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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1등 기관사의 꿈을 보듬고 있는 사람. 그의 종착역은 관객이 모여 있는 상영관이다. 극장 라인을 잡는 것부터 비디오 및 공중파, 유선방송 판권까지 포함하는 배급의 역할을 김길남(33)씨는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공급해서 수익을 발생시키고 이를 다시 제작에 재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배급은 영화제작 현장과 영화관을 부단히 왕복하는 기차인 셈. <박하사탕>으로 새해 첫 기적을 울린 김길남씨는 “흥행의 성패를 배급력만으로 이야기하거나 배급력을 라인업과 극장수 확보만으로 설명해선 부족하다”고 미리 못박는다.
배급에도 컨셉과 전략이 엄연히 있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던 <박하사탕>이 좋은 예. 주위에선 영화제 열기가 식기 전에 곧바로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은 단관 개봉. <박하사탕>은 “판을 크게 벌이는 것보다 판이 최대한 데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영화”라 판단했다. “극
현장과 영화관을 왕복하는 기차, 배급 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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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탄 1996년작 <그림 속 나의 마을> 개봉에 맞춰 서울을 방문한 히가시 요이치 감독(東陽一·66)에게 한국 나들이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93년 <NHK> 다큐멘터리 <한국의 서커스>를 위해 두 차례 취재 여행을 다녀갔고, 1998년 서울 국제독립영화제 손님으로 초대받은 것이 세 번째 방문이었다. 교육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이름난 이와나미영화사를 거쳐 1969년 히가시프로덕션을 설립한 히가시 감독은 <써드>(78), <다리없는 강>(92) 등 일본사회의 저변을 훑는 사실주의적 영화들로 일본평단에서 가볍지 않은 믿음을 쌓아온 노장. 필름 위에 빛으로 그린 그림책 같은 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에서도 그의 투명하고 엄정한 시선은 그대로다.
지난 2월9일 회색 양복에 갈색 편물 넥타이를 맨 젊은 차림새로 <씨네21>을 방문한 히가시 감독은 활달한 손짓을 곁들여 자신의 영화와 인생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그림 속 나의 마을>의 히가시 요이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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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와 함께 캘커타의 빈민가에서 보낸 일주일을 생애 최고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에서 느꼈던 초월적 영감을 잊지 못하고, 어쩌지 못할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치유하기 위해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서적와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을 읽는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26)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다면 뜻밖일까? 그러나, ‘스페인의 최고스타’ ‘안토니오 반데라스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페인 배우’ ‘청순과 관능의 아우라를 함께 두른 여신’이라는 수사어보다 이 단편들이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러니까 이미지와 풍문의 미망에서 벗어났을 때라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가 페도르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나이에 비해 깊고 넓은 내면을 지녔기 때문일 게다.
원색의 나라, 스페인의 딸답게 크루즈는 <하몽하몽>(199
인형이 난 싫어,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의 페넬로페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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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꼬질한 차림에 어수룩한 윤주가 뭘 생각하는지 정도는 말이다. 그런데 ‘추리닝’에 손 넣고 빈둥대는 윤주가 오늘은 심상찮다. 삐주룩한 머릴 빨간 조교 모자로 감추고 얼굴 반만한 크기의 뿔테 안경으로 변장하고 나선 것이다. 주위를 살피는 윤주. 곧바로 자신의 적 강아지를 싸고도는 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 재빨리 다가가선 냉큼 집어든다. 그러고는 주인이 뒤돌아볼 틈도 주지 않고 비호처럼 옆 화단으로 몸을 날린다. 그러곤 성공을 외친다. <플란다스의 개>는 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아파트는 실험실로 변한다. 계속 반응하느라 헐떡대는 윤주는 이성재가 아끼는 또 하나의 분신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예요. 때론 과장이나 극단적인 면도 갖고 있고. 떳떳하거나 마음 편한 위치에 당당히 서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살아가면서 다들 갈등하는 거죠. 순수와 타협의 갈림길에서 희화화한 윤주는 제 모습이기도 해요.”
원래 무겁고 신경질
"배우, 직업이자 취미이자 특기", <플란다스의 개>의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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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 동산에 방울소리 들린다
새 천년 2월, 애니메이션 은하계 에로스 행성에서 한국 비디오시장을 향해 두번째 운석이 날아왔다. 휴대폰은 커녕 편지 쓸 종이도 없는, 컴퓨터는 고사하고 기계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원시사회의 성 풍속도를 담아낸 비디오용 애니메이션(OVA) <고인돌>. 보이면 난리가 나는 신체 특정 부위를 아슬아슬한 의상으로 슬쩍 가린 원시 남녀들을 내세운 이 에로스의 운석은, <누들누드>1탄과 2탄으로 패인 성적 판타지의 구덩이를 또 한뼘 넓힐 요량이다.
박수동 화백의 18년 연재물 <고인돌>
<고인돌>은 서울애니메이션과 오돌또기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오돌또기에서 실제작을 담당한 성인용 비디오 애니메이션이다. 고인돌? 제목을 되새겨보고 ‘아하’하는 감탄사를 흘린다면 20대 후반 이상일 가능성 90%. <고인돌>은 74년부터 <선데이 서울>에 연재된 박수동 화백의 만화가 원작이다. 정력 센 미
2000년 애니메이션 제1탄,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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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는 영화가 없다?
본선 진출작 <비치>의 기자회견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이어 질문의 화살이 꽂혔다. 역할에 대해, 작품에 대해, 연기관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그리고 어젯밤 파티에 대해. 보다 못한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들더니, “지금은 개인 인터뷰 시간이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주지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기자가 감독 대니 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장내가 떠나갈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짐작하듯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화제인가 배우잔치인가
어찌된 일인지, 올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사람이, 감독보다는 배우가, 그 중에서도 ‘오로지’ 할리우드 배우가 관심사다. 대중의 사랑은 대개 감독보다 배우 차지이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더 유별나다. 파파라치와 극성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호텔에 동시에 예약했다는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현지보고]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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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토바이를 탄다. 핸들을 잡아야 할 두팔을 벌려 고개를 하늘로 치켜든다. 질주하는 젊은이, 그는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그는 달리는 기차에 털썩 오른다. 가벼운 옷차림에 변변한 짐도 없이. 기차가 멈추는 곳이 땅끝마을이든, 아프리카든, 홀로 당당할 수 있는 남자. 그는 욕망과 야심이 질척거리는 땅에서 떠나온 지 오래다. 정우성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당당한 체격에는 그 무엇으로도 구속할 수 없는, ‘자유’의 이미지가 있다. 어린아이처럼 씩 웃을 때면 투명한 마음이 비치는 듯하지만 착한 눈망울이 독기를 품을 땐 순수한 분노가 타락한 어른들을 겁먹게 만든다. 그것은 80년대를 창백한 회색지대에 웅크려 있어야 했던 청년문화가 정우성에게서 발견한 시대정신이다.
서태지의, 혁명과도 같은 폭발적 힘은 아니지만, 정우성의 순수한 반항에도 큰 물결을 거스르는 몸부림이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두고 자기 재능에 운명을 내맡긴 과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폭력교사의 행동을 힘으로 제압하는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7]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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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여자들마다 녹아내렸다던 전설의 돈 주앙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먼지 한점 섞이지 않은 햇살 같은 소년, 천상에서 추락한 듯한 천사의 얼굴. 옆에서 바라보아야만 그 이마와 코와 턱의 선이 얼마나 완벽한 각도를 그리며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라이언 필립(25)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에 영감을 주었던 소년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향기를 품은 그 입술이 무언가를 호소할 때, 하늘이 내린 천재 미켈란젤로도 욕망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 무심하게 드러내는 그의 나체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그토록 아름다운 소년이 순진무구해 보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짧게 곱슬거리지만 짓궂지 않은 머리카락과 키스의 자취가 남아 윤기있게 빛나는 입술은 신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는 결국 인간이다. 독을 품지 않은 아름다움이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그저 금발의 미소년일 뿐인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6] - 라이언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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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27)는 스크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배우다. 그의 어깨는 잊혀진 시대의 귀족처럼 당당하며, 단호한 입술은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 밑의 깊은 주름은 파란색과 녹색을 오가는 눈동자에 사색의 깊이를 더한다. 황금처럼 빛나는 금발이 후광으로 느껴지는 주드 로는 <그리스 신화>에 비유하자면, 아폴론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인 남성미의 화신으로 추앙했으며 세상의 유일한 빛이었던 태양신 아폴론.
유전자로 계급을 결정하는 <가타카>의 미래사회가 한순간이나마 설득력을 가지는 까닭도 주드 로가 연기하는 제롬 때문이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힘겹게 계단을 오를 때 제롬은 어찌할 수 없이 초라하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는 당당한 우성인자가 된다. 그때만은 관객도 유전자의 품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구가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주정할 때도 제롬은 운명의 굴레를 극복하려는 빈센트(에단 호크)의 투쟁을 희미하게 만든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5] - 주드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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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37)의 아름다움은 명료하다. 뾰로통한 입술, 아르누보풍의 예리한 호(弧)를 그리는 눈과 눈썹. 순백의 도화지에 세필로 먹을 찍어 그린 듯한 그의 선(線)은 아주 작은 움츠림으로도 공기를 흔든다. 호화로운 색채도 구구한 대사도 군더더기로 느껴질 뿐이다. 1995년 <데드 맨>과 <에드 우드>에서 그가 흑백 스크린의 순수한 음영 속으로 걸어들어갔을 때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1920년대 유럽 멜로 드라마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표정과 제스추어만으로 수만 가지 수사를 구사하는 이 배우는, 초기 무성 영화 스타들의 혼과 교령(交靈)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런 까닭일까. 조니 뎁은 100년 전 세상에서 길을 잃고 아직도 지상을 헤매고 있는 미아 같다. 버스터 키튼에 관한 책을 탐독하며 채플린처럼 행동하는 몽상가로 분한 <베니와 준>에서는 마치 혼자 달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뎁의 출연작 가운데 비교적 현실을 ‘똑바로’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4] - 조니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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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5)의 얼굴은 격렬한 충돌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의 얼굴은 또한 눈이 부시다. 케이트 윈슬럿에게 가래침 뱉는 법을 가르치는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에서조차 여성관객의 찬탄은 극장을 메운다. 석양 무렵의 하늘처럼 빛과 그늘이 경계를 무너뜨리며 섞여 있는 그의 얼굴은 신의 세심한 붓질이 스쳐간 듯하다. 그 위에 침 한 줄기쯤 흘러내린들 어떻겠는가. 디카프리오의 타액이라면 수많은 소녀들이 크리스털 잔을 받쳐들고 덤빌 것이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를 감싸는 광채는 배우에게 넘어야 할 담장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소녀팬들의 탄성 속에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카프리오는 한편으로 거친 반항아로 행동한다. 나이보다 일찍 팬 양미간의 주름 때문에, 웃고 있지 않을 때의 디카프리오는 항상 성난 표정으로 보인다. 금빛의 물줄기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버리면 그는 공격하려는 ‘레오’, 다시 말해 사자가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함정이다. 파리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3]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