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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초기 대표작인 <뉴욕 3부작> 중 첫 번째 에피소드 <유리의 도시>가 그래픽 노블로 다시 태어났다. 세상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어버린 한 남자가 살아가는, 미로와 같은 도시로서의 뉴욕이 종이 위에서 그림으로 그려지고, (소설에서) 선택된 언어들로 되살아난다. 만화가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쥐>의 아트 슈피겔만이 기획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뉴욕에 사는 소설가 퀸은 아내와 아이를 잃고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으로 탐정소설을 쓴다. 퀸은 한밤중에 폴 오스터라는 이름의 탐정을 찾는, 잘못 걸린 전화를 받는데, 반복되는 잘못 걸린 전화에 그는 폴 오스터라는 사립탐정인 척하고 의뢰인을 만나 사건을 맡게 된다.
폴 오스터의 원작은 폴 카라식과 데이비드 마추켈리에 의해 해체되고 다시 쌓아올려지는 듯한 변신을 통해 그래픽 노블 <유리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사각형의 프레임은 창문, 감옥의 문, 도시의 구역, 빙고판으로
거대한 도시, 혼란의 신화, <유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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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바이즈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콘스탄트 가드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어떻게 제3세계를 착취하고 이용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스릴러영화다. 스파이소설에서는 가히 최고라 할 존 르 카레의 원작을 각색한 스토리도 뛰어나고, <시티 오브 갓>을 만들었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힘이 넘치는 연출도 탁월하다. 모든 면에서 인상적인 영화지만, 개인적으론 무엇보다 저스틴의 선택에 눈길이 갔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케냐에 파견된 영국 외교관 저스틴의 아내 테사가 살해되면서 시작한다. 저스틴은 인권운동가였던 테사가 누구에게, 왜 살해되었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테사가 추적했던 것을 밝혀내려는 의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질투도 있다. 저스틴은 테사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흑인 의사와 자주 만나는 것을 알고 때로 의심도 했지만, 테사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죽은 뒤에야, 저스틴은 진실을 알고 싶었다. 자신이 계속 테사를 가슴속에 간직해도 좋은지를.
[B딱하게 보기] 작은 정원이 진리를 포함하듯, <콘스탄트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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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든, 전주국제영화제든 상영작 가운데는 감독 이름도, 배우 이름도 모르는 낯선 영화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관객이 많아 약간이라도 주목도가 있는 영화는 매진되기 십상인 부산영화제에서, 굼뜬 관객들은 정보가 전혀 없는 영화들 중에서 골라 봐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내 선택기준은 국적이었다. 일본 영화와 영국 영화, 두 나라 영화를 고르면 대체로 보고 나서 실망할 때보다 기분 좋을 때가 많았다.
물론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한번 걸러서 가져온 영화들이고, 또 이 두 나라 영화가 안전하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수입된 일련의 일본 영화들을 보면, 또 다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 <박치기> <스윙 걸스> <린다 린다 린다> 등은 전부 다 수작이라고 하기는 힘들어도, 모두 기본을 갖추고 있고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일본에도 잘 만든 영화가 있고, 못 만든 영
[팝콘&콜라] ‘한류 열풍’ 갉아먹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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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서부터 <올드 보이> <쓰리, 몬스터> <웰컴 투 동막골>을 거쳐 <연애의 목적>까지. 영화배우 강혜정은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거나 흥행에서 대박이 터지거나 혹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한국 영화들에서, 또래 여배우 가운데서는 드물게 선 굵고 묵직하고 기가 센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나이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진폭이 큰 연기를 보여 준 탓에, 올해로 스물 넷인 그의 나이에는 ‘이제 겨우?’라는 물음이 따라붙는가 하면, ‘어느새 벌써…’라는 감탄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실제 남자 친구인 조승우(26)와 함께 출연한 <도마뱀>(27일 개봉)에서도 그는 여덟 살의 나이를 넘나들며, 비밀을 간직한 여자 ‘아리’를 연기했다. 강혜정은 열 여덟에서부터 스물 여섯살까지의 아리를 연기했지만, 아리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배우 강혜정의 실제 나이 ‘스물 넷’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 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래 여자 배우들이
<도마뱀>의 강혜정, 왜 자꾸 ‘꼬리’ 끊고 달아났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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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빨간 모자의 진실> 밝혀진 세가지 진실
[헌즈다이어리] <빨간 모자의 진실> 밝혀진 세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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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신상옥 감독에게 말을 걸 기회가 있었다. 1997년 처음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였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 영화제작을 하고 있었고 <갈가메스>라는 어린이용 괴수영화를 들고 부천을 찾았다. 한눈에도 그는 범상치 않아 보였다. 멋쟁이라는 충무로의 소문대로 오랜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와 스카프가 눈길을 끌었고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는 일흔 넘은 노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생기를 담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옆에는 고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내 마음을 움직였던 한국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배우 최은희가 앉아 있었다. 버벅거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의 앞에서 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는 것 같았다. 한국영화의 전설이 눈앞에 있는데 물어볼 것은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소감은, 따위의 시시껄렁한 질문밖에 없었던 탓이다. 신상옥 감독의 작품 가운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외에 본 영화도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기자를 하면 숱하게 경험하는
[편집장이 독자에게] 신상옥, 위대한 꿈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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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올려받는 너만 잘났냐. 돈 없어서 못 내는 나도 잘났다.” 숙명여대를 지나다 본 슬로건 중 하나다. “총장실로 출격!”이란 구호도 있었다. ‘역시 이것들이 하라는 데모를?’ 뿌듯한 맘에 다가가보니 ‘출격’이 아니라 ‘출첵’이었다. 이런… 시대착오감(그래도 ‘즐섹’으로는 안 읽었잖아).
학생을 대학 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하기는커녕 고딩·중딩도 모자라 초딩 취급하고, 웬만한 대화는 학생 말고 학부모랑 하려 들며, 총학생회는 필요없다고 내놓고 떠드는 분들이 대학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인가. 봄날 개나리도 싯누런 눈물을 흘리는 것은(웬 시구? 엄청난 현금으로 대학 졸업장 산 티내려고 그런다).
최근 8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27.9%였는데 사립대 등록금은 44∼53% 폭등했다. 등록금을 갈고리로 긁어모아 교육여건이 좋아졌냐면, 아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조사를 보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997년 33.5명에서 2004년 35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학생 1인당 기자
[이슈] 경희대의 고객 서비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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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숫자 세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행운(777)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지극한 공포(666)를 낳을 수도 있다. 개봉을 앞둔 존 무어 감독의 <오멘>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6년작 공포영화 <오멘>의 리메이크. 리메이크판 <오멘>은 원작을 통해 ‘악마의 숫자’라 낙인 찍힌 ‘666’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하기로 했다. 제작사 폭스는 2006년 6월6일에 영화를 개봉하는 홍보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이라는 숫자는 악마의 아들이라는 표식으로 영화 속에서 수차례 등장하는데, 폭스는 그 숫자를 전세계 동시 개봉일로 선택,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6월6일이 화요일이라는 점이다. 폭스 해외 판매전략팀 디렉터인 크레이그 디멜은 “666이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부각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분명 그 숫자가 홍보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금요일에 영화를 개봉하는
[What's Up] 06년6월6일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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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영화를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영화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공포영화에서의 “누가 살인자인가?”와 같은 정체를 묻는 질문일 수도 있고, 한국 공포영화에서의 “왜 유령이 복수를 하려고 하는가?”와 같은 동기의 질문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관객에게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한다. 어떤 의문들은 영화 마지막에 풀리지만, 어떤 것들은 우리 머릿속에 남아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들도 있다.
언젠가 한 선생님이 “교육이란 그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유사하게 영화를 분석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영화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묻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두 영화, 곽경택의 <태풍>과 미미 레더의 <피스메이커>(1997)의 예를 들어보자. 두 영화 모두 테러리스트가 대량파괴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태풍>에
[외신기자클럽] ‘왜?’와 ‘어떻게?’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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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생결단>에서 황정민이 형사이고 류승범이 마약상이라기에, 역할을 뒤집어봤다. 두 배우 모두 1분의 시간도 어기지 않고 스튜디오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중고 철제책상과 타이프라이터를 준비해놓고 어설프게 써내려간 짧은 쪽대본을 쑥스럽게 내밀었다. 용의자 황씨는 체리주빌레 맛 브라보콘을 훔치지 않았다고 우기고, 황씨를 잡아온 류 형사는 “내가 형사만 안 했으면 전과 20범 되고도 살아남았을 놈이야”라고 윽박지른다는 내용이었다. 막판 반전을 포함해 기자가 준비한 시나리오는, 오직 두 배우 덕분에 너무나 그럴싸한 누아르로 만들어지고야 말았다. 취조가 다 뭐냐는 듯 라면을 후루룩 먹더니 짜증난다고 인상쓰면서 다리나 떨고 앉아 있는 뺀질이 용의자 황씨. 목소리 깔고 바르게 앉아서 “조사하면 다 나와~” 하다가 “저놈 어떻게 잡지” 하는 수십 가지 표정을 짓고 나서 결국 신발을 냅다 벗어버리는 류 형사. 두 배우는 쪽대본의 미완성된 캐릭터를 완성시키고 주어진 상황을 애드리브 주고받
인정사정 볼 것 많다, <사생결단>의 황정민 & 류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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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 아침, 공동제작 씨네월드)가 4월19일 서울 세종대학교 강당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다.
이 날의 촬영 분량은 인기 절정의 록가수 최곤(박중훈)의 콘서트 장면. 수많은 팬들과 현란한 조명에 둘러싸인 최곤이 자신의 히트곡 <비와 당신>을 부르는 대목이다. 최곤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 장면의 시간적 배경은 1988년이다.
<라디오 스타>는 80년대에 인기를 누리고 한물 간 록스타와 그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왕의 남자>로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의 신작으로 추석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디오 스타> 촬영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