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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스웨터를 즐겨 입는 이 미국 시골 마을 사람들은 참으로 선량하다. 이들은 영어를 못해 소통이 불가능하고 게다가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한 이방 선교사 여인을 따뜻하게 환대하고 자신들의 공동체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녀, 비앙카는 마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수줍음 많은 라스(라이언 고슬링)가 최초로 만나 사귀는 여자다. 이 기묘한 관계에 놀라 처음에는 정신질환을 의심하며 걱정하던 가족과 의사와 마을 사람들은, 인내와 애정으로 관계의 진행을 바라보기로 하고 그가 초대한 여자친구를 가족으로, 친구로,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비앙카는 교회에 가고 파티에 나가며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그와 더불어 라스의 세계도 점차 넓어져간다.
소심한 외톨이 라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의 집 옆의 창고에서 혼자 생활하는 미국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다. 임신한 형수가 늘 식사에 초대해 함께하기를 권하지만 좀처럼 그는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할 때, 창문의
기묘하고 따뜻한 로맨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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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정착의 뿌리에서 잘려나간 상처받은 인물들이 기억에서 치유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오야마 신지가 만든 이 무기력한 매혹의 공간엔 희망이 없고 절망도 없다. 자잘하게 지속되는 현실이 그저 있을 뿐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전망없이 떠돌던 아오야마 신지의 인물들이 일종의 정박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징후가 <새드 배케이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밀항에 관계하던 켄지(아사노 다다노부)는 부모를 잃은 중국 소년 아춘을 데리고 도망쳐 그를 보살핀다. 켄지는 어린 시절 도망간 어머니와 자살한 아버지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고, 게다가 그가 돌보는 유리(쓰지 가오리)는 10년 전 6명을 살인하고 자살한 친구 야스오의 정신병을 앓는 여동생으로 아직 오빠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 대리운전을 하며 아춘을 돌보던 켄지는 우연히 마미야 운송회사라는 작은 회사의 사장을 태우고 가다 그 사장의 아내가 된 어머니를 발견한다. 이곳저곳 뜨내기로 사는 부초 같은 사람들의 삶을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새드 배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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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전설의 고장 마츠가네 마을엔 두쌍의 이상한 인물이 있다. 금괴를 찾으러 마을까지 숨어든 남녀와 이란성 쌍둥이지만 직업부터 성격, 말투와 행동이 다른 형제. 형이지만 발 사이즈도 15mm나 작은 히카리(야마나카 다카시)는 동생 코타루(아라이 히로후미)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 어느 날 히카리는 트럭으로 한 여자를 친다. 겁을 먹고 도망을 가는데 죽은 줄 알았던 여자는 병원에서 의식을 차린다. 그 여자는 금괴를 찾아 마을에 들어온 남녀 중 한명이다. 금괴 찾기 작전이 잘 풀리지 않자 두 남녀는 히카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하고 궁지에 몰린 히카리는 그때까지 쌓여왔던 모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폭발한다.
영화는 마츠가네를 기괴한 분위기의 마을로 설정하고 복잡하고 어이없이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하나씩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 파출소의 한 경찰은 천장에 있는 쥐를 잡다 포기한 채 “계속 쥐만 늘어가네”라고 하는데 이 대사가 마츠가네 마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다. 적절한 쓴웃음
기괴한 마을 마츠가네 <마츠가네 난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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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야>는 홍콩, 일본, 타이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다. 한 남자를 놓고 갑자기 돌아온 전 애인, 그리고 옆집에 살고 있는 현재의 애인이 얽힌 삼각관계가 초래한 비극을 그리는 <이웃사람>과 한 여자가 어릴 적부터 상상 속에서 키워온 괴물 이야기인 <어둠>,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기억을 찾아가는 <잃어버린 기억>으로 구성됐다. 3국 감독들이 모여 아시아만의 독특한 공포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제작된 <흑야>는 분명 <쓰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쓰리>는 작품간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고잉 홈>이나 <메모리즈> 등 공포장르라는 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이 눈에 띄었지만, <흑야>는 소재와 연출 면에서 세편 모두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흑야>의 감독들이 선택(혹은 취합)한 건 자신들의 국적에 걸맞게 그동안 만들어진 아시아 공포영화의 잔영
아시아 3개국 옴니버스 공포영화 <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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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소재로 한 청춘영화가 한편 더 나왔다. <스텝업>(2006)의 속편 <스텝업2: 더 스트리트>는 출신과 스타일이 다른 남녀가 춤을 통해 교감하는 전편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번엔 여주인공이 거리 출신이다. 고아로 후견인의 보호 아래 자란 앤디(브리아나 에비건)는 춤 패거리 ‘410’과 어울리며 말썽을 일으키자 텍사스로 보내질 위기를 맞는다. 다행히 오빠처럼 따르는 타일러(채닝 테이텀, 전편의 주인공)의 도움으로 메릴랜드 예술학교(MSA)에 합격해 볼티모어에 남지만 학업에 충실할수록 410들과 멀어지고 결국 의절한다. 앤디는 가족 같던 친구들의 등돌림에 절망하지만, MSA의 유망주 체이스(로버트 호프먼)의 도움으로 팀을 모아 길거리 댄스 대회 ‘스트리트’에 도전한다.
전편처럼 MSA가 배경이지만 <스텝업2…>는 배움의 울타리를 일찌감치 벗어났다. 비보이가 발레리나를 만나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전편과 달리 튀튀나 토슈즈와는 거리가 먼 앤디
현란한 춤사위로 채우면 그만? <스텝업2: 더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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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는 “Les Ambitieux”, 우리말로 바꾸면 “야먕”, “야심가들” 정도가 된다. 로맨틱한 국내 개봉제목으로 둔갑한 이 영화는 그러니까 나름 심오한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리의 잘나가는 출판사의 여성편집장 주디스(카랭 비아르)는 콧대 높은 싱글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초짜 소설가 줄리앙(에릭 카라바카)을 초면에 무시했다가 그의 젊고 순진한 면모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다. 마음을 나누기보다 섹스를 하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며. 줄리앙은 주디스의 아버지가 1970년대 프랑스의 유명 좌파 지식인이었던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녀의 집에 보관된 자료를 몰래 빼내 그것으로 소설을 써낸다. 주디스의 마음 한구석엔 줄리앙과의 관계를 ‘엔조이’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고, 줄리앙의 마음 한구석엔 주디스의 아버지의 감춰진 생애로부터 창작의 재료를 얻으려 한 의도가 있었다. 둘은 각자 짐작했던 서로의 이기적 본심을 면전에서 날카롭게 공격하고 헤
동상이몽일 뿐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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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이천희)와 미연(한지혜)은 2000일 기념일을 앞둔 연인이다. 꽃다발 이벤트는 100일 기념일에 했고 커플반지는 500일 기념일에 주고받았으며, 1000일 기념일에 풍선까지 깔아본 이들은 오래된 연인이 그렇듯 감정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미연은 공부만 하는 남자친구의 건강이 걱정돼 암벽등반 등의 세계로 그를 이끌지만, 그런 여자친구가 준서에게는 “특이하고 위험한 것만 있으면 꼭 같이하려고 드는” 것처럼 보여 부담스럽다. 기어이 준서는 미연과 잠시 떨어져 있을 요량으로 남극기지연구팀에 파견을 신청하고, 조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만나기로 한 준서가 오지 않자 미연은 그에게 줄 선물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달리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 빠진 준서에게 미연은 여전한 모습으로 찾아와 2000일 기념일이 언제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곧 그녀의 사고소식을 접한 준서는 아침에 만난 미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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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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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카불. 12살 동갑내기 아미르와 하산은 꼭 같이 붙어다니는 단짝친구다. 유약하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인 아미르에게 하산의 존재는 특히 절대적이다. 골목에서 덩치들에게 시달릴 때에도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 겁도 없이 새총을 겨눈다. 그들의 아비가 그러하듯이 그들 또한 도련님과 하인으로 묶여 있지만, 들판에서 연을 날리는 두 소년은 친형제처럼 서로를 위하고 챙긴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눌 것만 같던 시간은 그러나 오래지 않았다. 얼마 뒤 열린 연날리기 대회에서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우승을 차지하지만, 연을 찾으러 골목길에 들어갔다가 꼼짝없이 성폭행을 당하는 하산의 고통을 못 본 척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끝에 아미르는 하산을 모함하고 결국 그 일로 인해 하산과 그의 아버지는 집을 떠난다. 이후 30년이 흘러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아미르. 난민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딱지를 떼고서 이국에서의 생활을 만끽할 무렵 과거의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공감할 만한 성장
‘네버랜드’를 찾아서 <연을 쫓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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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정면에 멈춰 있던 버스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 똑같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정지된 풍경처럼 일렬로 서 있다. 이스라엘 어느 지방 도시의 초청으로 방문했건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황량하고 고요한 벌판뿐이다. 환대받지 못한 자들의 어색하고 불안해진 눈빛과 자세가 처량하다. 직접 목적지로 찾아가기로 결심한 남자들은 버스에 오른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경찰 관현악단의 이스라엘 방문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원래의 목적지는 ‘페타 티크바’지만, 영어 발음을 잘못 알아들은 탓에 ‘벳 하티크바’라는 사막 같은 마을에 내린다. 다시 돌아갈 버스는 끊기고 모텔도 없는 이곳에서 이들 눈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식당. 다행스럽게도 집시 분위기를 풍기는 여주인 디나와 조금은 멍해 보이는 두 남자의 배려 덕에 밴드 멤버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낯선 이들과의 우연한 하룻밤에 펼쳐지는 잔잔한 추억거리들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만남. 정치적인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평화롭고 쓸쓸한 하룻밤 <밴드 비지트: 어느 조용한 악단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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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화양연화>도, <해피투게더>도 아닌 13년 전쯤 보았던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영화다. 풋풋한 왕정문이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놓고 짝사랑하는 양조위를 물끄러미 쳐다볼 때, 금성무가 파인애플을 사모으며 애인을 기다릴 때, 자기 세계 안에서 점점 부푸는 이들의 사랑에는 감상적인 면이 적잖았지만 거기에는 매혹되고픈 고독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보면서 새삼 그 당시의 감정을 떠올린다. ‘현실이 너무 빠르게 변한 걸까, 왕가위의 세계가 멈춘 걸까.’ <중경삼림> 때보다도 노골적인 감상주의자의 길을 걷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필모그래프 중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일 뿐이라고 애써 위안하고 싶은 영화다.
2007년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가 주드 로, 노라 존스, 레이첼 바이스
의아할 정도로 가볍고 퇴행적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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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시커먼 땅속이다. 은을 찾아 땅속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길 반복하는 남자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갑작스런 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이후 그는 또 다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의 아들 H. W.(딜런 프리지어)와 함께 산다. 석유가 있는 곳을 찾아 미국의 서부를 오가는 그는 리틀 보스턴에 석유가 있다는 엘라이(폴 다노)의 제보에 아들과 함께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다. 리틀 보스턴은 목사 엘라이를 중심으로 한 광신도적 교인들이 주민의 대부분이다. 다니엘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땅을 사고, 유정탑을 쌓으며, 배송관을 만들어 석유 발굴에 나선다. 사랑, 공동체 의식, 자연, 신앙, 가족 등 인간의 덕목이라 여겨지는 가치들은 석유와 돈을 향한 다니엘의 욕망 속에 자리를 감춘다.
땅속에서 유를 창출하고 좀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부를 불리는 다니엘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세를 불리기 위해 믿음을 전도하는 엘라이의 설교는 자본주의
성공을 꿈꾼 미국의 한 역사 <데어 윌 비 블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