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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연출작으로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린 정지혜 감독은 “작았던 영화가 많은 관객의 공감을 흡수해 커진 상태에서 정식 개봉해 행복하다”고 전했다. <씨네21> 촬영 차 오랜만에 서울에 온 덕분에 그동안 서울 배급사에 있어 사진으로만 봤던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드디어 만져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정순>을 만들기 위해 차린 ‘시네마루’가 있는 부산에서, 정지혜 감독은 공동 운영자인 <정순>의 정진혁 촬영감독과 지역에서 영화 만드는 일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커진 영화만큼 부쩍 성장했을 90년대생 영화감독과 함께 첫 장편에 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 고향인 경남 양산시에서 대부분 촬영했다고. 양산 신문에 자랑스럽게 실린 기사를 읽었다.
= 양산에 사시는 부모님과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성하지 못했을 거다.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익숙한 동네다 보니 적절한 장소를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
[인터뷰]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정순> 정지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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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 대상작인 <정순>이 오는 4월17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순>은 공장에서 일하던 평범한 중년 여성 정순(김금순)이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며 겪는 풍파를 그린다. 정순은 공장에 새로 온 중년 남자 영수(조현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수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정순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정순의 딸 유진(윤금선아)이 백방으로 정순을 돕지만 정순과 유진 역시 각자의 가치관을 고수하며 충돌하기도 한다. 적적한 중년의 사랑에 이어지는 삶의 격렬한 파고가 묵직한 감정을 이끄는 작품이다. 정지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한 <정순>은 로마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대만금마장영화제 등 국내외 19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8관왕을 거두는 쾌거를 올렸다. 상의 숫자가 영화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진 않겠지만 <정순>이 전세계 관객의 보편적인 정서를 적절히 어
[커버] 정순씨를 만나다, 정지혜 감독과 김금순, 윤금선아 배우가 말하는 <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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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의 만남 당일, 김창완이 책처럼 라디오처럼 오늘의 아침 안부를 글로 물었다. 그가 <씨네21>에 전한 지난밤 꿈 이야기와 아름다운 아침을 맞은 소감을 그대로 전한다.
눈을 번쩍 뜨고 내 방의 모기장 안인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안심을 했다. 친구들과 비행기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 중이었다. 비행기는 격납고 안에 있었다. 일행은 서너명이었는데 모두 다 타자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사진 격납고를 비행기가 질주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뒤집었다. 좁은 격납고 안에서 비행기가 뒤집힌 채로 미끄러졌다. 조종사한테 왜 이러냐고 했더니 이렇게 격납고 안에서 뒤집어봐야 비행기가 안전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비행기를 뒤집었다. 다시 비행기가 제 위치로 오니 콩알만 해졌던 간이 대추만 해지면서 안심이 되었다. 푸른 하늘을 날아오를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앞을 보니 격납고 문이 잠겨 있었다. 비행기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인터뷰] 김창완의 아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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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좋아한다고 밝힌 알랭 코르노의 영화 제목처럼, 김창완은 23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맞는 ‘세상의 모든 아침’을 지키는 남자였다.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000년 10월2일에 시작해 2024년 3월17일까지 SBS 파워FM의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의 <아침창> 아저씨였다. 김창완은 <아침창>을 진행하는 동안 늘 오프닝 멘트를 직접 썼고 가끔 고민 사연에 편지를 써 답했다. 김창완의 신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아침창>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2주가 지난 뒤 세상에 나왔다. <아침창>의 오프닝 멘트와 여러 곳에 연재한 수필 그리고 고민 해결 편지를 묶은 책이다. <씨네21>은 잠시 혼자만의 아침을 만끽 중인 김창완과 만나 긴 대화를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김창완에게 만남을 청한 시각도 그가 몇주 전이었다면 라디오 부스에 있었을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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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쓴 뮤지션, 배우, 화가, DJ 김창완, ‘수많은 아침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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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좌의 게임> <서번트> 시리즈를 거쳐 스튜디오 영화의 첫 주연이다. 영어권 관객으로 또는 대중문화 팬으로서 <오멘> 시리즈에 가졌던 인상은.
= 어렸을 때 숨어서 몰래 공포영화를 보곤 했다. <오멘>을 처음 본 건 11살 때쯤이다. 당시로서는 적그리스도라는 주제가 상당히 시사적이고 획기적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봐도 무척 강렬하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기획이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여전히 무섭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다.
- 미국 매사추세츠 출신 여성이 수녀가 되고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하는 이야기다. 촬영은 실제로 로마에서 진행했나.
= 모든 게 진짜라는 걸 보여줄 준비가 됐다. 세르비아에서 몇번의 재촬영이 있었지만 대부분 로마에서 촬영했다. 유명한 포폴로 광장을 통제한 뒤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프로덕션에 따라온 큰 행운 중 하나다. 16살 때 <원더웰>이라는 작품을 찍으러
[인터뷰] ‘오멘: 저주의 시작’ 넬 타이거 프리 배우, "모든 게 진짜라는 걸 보여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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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 저주의 시작>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영민한 평자들의 직감은 이미 데이비드 린치를 향하고 있었다. 전설적인 영미 합작 호러영화 <오멘>(1976)과 설정상 연결점을 찾으려는 오리지널 팬들의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6월6일 6시, 세상을 멸망시킬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목격하는 미국인 수녀 마거릿을 연기한 배우 넬 타이거 프리는 이번 프리퀄이 기존 관객의 예측을 모두 벗어나는 영화가 될 것이라 당차게 선언했다. 오컬트, 보디 호러, 넌스플로이테이션 장르의 세대교체를 이끌 젊은 여성 듀오,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과 배우 넬 타이거 프리와 나눈 대화를 옮긴다.
- <오멘: 저주의 시작>으로 장편 데뷔하기 전, 졸업 작품 <Vessels>로 주목받은 뒤 TV시리즈에서 활동해왔다. 한국 관객에게 단 한편의 작품을 소개한다면.
= <Vessels>는 내겐 무척 특별하다. 지하 세계에서 불법 유방 확대 수술을 받으려는 트랜스젠더
[인터뷰] ‘오멘: 저주의 시작’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 인터뷰, "아끼는 사람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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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무표정한 얼굴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대리한다. 쉬이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처럼 주인공 타쿠미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적 동요 없이 멍하게 지속되는 타쿠미의 얼굴은 무언가 괴상하고 웃기기까지 하며 관객을 매혹한다. 보통의 캐릭터와 다른 이 묘한 이질감은 오미카 히토시 배우가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원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촬영 현장에 제작진으로 참여해왔던 그는 “감독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처음으로 대사가 있는 연기”를 맡게 됐고, 영화의 초반부부터 5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를 자신의 몸짓만으로 채워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산골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캐릭터의 설정을 체득해야 했다. 이에 그는 “실제 숲속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3일 정도 합숙”하면서 “산속을 거닐고 사슴이 나타날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타쿠미의 완벽한
[인터뷰] 이야기보다 앞선 캐릭터의 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오미카 히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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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 에이코는 전천후 뮤지션이다. 그 자신이 수십장의 앨범을 발매한 음악가이자 드러머이고, 호시노 겐이나 마에노 겐타 등의 뮤지션이 음반 작업과 라이브 무대 모두에서 키보디스트나 플루티스트로 적극 기용하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시바시 에이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드라이브 마이 카>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와 무성영화 형식의 라이브 공연 <GIFT>를 기획 중이던 그는 어느 날 동일 영상을 활용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각본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잘됐다!”를 외치며 영화를 위한 몇곡을 추가로 만들어갔다. 현재 <GIFT>의 월드 투어 중인 이시바시 에이코와 <씨네21>이 화상으로 만나 나눈 단독 인터뷰를 전한다.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영화의 배경인 자연환경 답사를 위해 야마나시현이나 나가노현의 거주민들을 직접 소개해주었다고.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스코어를 작업하는 데 영향을
[인터뷰] 관객이 사고하도록 돕는 영화음악,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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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로 프로덕션의 규모와 만듦새, 기획력에 있어 점차 완연한 경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음악가의 요청에 부응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것, 동시에 계획에 없던 소품을 만들어나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음악의 성질을 우선시했음을 밝히는 데 주저가 없다. 만약 음악이 가진, 우리 안에 내재된 기능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는 힘에 동의한다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감독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자질과 직관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확고한 연기 연출법에 근거해 대화의 작가로 자주 명명되었지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장소와 풍경의 시적인 역량을 몽타주화할 수 있는 연출자임도 알맞은 시점에 귀띔해준다.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일본 동북부 지역을 살핀 그의 다큐멘터리(<파도의 소리> <파도의 목소리–게센누마편> &l
[인터뷰] 균형의 조정,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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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 도중 트랜스 상태에 빠진 오토의 입 밖으로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가 새어 나온다. 가후쿠는 아내인 오토와 몸을 맞대며 최면에 걸린 듯한 그녀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그러나 그녀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첫 장면은 하마구치 류스케가 다루는 신체의 성질을 예시한다. 피부가 맞닿는 지점에서 몸은 내 것이 아닌 외부의 자극에 일시적으로 노출된다. 무의식 상태에서 출처 모를 이야기를 구술하는 오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다음 날이면 여덟 살 아이의 인격을 드러내곤 했다는 미사키 엄마의 몸이 증언하듯 하마구치는 한 사람의 신체에 타인의 흔적이 겹쳐지는 이중화된 형상을 주시한다. <천국은 아직 멀어>에선 주인공 유조의 몸에 죽은 여고생 유령이 빙의되고, <우연과 상상>의 3부에서 나츠코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처음 만난 인물을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해한다. 하마구치의 영화에서 (<아사코>의 두 주인공이
[비평] 감염과 면역의 몽타주 작가로서의 하마구치 류스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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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선을 보였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3월27일 일본보다 먼저 한국 극장가에 상륙한다.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으로 차세대 일본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함께 작업한 음악가 이시바시 에이코로부터 라이브 퍼포먼스용 비디오아트 제작을 의뢰받아 나가노현의 깊은 숲속 마을을 탐구했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산골 마을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주인공 타쿠미는 중편 연출 경험이 있는 영화 스탭 오미카 히토시가 맡았다. <씨네21> 창간 29주년 기념 특별호 커버 인터뷰로 한국 개봉을 맞이해 단독 인터뷰에 응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세 주역을 만나보길 바란다. 장면만큼 두드러지는 선율과 침묵의 단초를 제공한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 대치하는 대화와 도끼질 사이에서 숲을 횡단하는
[커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