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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의 극장상영이 또다시 좌초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불붙고 있다. 영화계 및 문화단체들은 8월27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재심 결정에서도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자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회의에 참여했던 임정희, 박상우, 조영각 등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 또한 “등급위원들의 의사결정 근거들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씨네21>은 15인으로 구성된 등급위 위원의 <죽어도 좋아> 등급분류에 대한 각각의견해를 위원 이름 가나다 순으로 싣는다.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 일부 위원의 경우 등급위가 발표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권장희(38·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총무)(각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려는 것 같아서, 발언하고 싶지 않다. 회의과정에서 나왔던 제한상영 등급이 적절하다는 의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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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숙(41·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거짓말> 등급분류할 때 18세 등급을 줘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었다. 직접적인 성행위에 따른 노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감독이 문제가 된다면 처리를 하겠다고 해서 찬성을 했었던 것이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정말 리얼한 연기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오럴섹스 장면만은 직접적인 섹스행위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적나라했다. 그렇다고 18세 등급을 줄 경우 앞으로 등급분류시 기준 적용이 어렵다거나 특정장면이 음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음란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또 노인층의 반발이 예상돼서 제한상영 등급 의견을 냈다. 젊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고 노인들이 하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가 오히려 노인들을 인간적으로 무시한다고 봤다.정상용(57·변호사)한마디로 말하자면 심의지침에 따른 것이다. 세칙에 성기노출은 안 된다, 체모노출은 안 된다는 게 있다. 이 영화는 저촉이 된다. 위원들의 생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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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소녀에게 묻습니다.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란다. 그냥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그러는 것뿐이야.” 소녀는 뒷걸음질칩니다. 오래된 단짝친구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거나 부모님과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걸 제외하면 말이 없던 소녀에게 낯선 사람의 접근은 더럭 겁부터 불러일으킵니다. “잘 생각해 보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단다.” 아저씨는 명함을 하나 내밀고 사라집니다. “돈을 벌 수 있다구?…” 소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도, 인기를 얻는 것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듣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외동딸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수술을 시켜드릴 거야.” 99년, 소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펑’ 참으로 이상한 불빛이었습니다. 스튜디오의 불빛 아래 선 소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그냥 아무 표정 짓지 말아요.” 수조 속에 얼굴을 담그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고기를 잡는 시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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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녀는 하루종일 걸으면서 라이터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라이터를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인심이 야박한가 봅니다.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 사세요.” 분홍빛 넝마를 입고 추운 거리를 하루종일 걷습니다. 그만 걸으라고 말하는 이가 없습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만 합니다. 왜 라이터가 안 팔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터를 팔기란 쉽지 않구나,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곱슬붕떠’ 아저씨가 저리로 가서 이야기 좀 하지 않으련, 하고 다가옵니다. 소녀, 사랑이 뭔 줄 알아? 분노는? 싸움은 뭘까? 왜 소녀는 라이터를 팔고 있는 걸까? 참 이상한 아저씨입니다. 소녀가 먼저 라이터를 팔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와 한참을 걸은 뒤부터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 위를 헤엄치던 단어들이 하나하나씩 가슴에 박혀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행동과 어떤 모습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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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에서 거대한 거미가 습격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부의 음모설만 늘어놓던 사설 라디오 방송의 DJ가 하는 말 따위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 방송을 듣는다. 왜? 재미있으니까. 황당무계하지만, 아니 황당무계할수록 마을 사람들은 그 방송을 들으며 즐거워한다. 변종생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직도 일본에서는 새로운 <울트라맨> 시리즈를 계속 만들며 방영하고 있다. 형식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3분 한도의 울트라맨으로 변신해서 망측스런 괴물들과 ‘싸움’을 벌인다. 가끔 광선을 내뿜기도 하지만 주된 기술은 여전히 수도와 던지기, 꺾기 등이다. 고난도의 레슬링 기술도 가끔 나온다. 고무옷을 뒤집어쓴 괴물들과 싸우는 울트라맨의 전장은 미니어처라는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 도시 한복판이다. 이런 유치한 액션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인기도 높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하긴 <고질라>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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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개, 상어, 곰 - 인간을 습격한 생물들론 채니 주니어가 주연한 <늑대인간> 이후 동물의 습격을 그린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는 60년대 이후 동물 공포영화의 전형을 만들어낸 걸작이다. <새>는 왜 새들이 갑자기 인간을 습격하게 되었는가, 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새들의 공격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인간은 자연에 대해 수많은 범죄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새들의 공격은 당연한 일이며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 믿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동물 공포영화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적의를 가진 존재로서 흔히 묘사된다. <죠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상어가 등장하여 평화롭게 수영을 즐기던 여인을 습격한다. 거대한 상어는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결코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존재다. 그러나 <죠스>의 원작자인 피터 벤츨리는 상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뒤에, “지금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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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들의 역습, 특수효과가 도왔다요즘 변종괴물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 하나는 특수효과의 발달 덕분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괴물 하나가 도시를 활보하는 장면 하나를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떤 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다. 50년대에 괴물 공포영화가 유행한 것도 전성기를 달리던 특수효과 덕이다. 오리지널 <킹콩>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킹콩이나 공룡과 싸우는 킹콩의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자연의 광포함까지 함께 드러낼 정도다. 킹콩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스톱모션 기술은 당대 최고였고 30, 40년대 특수효과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50년대 들어 오브라이언의 기술은 전설적인 레이 해리하우젠에게 넘어간다. 오브라이언에게 특수효과 기술을 배운 특수효과 감독 해리하우젠은 <마이티 조 영>(1949), (1953), <땅 밑 2천마일>(1957), <비밀의 섬>(1961)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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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샘 멘데스는 표정 관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가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한 노른자위 부문 5개를 휩쓸면서, ‘뷰티-풀’ 나이트로 기록된 이날 밤, 샘 멘데스는 감독상 트로피를 들고 무대를 내려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길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제부터는 뭘 해야 하지? 지금 내가 영화계에서 은퇴하면 전설적인 인물로 남겠군.” 그가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알아내는 데는 그로부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편의 영화로 남을 전설을 택할 것인지, 소포모어 징크스에 덜컥 발목 잡힐지, 전작을 넘어서 일취월장의 만듦새를 선보일 것인지, 두 번째 영화가 전모를 드러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체리 과수원> <캬바레> 연출한 연극계의 미다스샘 멘데스가 두 번째로 골라잡은 <로드 투 퍼디션>은 여러모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의외의 카드였다. 그 사이 멘데스는 “영화화된다면 꼭 보고 싶겠지만, 어떻게
<로드 투 퍼디션>과 샘 멘데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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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 현세대의, 독창적인 이야기그렇다면, 멘데스는 스필버그의 후광을 입고 할리우드에 무임승차한 ‘러키 가이’인가. 연극 시절부터 유난히 인복과 상복이 많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순전히 운이 좋아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10년 넘게 연극계에 머물면서 멘데스는 호시탐탐 스크린 진출의 기회를 노렸지만, 마땅한 ‘물건’을 만나지 못해 의기소침해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드림웍스가 <아메리칸 뷰티> 시나리오를 주기 전까지 나는 험난한 길을 걷고 있었다. 크고 작은 실패의 연속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샘은 결코 영화를 만들지 못할 거야. 그 많은 프로젝트를 그저 집적대고만 있잖아’라고 수군대곤 했다.” 그가 집적댈 수 있었던 시나리오는 시대극뿐이었고, 그중에는 <도브> 같은 작품도 끼어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알았던 그는 “현 세대의 이야기, 독창적인 이야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과 샘 멘데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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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두용(60) 감독은 연일 밤을 지새우고 있다.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한 신작 촬영을 마치고 편집작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밥먹듯이 밤을 꼬박 새우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나면 기진할 정도다. 그래도 그는 무리를 한다. 그건, 3년 전 영화 <애>를 찍고서 ‘선전비용’이 없어 개봉하지 못했던 때의 참담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음일까, 아니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눅진히 묻어나는 이두용의 <아리랑>을 하루빨리 보여주겠다는 의지일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충무로의 고지와 나락을 오가면서도 끊임없이 장르영화를 만들어왔던 한 백전노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편집자
이두용 감독을 만나는 날 비가 많이 내렸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앞서 도착해보니 감독은 이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장대비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40년간 카메라가 있는 현장을 누볐음에도 증명사진 찍히는 것조차 어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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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이 영화계에 입문한 뒤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는 영화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그가 스무살 남짓한 나이로 영화계에 들어왔을 1960년대 초반은 4·19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한국영화사 전체를 일별해볼 때 이 시기의 영화들에는 매우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필자는 이를 4·19시대의 영화들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한국영화사에서 하나의 특수한 단락을 이루는 4·19시대는 좁게 말하면 1960년 4월19일부터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5월16일까지의 1년2개월에 불과하지만, 넓게 말하면 해방 직후부터 군사정권 초기까지 지속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시민 민주주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영화계에서는 김기영, 신상옥, 유현목 등 오늘날 재발견의 붐을 이루는 거장들이 거의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고, 한 발짝쯤 뒤에 등장한 이만희를 비롯한 풍부한 인적 자원이 포진해 있었다. 사회는 비록 가난하고 해결하기 버거운 문제들로 넘쳐났지만 작가들이 오히려 그 문제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