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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왜 그랬대? 설경구와 김남주가 영화에 함께, 그것도 부부 역할로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첫 반응은 그런 것이었다. 지독한 놈, 징그러운 놈, 상종하기 싫은 놈의 이미지가 뚜렷한 설경구와 널찍하고 잘 꾸며진 P아파트에서 세련된 정장을 입은 채 커피잔을 지그시 들고 있을 것 같은 우아한 여성 김남주의 만남이라니. 그렇게 상극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2월1일 개봉하는 <그놈 목소리>에서 각자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설경구는 시청자의 인기를 얻고 있는 번듯한 앵커로, 김남주는 노메이크업 상태의 주부로 나온다니, 그 조화가 궁금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부부를 놓고 조화나 어울림 같은 것을 따질 여유는 없다. 1991년 일어난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그놈 목소리>에서 이들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을 유괴범에게 납치당하는 절박한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가슴이 메이고 숨이 막히며 정신이 까마득해지는 두 사람은 각자의 아이를 떠올리며,
유괴, 피말리는 시간 속에서, <그놈 목소리>의 배우 설경구,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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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의리다
매니저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자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건 진정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주인공인 배우들의 그림자 안에서 지내는 생활이 몸에 뱄기 때문일 터. 매니지먼트 업체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가 그동안 좀처럼 매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건 다소 험악한 분위기의 외모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긴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김민정, 도지원, 유준상, 홍은희, 김효진, 김강우, 송지효, 김혜성 등 30명 가까운 톱클래스 연기자를 돌보다보면 그림자 밖을 벗어날 시간도 별로 없어 보인다. 창립 3년 만에 싸이더스HQ 등과 함께 한국 매니지먼트 산업의 정상권에 선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환한 양지로 잠시 불러냈다.
-무척 바빠 보인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연초 비즈니스가 1년을 좌우한다. 상반기에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정해야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상반기에 삐거덕거리면 하반기에도 삐거덕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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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설렘을 기억하는 여우
“그림 좀 다시 보여줄래요?” 아무래도 걱정되나보다. 손예진은 사진기자에게 자신의 표정과 자세가 ‘얹혀질’ 애니메이션 장면을 재차 보여달라 한다. 하긴, 스튜디오에 거울 하나 세워놓고 “자, 이제 여우비로 변신해주세요”라는 난감한 주문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합성이 될 최종 그림을 상상하면서 표정을 지어야 하니까 좀 힘들긴 하죠.” 이런 난처한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촬영을 끝내고 난 뒤, 손예진은 <천년여우 여우비>(1월25일 개봉)의 캐릭터 스케치만을 보고서 10살배기 소녀와 100살 먹은 오미호(五尾狐)로 수시로 둔갑해 갖가지 기성(奇聲)을 흘려야 했던 때의 곤혹스러움부터 털어놓는다. 덧붙여 자신의 목소리가 진기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던 순간의 설렘과 기쁨에 대해서도 슬쩍. 난생처음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느꼈다는 그의 감정들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인간세계에 뛰어든 뒤 사랑이라는 낯선 기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의 ‘여우비’ 목소리 연기한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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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러 가면 합석하는 입장이 되거나 누군가 합석하러 온다. 1년 전 영화사봄에서 독립해 영화사집의 대표가 되기 전이나 된 뒤나 어김없다.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은 배우나 감독과의 합석이니 반가운 일이다. 딱딱한 비즈니스보다 사적인 이야기가 꽃피는 자리이니 더더욱. 또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절대보안의 화제작을 포함해 충무로 기대작 시나리오를 훤히 꿰뚫고 있다. 많은 배우들이 그에게 친구처럼 자문을 구해오기 때문이다.
신생영화사로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와 허진호 감독의 <행복>을 잇따라 개봉하고, 충무로 ‘블루칩’ 감독들과 또 다른 후속작을 다듬고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범주의 프로덕션을 꿈꿀 수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유진 대표는 잘나가던 광고사의 고참이 될 무렵 훌쩍 사표를 던지고 <정사> 마케팅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비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4인용 식탁> <
첫 작품 <그놈 목소리> 내놓는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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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2>에 나오는 욕쟁이 할머니는 실은 엄청난 구라쟁이다. 충수(이문식)를 놀라게 하려고 흰자위를 번득이며 온갖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사촌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제 사연인 양 그럴듯하게 꾸며내기도 한다. 김지영이 욕쟁이 할머니 역할을 맡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삼청동의 한 밥집에서 진행된 인터뷰. 허기를 달래는 중간에도 김지영은 쉬지 않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팔도 사투리를 섞어가며(그는 인터뷰를 끝낸 뒤에 자리를 뜨면서도 식당 아주머니와 옌볜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온갖 성대모사를 곁들인(김수용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말투를 그보다 더 잘 흉내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고스란히 지면에 담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차리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나이, 올해 일흔. “내 삶이 하나의 드라마이고, 그 드라마에서 자신의 연기를 끌어낸다”는 5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과의 짧은 만남은 시종 흥미로웠다.
-스케줄이
50년 연기 경력 <마파도2>의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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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온전한 승리가 아니고, 패배도 완전한 패배가 아니다. <묵공>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마치 실생활과 같다. 삶이라는 건 평탄하게만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혁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 내가 목표했던 이상이 담겨 있다. 또 다른 미래,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 속에서 승자를 가린다면 누구를 지목하고 싶은가.
=영화 속에선 승자가 없다. 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속에선 모두가 패배자다.
-혁리는 서부극의 페이소스 많은 주인공을 닮았다. 훌쩍 나타나 누군가를 구하려 애쓰고, 많은 사연을 남기고 떠나간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냄새를 풍기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중국적 상황에 더 가깝게 묘사했다. 혁리도 좀더 중국적인 인물이다.
-모처럼 구슬이 잘 꿰어진 아시아 합작영화가 나왔다. 요즘의 한국은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합작에 힘쓰고 있는데 어떤 점이 중요할까.
=제작자가 합작을
아시아의 영웅, 홍콩의 연인, 유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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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 네이버, <씨네21>에 이르기까지 필모그래피가 천차만별이다.
=사실 나도 몰라. (웃음) 영화연구가 정종화씨에 의하면 아역이 71편이라던데. 커서 한 게 일흔 몇편. 정리를 해야겠다 싶다가도 다른 사람이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어. (웃음) 일전에 여성영화인의 밤시상식에 갔어. 이경희 여사님이 공로상을 받았거든? 그래서 <모정>이라는 영화를 상영했어. “저거 나 아니야?” 했는데 나더라고. (웃음) 내 두 번째 영화. <황혼열차> <모정> <초석> <눈 내리는 밤>까지는 내가 기억해. 여섯살 먹은 나를 스크린에서 보니까 우리 아들 어렸을 때가 생각나더라고. 둘째놈이 내 모습을 많이 가졌거든. 지금 중학교 2학년인데 나하고 비슷해.
-선친께서 제작을 해서 어렸을 때부터 영화하는 분들이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들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코미디영화를 하나 했는데 구봉서, 곽규석 선생님이 자주 오셨지.
국민배우, 아시아의 한국대표,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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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편에 출연한 1952년생 한국 배우, 141편에 출연한 1961년생 홍콩 배우. 두 남자는 <맨 인 블랙>처럼 검은 양복 차림으로 2006년 말미의 겨울밤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아왔다. 야구라면 장훈과 왕정치, 축구라면 박지성과 나카타 조합이라 할까. 현실에서 마주친 <묵공>의 주인공 안성기와 유덕화는 무던한 형과 개구쟁이 동생 사이처럼 보인다. 바특하게 자른 머리칼의 유덕화는 스튜디오에 흐르는 자신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필름 더미를 뒤적인다. 촬영 내내 ‘선생’이라 부르던 선배 안성기에게 자투리 필름을 내미는 유덕화, ‘무슨 영화’인지를 묻는다. 엘리베이터에서 안성기에게 “<무간도> 다음 편에 출연하기로 약속해요”라고 농담을 건네던 장난기 넘치는 모습 그대로다. 촬영이 시작되고 호랑이처럼 카메라를 응시하는 유덕화와 그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안성기의 표정이 조화롭다. 촬영장에는 또다른 귀한 손님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다큐
국가대표 영화배우의 밤, <묵공>의 안성기+유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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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손해보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있다
나직한 음색과 차분한 말투는 듣는 이를 안심시키는 자신의 음악과 비슷했다. 허진호, 김태용, 박흥식, 류장하…. 동료로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서로를 ‘호수형’이라 부른다는 감독들의 영화를 위한 맞춤음악을 만들어온 음악감독 조성우.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은, 잔잔한 호수보다는 거센 풍랑이 계속되는 망망대해에 가깝다. 그는 영화에서 사용하는 음악, 엄밀히 말하면 삽입곡의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전무하던 시기부터 창작음악을 고집했다. 작곡가로서의 영화음악가의 입지가 전무하던 시기부터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의 작업을 도모하여 후배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편집본을 던져준 뒤 터무니없는 기간 안에 음악작업을 마칠 것을 요구하는 풍토에서 감독과의 지속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이다. 음악인이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영화음악을 만들겠다는 신념은 돌아보면 당연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받아들여졌던 건 아니었다. 조성우 음악감독과 그가 이끌고 있는 영화음악
영화 7편 투자·제작하는 음악감독 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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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멈추어졌다. 17년. 창살 안에서 젊음을 소진한 남자는 변해버린 세상, 유예되어 있던 사랑의 기억과 마주한다. “아주 특별한 멜로가 탄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정원>은 시대의 아픔을 찬란한 사랑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특유의 ‘불편함’ 탓에 ‘저 감독 작품에는 출연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던 지진희는 <오래된 정원>의 시나리오를 접하며 망설임을 걷어냈다. 임상수식 재해석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이야기도 매력적이었지만, 혈기왕성한 청년부터 반백의 사내까지 “정말 할 것이 많다”는 점이 그를 이끌었다. “칭찬이건 질책이건 확실하게 하는 임 감독님의 명쾌한 스타일이 좋았다. 느끼한 반찬만 먹다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기분이랄까. (웃음)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게, 신나게 놀다온 것 같다.”
어린 시절 신촌에 살며 최루탄 냄새를 맡곤 했다는 지진희는 ‘운동’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세대다. “대학 신입생 때 이대 앞을 나
만개를 기다리는 남자의 향기, 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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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이란 걸 떠나서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 없다 그런 건 생각할 여유가 없고 임상수 감독님이 찍는 영화라는 것 때문에 사실 한 거죠. 임상수 감독님이 멜로를 찍는다, 벗는 거 없다. 임상수 감독님이랑 너무 일해보고 싶은데 벗는 게 없다. (웃음) 그런 게 제일 컸죠. 그리고 원작이 정말 유명한 소설이란 걸 알게 됐고. 다른 건 더 재볼 게 없었어요.” 염정아가 <오래된 정원>을 택했던 까닭은 이렇게 명쾌하다. 그 시원시원한 믿음에 답하듯, <오래된 정원>에서의 염정아는 씩씩하고 밝은 여인 한윤희로서 정말 곱다. 오현우(지진희)의 기억 속에 남은 ‘오래된 정원’의 볕 좋은 안뜰, 가장 아름다운 풍경. “제가 원래 기다리는 거에 굉장히 예민해요. 그래서 메이크업이랑 헤어할 때도 동시에 같이 하게 하거든요. 안 그러면 두배로 기다려야 하니까. 근데 이번 영화 현장에서 그 기다림을 참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조명에 너무 신경을 써주시
기다리는 여자의 현명한 선택, 염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