우리가 헤어졌는지에 대한 회한도 있을 것이고, 서로가 반갑고 그리워서 울 수도 있을 것이다.” <상계동 올림픽, 그 후>가 완성될 쯤에는 지난 20년 동안 맥이 끊겼던 상계동 173번지 주민들의 반상회가 다시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Key Point: 만남

김동원 감독은 <상계동 올림픽, 그 후>를 준비하면서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다. 당시 상계동에 들어와 살고 있었던 미국인 정일우 신부와 <상계동 올림픽>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던 손인숙 수녀는 감독 자신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사람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만나서 따져 묻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상계동 주민들을 관리했던 도시빈민사무국의 담당자와 주민들에게 땅을 나눠주려 했던 천주교와 서울시 관계자들이다.“당시 명동성당은 1년 동안 성당에서 천막을 치고 살던 주민들이 빨리 나가기를 바랐다. 좋게 말하면 일을 빨리 해결해준 것이지만,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반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감독 자신처럼 주민들을 돕겠다고 상계동을 찾았던 외부인들을 만나 그때의 일을 다시 평가해볼 계획이다. 철거민이었던 사실을 숨기며 살고 있는 상계동 주민들의 고통을 담는 것도 <상계동 올림픽, 그 후>의 중요한 부분이다. 김동원 감독은 우선 한달에 한번씩 소규모로 열리는 상계동 주민들의 모임에 카메라를 들고 참여할 생각이다. “언제나 제작비보다 술값이 더 많이 드는” 그의 작업 스타일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을 듯싶다.

제작 푸른영상 촬영예정 2007년 5월부터 2008년까지 개봉예정 2008년 중 예상제작비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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