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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매우 신중한 사람
[정훈이 만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매우 신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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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지슬> 서로 보듬기에도 짧은 세상
[헌즈 다이어리] <지슬> 서로 보듬기에도 짧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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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인가, 1985년인가에 디스켓에다 저장해놓았던 게 분명한 내 작품 <푸코의 진자>의 첫 번째 버전을 절망적으로 찾다가 결국 실패한 일이 있어요. 타자기로 쳐놨더라면 그것은 아직 남아 있을 텐데 말이죠.” <책의 우주>(2011)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컴퓨터와 같은 인공지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같은 책에서 대담자인 장 클로드 카리에르 역시 우리는 “5세기 전에 인쇄된 텍스트를 아직도 읽을 수 있지만” “몇년도 안된 카세트테이프나 시디롬은 더이상 읽을 수도 볼 수도 없다”면서 테크놀로지의 불완전성에 대해 성토한다.
3월20일, MBC, KBS, YTN 등 주요 방송사 전산망에 사이버 테러가 자행됐다. 북한의 소행인지,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큰 관심도 없다. 다만, ‘해킹 폭탄’을 맞은 뒤 전화로 기사를 불러야 했던 기자들의 짜증과 PC방에서 원고를 마감해야 했던 작가들의 탄식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에디토리얼] Delete & Re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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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겨울이었다. 아랫녘에서 올라오는 청매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고맙게도 ‘기필코’ 와주었다. 눈알만 한 잔 하나를 들고 꽃나무 아래로 찾아들어야 하는 새봄. 꽃나무 아래에서 잔술을 마시면서 이 봄에 나는 아마 구시렁거리겠지.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인가를 국가가 통제하는 시대가 다시 도래했구나. 영화 <26년>의 Mr. 전 대사가 떨어진 꽃잎들 위로 쿠당당,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그러니 나, 지금, 숨 쉬기 답답한 게 맞다. 직접 당해보지 않아도 한국의 70년대가 어땠는지 알고 있으므로. 바야흐로 무서운 시절의 도래를 직감하며 오늘은 가볍게 말해보련다. “슈가맨, 어서 와줘, 이 풍경은 지겨워. 눈에 가로등 빛을 받은 아이야, 더 나은 걸 찾아나갈 준비를 하려무나!”
긴 겨울을 견디면서 내가 본 영화 중 ‘진짜 봄’을 꿈꾸게 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는 <서칭 포 슈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농성정원으로 갈 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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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장르의 명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대치동 서스펜스’나 ‘강남엄마 호러’가 어떨까 했지만 아무래도 광의의 표현으로 ‘한국형 교육 스릴러’ 정도가 무난할 것 같다. 지난해 JTBC <아내의 자격>에 이어 시청자를 오금 저리고 얼어붙게 만드는 드라마,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이하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얘기다.
<아내의 자격>의 서래(김희애)가 남편과 시부모에게 등 떠밀려 대치동으로 이사하며 무방비 상태로 초등학생 아들의 사교육 전쟁터에 뛰어들게 되었듯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의 수아(송선미) 역시 우연한 계기로 강남 상위 1%를 위한 명문 유치원에 딸 예린을 보내게 된다. 이미 <아내의 자격>에서 국제중 입시명문학원 레벨 테스트 신의 비장함에 압도된 바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는 유치원생의 삶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겁에 질렸다. “여기 아이들
[최지은의 TVIEW] 배운 엄마들의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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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1일 일기에 <스토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등장했던 동네 슈퍼와 여관이 각각 편의점과 모텔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서울 시내치고 오래 한결같았던 두곳이 마치 영화에 담겼으니 이제 됐다는 듯 사라져버렸다. 거리는 변했지만 하굣길로 쏟아져 나온 여학생들은 다들 해원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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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씨에게.
해원아, 라고 불러보까 했지만 만약 홍상수 감독이라면 당신에게 존대를 할 것 같다는 짐작에 해원씨라고 쓰기로 합니다. “외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졌다”고 당신이 정리한 꿈과 산책을 따라가는 동안 해원씨가 여러 번 딱하고 예뻤습니다. 아니, 딱해서 예뻤고 예뻐서 딱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예뻤던 건 ‘해원’이란 이름이었어요. 저처럼 흔한 ‘혜’자가 이름에 든 여자는 ‘해’자가 가진 의연함과 아득히 푸른 기운을 동경하곤 합니다. 그렇게 남다른 이름을 궁리해 붙여준 부모라면 딸에게 유난스러울 것도 같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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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설인>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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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웜 바디스> '로또'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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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웜바디스>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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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들은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도마에 오른 건 영진위의 영화단체사업지원이었다. “국민들의 세금을 특정 이념 지향의 운동단체들에 지원하는 격이어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단체사업지원이 실제로는 이념적 조직들의 후원금으로 전용된 의혹이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던 강 전 위원장은 당시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막겠다”고 답변했다. 강 위원장의 다짐은 곧 마녀사냥의 광풍으로 몰아쳤다. 2009년 영화단체사업지원에서 인디포럼, 전북독립영화제, 노동자뉴스제작단, 인권운동사랑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이 내놓은 사업은 모조리 제외됐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에 단돈 10원도 주지 말라”는 엄명을 충실히 따른 결과였다. 이같은 상황은 강한섭 위원장에서 조희문 위원장으로, 조희문 위원장에서 현재 김의석 위원장으로 교체되는 동안에도 별반 달라진 것
[에디토리얼] 회피 말고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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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소속 가수의 새 앨범 음원을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사 댓글들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일제히 배부른 소리라는 평이 쏟아졌다.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일단 배를 굶지 않아야 지속 가능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창작품을 파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돈푼깨나 만지는 국내 굴지의 기획사에서 할 소리가 아니라는 것.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내 주변 풍경만 봐도 그렇다. 신산하기 짝이 없다. 장편영화를 두편이나 만들었지만 제작비도 못 건진 모 독립영화 감독은 먹고살 길도 막막하고 제작비도 마련해야겠다며 거제 조선소로 일하러 떠났다. 또 요즘 부쩍 몸이 아파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 감독은 간에 좋다는 조개 사먹을 돈도 없어 주변 사람들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어디 그뿐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스러진 약속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