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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란 제목으로 개봉됐던 영화 두편이 있다. 하나는 조지 클루니 감독, 주연의 2011년 미국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변성현 감독, 고 이선균 주연의 2021년 한국영화다. 이들 모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와 그 뒤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는 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치의 흑막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같지만, 한 <킹메이커>(2011)는 현실 정치의 승리를 위해선 이상적 정치의 패배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반면, 다른 <킹메이커>(2021)는 현실 정치의 패배를 통해 이상적 정치의 가능성과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인구에 회자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만큼 현대 한국 정치, 아니 시대와 국가를 넘은 모든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 말에 빠진 것을 더하자면 ‘민중의 바람’이다. 이 바람은 흔히 ‘바램’으로 적히는 소망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런 소망이 뭉쳐 움직이는 강
[기획] ‘돛대를 꺾어버릴, 거센 바람이 인다,’ 영화를 경유해 살펴보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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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4월10일 수요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마치고 남은 법정공휴일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선거와 영화의 만남을 준비했다.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이자 <씨네21> 디스토피아 필자인 정준희 언론학자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오늘의 선거 판세를 펼쳐낸 글이 투표소로 향하는 당신의 길을 한결 극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앞으로 4년의 의정 활동을 책임질 300명의 국회의원을 기다리는 동안 재생해볼 만한 정치판의 영화들도 추렸다. 1970년대 고전부터 동시대 시리즈물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볼만한 선거영화 큐레이션이다. 신념과 권력, 치열한 진심과 차가운 전략이 맞부딪치는 이 영화들로부터 나의 특별한 한표에 대한 여운과 긴장을 이어가시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선거와 영화>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선거와 영화, ‘4·10 총선, 투표 후 영화 한편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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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에 관한 한 윤금선아 배우의 기억력은 실로 대단했다. 대본을 읽는 동안 느낀 감정과 정지혜 감독의 디렉션, 김금순 배우와의 호흡까지. 그가 <정순>의 거의 모든 걸 생생히 기억하는 건 그만큼 이 작품이 그에게 남긴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극 중 윤금선아는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엄마 정순(김금순)의 딸 유진을 연기했다. 불행에 빠진 엄마를 건져내려는 유진의 사투는 자그마한 체구 안에서 고요히 뿜어져 나오는 배우의 힘을 받아 더욱 절실해진다. 2011년 <열일곱, 그리고 여름>으로 데뷔해 독립영화계에 뿌리내린 윤금선아는 최근 <마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의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추며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해보는” 중이다. 간만의 인터뷰가 떨려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 말하는 걸 열심히 연습해왔다는 배우에게 우선 그 이야기부터 풀어달라고 청했다.
- 그래서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나.
= 극
[인터뷰] ‘이 마음, 영원히 뜨겁기를’, <정순> 배우 윤금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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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은 그 제목처럼 주인공 정순의 영화다. 디지털성범죄의 늪에 빠진 피해자이지만 정순을 피해자로만 보는 일차원적 시선은 온당치 않다. 영화가 그러한 시선을 조장하지도 않는다. 정순은 우리 일상 저변에 있는 중년의 블루칼라, 딸에게 지는 엄마, 타인에게 쉽사리 화내지도 못한 채 움츠러든 주변부의 인물이다. 정순을 두고 ‘복합적 캐릭터’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망설여진다. 정순은 복합적이라거나 다면적인 가상 인물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당장 화면 바깥으로 걸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독한 현실의 한 조각이다. 이러한 정순을 완성한 것은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김금순 배우의 몫이었다. 그는 정순과 자신의 닮은 점을 호쾌하게 설명하고, 중년이 경험한 사랑의 일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정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정순> 이후 사랑하는 중년의 표상이 된 것만 같은 그에게 사랑과 인생이 무엇인지 배웠다.
-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
[인터뷰] '사랑은 늘 어렵다', <정순> 배우 김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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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연출작으로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린 정지혜 감독은 “작았던 영화가 많은 관객의 공감을 흡수해 커진 상태에서 정식 개봉해 행복하다”고 전했다. <씨네21> 촬영 차 오랜만에 서울에 온 덕분에 그동안 서울 배급사에 있어 사진으로만 봤던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드디어 만져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정순>을 만들기 위해 차린 ‘시네마루’가 있는 부산에서, 정지혜 감독은 공동 운영자인 <정순>의 정진혁 촬영감독과 지역에서 영화 만드는 일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커진 영화만큼 부쩍 성장했을 90년대생 영화감독과 함께 첫 장편에 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 고향인 경남 양산시에서 대부분 촬영했다고. 양산 신문에 자랑스럽게 실린 기사를 읽었다.
= 양산에 사시는 부모님과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성하지 못했을 거다.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익숙한 동네다 보니 적절한 장소를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
[인터뷰]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정순> 정지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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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 대상작인 <정순>이 오는 4월17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순>은 공장에서 일하던 평범한 중년 여성 정순(김금순)이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며 겪는 풍파를 그린다. 정순은 공장에 새로 온 중년 남자 영수(조현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수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정순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정순의 딸 유진(윤금선아)이 백방으로 정순을 돕지만 정순과 유진 역시 각자의 가치관을 고수하며 충돌하기도 한다. 적적한 중년의 사랑에 이어지는 삶의 격렬한 파고가 묵직한 감정을 이끄는 작품이다. 정지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한 <정순>은 로마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대만금마장영화제 등 국내외 19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8관왕을 거두는 쾌거를 올렸다. 상의 숫자가 영화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진 않겠지만 <정순>이 전세계 관객의 보편적인 정서를 적절히 어
[커버] 정순씨를 만나다, 정지혜 감독과 김금순, 윤금선아 배우가 말하는 <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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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김치
가장 사랑하는 음식.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집 김치의 맛 비결을 라임 주스라 말한 적 있는데, 거짓말이다. 물론 우리 집 김치 레시피는 극비다.
할리우드 고전영화들
요즘 할리우드 올드 클래식에 매료돼 있다. 폴 뉴먼이 나오는 초기작도 많이 보고, <에덴의 동쪽>을 비롯한 제임스 딘의 영화도 챙겨 보는 중이다. 최애 배우는 역시 말론 브랜도. 젊은 말론 브랜도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것도 알고 있다. (웃음)
라디오헤드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가 수록된 《Kid A》앨범을 사랑한다. 왜 라디오헤드를 듣냐고? 슬프기 때문이지. Sad is good.
차기작들
아무래도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건 앞으로 연기할 배역들일 것이다. 토드 솔론즈와
[LIST] 찰스 멜턴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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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마피아라 불리는 몬테소리 교육법의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 멀게는 헬렌 켈러부터 가까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까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글로벌 인재들이 이 교육법의 수혜자들이었다는 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실이다. 마리아 몬테소리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의사로서 산업혁명 시기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존재로 인식시켜나가는 데 힘썼다. 특히 지적장애 아이들과 지내면서 그들을 어떻게 의학적, 과학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이는 오랫동안 마리아를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라 부르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친아들의 양육권을 포기한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두편의 교육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레아 토도보르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 주인공으로 마리아 몬테소리를 택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몬테소리의 전기를 모조리 섭렵해 대사 하나, 작은 행동 하나까지 최대한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역사적 고증
[파리] 극적인 실화를 영화로, 몬테소리 교육법의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 이야기 다룬 '뉴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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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 준지(堀 潤之)*
하스미 시게히코는 고다르론을 모은 자신의 책에 <고다르 혁명>이란 제목을 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혁명’이란 <네 멋대로 해라>(1960)로 영화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그런 혁명이 전혀 아니다. 하스미는 고다르의 추모 글에서도 “고다르처럼 영화를 찍은 영화 작가는 세계에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누벨바그의 기수로서 세계 영화를 일신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아사히 신문>, 2022년 9월15일). 혁명이 아무런 지속적인 새로운 체제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혁명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다르 혁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 생각 없이 고다르가 존재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틈틈이 “고다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반(反) 고다르의, 고다르에 대한 혁명”의 의미이다(“고다르에 대해 혁명을 일으키자!”, <영화론 강의>, 2008년).
[특집] ‘혁명’의 영화론, 하스미 시게히코의 <고다르 혁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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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하스미 시게히코를 말해야 하나. <존 포드론>을 둘러싸고 나타난 젊은 한국 평자들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그러모으기 위해 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와 김병규, 김예솔비 평론가가 모였다. 그들은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이 주는 매혹을 세세히 인정하면서도 그에게서 종종 느껴지는 한계와 이질감을 쉬이 지나치지 않았다. 대담에 앞서 임재철 평론가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이력, 한국에 하스미 시게히코가 소개된 경위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젊은 평자들에게 대담을 맡겼다. 임재철 평론가는 90년대 후반부터 하스미 시게히코의 작업물을 한국에 소개했고 첫 한국어 번역본이었던 2001년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기획·발간한 뒤 <영화의 맨살> <존 포드론> 등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씨네21>을 통해 그와 하스미 시게히코가 나눈 대화는 한국 매체에서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적 태도를 엿볼 희귀한 기회였다. 항상 영화의
[인터뷰] ‘여전히 유효한 비평적 모험’, 김보년, 김병규, 김예솔비 평론가의 하스미 시게히코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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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번역된 책 (김경수)
<감독 오즈 야스지로> 윤용순 옮김 / 한나래 펴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하스미 시게히코의 단행본으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전반을 다루는 작가론이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해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제목은 “먹는다는 것” 등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반복되는 요소에서 딴 것이다. 구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관객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영화의 사소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그 디테일이 포개지고 변주되는 순간 생기는 독창적인 생동감을 포착한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가 정적인 영화이며 그의 영화가 선(禪)과 모노노아와레와 같은 동양적인 정신을 반영한다는 통념을 뒤집기 위해서다. 하스미 시게히코를 통과한 오즈의 영화는 더는 정적인 영화가 아니고, 폭발적인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동경 이야기>의 엔딩을 흐린 날씨와 연결하는 대목이 특히 탁월하다.
<영화의 맨살>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펴냄
하스미 시
[특집] ‘그가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 하스미 시게히코의 주요 저서들 - 번역서부터 번역을 기다리는 책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