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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리랑〉에서 시작하여, <순풍산부인과>에서 만개한 홈시트콤의 역사는 찬란했다. <남자셋 여자셋>을 비롯하여 <논스톱>과 같은 청춘시트콤은, 일상의 애환과 해학을 담는 홈시트콤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시리즈로서의 <논스톱>은 각각의 시즌들에 부침이 있긴 했지만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오는 <논스톱4>는 현재, 다른 시즌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기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의미해보이는 일화,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좌충우돌 하는 캐릭터들이 모여 성취한 한국적 소장르, 그 자잘한 재미를 짚어보았다. 편집자
시작 이후 한동안 덜컹거렸던 <논스톱4>가 드디어 자기 궤도에 오른 듯하다. 시리즈의 밝은 분위기를 잡아먹었던 윤지-전진-승은의 지루한 삼각관계는 끝났고, 한동안 방황했던 캐릭터들은 서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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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특유의 스케치가 비쳐나는 조연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빅 피쉬>가 달라 보인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어느 때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미학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팀 버튼은 언제나 대사보다 동작을 중시했고 움직임이 곧 캐릭터라고 믿었다. 하지만 카툰 캐릭터도 슈퍼 히어로도, 유인원도, 설화 속 인물도 아닌 <빅 피쉬>의 주인공들에게는 양식화된 연기를 펼칠 여지가 적다. <빅 피쉬>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이미지보다 호흡이 긴 내러티브, 판타지와 교대하는 가족 멜로드라마의 감상주의다. “나중에 만든 영화일수록 스토리보드 작업을 덜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 예전 영화의 이야기들을 잠깐 돌아볼까요? 하나같이 엄청나게 센티멘털하고, 단순하고 강력한 갈등이 깔린 강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 않은가요? 내 영화가 보기 좋다고 칭찬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냐고 쏘아붙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잠깐 사이를 두고 그는 말
<빅 피쉬>의 감독 팀 버튼과 나눈 가상대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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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당신의 표정이 낯설어요
영화를 낙으로 삼은 1990년대 젊은이들에게 다정한 영웅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리처드 링클레이터, 구스 반 산트, 팀 버튼 같은 감독들의 최근 사진은 우리를 흠칫 놀라게 한다. 기억 속 재기발랄한 영화 청년들의 얼굴에 어느덧 내려앉은 희미한 주름과 나잇살은 묘한 충격이다. 때로는 용모뿐 아니라 영화도 세월을 헤아리게 만든다. 팀 버튼(45)의 신작 <빅 피쉬>는 20여년 동안 하나의 브랜드를 이룬 팀 버튼 영화의 비주얼을 이어받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태도가 이질적인 영화다. 타지에서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 친구처럼 생김새는 그대로인데 표정이 낯설다. “왜 이렇게 변했죠?”라는 질문에 감독들은 종종 “당신의 선입견일 뿐 나는 그대로다”라고 대꾸해 우리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진실로 그를 알았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가? 만약 <빅 피쉬>가 버튼의 트레이드 마크와 동떨어진 프
<빅 피쉬>의 감독 팀 버튼과 나눈 가상대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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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갈라지고, 다리가 무너진…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올해 보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준비작업부터 후반작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영화아카데미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영화 <이공>에 들어갈 단편영화 한편(<씽크 앤드 라이즈>)을 찍었고, 올해 전주영화제에 삼인삼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지털영화(<모자이크 다큐멘터리: 인간 조혁래)도 한편 찍을 예정이다. <살인의 추억> 일본 개봉 때문에 일본 방문 일정도 잡혀 있고 최근엔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만든 곳)에 가서 신작에 들어갈 특수효과에 관해 논의했다. 봉준호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골룸처럼 정신분열에 걸릴 상황”인 셈이다. 어쨌든 무엇보다 궁금한 건 세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사에서 정한 가제가 <더 리버>라는 이 영화는 도시재난영화라는 사실
흥행작가 3인의 신작 [4]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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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강요당하는 영화감독의 파국
아시아 3개국 공동 제작 프로젝트인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의 첫 번째 주자들은 논지 니미부트르, 진가신, 김지운이었다. 그뒤를 이어 만들어지는 <쓰리, 몬스터>의 바통을 미이케 다카시, 유휘강, 박찬욱이 맡게 됐다. 명단에서 감지되는 것은 강렬함이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몬스터는 평화로운 가정으로 들어온 침입자이다. <올드보이>에 이어 박찬욱 감독은 이번 단편영화 <컷>에서 다시 한번 인물들 사이의 강요와 선택과 긴장과 대결, 그리고 그 대가 어딘가에 카메라를 세운다. 7억∼8억여원의 예산으로 30분에서 45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질 이 영화는 거의 극중 시간과 러닝타임이 같을 예정이고, 공간이 만드는 비현실적 이미지는 풍족한 부유층의 가정을 인질극의 난투장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올드보이>의‘학습, 자료용’ DVD 출시에 매진하는 한편, 생애 최초의 뮤직비디오를 이제
흥행작가 3인의 신작 [3] -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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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느낌의 액션 누아르
돌이켜보면, 언제나 누아르였다. 그들의 웃음에는 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들은 살인을 하거나 살인의 욕망으로 뒤척이고 있었다. 억압의 고통이 감독에게까지 전이된 <장화, 홍련> 이후 김지운 감독이 누아르로 돌아간 것은, 누군가 <조용한 가족>을 코믹누아르라고 부른 것처럼 일종의 회귀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아직 가제조차 정하지 못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은 <장화, 홍련> 이전의 영화들처럼 말도 많고,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은 누아르다. 한 남자의 인도적인 선택이, 눈사태처럼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비극을 몰아오는 이야기. 빛과 어둠의 난무가 관건인 누아르에서, <장화, 홍련>의 서늘하고도 화사한 스타일이 어떻게 변태(變態)할 것인가. 1고가 막 나온 지금,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영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떤 이야기인가.
=주인공 S는 중급 호텔의 영업권을 가
흥행작가 3인의 신작 [2]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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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머냐, 어서 밝혀라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과 평단의 긍정적인 지지 둘 모두를 균형있게 성취해내기란 쉽지 않다. <씨네21>은 그 교묘한 줄타기 명수들의 현재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차기작에 대한 밑그림을 훔쳐보면서 또 어떤 흥행성과 미학이 손을 잡을지 예측해보기로 했다. 그중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를 만났다. 김지운은 <장화, 홍련>으로, 봉준호는 <살인의 추억>으로, 박찬욱은 <올드보이>로 지난 한해 한국영화의 흥행 깃발을 날렸다. 더불어 자신들의 표식으로 넘치는 영역도 구축했다. 지금 이 세 사람 모두가 차기작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지운은 다음 영화 <모두 다 그녀를 좋아한다>(가제)에서 “액션누아르에 관한 호기심”을 스크린 위에 발동시킨다. 여전히 장르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진지전을 펼칠 계획이다. 장편과 단편을 번갈아 만드는 박찬욱의 행보는 <쓰리, 몬스터>의 옴니버스 작품 중 하나인 <
흥행작가 3인의 신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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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런 첫 대면
2004년 베를린, 북한영화 <푸른 주단 위에서> 특별상영
제54회 베를리날레의 12일간 대장정이 중반으로 접어든 2월9일 저녁, 영화제 인파로 불철주야 북적거리는 포츠담 광장의 다른 극장들과 달리 시네막스 6관은 사뭇 정적이 감돌았다. 100여명 관객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으니, 역사적(?) 순간의 증인이 될 마음의 채비라도 하는 중이었을까? 자막은 없으니 통역이 읊조리는 대사를 들으려면 헤드폰을 이용하라는 멘트 속에 극장으로 진입한 VIP 열댓명 중 조선영화수출입사의 장원준 부총사장, 국제관계담당 윤미화와 북한 여배우 김련화가 무대인사를 했다. 북한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조우한 북한영화가 림창범, 전광일 감독의 2001년작 <푸른 주단 위에서>다.
전형적인 선전영화, 관객은 당황
조선노동당 창당 50주년을 앞두고 집단체조 창작단은 아리랑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동장(어린이 집단체조)을 지도하는 은규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8] - 북한영화 특별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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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거나 혹은 야유하거나
베를린을 열광시킨 화제작들과 기대 못미친 ‘기대작’들
2월8일 베를린 시네맥스 극장 앞에선 비명이 터져나왔다. <몬스터>를 보기 위해 30분 전부터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좁은 입구로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예술영화가 유일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겠지만, 그 힘도 스타가 출연하는 할리우드영화를 누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는 모든 이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연쇄살인범’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간 이 영화는 아름다운 외모를 늘어진 살과 빽빽한 주근깨로 가리고 출연한 샤를리즈 테론 덕분에 기대를 모았던 영화. 그 호연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단이 여우주연상 공동수상을 결정한 <마리아의 은총> 역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해 소문이 먼저 도착한 영화였다. <마리아의 은총>은 마약 캡슐을 위장 안에 넣고 운반하는 소녀들의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7] - 열광의 화제작들과 기대에 못미친 기대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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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욕망 그리고 사랑의 스릴
파트리스 르콩트는 2001년 <펠릭스와 롤라>를 들고 베를린영화제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영화를 좋아한 사람을 딱 다섯명 만나봤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홀대받았지만, 올해의 기억은 그 상처를 충분히 달래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제 공식일정 첫날 상영된 <친밀한 이방인>(Confidences Trop Intimes)은 은밀한 욕망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우아하고도 유머있게 그려내 이견없는 갈채를 받았다. 윌리엄은 단 하루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해본 적이 없는 고지식한 세무사다. 어느 날 그의 사무실에 안나라는 낯선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같은 층에 있는 정신병원 대신 윌리엄의 사무실로 들어온 것이다. 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윌리엄은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부부생활의 가장 깊숙한 비밀까지 들어버리고 난 뒤라 어찌할 수가 없다. 윌리엄은 차츰 일주일에 한번 있는 안나와의 상담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르콩트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6] -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친밀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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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를 통해 서구의 신념을 의심하다
<애 폰드 키스>는 켄 로치와 작가 폴 래버티가 함께해온 ‘글래스고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켄 로치는 “글래스고는 오랜 투쟁의 역사가 있고 강한 문화를 소유한 도시이기 때문에 런던보다도 드라마틱하다”고 말하면서 그곳에서 <내 이름은 조> <스위트 식스틴>을 촬영했다. 그러나 <애 폰드 키스>는 그 영화들과도, 켄 로치의 다른 어떤 영화들과도 다르다. <애 폰드 키스>(Ae Fond Kiss)는 자신이 뿌리내리고 있는 공동체 때문에 사랑의 고통을 겪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다. 카심은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가족의 외아들이다. 그 부모는 카심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카심이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의 음악교사 로이신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 단단한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심의 부모는 이미 사촌 여동생을 결혼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5] - 켄 로치 감독의<애 폰드 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