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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는 남아 있겠지만 요즘은 간혹 어마, 봄볕이네, 싶게 따사로운 햇살을 불쑥불쑥 만난다. 내집 근처의 북한산 자락을 오르다보면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도 귀에 섞이기 시작했다. 흰바위는 더욱 희어 보이고 다소 풀이 죽은 듯했던 소나무는 푸른색이 생기있게 되살아났다. 무슨 까닭인지 계곡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 내내 얼음 속에 서 있던 나무의 밑둥(벌써 몇해째 겨울이면 그 길을 오갈 적마다 그 나무를 바라보게 되는데 그러고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에도 지난해처럼 또 얼음이 풀렸다. 기회가 있어 일본엘 며칠 다녀왔는데 교토의 용안사에 깃들기 시작한 햇볕도 따사로웠다. 각국의 사람들이 길쭉하고 널따란 마루에 발을 뻗고 앉아 론리 플래닛 같은 책을 들여다보거나 나른하게 졸거나 나무 한 그루 없는 돌의 정원의 비질의 자취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 속에 나도 끼어 앉아 있던 순간, 햇살이 머리에 어깨에 등짝에 어찌나 따사롭게 내려앉던지 잠시 내가 여행자라는 것도 잊고 조용해질
따뜻하고 아름다운 진흙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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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디지털 세상이다. 사람들은 점차로 어떤 의심도 없이 디지털 방식이 인류에게 멋진 신세계를 펼쳐보일 것이라 믿고 있다. 도서관의 모든 장서들과 전화번호부와 그림과 노래와 주소록과 편지들을 0과 1의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과 온 국민이 다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가능하다면 사찰도, 묘지도, 동창회도, 쇼핑도, 무엇이든 디지털-사이버 세계화하면서 우리의 삶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누리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그러한 믿음 하나만 믿고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만든 영화가 <파이널 환타지>와 <툼레이더>가 아닐까. 사이버 세계를 영화의 소재로 하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는 데에는 모종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이 생활화되면서 사이버 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리하여 게임 속
김형태의 오! 컬트 <파이널 환타지> <툼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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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두주 동안 한국사회는 ‘김동성 사태’로 집단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이없다고 생각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계속했다간 ‘테러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터이므로 그만두겠다. 정작 가장 억울한 사람일 김동성은 현장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렸고, 귀국해서도 (열)광적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보기 좋았다. 내심으로는 “이런 소란스러운 반응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는 식의 발언을 기대했지만 그건 내 욕심일 것 같다.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확인한 것은 한국에서 스포츠란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일로매진해야 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프로’가 아니라도 비슷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 나가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병역도 면제받고(남자의 경우) 연금도 받아서 팔자 고치는 것이 스포츠에 투신하는 사람들의 최고의 목표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홀어머니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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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블루>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이 “평생의 라인업 중 하나”에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필생의 프로젝트’는 <님은 먼 곳에> <커피 한잔>의 가수 김추자씨를 소재로 한 영화. 초등학교 2학년 때 TV에서 본 그의 파격적인 의상과 현란한 춤, 열정적인 목소리에 매혹되었던 이현승 감독은 몇년 전부터 김추자씨를 영화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어왔고 지난해 6월부터 김추자씨를 인터뷰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고. 영화는 1969년 데뷔한 김추자씨가 폭풍 같은 인기를 누리다 1974년 대마초 사건으로 반은퇴하기까지 5년 동안을 그린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며,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김 감독이 세운 블루시네마에서 제작한다.
필생의 프로젝트, 실현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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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신은경, 정준호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제작 영화세상)에서 주인공 효진의 대학선배인 해인 역에 캐스팅된 것. 해인은 낙천적이지만 화가 나면 욱하는 성질도 있어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가 직장동료와 결혼을 선언하자 복수심에 불타 효진과 함께 그 남자집에 쳐들어가리라 결심하기도 하는 30살의 여행사 직원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만 처녀인 대학원생 연이로 얼굴을 알린 김여진은 현재 MBC 주말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 봉씨 집안의 맏며느리 여옥으로 출연중이다.
노처녀, 작업전선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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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의 음울한 택시기사 김명민이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옆에서 함께 뛰게 될 남자는 <무사>의 코믹한 역관 박용우. 스턴트맨과 강력계 형사가 짝패가 되어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려는 히트 일당과 한판대결을 벌이는 <스턴트맨>이 두 남자를 등장시킬 영화. <스턴트맨>은 전대미문의 스턴트인 ‘10m 오토바이 점프’를 할 수 있는 스턴트맨과 그의 실력을 이용하여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려는 히트 일당, 히트 일당을 뒤쫓는 사고뭉치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액션. 김명민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실한 스턴트맨인 현태를, 박용우가 현태에게 도움을 청하는 강력계 형사 종도를 맡는다. <스턴트맨>은 <손톱> <올가미> <세이 예스> 등 주로 스릴러영화에 깊은 애정을 표시했던 김성홍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코믹액션. 김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주)스튜디오 플러스의 창립작이다.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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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서당 총각 송강호, 야구장에서 신여성 김혜수의 작전사인을 받다?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YMCA 야구단>에 송강호와 김혜수가 캐스팅되었다. <YMCA 야구단>은 우리나라에 야구가 처음 들어온 1905년을 배경으로, ‘야구’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과 호기심,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리는 코미디.송강호가 분하는 호창은 서당 훈장의 아들이지만 글공부보다 운동이 더 좋은 20대 중반의 젊은이. 우연히 접한 야구의 매력에 빠져들어 ‘YMCA 야구단’의 4번 타자로 활약하게 된다. <신라의 달밤>의 김혜수는 YMCA 야구단의 감독이자,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민영환을 따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문물을 배운 당찬 신여성 민정림으로 나온다. 기울어가는 조선의 운명에 죽음으로 항거한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친일파 테러에 가담하기도 하는 용감한 여성.그밖에 ‘YMCA 야구단’의 주요 포지션인 투수와 포수도 정해졌다. <세이 예스
댕기머리 총각과 신여성, 야구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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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때문에 연기 인생을 접을 위기에 처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멜 깁슨이 <BBC>에서 방송됐던 TV시리즈 <노래하는 탐정>(The Singing Detective)을 영화로 제작하면서 오랜 친구인 로버트 다우니를 주연으로 기용한 것이다. <노래하는 탐정>은 누아르와 판타지가 결합된 독특한 형식의 드라마. <말타의 매>에서 이름을 따온 미스터리 작가 필립 말로우가 열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자신의 첫 소설 속으로 환상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로버트 다우니는 마약 때문에 수감됐다 2000년 가석방된 뒤에도 마약소지 혐의로 세 차례나 체포되는 등 말썽을 부려 재기할 희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그동안 <앨리의 사랑만들기>에서 퇴출당하고 <아메리카 스윗하트>의 배역을 존 쿠색에게 뺏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제2의 영화인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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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재능있는 배우다.” <데드맨 워킹> <스텝맘>의 배우 수잔 서랜던이 평소의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신작 <뱅어 시스터즈>(The Banger Sisters)에 함께 출연하는 신인 에바 아무리를 지나치게 칭찬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올해 열일곱살이 된 에바 아무리는 서랜던이 이탈리아 감독 프랑코 아무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의 인터뷰에서 “딸에게 연기에 관해 충고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나는 통달하고 있지만 에바는 아직 잘 모르는 유일한 분야가 연기일 것”이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파 앤 어웨이>의 작가 밥 돌먼이 연출하는 <뱅어 시스터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친 두 중년 여자의 우정을 그리는 영화. 골디 혼과 제프리 러시가 출연하며 올해 8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크린 모녀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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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하가 돌아간 뒤 책상 위에 엽서 두통이 도착했다. 339호에 실린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발매 소식을 접하고 몹시 기쁘다는 서울 독자 한분과 뒤늦게 <와이키키…>를 보고 긴 감상을 적어 보낸 경남 창원의 밴드맨의 것이었다. 엽서를 읽으며 ‘왜 좀더 일찍 도착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 김성하에게 보여줬더라면 안심하고 좋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 그런 생각이 들만큼 그의 영화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은근하고도 깊은 것이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라면 괜히 외면하고 싶을 만큼 ‘딱 있는 그대로’ 그려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는, 그래서 일반인들에겐 딴 세상 얘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김성하의 걱정은 다름 아닌 그것이었다. “공감이 가세요? 우리는 서로 ‘딱이다’ 하고 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는 이유가 밴드의 삶 자체가 아닌 그것을 타고 전해지는 고단함과 비루함이 아니던가. 김성하는 그제야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김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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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 길> 등 일련의 경마장 시리즈와 <새> <진술> 등을 통해 새로운 소설을 해온 작가 하일지씨가 또 한번의 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2월에 <마노 카비나의 추억>(민음사 펴냄)이라는 시네로망을 내놓은 것이다. ‘시네로망’이란 영화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읽히기 위해 쓴 시나리오. <마노 카비나…>는 50살의 시인 서인하가 자신에 관한 문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 현장에서 만난 23살의 여자 강수미를 보면서 느끼는 심리적 변화와 그로 인한 내면 파괴를 그리고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등의 소설이 영화화되고, <경마장 가는 길>을 직접 각색하는 등 하일지씨와 영화계의 인연은 꽤 가까운 편. 처남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갑자기 체포된 철학교수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 <진술>도 배우 박광정이 감독 데뷔작으로 영화화하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
시네로망 <마노 카비나의 추억> 출간한 소설가 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