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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사이 세상이 몇 바퀴 돈 거야? <슈팅 라이크 베컴>이라는 영국영화에서 인도인 부모는 딸이 축구 못하도록 말리고 다니느라 스토커가 되다시피 했다. 딸은 부모 눈을 속여가면서 축구 하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의 엄마인 나는 내 딸들이 주인공인 제스처럼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교육적 차원에서 가족 단위의 단체관람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영국에 산다는 그 인도인 엄마보다 한 세대쯤 앞질러 있다.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딸에게 선머슴아처럼 싸돌아다니면 시집 못 간다고 잔소리하는 이 엄마는 나보다는 우리 엄마에 가까운 캐릭터니까 말이다.나는 지난 여름 5일간을 소금강 계곡의 민박집에서 지냈다. 내 친구 둘과 딸들 다섯까지 모두 여덟명의 여자가 함께 휴가를 갔다. 나는 유소녀 축구팀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축구공도 준비했다. 컴퓨터에 껌처럼 붙어 있는 아이들을 수시로 떼어내느라 갖은 회유와 공갈협박을 해대는 것
슛 라이크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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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의 번역제목은 원제(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에 아주 충실하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작가가 왜 이런 제목을 택했을까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생활도 직업도 전형적인 중산층인 중년여성 키티의 집은 정갈하며 안온해 보인다. 그러나 전화벨만 울리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아닐까 조급하게 달려가는 그에게는 불안과 초조의 그림자가 넘실거린다. 그가 집으로 부른 점쟁이 크리스틴은 남의 운명을 읽는 사람이지만 집에 돌아가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랑하는 이(크리스틴은 레즈비언이다)를 무기력한 모습으로 지켜봐야 한다. 당차고 유능한 은행매니저 레베카는 유부남 애인의 아이를 가졌다. 애인도 그녀도 ‘당연히 유산시키야지’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레베카는 거리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흐느껴 운다. 옆집 이웃으로, 회사 동료로
김은형의 오!컬트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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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로 책을 내며 ‘때론 객기가 고전을 사수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고 주장하는 출판사, 야간비행의 회의 시간. 식구들의 말 끝에 이른바 사장인 내가 말한다. “한국에서 <조선일보>에 책을 안 보내는 출판사가 세곳인데, 강준만 선생 책을 내는 두곳을 빼면 우리밖에 없지.” 조금은 과장일(부디 그렇기를) 내 말에 식구들의 잔잔한 웃음이 번진다. 그 웃음 속에도 객기가 들어 있고 그 객기 속엔 소박한 자부가 들어 있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책을 보내지 않는다.’ 대체 한 출판사의 식구들이 오랜 시간과 땀을 들여 만든 책을 <조선일보>에 ‘어여삐 여겨주소서’ 보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조선일보>라는 신문이 정직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어왔는가를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말이다.그러나 한국의 거의 모든 출판사가 <조선일보>에 책을 보낸다. <조선일보>가 일부 여론 영역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오늘도 그들
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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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o 1999년,감독 난바 히로다다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출시사 SRE코포레이션
1976년 1년 동안 방영된 TV판 <엄마 찾아 삼만리>를 리메이크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TV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현지촬영을 통해 이뤄낸 충실한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감독은 <알프스 이야기>와 <작은 아씨들> <소공녀 세라> 등 TV애니메이션을 감독한 바 있는 난바 히로다다이며 각본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태양의 왕자 호르스의 대모험>과 TV시리즈 <엄마 찾아 삼만리>를 쓴 후카자와 가즈오가 맡았다. 서플로 극장용 예고편 등을 담았다.
엄마 찾아 3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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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y from Shanghai 1948년, 감독 오슨 웰스출연 리타 헤이워스, 오슨 웰스, 에버레트 슬론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타이어, 프랑스어 화면포맷 4:3 스탠더드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출시사 콜럼비아
오슨 웰스의 아내가 된 리타 헤이워스가 출연한 작품으로 백만장자의 배에 승선한 아일랜드 선원을 그린 누아르의 고전. 마지막 거울 방에서의 총격신은 이후 수많은 영화가 모방할 정도로 유명하다. 서플로 영화의 제작자인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음성 해설을 통해 오슨 웰스에 관한 에피소드 등을 엿들을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인 오슨 웰스, 리타 헤이워스의 프로필, 그들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의 예고편, 스틸과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는 포토 개럴러 등을 담았다.
상하이에서 온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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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2001년,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구보즈카 요스케, 오오타케 시노부, 오스기 렌 자막 일본어, 한국어화면포맷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출시사 스타맥스
2000년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재일한국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현재의 젊은 한국인 3세의 시각에 맞춰 산뜻하게 풀어내며 평단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일본 메이저 영화사 도에이가 공동 제작한 본격적인 한·일 합작영화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줄거리 소개와 줄연진 및 제작진 소개, 한국과 일본의 극장용 예고편, 뮤직비디오, 배우와 감독, 원작자, 각색자, 촬영감독 인터뷰, 제작과정 소개 등을 서플로 담았다.
고(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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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벗삼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은 극장가가 흥행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추석 한 주 전인 오는 13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모두 세 편.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가문의 영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연애소설>이 흥행 전쟁의 첫번째 타자로 나선다. 가장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100억에 가까운 제작비와 14개월에 걸친 촬영 기간 등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우묵배미의 사랑>, <화엄경>, <거짓말>의 장선우 감독의 신작이다. ‘성냥팔이 소녀 구출 게임’에 우연히 접속한 자장면 배달부가 게임 속 여주인공인 성냥팔이 소녀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가두고 있는 시스템과 대결한다는 것이 내용이다. 모 핸드폰업체의 TV광고로 알려진 임은경과 영화 <세친구>의 김현성, 김진표, 진
가을 극장가 흥행전쟁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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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 Royale 2000년, 감독 후카사쿠 긴지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 포맷 아나모픽 1.85:1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지역 코드 3출시사 크림 DVD‘오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다’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배틀 로얄>은 제목만으로도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만든다. 분명히 허무맹랑한 구석이 있는 이 엽기 잔혹한 일본영화가, 이상하게도 매력적인 면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배틀 로얄>의 매력이란 잔혹하다는 보편적인 평가와는 달리, ‘별로’ 잔혹하지 않고 ‘매우’ 재미있다는 것이다.물론 한반의 친구들이 살아 돌아갈 단 한명이 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도끼를 휘두른다는 설정만 보면 상당히 잔혹스럽긴 하다. 그러나 40번이 훨씬 넘는 영화 속의 다채로운 죽음들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잔혹스러움이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화면 속을 이리저리 수놓는 피들로부터 어딘가 귀여운
<배틀 로얄> 감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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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의 65년작 <붉은 수염>은 두 주인공이 영광스럽게 걸어들어가는 진료소의 문을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데, 돌이켜보면 이것은 구로사와의 빛나던 한 시대가 이제 그만 막을 내리게 되었음을 알려주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후로 구로사와는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실의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폭주 기관차>나 <도라! 도라! 도라!> 같은 미국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연이어 불발로 그쳤는가 하면, <붉은 수염> 이후 무려 5년 만에 내놓은 야심찬 ‘실험작’ <도데스카덴>(1970)은 (상업적)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게다가 구로사와는 그새 일본의 제작자들로부터 흥행성이 없는 영화감독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래서 좀체 영화제작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구로사와에게 길을 터준 것이 바로 소련의 영화제작사 모스필름(Mosfilm)이었다. 모스필름으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은 구로사와는 조감독 시절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프로
구로사와 낯설게 보기, <데르수 우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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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에 웨딩 비디오를 찍는 애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춘희가 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물론 일은 주로 주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그 일만 가지고 춘희처럼 그렇게 한달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에서 살기는 힘들다고 한다. 어쨌거나 거의 2년째 그 일을 해오면서 친구는 별별 장면을 다 목격해온 것 같다. 조폭인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신랑쪽 사람들, 식 전에 김밥을 먹고 체해서 식 중에 예단 앞에서 오바이트를 해버린 신부, 너무나 구슬프게 울어대던 신랑, 그리고 한국 전통예복을 입고 폐백까지 치른 베트남 부부와 그들의 친구들 등등….그래서 그런지 그애한테 결혼식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주말마다 있는 아르바이트일 뿐이다. 하긴, 주말마다 누군가는 꼭 결혼을 할 것이고 당사자들에게는 한평생 하나뿐일 그 순간이 내 친구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니까. 그래도 그 친구는 다큐멘터리를 하는 애여서 그런지 신랑, 신부에게 인터뷰 형식의 질문도 많이
나도 `춘희`나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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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ereh, 2000년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마리암 파르빈 알마니, 나르게스 마미자데출연 페레스테헤 사드로 오라파이, 모니르 아랍, 엘함 사복타킨 장르 드라마 (스타맥스)
<하얀 풍선>에서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그렸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척박한 이란 여성들의 현실로 카메라를 돌린 영화. 이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막 출옥한 나르게스와 아레주는 나르게스의 고향 라질리크로 함께 가기로 한다. 차비가 없던 아레주는 몸을 팔고, 버스를 놓친 나르게스는 같은 날 출옥한 친구 파리의 집을 찾지만 임신한 파리는 집에서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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