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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길거리에 버려진 소년 팡시지에(주걸륜)은 무술을 하는 한 남자에게 발견돼 무술학교에서 자란다. 쿵후를 비롯해 다양한 무술을 몸에 익힌 그는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한 남자(증지위)를 만나는데 이 남자는 팡시지에의 손놀림을 눈여겨보며 그를 제일대학 농구부에 입단시킨다. 자신이 매니저를 자임하고, 팡시지에를 ‘고아의 부모를 찾기 위한 농구 열정’의 주인공으로 포장해 기자들에게 홍보한다. 제일대학 농구부에 들어간 팡시지에은 타고난 점프력과 슈팅 감각으로 주목받고, 세걸을 못마땅해하던 농구부 주장 정위(진백림)도 나중엔 세걸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쿵푸덩크>의 컨셉은 명확하다. 주성치가 쿵후와 축구를 결합해 독특한 코미디 <소림축구>를 완성했듯 <쿵푸덩크>도 쿵후를 농구에 접목해 새로운 코믹스포츠물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엉성한 이야기 위에서 완벽하게 무너진다. 영화는 팡시지에가 농구를 하게 되는 동기, 매니저 남자의 정체, 팡
쿵푸 소년의 농구경기 <쿵푸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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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사냥꾼 핀(매튜 매커너헤이)은 1715년 배와 함께 바닷속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왕비의 지참금을 추적하느라 수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결국 아내 테스(케이트 허드슨)에게 일방적으로 이혼당한다. 테스가 억만장자 나이젤(도널드 서덜런드)의 요트에서 일하며 새 출발을 꿈꾸던 중, 핀은 보물의 행방을 알려줄 접시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자금을 지원해줄 사람을 찾아 나이젤에게 접근하던 핀은 테스와 재회하고, 보물과 함께 그녀의 마음까지 얻으려 애쓴다. 하지만 가창력보다 뒷골목의 총잡이로 악명 높은 래퍼 빅 버니(케빈 하트)가 보물을 뒤쫓기 시작하면서 핀의 계획은 수습할 수 없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사랑보다 황금>은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됐다. 보물 찾기, 핀과 테스의 로맨스, 나이젤이 불화하던 딸 젬마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어드벤처와 로맨틱코미디, 가족드라마를 전부 아우르고자 한다는 뜻인데,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결과적으로 어느 것
이혼 남녀의 보물 찾기 재결합 <사랑보다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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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하늘에 별이 떴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승룡(차태현)의 눈에 지호(하지원)가 보인 것이다. 그들의 재회로 시작한 영화 <바보>의 이야기는 원작인 강풀의 <바보>와 ‘싱크로율 100%’다. 10년 넘게 피아노만 친 지호는 갑자기 건반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손에 좌절하고, 승룡의 동생인 지인(박하선)은 바보인 오빠를 부끄러워한다. 승룡의 친구인 상수(박희순)는 건달로 살아야 하는 처지에 한숨을 쉬고, 상수의 가게에서 일하는 희영(박그리나)은 자신을 옭아매는 악덕업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들보다 모자란 바보 승룡에게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제나 같이 놀아주는 친구도 있고, 동생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서 동생을 위해 돈을 벌 수도 있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지호까지 돌아왔다. 게다가 그는 “항상 웃고 살아라”는 엄마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 순수한 바보다.
<바보>는 <아파트> 이후 강풀의
그 모습 그대로 영화로 재현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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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루마니아 혁명 2년 전”이라는 작은 글씨체의 자막이 지나고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첫 장면이 시작되면, 젊은 여자가 화면 안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카메라 바깥에서 다른 여자가 그녀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화면 속의 여자는 화면 밖의 여자가 고마워할 무언가를 해주기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 약속한 모양이다. 대학 기숙사의 룸메이트 가비타(로라 바질리우)가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둘은 많이 분주하다. 담배, 비누, 돈 등을 챙겨야 한다고 정신없이 서두르면서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트를 가져가야 할지를 걱정한다. 둘은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오틸리아는 남자친구에게 급히 돈까지 빌리고, 아마 지상에서 가장 불친절해 보이는 호텔 두 군데를 들러 그중 한곳에 겨우 방을 마련한다. 그들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이렇게 아무 드러냄없이
루마니아의 어느 밤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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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파리의 공항이다. 끝은 서울의 집이다. 그 사이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었다. 감독은 ‘화가 김성남의 34일의 감정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파리의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두달간의 여정은 그 자체가 긴 꿈 같다. 하지만 그는 정녕 귀환한 것일까? 집에 돌아온 그가 지난 한달간의 기묘한 꿈에서 마침내 깨어났는지, 집으로 돌아온 사실이 행여 또 다른 꿈은 아닌지, 혹은 집에 와서 그가 꾼 꿈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돌아온 남편이 잠을 자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자, “그건 꿈 아니야”라고 다그친다. 남자는 “그건 그냥 꿈이야”라고 대답한다. 꿈과 꿈이 아닌 것 사이. 혹은 몽상과 이상 사이. <밤과 낮>은 그 ‘사이’에 있으며,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160분 동안 그 ‘사이’를 함.께. 흐른다는 것이다. 이 여행은 행복하고 두렵다.
홍상수의 영화는 대체로 길 위
김성남씨의 감정 여행 <밤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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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가 아이를 뱄다는 <주노>의 기본설정은 일단 가혹하게 느껴진다. 미국영화 <리치몬드 연애소동>에서부터 한국영화 <제니, 주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취한 노선 또한 그 첫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키워져야 할 아이가 또 다른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야기는 아이를 낳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 또는 청소년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생명의 존엄을 위한 투쟁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하지만 <주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16살짜리 고등학생 주노 맥거프(엘렌 페이지)는 평소 점찍어뒀던 상대인 폴리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하룻밤을 나눈 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를 마크(제이슨 베이트먼)와 바네사(제니퍼 가너)라는 불임부부에게 주기로 한 주노는 마크가 한때 록밴드를 했으며 여러 면에서
아이가 가르쳐주는 사랑의 진실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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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난 브라이오니 탤리스(시얼샤 로넌)가 생애 최초로 쓴 희곡은 결국 연극이 되지 못한다.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의 희열을 깨달은 소녀는 대신, 핑크빛 꿈을 꾸기 시작한 젊은 연인의 인생을 뒤바꿔버린다. 1930년대 영국 상류층의 매너를 답답해하던 언니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와 가정부의 아들로 명문대를 졸업한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사랑싸움과 잘못 전달된 편지, 첫 정사를 목격한 브라이오니는 연정과 오만에 휩싸인 채 의심없이 거짓을 증언한다. 탤리스가에 놀러온 사촌을 겁탈한 것이 로비라고. 연인은 헤어지고, 세계대전이 유럽을 집어삼킨다.
데뷔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원작자의 숨겨진 의도와 이를 가능하게 했던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한 바 있는 조 라이트는 객기를 모르는 현명한 연출가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대모 오스틴의 최고작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에 겁없이 뛰어들었던 그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팽팽한 서스펜스에 담는 베스트셀러 작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통절한 회한 <어톤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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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부의 흠집없는 일상에 미동이 시작된다. 사토코(미원)는 어느 날 동창회를 다녀온 뒤부터 자신의 또 다른 욕망을 자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미동에 남편은 진동한다. 옷을 갈아입는 아내의 몸이 달리 보인 그는 아내와의 정사를 포르노처럼 상상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들의 갑작스러운 변덕은 결국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호기심에 모바일 채팅에 응한 사토코는 야쿠자에게 걸려 매춘을 하게 되고, 남편은 야쿠자가 찍은 아내의 외설스런 사진을 보게 된다. 게다가 사토코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느낀 신문배달 청년은 그녀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에 분노한다.
<도발적 관계: M>은 <바이브레이터> 이후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히로키 류이치의 영화다. 그동안 여성의 욕망을 일관되게 추적해온 그는 <도발적 관계: M>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누구나 감추고 있는 비틀어진 욕망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많은 것을 비밀에 감춰둔다. 왜 사토코는 매춘에서 벗어나지 못
비틀어진 욕망의 세계 <도발적 관계: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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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열전: 아키하바라 트라이올리지>는 오타쿠들의 판타지를 소재로 한 3편의 핑크영화 묶음이다. 1편인 <사랑하는 메이드 카페>는 제목 그대로 메이드 복장을 한 미소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2편인 <고양이 귀 소녀 키키>에서는 길거리에서 주운 새끼고양이가 미소녀로 변신해 주인을 위해 메이드복, 세일러복을 갈아입는다. 그런가 하면 3편 <미소녀 인형이야기>는 더욱 직설적으로 오타쿠를 가져온다. 미소녀 피겨에 집착하는 오타쿠가 어느 날 우연히 얻은 인형을 조립했는데, 갑자기 인형이 그 포즈 그 동작 그대로 사람으로 현신하여 메이드복, 세일러복, 수영복,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며 주인님에게 헌신한다는 이야기다. 유명 그라비아 배우들을 히로인으로 내세운 영화는 수많은 오타쿠 중에서도 미소녀 코스프레 오타쿠들의 판타지를 묘사한다. 직접 조립한 미소녀 피겨가 사람으로 현신해 일상생활부터 잠자리까지 수발을 드는 오타쿠의 판타지가 흥미로울지는 모르
오타쿠들의 판타지 <오타쿠 열전: 아키하바라 트라이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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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하나없는 이들에게 욕망은 치명적인 독이 되곤 한다. 달콤한 유혹 끝에는 언제나 곱절 이상의 쓰린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일견, <IT 버블과 같이 잔 여자>의 미도리의 삶도 그렇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도쿄에 온 미도리(마쓰야 요코). 낮에는 시부야의 도시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극단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지만, 그의 꿈은 곧 IT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젊고 매끈한 사장 사토루(가네코 노보루)를 만나면서 시들해지고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의 신혼생활도 곧 파탄에 이른다. 1990년대 IT 버블을 맞았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체없는 거품 시대에 진실한 사랑의 감정이 도대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을 영화는 끝까지 지속하지 못한다.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미도리와 사토루의 데이트에 할당하고서는 급작스럽게 파국으로 몰아가는 건 제목만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인데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잣집 마나님이 되었다가 다시 나락으
신데렐라 스토리 < IT 버블과 같이 잔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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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감독의 독립장편 <나비두더지>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이야기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달리며 살아가는 이들은 지하철 선로에 몸을 내던지는 자살에 어쩔수 없는 죄책감을 갖는다. 그 횟수가 잦아 면역이 됐다 해도 죄책감은 마음의 주름을 깊게 할 뿐 삶의 무게를 덜어주진 않는다. 마흔이 넘은 기관사 경식(판영진)에게도 지하철 선로에서의 자살은 익숙하다. 갑자기 닥친 죽음에도 그는 동료들과 손에 묻은 피를 씻고 술을 한잔 마신 뒤 단란주점에 가서 기억을 씻는다. 현실은 힘들지만 그 현실을 계속 살기 위해선 스스로의 삶을 세뇌시켜야 한다. <나비두더지>는 세상의 어둠에 매인 이들이 자신의 출구를 찾아 발버둥치는 이야기다.
경식의 고민은 아내와 동생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내는 집을 나갔고 건축업을 하던 동생은 쌓이는 고지서를 감당하지 못해 종적을 감췄다. 영화는 이후 실종사건 수사를 위해 만난 형사와 경식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 경식은 실종
지하철 기관사들의 이야기 <나비두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