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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쾌활한 여자 앤(클레어 데인즈)은 친구 라일라(메이미 검머)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려고 온다. 라일라는 9년간 다른 남자를 사랑해왔고, 그 남자 해리스(패트릭 윌슨)는 앤과 사랑에 빠진다. 라일라의 남동생 버디(휴 댄시)는 대학 시절부터 앤을 사랑해왔다. 네 남녀는 각자 자신의 지금 사랑이 운명이라 믿지만, 그것은 바람과 모래처럼 손에서 빠져나간다. 생애 단 한번뿐이었을 사랑과 그것을 놓친 한탄. <이브닝>은 느리고 관념적인 대사들과 죽음을 앞둔 여주인공의 환상의 반복으로 세월이 주는 질문들을 전달하려 한다. <세월> <세상 끝의 사랑>의 소설가 마이클 커닝엄이 각색을 맡아 시간과 시점을 파격적으로 해부해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실타래 풀듯 풀어내지만, 그 능력만으로 애초 뼈대밖에 없는 스토리의 빈약함과 주제의 피상성을 넘긴 어렵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글렌 클로즈,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여배우들의 육체에 이미 새겨진 세월이 <이브
영국 뉴포트의 우아한 전원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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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이런 할리우드영화들이 많았다. 반항 가득한 청춘영화의 공식에 춤을 한데 섞어놓은 일련의 영화들은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하며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존 트래볼타가 <토요일밤의 열기>(1977)와 <그리스>(1978)로 첫 번째 스타로 발돋움했고, <플래시댄스>(1983)의 제니퍼 빌스와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1984)의 마이클 파레와 다이앤 레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아마도 이 장르의 마지막 스타이자 그 총결산은 바로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일 것이다. 당시에는 그도 <아웃사이더>(1983), <로드 하우스>(1989) 등을 통해 거칠면서도 섬세한 남성미를 뽐냈으며, 세월이 흘러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2004)에는 감격적으로 당시 극중 이름 그대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베이비(제니퍼 그레이)는 가족과 함께 산장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점잖은 댄스파티
그때 그 시절의 감동 <더티 댄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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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다냐 스키아디)는 몸을 파는 17살 소녀다. 뒷골목에서 욕정에 굶주린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 대가로 약간의 돈과 마약을 얻으며 산다. 하지만 한살 어린 나디아(카트리나 슬라블로)가 등장한 이후 매음굴에서 생계를 꾸리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비정상적인 욕구 해결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이 언제나 적극적인 나디아를 찾는 동안 마티아를 퇴물 취급해온 보스의 구박도 점점 거세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택한 마티아와 달리 “이곳이 자신의 무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나디아.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척한 시선을 오히려 즐기는 나디아를 보면서 마티아는 질투와 경쟁심을 느끼고, 그 감정은 어느새 나디아를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변한다. 마티아의 그런 마음을 받아들이고 또 즐기는 나디아는 동거를 제안하고, 마티아 또한 나디아와 함께하면서 잠깐의 행복함을 느끼지만, 이내 마티아는 또 다른 결핍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결핍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불러온다.
섹스와 폭
하드코어 소녀백서 <하드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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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원작자 시로 마사무네의 1985년작 동명 만화를 3D 기술로 다시 우려낸 작품. <공각기동대>의 난해함을 떠올리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메커닉 디자이너 출신인 아라마키 신지 감독은 원작의 철학적 세계관을 탈탈탈 체에 쳐 주인공와 설정 정도만 골라냈다. 서기 2131년,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유토피아 ‘올림푸스’는 욕망, 미움 등 인간적 감정을 제어한 인공생명체 바이오로이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혐오하는 세력이 테러를 일으키고, 특수기동대원 듀난(고바야시 아이)은 그들을 쫓다 거대한 음모를 깨닫게 된다.
<애플시드>에서 주목할 것은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적 실험이다. <반지의 제왕>부터 지난주 개봉한 <베오울프>까지 실사영화들이 CG 기술로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넘나드는 요즘, 전통적인 애니는 어떻게 차별화된 정체성을 가질 것인가? 이건 3D애니의 존재론적 고뇌다. <
심각한 ‘서사의 부재’ <애플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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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1998)는 왕좌에 갓 올라 권력의 암투와 사랑의 변덕에 휘둘리던 엘리자베스 1세가 여왕으로서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엘리자베스>의 후속편으로, 다시 한번 세카르 카푸르 감독과 케이트 블란쳇이 함께한 <골든 에이지>는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스페인과 영국의 대립이 첨예하던 시기에 초점을 맞춘다. 스페인 왕 펠리페 2세는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메리 스튜어트(사만다 모튼)를 이용해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란쳇)를 제거하려고 한다. 엘리자베스를 보좌해온 월싱엄(제프리 러시)은 스페인의 위협에서 영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권력자와 정략 결혼할 것을 촉구하지만, 여왕의 마음은 감자와 담배를 들고 나타난 탐험가 월터 라일리(클라이브 오언)에게 끌린다. 여자로서 사랑받는 삶과 여왕의 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와중, 메리의 암살 음모가 발각되고 그녀의 처형은 스페인에 침공의 빌미를 제공한다. 병력의 완벽한 열세로 모두
돌아온 엘리자베스 1세 <골든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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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앙 로즈>는 소재부터가 극적이다.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누렸지만 불운이 끊이지 않았던 음악가. 프랑스 최고의 가수라고 손꼽히는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이 전기영화의 매력은 기실 그녀의 굴곡 많은 인생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솔의 제왕 레이 찰스의 삶을 영화화한 <레이>,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담은 <샤인> 등 명망있는 실존 음악가를 내세운 비슷한 유의 음악영화가 그렇듯 가장 무거운 짐을 껴안은 쪽도 감독 올리비에 다한이 아닌 극중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은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다. 그러나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에서 <사랑의 찬가>(l’Hymne l’Amour), <파담 파담>(Padam Padam),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에 이르기까지 128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 주옥같은 명곡들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양 코티아르는 피아프가 겪었던 역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 <라비앙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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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로 간주될 정보가 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죽음의 테마에 사로잡힌 지도 꽤 오래됐다.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Death Valley)에서 <게리>를 찍은 2002년을 기점으로 치자면 5년째다. <엘리펀트>(2003)는 의도적으로 또래들을 살해한 10대 소년에 관한 영화였고, <라스트 데이즈>(2006)는 불가피하게 자기를 살해한 20대 청년에 관한 영화였다. 그리고 <파라노이드 파크>는 의도하지 않은 살인을 범하고 그 기억을 혼자 삼켜버리는 10대 소년에 관한 영화다. ‘죽음과 청년’ 연작(?) 네편은 미학적으로도 소집단을 형성한다. 이들 영화에서 관습적 드라마투르기와 편집 공식은 거의 폐기되고, 시간은 주관적으로 흐른다. 또 음악과 음향이 그리는 보이지 않는 풍경(sound-scape)이 이미지를 질기게 따라붙는다.
포틀랜드에 사는 소년 알렉스(게이브 네빈스)는 친구 제라드(제이크 밀러)에게 이끌려, 집나온 10대
외부자의 영화 <파라노이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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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은 어디에?”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의 강도 4인은 로망을 꿈꾸며 은행을 턴다. 0.1초 단위까지 자신의 몸으로 정확한 시간을 잴 수 있는 유키코(스즈키 교카)는 지루한 자동차 교습소 일상에 대한 도발로 은행을 털고, 연설의 달인 쿄노(사토 고이치)는 은행 사람들을 상대로 사랑과 인생, 자연의 철학을 읊는다. 타고난 소매치기 쿠온(마쓰다 쇼타)은 멕시코로의 여행을 꿈꾸며 은행으로 향하고, 거짓말이라면 단숨에 간파하는 나루세(오오사와 다카오)는 시청에서의 따분한 시간을 갱으로 돌파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4명의 인물이 갱을 조직해 은행을 턴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이들이 은행을 터는 방식은 매우 명랑한데 유키코가 밖에서 시간을 재며, 나루세는 거짓말 탐지 기능으로 금고 열쇠를 찾아내고, 쿠온이 재빨리 금고의 돈을 가방에 담는 사이 쿄노는 어디로 흐를지 모를 이야기로 사람들
정말 지구가 움직일 수도?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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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강도와 프로 강도, 그리고 비리경찰이 한날한시에 은행을 습격한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절박한 상황에 몰린 한 남자가 궁여지책 끝에 은행을 털기로 하고, 그렇게 들어간 은행에서 여러 인물들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 간판에 페인트칠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남자 배기로(이문식)는 아픈 딸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신체포기 각서까지 쓰고 돈을 빌리지만 소매치기를 당한 그는 마지막 방법으로 은행강도를 결심한다. 한편 마을금고를 며칠간 탐색하며 털이를 준비해온 강도 일당 만수(박효준)와 우상(정경호)은 같은 날, 배기로보다 조금 늦게 금고에 들어서고, 마을금고의 이사장과 어두운 거래를 하고 있던 비리경찰 구 반장(백윤식)은 금고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문서를 빼내기 위해 금고털이 도라이바(김상호)를 생수배달원으로 변장시켜 투입한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한 공간에 모인 세 무리의 인물들. 박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인간의 희극과 비극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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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인타운, 재미 한국인 졸부들을 상대로 하는 룸살롱 앞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룸살롱 영업이사인 전진호(정준호)가 누군가의 총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 이후 사건의 용의자로 14살 한국계 소년이 잡히고, 장래가 유망한 한국계 변호사 존 킴(존 조)은 소년의 무죄를 증명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자 한다.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갱단의 일원인 마이크(김준성)는 의뭉스러운 태도로 존 킴 주변을 맴돈다. 신분은 다르지만, 같은 한국계 남성이라는 이상한 유대감이 둘의 만남을 지속시키고, 상황은 점차 처음의 의도와는 점점 멀어져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웨스트 32번가>는 뉴욕의 한인 동포사회를 배경으로,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다. 영화는 변호사 존 킴을 중심으로 하는 백인 중심의 상류층 세계와 환락의 밤거리를 떠도는 한국 갱단의 세계를 두축으로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릴러와 누아르의 조합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잠들지 않는 악행의 밤 <웨스트 32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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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불감증인 건 아니니 걱정마시길. <색화동>은 에로영화가 아니라 에로영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는 영화다. 넓게 보자면 주류를 꿈꾸는 비주류 영화인의 이야기고, 더 넓게 보자면 낯선 곳에 불시착한 이방인의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영화과 학생인 진규에게 충무로는 더없이 먼 세계다. 애써 준비한 시나리오는 여러 공모전을 돌며 낙방소식을 전하고, 여자친구는 비전이 없는 진규를 탓하며 떠나버린다. 같은 과 친구들이 “너 잘되면 나 좀 끌어주라”며 내뱉는 희망도 무기력하다. 진규는 우선 돈도 벌고 경험도 쌓자는 생각에 에로영화 현장을 찾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원칙과 달리 스토리를 생각하지도 않고 착실한 준비도 안 하고 배우의 연기보다는 피부상태에만 신경을 쓴다. 게다가 에로영화란 타이틀 덕분에 그들은 ‘벌레 취급’을 당하는가 하면 촬영장소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불청객들은 눈으로 배우들을 농락한다. 열심히 해보자고 굳
‘에로’영화 종사자들의 인생극장 <색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