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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 모두가 나이와 개성과 별개로 똑같은 머리모양을 한 이상한 마을. 마을에 단 하나뿐인 요시노 이발관의 요시노 이발사(모타이 마사코)는 아이들의 머리가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곧 가위를 들고 출두, 직접 머리를 잘라주는 적극성까지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요시노 스타일’에 반기를 든 아이가 나타났다. 도쿄에서 전학 온 이 소년(이시다 호시)은 짧은 머리에 염색까지 한 머리를 고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급기야는 마을 소년들에게 천편일률적인 헤어스타일의 모순에 대해서 설파하고 나선다.
<요시노 이발관>은 굉장히 코믹한 성장영화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아이들이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는 우스꽝스러운 뱅 헤어를 하지 않으면, 괴물의 눈에 띄어 희생된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한번 굳어진 믿음은 관습이 되고, 전통이 됐다. 그러나 ‘요시노 스타일의 머리를 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라고 반문하다가도, 결국
코믹한 성장영화 <요시노 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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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마크 러팔로)과 블룸(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사기를 쳐왔던 대단한 형제다. 어른이 된 뒤로 수법이 대담해지고 사기로 얻는 이익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 베를린에서 한탕을 크게 벌인 형제와 제3의 멤버 뱅뱅(기구치 링코)은 뉴저지에 사는 대부호의 상속녀 페넬로페(레이첼 바이스)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아 작전을 꾸민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블룸은 사기칠 대상인 페넬로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페넬로페는 사기극의 쾌감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블룸형제 사기단>은 사기꾼 형제의 사기극을 주된 내용으로 삼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사기 영화’(Con Movie)는 아니다. 이 영화는 치밀한 플롯과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을 내세워 엎치락뒤치락 관객을 가지고 노는, 그래서 결국 관객까지 사기 행각의 대상으로 삼는 <스팅> 같은 영화라기보다 사기를 매개로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페이퍼 문>과에 속하
유쾌한 사기극 <블룸형제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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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병태(박병은)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생들. 그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김태훈)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시작한다. 같은 학교 출신인 상태는 금정굴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는 역사학자. 그는 성추행 혐의를 받고 학교에서 잘린데다,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죄의식 때문에 역사 공부를 하는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친구들의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상태의 기행이 드러나고, 급기야 상태는 비전 필살 무술 뫄한머루의 전수자로까지 그려진다.
<약탈자들>은 꽤 독특한 서술 방식을 가진 흥미로운 영화다. 역사의식을 지닌 학자 ‘상태’의 분열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다름 아닌 친구들의 기억과 인상에 의한 뒷담화다. 기억과 평가, 소문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기에 상태의 현재는 명백한 객관성을 얻지 못한다. 금정굴을 조사하는 역사학자 상태, 할아버지의 창씨개명이라는 사실에 도덕성을 위협받는 상태, 성추행을 한 파렴치한 상태, 그리고 뫄한머루의 전수자라는 조금
독특한 스릴러의 모범 <약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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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지아모로(벤 애플렉)는 할리우드의 톱 매니저다. 그는 아내인 니나(레베카 로미즌)가 불륜을 고백해 오자 일기쓰기 수업을 들으며 행복하다고만 여겼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철자만 틀리지 않으면 좋으니 일단 쓰고 보라는 강사의 말에, 잭은 아내의 불륜부터 회사의 기밀을 훔친 사실까지도 조밀하게 기록해나간다. 한편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업무로 인한 분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로 잭과 니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져만 간다. 그 와중에 잭이 자신을 섭외해주지 않는 데 분노를 느낀 한 여인은 비밀이 담긴 일기장을 훔쳐 신문사에 팔겠다며 그를 협박해온다.
성공신화를 멋지게 꾸며봐도 부질없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역시 냉혹하다. 업계의 사람들은 살아남으려면 일벌레가 되라고 강요한다. 그 모양이 노래 부르다 죽은 베짱이에게 마냥 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지경이다. 잭 지아모로는 하루하루 일기를 써나가며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대가로
성공에 관한 슬픈 드라마 <맨 어바웃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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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도쿄의 외국 이민자들은 이미 150만명에 달했다. 그중 불법 체류자의 다수를 차지했던 건 중국인이다. 중국에서 트랙터 정비공으로 일하던 철두(성룡)도 생명을 걸고 도쿄 신주쿠에 밀입국한다. 먼저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긴 여자친구 슈슈(서정뢰)를 찾기 위해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야쿠자 삼화회 부회장 에구치(가토 마사야)의 아내가 되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에구치의 목숨을 구한 철두는, 그 대가로 야쿠자들의 세력 다툼에 끼어들며 신주쿠 유흥가의 통제권을 얻는다.
경찰의 범상한 밤거리 순찰에도 흠칫 놀라며 빈 박스 안으로 숨어들어가는 성룡의 어두운 얼굴이 낯설다. 한마디로 <신주쿠 사건>은 성룡이 웃지 않는 최초의 영화다. 이동승 감독은 1997년경 일본 내 외국 이주민들의 기사를 처음 접한 뒤 <신주쿠 사건> 밑그림에 착수했다고 한다. 불법 체류자 공동체는 어디까지나 지하에 머물렀고 그림자 속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성룡이 웃지 않는 최초의 영화 <신주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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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족인 러브식스는 그리스의 이리나 공주와 비둘기로 펜팔을 하며 사랑의 감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러브식스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니 그는 시저(알랭 들롱)의 아들 브루투스다. 브루투스가 로마제국의 힘을 빌려 압박을 가하자 이리나 공주는 올림픽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고, 아스테릭스(클로비스 코르니악)와 오벨릭스(제라르 드파르디외)는 러브식스를 우승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하니 이들의 힘의 원천인 약물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사영화판 <아스테릭스> 시리즈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게임>은 일종의 스포츠영화다. 마법 약물의 놀라운 힘으로 로마 군인들을 혼내줬던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무용담보다는 올림픽대회의 스포츠 경기가 강조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가 트랙을 달리고 원반을 던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시종 진지하게 보여줄 리는 없는 일. 아
우스꽝스럽게 변질 된 올림픽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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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트의 한적한 골목길, 초행이라 길을 헤매는 에밀리(줄리 가예트)와 우연히 만난 가브리엘(미카엘 코엔)은 에밀리를 호텔까지 차로 데려다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기분 좋은 대화가 오가고, 호감은 로맨틱한 저녁식사로 이어진다. 아쉬운 작별의 순간, 가브리엘이 ‘굿바이 키스’를 하려는데 에밀리가 머뭇거린다. 싫지 않은 눈치면서도 굳이 키스를 거절한 에밀리는 “키스 하나로 인생이 바뀐 친구” 주디트(비르지니 르도엥)의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쉘 위 키스>는 ‘액자식 구조’의 영화다. 영화는 낭트에서 시작되고 낭트에서 끝이 나지만, 그 사이로 끼어드는 주디트와 니콜라(에마뉘엘 무레)의 이야기는 파리를 무대로 진행된다. 에밀리가 “본인이라는 짐작은 사양한다”며 입을 연 웃지 못할 사연은 이렇다. 주디트는 부유한 약사 클로디오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주디트에게는 니콜라라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각자의 연애사며 성생활을 허물없이 터놓는 사이다. 그러던
입맞춤 부터 프렌치 키스까지, 쉼없는 키스신 <쉘 위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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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집안 가족들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다. 준페이는 15년 전 물에 빠진 소년 요시오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형에게 콤플렉스를 가진 차남 료타(아베 히로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친정에서 살려는 딸 지나미(유)는 일단 집에 모이지만 그 분위기가 화목하지만은 않다. 겨우 결혼한 료타의 아내는 전남편과 사별한 과거를 지녔고 지나미의 엄마에 대한 배려는 엄마의 본심과 한참 어긋나 있다. 15년 전의 죽음과 쉽게 풀어지지 않는 가족들 사이의 작지만 무거운 기억들이 서로 충돌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항상 죽음 이후를 찍는다. 혹은 어떤 일을 계기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의 이후 사정을 좇는다. 그의 영화는 애써 죽음, 상실 그 자체를 피하려는 인상도 준다. 고레에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남긴 잔해와 파장이며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다. <걸어도 걸어도> 역시 죽음의 15년 뒤를 그린다.
삶과 가족이란 관계에 대한 잔인한 통찰 <걸어도 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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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예산에 한 형사가 있다. 조필성(김윤석)이다. 강력계 형사로서 큰 야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집에서는 공처가고 밖에 나가면 그저 그렇다. 어쩌다 피의자를 심문하다가 피의자가 심장마비 쇼크로 쓰러지자 과잉 심문이라는 명목으로 3개월 정직을 당한다. 돈이 부족하여 건달 친구의 이름으로 소싸움 대회에 내기 돈을 걸게 되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큰돈을 쥔다. 그런데 그때 느닷없이 유명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나 그 돈을 탈취한 뒤 사라진다. 이제 조필성은 송기태를 죽기 살기로 잡아야만 한다.
우리는 토끼와 거북에 관한 동화를 알고 있다. 배운 대로 적용될 경우 그게 성실함으로 미친 토끼만 아니라면 거북은 토끼를 이기게 되어 있다. 조필성이 거북일 것이고 그가 잡아야 할 매끈한 탈주범 송기태가 토끼일 것이다. 거북은 늘 토끼 때문에 할 수 없이 달린다. 그러니까 조필성은 송기태를 만나고 싶어 만난 게 아니었지만 송기태가 조필성이 소싸움에서 딴 돈 180
서민의 분투기 <거북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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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우섬에 사는 아기 공룡 임피(임주현)가 한살 생일을 맞았다. 티버튼 교수가 임피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바로 여동생, 팬더 바부(전숙경). 뜻하지 않게 여동생이 생긴 임피는 자신을 임푸라 부르며 뒤를 졸졸 따르는 바부가 마뜩잖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동산 바나비 월드의 껄렁한 사장 바나비가 공룡을 찾으러 티키우섬에 찾아든다. 섬을 벗어나 큰 무대에서 스타가 되고 싶었던 임피는 바나비를 따라 원더랜드로 떠나고, 티키우섬의 동물 친구들은 그런 임피를 찾으러 나선다.
전편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과 마찬가지로 <임피 원더랜드 가다>는 모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전편이 임피의 탄생과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 설명에 일정 부분 시간을 할애한 뒤 그들 사이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거기에 ‘가족’이라는 요소를 더했다. 그리고 임피의 여동생으로 팬더 바부가 새롭게 등장한다. 귀엽고 깜찍하고 애교까지 철철 넘치는 바부는 그러나
임피 가족의 모험 이야기 <임피 원더랜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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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American Masters>의 에피소드 중 한편으로 제작된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롤링 스톤> <베니티 페어> 등 잡지의 간판급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가 ‘카메라와 함께한 삶’을 좇는다. 공군인 아버지 덕에 베이스들을 떠돌며 차창을 프레임 삼아 세상을 보던 소녀가 예술학교에 입학한 뒤 붓을 놓고 렌즈를 들기까지 그리고 그 사진들에 ‘애니 레보비츠’라는 인장을 새기기까지의 이야기다.
잡지 <롤링 스톤>과 밴드 ‘롤링 스톤스’의 세대가 아니라면 애니 레보비츠의 이름은 저널리즘과 르포르타주보다 패션과 커머셜에 가깝게 다가올 거다. 그리고 으리으리한 세트에 거대한 선풍기를 돌려 연출한 (그러나 확실히 눈을 사로잡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사진들이 먼저 연상될 거다. 해마다 <베니티 페어>의 커버를 장식해온 할리우드 배우들의 ‘떼샷’을 떠올려라. 애니 레
카메라와 함께한 삶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