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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의 흥행요인은 결국 명확한 컨셉과 확실한 스타, 그리고 음악이다. 특히 스타는 영화시장이란 전쟁터에서 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통신이 이루어준 사랑, 한석규, 전도연이라는 스타, 같은 달콤한 음악.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접속> 같은 ‘대박형 신경향’ 멜로영화를 제작했던 명필름은 <버스, 정류장>의 마케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일단 눈물짜는 신파멜로도 아니고, 달콤 쌉싸름한 연애담도 아니고, 서른둘 남자와 열입곱 여자아이의 내밀한 심리가 주가 되는 이야기라니. 게다가 인지도와 호감도에 비해 스타성이 떨어지는 김태우와 김민정이라는 두 배우를 캐스팅한 것만으로도, 흥행으로 가는 길이 편치 않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멜로영화는 결국 스타가 보여주는 사랑의 환상이나 아름다움에 의존하려는 관객들이 대부분”임을 고려할 때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난다”라는 <접속>의 대사를 웅얼거리고 있을
전락2 <버스, 정류장> 관객의 감성에 다가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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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과를 낸 사람이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에 비해, 준비중인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기대의 감정은 더욱 극단적이다. 현재 막바지 촬영중인 청년필름의 <질투는 나의 힘>은 ‘한 남자에게 두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길 위험에 처한 젊은이의 선망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박해일과 배종옥, 문성근이 주연을 맡은 이 다소 기묘한 멜로의 마케팅을 담당한 심현우 실장은 “한 젊은이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한다.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한 문구는 ‘삼각관계 로맨스’.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는 삼각관계나 로맨스란 단어를 과감히 끌어들인 것은 <해피엔드>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해피엔드>는 내용으로 보자면 누가봐도 ‘치정극’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합한 영화였지만 자칫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해서 미화시킨 표현이 바로 ‘핏빛 멜로’. 하지만 “느낌이 네가티브
전략3 <질투는 나의 힘> 관객의 힘을 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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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소희를 연기한 김민정씨는 올해 갓 스물이다. 지난해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다. 소희 때문이다. “촬영에 몰두하기 위해 휴학했어요. 소희가 한 학기를 잡아먹은 거죠.”<버스, 정류장>의 소희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열일곱의 나이에 세상의 부조리를 거의 다 알아채버린 데다 상처와 환멸이 지우기 어려울 만큼 깊다. 소희란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펄쩍 뛴다. “너무도 다르죠. 원조교제나 자살 같은 일들은 신문지상에선 많이 봤지만 제 주위에선 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소희라는 아이를 연기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어요. 말투와 행동도 재미있지만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조숙한 아이라는 설정이 매력적이었죠. 직접 소희처럼 깊은 상처를 겪어보진 못했지만, 그런 아이를 표현하는 일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든 상처를 입고 살아가게 마련이잖아요? 크든 작든. 다른 사람들이 상처라 여기지 않더라도 자신에겐 아픈
`상처` 깊은 소희 온몸으로 느끼려 휴학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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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섭(김태우)은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시간강사다. 소설을 써보려고 끄적거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산다. 학원 동료들과 회식자리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피해 다닌다. 좋아했던 대학 동기 혜경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임에 나가보지만 주식투자 따위가 화제인 술자리가 부대끼기만 한다. 재섭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일한 사람은 그가 ‘혜경’이란 이름을 붙여준 창녀뿐이다. 재섭이 출강하는 학원에 여고 1학년 소희(김민정)가 새로 등록한다. 수다스럽고 당돌한 아이들의 도발을 받아넘기는 데 이골이 난 재섭이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숙하고 냉소적인 소희는 왠지 무시하기 어렵다.어느날 재섭은 우연히 지하철 역에서 중년 남자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소희를 목격한다. 재섭의 집까지 따라온 소희는 진실을 하나만 포함시켜 말하는 ‘거짓말 게임’을 제안한다. “우리 아버지는 뇌물 받아먹는 공무원이고, 엄마는 수영 강사와 바람났고, 제 친구 미정이는 성적 때문에 오늘 자살했고
<버스정류장> 너도 세상과 담 쌓고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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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의 키워드가 `기억'이었다면 <생활의 발견>은 `모방'이다. 남녀 사이에 한쪽이 컵을 들 때 새끼손가락을 내뻗는 버릇 따위를 다른 쪽이 따라하는 건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생활의 발견>은 이런 자잘한 습관에서부터 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인에 이르기까지 모방의 외연을 확장시킨다.20대의 경수(김상경)가 있다. 연극배우였다가 영화로 옮겼는데 일이 잘 안 풀린다. 영화 출연계획이 무산되자 춘천 사는 한 선배에게 들렀다가 부산의 부모에게 갈 작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춘천에서 무용학원을 하는 명숙(예지원)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다짜고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랑해”라고 말해달라는 푼수같은 명숙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알고보니 명숙은 경수의 춘천 선배의 애인이었다. 재수 옴 붙었다는 기분으로 부산 가는 기차를 탔다가 거기서 경주 사는 유부녀 선영(추상미)을 만난다. 선영을 쫓아 경주로 새고, 집까지 뒤쫓아가 불러내 몸을 섞
사랑마저도 `모방`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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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들에겐 누구나 히든 카드라는 게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판을 역전시키는 숨겨둔 한장을 던지는 묘미,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 모른다. 흥행에서든 평판에서든 의외의 카드가 나오는 순간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누군가는 선수를 뺏겼다며 탄식하고 왜 이런 영화를 생각 못했을까 아쉬워하거나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그런 기획이 있다. 실은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그래서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 때론 신문 사회부 기자가 되고 때론 고고학자가 되며 때론 군사전문가가 된다. 자기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것만 연출하면 되는 감독과 달리 그들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방위로 더듬이를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8편의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누가 들어도 귀가 솔깃할 미지의 영화들이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감독이 정해져서 곧 촬영에 들어갈 작품에서 아직 순수한 아이디어 덩어리인 작품까지, 진행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 프로젝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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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를 때려눕힌 조선 청년, 그 인간적 그림자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일본과 다양한 일을 펼치며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 레슬링계의 전설적 인물 역도산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일본에는 그와 관련된 책이 200권 넘게 출간돼 있을 정도니까. 역도산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그야말로 영화적이라 할 수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본명이 김신락인 함경도 태생의 역도산은 16살에 한 일본인에 의해 스모 선수로 스카우트돼 일본으로 건너간다. 두형이 모두 씨름장사 출신인 강골 혈통을 물려받은 그였기에 스모계에선 상당한 지위인 오오제키에 등극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천하장사격인 요코즈나엔 오르지 못한다. 어느날 머리를 밀고 레슬러로 전향을 선언한 그는 이후 일본 프로레슬링을 최고 인기 스포츠에 올려놓았고, 오랫동안 최고의 레슬러로 군림하게 된다. 한때 “천황 다음이 역도산”이란 말이 퍼질 정도로 그는 일본에서 가히 신적인 존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2] - 차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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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 일지매, `공공의 적`을 청소하다
구상하게 된 계기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민중의 적인 탐관오리가 극성을 부리는 등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현명한 글쟁이들이 영웅의 존재를 빌려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중에게 희망을 제시해왔다. 지금 역시 민중의 적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며, 진정한 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전통의 영웅은 어디론가 간 데 없고 슈퍼맨, 배트맨 같은 미국 영웅만이 존재하고 있다. TV에서야 홍길동, 임꺽정 같은 영웅을 다뤘지만 영화에선 맥이 끊겼다. 일지매는 이런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애초에는 고우영 선생의 만화 <일지매>를, 그 필체를 그대로 살리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 조달이 쉽지 않아 ‘아직 때가 되지 않았구나’라며 뒤로 밀쳐놓았다. 그러던 중 <달마야 놀자>를 보게 됐고, 박철관 감독에게 우리가 구상했던 다른 프로젝트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박 감독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3] -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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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660년, `악의 축`을 징벌하라굽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 기획이 시작된 영화인데 지난 대통령 선거 때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개표 중계방송을 보는데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초록색, 너무 분명하게 갈린 정치성향을 보면서 지역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대체 이 지역감정의 뿌리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고민했다. 실제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유지를 위해 조작해낸 것이지만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보니 삼국시대로 거슬러올라가더라. 아마 올해 연말이 되면 다시 그런 상황을 보게 될 텐데 내 개인적 철학이 ‘뭐든지 인정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면 한번 역사를 거슬러 쫓아가보자, 하면서 신라가 백제를 패망시킨 황산벌 전투가 떠올랐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보니까 황산벌 전투는 동북아 10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싸움이었다. 당, 고구려, 백제, 신라, 일본 등 5개국이 벌인 100년간의 전쟁은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하면서 시작해서 나당 연합군이 삼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4] -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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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패전국 장수의 꿈
구상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왜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로 만들지 못하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그건 한국 현대사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계를 주도하는 지식인들은 70, 80년대를 군사정치와 독재에 부대끼며 지내왔다. 역사를 건드릴 때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진실에 다가서면서도 미묘한 긴장을 의식하게 되고, 하나의 사실을 두고도 서로 다른 관점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한마디로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사관이나 이념에 짓눌리지 않고 정말 재미있는 역사물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았다. 그때 떠오른 인물이 계백이었다. 계백은 그 자취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이다. 자기 손으로 가족을 죽이고 전쟁터에 나선 그는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종말을 맞았지만, 그가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됐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패전국의 장수 계백. 그의 생애를 자유로운 픽션으로 구성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경험을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5] - 유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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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미래, `인간`을 깨치다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사>를 찍을 때, 문득 사막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다. <무사>를 통해 과거는 가봤으니 이제는 미래로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던 SF라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점도 숨길 수 없다. 특히 스펙터클이나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과학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좀더 본래적인 의미의 SF, 즉 인본주의적 SF에 접근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무사>에서 조감독을 했던 조동오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재밌겠다 싶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 문명의 의미 등을 그리되, 액션영화 구조로 풀어간다는 이 영화의 방법론은 현재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SF라는 생각도 했다. <무사> 이후 정립된 생각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6] - 조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