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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익숙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송윤아는 자기가 받게 될 질문들을 몇개 짐작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2004년 <페이스>에 이어 ‘두 번째 공포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자의 질문이 두 번째 공포물에 방점이 찍혔든, 단순히 신작의 출연 계기에 방점이 찍혔든 송윤아는 인터뷰의 서두를 조금 불편해했다. “공포물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것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에요. 연기자로서 저는 그냥 또 한 작품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 장르물이다보니 주변에서 공포영화를 강조하는 거 같아요.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아랑>이 스토리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한번에 읽히는 시나리오였고, 억지스럽지 않고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와 같은 평범한 대답, 본인의 말로는 “가식적인 인터뷰”가 얼마간 흐른 뒤 그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편집본을 봤는데, 내 연기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현실에서 길을 찾다, <아랑>의 송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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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배우다.” 윤제문(36)을 두고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은 그렇게 잘라 말한다.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 또한 다르지 않다. “평소에는 무표정 심드렁인데 카메라 앞에 서면 달라진다. 마지막 장면 촬영 때는 (설)경구 형이랑 붙어서 기를 뿜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하더라.”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라고 치켜세우는 건 아니다. <비열한 거리>의 중간보스 상철은 그동안 눈에 쉽사리 띄지 않았던 배우 윤제문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남극일기>의 죽음의 크레바스를 향해 걷는 부대원을, <너는 내 운명>에서 외국인 아내와 함께 사는 재호를, <로망스>에서 권력에 빌붙은 악질 형사반장을,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다. 눈빛 하나로 ‘진짜’를 만드는 배우 윤제문을 뒤늦게 대학로에서 만났다.
-6월18일까지 연극한다고 들었다.
=오늘도 한다. 오후 7시30분에.
-한국이랑 토고랑 축구하는 날인데.
=끝나면 바로 축
<비열한 거리>의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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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소문이란 게 원래 믿을 것이 못 되지만 그래도 소문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면, 고소영은 까탈스러운 디바다. 그날의 시작을 한번 되감아보자. 촬영을 위해 복도의 창문을 판자로 막는 대공사를 거친 3층짜리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 시간에 딱 맞춰 현장에 도착한 고소영에게 사진기자가 의상 컨셉을 설명한다. 돌아온 것은 왠지 퉁명스러운 한마디. “만약 제 몸에 맞지 않으면 그건 못 입어요.” 유난히 후끈한 날이었다. 촬영도 후끈해지겠구나 싶었다. 제 몸에 맞지 않으면 못 입어요. 그 첫마디가 질낮은 대패로 비벼댄 나뭇결처럼 까칠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고소영은 완벽하게 준.비.완.료.였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그는 3층 건물을 3시간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완벽한 옷을 까다롭게 고르지만, 일단 몸에 맞는 옷을 찾으면 후회없이 돌진하는 배우. 그렇지. 고소영은 신인배우가 아니지. 4년을 쉬었다고 13년차 배우의 노련함이 사라진
나는 나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 <아파트>의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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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얼굴선을 따라 뒤덮인 구레나룻의 히어로 울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 헤매던 외로운 전사가 최후의 전쟁에 뛰어들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건 대타로 울버린의 역할을 낚아챘던 호주 사나이 휴 잭맨이 ‘남반구의 가장 섹시한 수출품’이라는 별명을 지닌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까지의 세월이기도 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휴 잭맨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토고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던 지난 6월13일. 조심스레 “호주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한다. 어젯밤에 경기를 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답례가 돌아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장신의 할리우드 스타가 간밤에 급히 외운 듯한 인사를 정확하게 발음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울버린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기란 쉽지가 않다. 휴 잭맨은 인터뷰를 마친 뒤 수천명의 팬들이 운집한 레드 카펫 행사를 남반구의 태양 같은 미소로 끝내고 돌아갔다
<액스맨: 최후의 전쟁> 홍보차 내한한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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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균동 감독은 박광수, 장선우 바로 다음 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박광수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판에 뛰어든 그는 1994년 두 탈옥수와 한 여자의 로드무비 <세상 밖으로>로 데뷔한 이래 본인이 쓴 시나리오로 본인이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1995년에 포르노를 통한 알레고리영화 <맨?>, 1997년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 <죽이는 이야기>를 만든 그는 이후 점점 행보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2000년 몸에 대한 영화 <미인>을 내놓은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하여 5년 만에 그가 들고 온 것은 저예산 장편영화 <비단구두>. ‘개량종, 쥐새끼, 사기꾼’ 같은 영화감독이 조폭의 협박을 받아 조폭 두목의 치매기 있는 아버지를 이북 고향으로 모시고 가는 얘기로 그 고향은 남한에 세트로 지어진 것이다. KBS와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HD 카메라로 하루에 1.2일 분량을 찍는 강행군을 하며 영화를 끝냈으나 개봉은 어려웠고 빚
<비단구두>로 5년 만에 돌아온 여균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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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이다. 영화 <중독> 이후 이미연은 무려 4년 만에 주연 자리로 돌아왔다. ‘캐스팅할 배우 없음’의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충무로에서 주연급 여배우가 4년간 공백을 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연치 않게 고소영도 최근 안병기 감독의 공포물 <아파트>로 4년 만에 충무로 컴백을 알렸지만, 고소영과 달리 이미연은 4년간 무작정 쉬지만은 않았다. 2002년에는 드라마 <명성황후>를, 2005년에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을 작업했다. 지금 이미연은 이언희 감독(<…ing>)의 두 번째 연출작 <어깨 너머의 연인>을 촬영 중이다. <어깨 너머의 연인>은 30대 초반의 두 여자가 사랑과 결혼 앞에서 성장해가는 드라마다. 이미연의 캐릭터 서정완은 서른두살의 사진작가.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발언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은 누구보다 사랑에 노출되기 쉬운 여자다. 4년 만에 그녀가 택한 주연작은 “
쿨하지 않게, 아니 뜨겁게! <어깨 너머의 연인>의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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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가 끝났다. 이별의 씁쓸함을 간직한 채 마주선 은호와 동진의 망설임을 지켜보던 지난 두달. 맹렬하게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16부작 미니시리즈의 두텁고 촘촘한 결 속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었고, 그 안에 녹아 있는 넉넉한 여백은 매 순간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졸음처럼 나른한 열병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심한 열병을 앓았던 주인공은, 평범해서 애틋한 드라마 속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아닐까. 사실 남녀주인공뿐 아니라 극중 등장인물 모두를 향한 시선이 유난히 따스했던 <연애시대>는 이혼한 부부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 동진의 친구 준표(공형진), 은호의 동생 지호(이하나)를 비롯해서 심지어 엑스트라의 연기까지 빛나는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들 중 단 한명만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나야 한다면, 이 사람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손예진은 언제나 연애 중이었다. 그간 출연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영 직후 처음으로 만난 <연애시대>의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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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을 처음 본 건 술자리에서였다. 술병이 쌓여가면서 사람들의 혀는 알코올에 절어가는데 그의 비유는 점점 더 정확하고 현란해졌다. 받아 적지 못해 아까울 정도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마치 며칠 전 술자리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22년 동안 주연을 한 배우에게 생기는 아우라였을 것이다.
수줍어하면서 웃음을 짓는 천정명과 인사를 나눴다. 영화 속의 탈옥수 수현의 반항아는 사라지고, 봄날 바람에 솜털이 살짝 흔들리는 미소년이 앞에 있다. 두 사람이 지금은 쓰지 않는 오래된 낡은 공장 계단으로 올라섰다. 닮지도 않았고 어울려 보이지도 않는데 벌써 둘은 오래전부터 잠복근무라도 해온 짝패 같다. 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박중훈이 공장 건물을 어슬렁거리면, 천정명은 상처가 많이 난 두손을 군복풍의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찌르고 슬그머니 뒤를 따랐다. 적이 친구가 되고, 범인과 형사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강적>처럼, 둘은 안 어울릴 듯 어울리고 스며들지 않을 듯하면
부조화의 조화, <강적>의 박중훈, 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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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강원도의 인적 드문 계곡에서 원신연 감독은 행복해 보였다. 점심으로 나온 육개장 국물을 숟가락으로 뜨면 모조리 바람에 날려갈 정도의 혹독한 추위가 계속됐지만,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를 만드는 그 현장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이는 수십명에 이르는 제작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독의 지독한 열정을 배우며 스탭에게 온전히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완성될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현장 취재 이후에 더욱 커졌다. 그로부터 몇 개월의 후반작업 기간. 여제자를 꼬시겠다는 일념으로 서울 변두리를 찾은 음대교수와 이들을 접대하는 동네 토박이들이 벌이는 폭력의 난장판이라는 만만찮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의 편집본이 구타가 아닌 구토를 유발한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뒤. 5월31일 개봉을 앞둔 <구타유발자들>이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구타유발자들>의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우수작으로 선정된 지 2년. 자신의
<구타유발자들> 원신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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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지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혜진과 닮았다. 당당하고 발랄하지만 변두리(혹은 시골)지역으로 떠밀리듯 이사오는 캐릭터. 자신만은 그 곳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의 인간다움에 마음을 여는 지수와 혜진. 이 두 여인은 어딘가 모르게 엄정화와도 비슷하다. <눈동자>를 부르며 섹시하게 도발했던 그녀는 KBS 드라마 <아내>에서 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여인을 연기했고, <오로라 공주>에서는 (뒤틀린 방식이긴 했지만) 딸에 대한 끔찍한 모성을 보여줬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통해 다시 한번 ‘색다른 모성 연기’에 도전한 엄정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머리가 짧아졌다. 영화 촬영 끝나고 자른 건가.
=그렇다. 나는 항상 영화가 끝나면 머리를 자르는 버릇이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끝내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다시 모성 연기에 도전한 배우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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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 스케치 및 인터뷰 동영상 보기
낯설었다. 조인성이 조폭, 그것도 삼류 조직의 2인자란다. 애써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건 아닐까 하는 근심이 생긴 것은 조인성이라는 이름에 흔히 덧씌우곤 하는 ‘꽃미남’이라는 얄팍한 수사 때문도, 몇몇 드라마에서 맡았던 ‘부잣집 아들’ 역할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언제나 순수함이 뇌관처럼 존재했다. 비뚤어진 척 잔뜩 날을 세우다가도 한순간 폭발하듯 울음을 터뜨리며 가슴속 가장 여린 부분까지 무방비로 내보이고 마는 순수함.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이 그랬고, <봄날>의 은섭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 정제되지 않은 ‘선함’을 사랑했다.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노련하게 파렴치한 수단을 동원하는 <비열한 거리>의 삼류 건달 병두는 그 대척점에 놓여 있었고, 단번에 건너뛰기엔 그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티저 예고편을 보았을 때, 의아함은 단호한 충격에
완성을 향해 한걸음씩,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