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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궁한 세 남자가 한방을 도모한다. 도범(강성진)은 교도소 안에서 산달을 맞이하게 된 아내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근영(유해진)은 사기원정결혼으로 날려버린 어머니의 의치치료비를 위해, 그리고 도범의 처남인 종만(유건)은 얼떨결에 그들과 뜻을 모은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이는 “하루 판매량 3천 그릇, 월 매출액 7억5천만원”을 벌어들이는 국밥집의 사장 권순분 여사(나문희). 하지만 어렵사리 납치한 권 여사는 납치된 자로서의 두려움과 긴장은커녕 오히려 이 가련한 젊은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사연을 듣고 다그치기에 바쁘다. 게다가 몸값을 협상해야 할 권 여사의 자식들은 모두 공사다망하다는 이유로 협상을 거부한다. 겉으로는 거동이 굼뜨고 생각이 더뎌 보이는 권 여사의 진가는 이때부터 드러난다. 한평생 국밥을 말아 자식들을 건사했던 권 여사는 자식들에 대한 배신감에 자신의 몸값을 500억원으로 불리고 자식들과 경찰, 언론을 상대로 대규모 납치사기극을 꾸민다.
<권순분여사 납
무자식이 상팔자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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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직장을 얻고 싶었던 니노미야(유게 토모히사)는 예리한 심리 분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오쿠시마 아래 들어간다. 오쿠시마의 세미나에 더 많은 사람을 유치하려 애쓰던 중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아사미(요시이 레이)와 만난 그는 그녀를 오쿠시마에게 소개한다. 아사미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오쿠시마는 니노미야에게 그녀를 문신기술자의 거처로 안내하도록 명령한다. 문신기술자가 자신의 등에 밑그림으로 그려놓은 거미 문양을 본 아사미는 니노미야의 만류에도 문신을 새기기로 결정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사토 히사야스 감독은 핑크 영화 연출로 유명한 감독이다. 85년 데뷔해 TV와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그는 건강이 악화돼 90년대 후반부터 촬영현장을 떠났으나 2005년 <란포지옥>의 단편 중 하나인 <우충>을 연출하면서 복귀한다. 복귀 후 작품인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는 간간히 드러나는 여성의 맨몸 이외에는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핑크 영화다
지루한 핑크 영화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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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에서 2차 세계대전 속의 마술같이 펼쳐진 사랑을 보여주었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호랑이와 눈>에서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또 한번 사랑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시인 아틸리오(로베르토 베니니)는 매일 밤 꿈속에서 비토리아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그녀의 사랑 고백을 받는 황홀한 순간 잠에서 깨는 그는 현실 속에서 그녀와 만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지만 좌절당한다. 출판을 위해 이라크로 떠났던 그녀가 폭격을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전장으로 달려간 아틸리오는 오직 사랑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해치우며 그녀를 살려낸다. 베니니는 주인공을 시인으로 내세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전쟁의 폭력성을 대비시키며, 극한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인간 내면의 강인함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시구들과 유머러스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비쩍 마른 대머리 아저씨 베니니는 신경증이 사라진 건강한 우디 앨런을 보는 것 같기도
판타스틱 전쟁 러브 스토리 <호랑이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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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지혜(박하선)는 뉴타운 건설로 곧 폭파될 지역에 한 남자가 침입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CCTV 화면에 얼굴이 잡힌 이 엉뚱한 사내는 다름 아닌 노(老)작가 최호(하명중)다. 자신이 끔찍이 따르는 할아버지 최호가 폭파 직전의 철거지구에 들어갔음을 알게 된 지혜는 시험 도중 학교를 뛰쳐나간다.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며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서 자랑하던 할아버지는 무슨 까닭으로 세상에서 곧 자취를 감출 동네에 흘러든 것일까. 아니, 할아버지가 고이 안고 있던 자그마한 보따리, 그 안에는 도대체 무슨 귀중품이 든 것일까. 최호는 그러나 손녀의 다급하고 애타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한다. 사라진 어머니의 체취를 뒤쫓고, 맥박을 느끼기에도 바쁘다. 자식 셋을 키웠으나 홀로 남았던 어머니의 한숨은 얼마나 깊었을까. 늙은 아들이 허물어진 벽을 쓰다듬으며 뒤늦은 후회를 들이마시는 동안 영화는 아직 식지 않은 어머니(한혜숙)의 온기를 과거로부터 조금씩 호출한다.
최인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
투박한 수제품 같은 느낌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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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시아>의 한 대목이 인용된다. 섹스가 끝나거나 장면이 바뀔 때엔 주인공의 목소리로 12편의 단가가 삽입된다. 대자로 뻗은 남자의 나체는 광합성을 하는 나무의 이미지로 연결되고 벨리댄스를 추는 여자의 몸동작은 에로티시즘으로 이어진다. <샐러드 기념일>로 유명한 작가 다와라 마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랑에 눈뜨다>는 33살의 여자 작가 카오리가 사랑과 삶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9살 연상의 유부남 M과 연애를 하고 연하의 바이올리니스트 K와 섹스를 하는 그녀는 몰랐던 불안과 고민을 배우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 M과 K가 제시한 불안정한 상황은 그녀의 성장을 돕는 자극이다. 하지만 영화는 카오리의 일상을 과도하게 장식하고 은유한다. 그 과한 추임새가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다. 카오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단가와 일상의 이미지를 비약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이야기의 진심과 별개로 영화를 어색한 모양새로 포장한다. “사랑은 지
진심을 잃어버린 이야기 <사랑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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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란 배제의 결과물이다. 역사란 기억할 만한, 혹은 기억해야만 하는 과거에 부여된 명칭이고, 수많은 과거‘들’은 역사가 되지 못한 채 누군가 떠올려주길 바라며 우물 깊숙이 고여 있다. 역사를 단지 과거의 주요 사건들의 집합처럼 오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역사영화는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역사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역사영화에서 실제 사건은 단지 그것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느 누군가가 직접 체험하고 느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감정이입된 역사, 그것이야말로 일반적인 역사서술과 구별되는 역사영화의 독자성이다.
로우예의 <여름궁전>은 사건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쉽게 간과되는 그 시대의 정서를 되살려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천안문 사태로 기억되는 1989년을 얼마 앞두고, 위홍(레이하오)은 조선족 자치지역인 투먼을 떠나 베이징의 대학으로 진학한다.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던 위홍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리티(후링)와 어울리게 되고
미칠 듯한 사랑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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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무기력한 40대 가장들을 스크린에 불러냈다. 전작에서 애정을 기울인 대상들, 이름없는 ‘거시기’들(<황산벌>), 천대받는 광대 무리(<왕의 남자>), 지금은 한물간 왕년의 스타 로커(<라디오스타>)를 떠올리면 일관성이 느껴지는 소재다.
학교 선생인 아내에게 생계를 의탁한 백수 기영(정진영), 낮에는 택배 기사,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바쁘게 일하는 성욱(김윤석), 자식들과 아내의 캐나다 생활을 성실하게 뒷바라지하는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는 대학 시절 결성한 록밴드 활화산 밴드의 리더였던 상우의 장례식장에서 간만에 마주한다. 상우의 때이른 죽음이 가져온 충격 때문일까. 먹고사느라 정신없는 두 친구들에게 기영은 다시 밴드를 하자 졸라대고,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했던 성욱과 혁수는 20년 만에 옛 열정의 불꽃을 되살린다. 여기에 보컬로 활동하던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가세하면서 활화산 밴드는 홍대 일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
음악영화로서 매력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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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첩보 액션 장르의 걸작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의 뒤를 잇는 시리즈 완결편 <본 얼티메이텀>은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에 박력 넘치는 액션이 시종 꼬리를 무는 탁월한 오락영화다.
대도시의 차가운 거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시리즈는 냉전이 끝난 뒤 맞서 싸워야 할 적을 정체성과 함께 잃고 무덤으로 걸음을 옮기던 첩보영화가 회생할 수 있는 길 하나를 명확히 제시했다. 컴퓨터그래픽의 발달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스타일상으로는 촬영과 편집 그리고 연기처럼 원론적으로 영화적인 요소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소련처럼 외부에 존재하는 ‘악의 제국’을 상정하지 않고 시선을 내부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IA 최고의 암살요원이었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사고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첩보 액션 장르의 걸작 <본 얼티메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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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과 타란티노와 쿠엔틴 타란티노. 운전자가 죽지 않도록 제작된 차량을 몰고 다니면서 여자들을 상대로 엽기적 사고를 저지르는 남자 얘기를 다룬 <데쓰 프루프>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바로 그것일 게다.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어떤 감독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 호모루덴스 타란티노(유희적 인간)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참여했던 영화의 현장에 대해 “감독이 재미있는 사람이라 촬영장이 늘 파티 같았다”고 말한다. 타란티노의 실제 촬영장이 파티 같은지는 알 수 없는 일.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분명 파티 같을 것이다. 이 영화엔 재미난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는 일곱살 꼬마의 마음이 있으니까. 타란티노는 자동차와 미녀라는 B급영화의 두 가지 단골 모티브가 지닌 오락성을 노골적으로 추구한다. 몸을 구부린 미녀는 팽팽한 엉덩이와 늘씬한 다리로 시선을 빨아들이고, 달리는 자동차는 곡선주로의 현란한 스티어링과 직선주로의 아찔한 질주로 긴장을 선사한
타란티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데쓰 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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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레네의 필모그래피에 놓인 두편의 뮤지컬영화. <밤과 안개>(1955), <내 사랑 히로시마>(1959),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1961)와 같은 초기 대표작들로 알랭 레네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뮤지컬 장르인 <입술은 안돼요>(2003)와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1997)는 분명 예외적인 작품으로 느낄 것이다. 물론 대화 중간에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 <뮤리엘>(1963)이나, 인물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순간에 음악으로 그 단절을 넘어서는 <집에 가고 싶어>(1989) 등을 통해 알랭 레네의 오랜 음악적 관심을 말하거나, 그것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뮤지컬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시간에 대한 영화적 실험으로 현대영화를 이끌었던 알랭 레네와 뮤지컬 장르를 조화시키는 일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알랭 레네에게 뮤지컬이 낯선 장르라
새들의 사랑 노래를 듣는 듯한 흥겨움 <입술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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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혁(백윤식)은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속하고도 정년퇴임 30일을 앞두고 직책이 부장이다. 악착같은 일 욕심이나 승진하려는 욕망이 없기 때문. 처자식을 위해 버틴 30년이 허무하다. 조 부장은 젊었을 적에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부장(임병기)은 색소폰 연주를 잘하고, 경비원 최씨(임하룡)는 기타 연주를 잘한다. 후배 박 과장(박준규)은 노래를 잘한다. 여기에 조 부장의 자식뻘 되는 어린 후배직원 김유리(이소연)가 가세하면서 다섯명은 밴드를 꾸릴 계획을 세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우리나라의 ‘아버지’들, 즉 중년 남자들의 죽지 않은 열정을 음악을 매개로 다룬다는 점에서 <즐거운 인생>과 비교할 구석이 많아 보인다. 가장 뚜렷한 차이라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토니 타키타니>로 국내에 많이 알려진 이치가와 준 감독의 1988년작 <회사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라는 것. 위로 상사에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 <브라보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