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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드디어, 마침내 완역본 셜록 홈스 전집이 나왔다. 너무나 늦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황금가지에서는 와트슨 박사가 처음으로 홈스를 만나는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문의 개> <공포의 계곡> 4권이 나왔고 앞으로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10권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아르센 루팽 선집과 애거사 크리스티 선집도 나온다고 한다. 이것을 기화로 한국에서도 추리소설이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힘든 일이겠지만.어린 시절 아동용으로 각색된 몇 작품에서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반하고 애거사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을 거쳐 하드 보일드와 일본의 사회파 추리까지 많은 추리소설을 접했지만 홈스처럼 매력적인 탐정을 만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대의 명탐정이나 비정하고 고독한 형사들도 매혹적이긴 하지만 홈스의 영역을 넘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홈스는 근대의 합리적인 이성이
셜록 홈스 완역본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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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관한 한 ‘내용은 머리 속에 진열은 모양 예쁜 걸로만’ 주의자다. 한 10년 전에는 수천권이 넘는 인문학 관련서들을 보다가 갑자기, 저걸 뭐 빤다고 이사 다닐 때마다 등짐 지고 다니냐,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벌써 본 책은 다시 볼 것 같지 않고 아직 안 본 책은 앞으로도 안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싸그리 후배들이 있는 <문학연구소>에 기증을 해버린 적이 있다. 그리고 한 5년 동안, 그 벽을 클래식 CD로 채웠으니 안 쫓겨나고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다. 어쨌거나 외국 음반사 CD의 재킷 도안은 책 도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스럽고 예쁘다. 단행본의 1/8만한 부피를 2배 값으로 팔아야 하니 얼굴 화장에 신경을 안 쓸 수 없지 않은가.하여, 내 장정 취미는 갈수록 편집광으로 발전, 내 책 중 잘 나가더라도 장정이 맘에 안 드는 책은 버리고 못 나가더라도 장정이 예쁜 책은 곁에 꼽아두고 가끔씩 쓰다듬어 보고 그런다. 하긴 나도 독자 복이 없다고는 못
이번에는, 낯선 소설의 집 <이인성 홈페이지 글모음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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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흥건하고 눈물도 가끔 있는 <피도 눈물도 없이>는 류승완 감독의 첫 본격 장편영화이다. 돈가방의 행방과 함께 얽히고 설키는 남녀 배우들의 처절한 액션이 펼쳐지는 이 영화의 음악은 한재권이 맡았다. 그는 지난번에 <킬러들의 수다>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류승완 감독과 <다찌마와 Lee>에서도 호흡을 같이했다. 이번 영화음악의 흐름을 주도하는 느낌은 ‘거친 맛’이다. 극장에 설치된 5.1 채널 스피커의 상황에서는 조금 지나치게 거칠게 들리지만 나름대로 맛이 있다. 한재권은 거칠게 샘플링된 드럼 루프와 트립합적인 노이즈를 아래위로 배치한다. 그 사이에서, B급 형사물에 자주 쓰이는 애시드 재즈풍의 펑키한 리프가 샌드위치되고 있다. 그 리프는 중저음부에서 때리듯 울리는, 강하고도 단순한 피아노에 의해 고집스럽게 반복된다.한재권은 <킬러들의 수다>에서 누이르에서 오페라의 느낌까지를 다양하게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였던 반면 이번에는 B급 누
<피도 눈물도 없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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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보다보면 그 안에서 반짝이는 작품과 작가들이 있다(발랄하거나 드로잉이 뛰어나거나 주제가 특이하거나 어떤 의미에서라도). 작품이 반짝인다는 수사는 쉽게 이해되지만 작가가 반짝인다는 말은 낯설다. 작가가 반짝인다는 의미는 작품에서 작가의 특징이 강하게 발견된다는 점이며, 칸과 칸 사이에 작가의 모습이 비친다는 이야기다. 작품에 비치는 반짝이는 작가의 모습은 자기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진정성에서 오기보다는 순발력에서 온다. 잡지 연재를 하는 작가에게 순발력은 필요충분조건이지만 그것이 만화의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순발력 있는 작가일수록 데뷔 초기에 혜성처럼 빛나다 점점 사라지고 마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우직한 작가일수록 자기완성의 끈기를 보여준다.제2의 천계영, 황숙지천계영 이후 신인작가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순정만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황숙지는 순발력 있는 작가, 반짝이는 작가라는 꾸밈이 어울리는 작가다. 단편은 물론 최근 연재중인 <사랑과 정열에게 맹세
반짝임이여, 영원히 <사랑과 정열에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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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한마디로 ‘재활용 밴드’ 이야기다. 인간에게 쓸모없어져 폐기처분당하게 된 당나귀와 사냥개, 고양이, 수탉이 뭉쳐 밴드를 결성,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그림 형제의 원작은 원래 독일에서 전해지던 설화. <브레멘 음악대>를 26부작 TV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게 <브레멘 밴드>다. KBS에서 방영됐던 <삐까뽀 친구들> <환상마을 토포토포>를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에펙스디지탈이 기획중인 <브레멘 밴드>는 그러나 원작과 다른 세계관으로 전개된다.먼저 실제 독일의 도시인 브레멘은 현실 세계와 다른 ‘브레멘 시티’로 설정됐다. 이곳은 동화에 나올 법한 고풍스런 건축물과 현대 문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야기는 청각장애인 소녀 티티가 벽을 통해 우연히 브레멘 시티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브레멘 시티에 오게 된 티티는 그곳에서 고양이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동물판 `재활용 밴드` <브레멘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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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80%가량이 몰려 있는 도쿄시에선 지난 2월15일부터 도쿄아니메페어21이 열렸다. 지난해 구차원의 소규모 페스티벌에서 올해 시차원의 본격적인 국제 페스티벌로 탈바꿈한 것. 도쿄아니메페어21은 SICAF처럼 대규모 컨벤션 센터인 도쿄 빅사이트에서 3일간 열렸다. 행사장의 구성이나 애니메이션 상영, 컨퍼런스의 개최 등 모든 행사가 SICAF와 유사하다. 가장 다른 점은 행사 시간의 50%를 전문가들에게만 할애했다는 점인데 이 시간에는 일반인들의 입장이 금지되며, 다양한 상담이 행사장 내에서 이루어졌다. 시에서 여는 행사이니만큼 일본의 웬만한 메이커들은 전부 참여했다.관람객에게 인기를 끈 코너는 행사 때마다 새로운 건담과 시제품 건담을 선보인 반다이의 부스. LCD모니터 창과 리모트컨트롤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건담 장난감이 관심을 끌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박물관을 주된 콘텐츠로 해서 부스를 꾸며 큰 인기를 누렸다. 행사에서 보여준 일본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하
도쿄아니메페어21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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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친구 하나가 요즘 사진을 배우고 있다. 올 6월이면 자신의 치과 병원을 개업할 예정인 그는, 사진과는 아주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사진에 빠진 이후로 가끔 술자리에서 사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새삼 사진이란 것이 참 매력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그가 얼마 전에 만났을 때 자신이 수강하고 있는 사진강좌의 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십년간 사진을 찍어온 그 강사는 어느날 예상치 않았던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고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겨우 구한 일회용 카메라로 그 현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들이 그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그 스스로도 가장 아끼는 사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경험을 통해 사진의 힘이란 사진기의 성능이나 찍는 이의 노련함이 아니라 그 사진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극적인 삶을 살아간 복서 알리는 당시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알리의 친구였던, 사진작가 하워드 빙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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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산은 자기 완결적 순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생산자는 생산하고 소비자는 소비한다. 순환의 핵심은 물론 돈이다. 돈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산이, 이어서 소비가 중단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소비자의 일부가 끊임없이 생산자에 합류하는 과정이다. 돈뿐 아니라 사람도 원활하게 순환해야 시스템이 계속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특히 게임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대개 소비자 출신이다. 습관처럼 게임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노트를 끄집어내 거창하게 끼적거리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꿈에 부푼다. 10년 뒤, 아니, 5년 뒤 시드 마이어나 피터 몰리뉴와 악수를 하는 자기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 게임의 어떤 부분이 이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게이머의 창조적인 본성을 자극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파격적인 전환을 하겠다는 결심을 가져오는 것은 무엇일까?쉽게 떠오르는 건, 방금 끝낸 게임이 너무
창조, 소비의 최고 게이트 <드래곤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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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다 못해 검은 물빛이 눈앞에 가득히 펼쳐진다. 깊은 바닷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울림과 화면 위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비명소리. 첫 이미지와 소리가 방문자를 압도한다.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웨이트 오브 워터> 공식 홈페이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1873년 미국의 외딴 섬 스머티노우즈에서 2명의 여인이 도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이 실화를 중심으로 100년이 지난 현재 4명의 남녀가 이 섬을 방문하면서 또다시 암울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내용이다. 고립된 섬에서 일어나는 사건에는 필연적으로 사라지는 자와 살아남은 자가 있게 마련이다. 아니면 서로가 큰 상처를 입거나.스머티노우즈 사건에 대한 개요, 재판내용, 기사자료 등이 있는 True Story 코너를 보면,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사건만큼이나 궁금한 영화의 정체는 Movie Data 코너에 있는 1분50초짜
<웨이트 오브 워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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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이력에서 일종의 전환점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사이클리스트>(1989)의 주인공 나심은 이란에 와 있는 아프간 난민이다. 그에게는 중병에 걸린 아내가 있는데 그의 가난한 처지로는 도저히 아내의 치료비를 댈 형편이 못된다. 돈이 될 일이라면 그 어떤 것에도 손을 대야 할 판에 놓인 그에게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광장에서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내내 자전거를 탄다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지금은 비록 노쇠했지만 왕년에는 자전거 경주 챔피언이기도 했던 나심은 오로지 아내를 머릿속에 그리고는 자전거에 오를 결심을 한다. 그런 그에게 일주일 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것은 스스로 아내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게 된다.<칸다하르>의 주인공 나파스는 <사이클리스트>에 등장하는 이 사내의 연장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아내를 살리겠다는 일념에 밤낮으로 쉬지 않고 광
마흐말바프와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현실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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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과 <꿈>을 만든 배창호 감독의 1994년작. 젊고 매력있는 이한은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가진다. 우연히 연상의 여인 승혜를 만난 이한은 사랑을 느끼고, 그녀는 이한에게 일류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손 실장과도 관계를 가진 이한은 그녀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를 꾸민다. 하지만 죄의식을 떨치지 못한다. 이정재와 신은경 등이 주연했으며 이른바 ‘신세대’에 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작품.
[TV영화] 젊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