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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들은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도마에 오른 건 영진위의 영화단체사업지원이었다. “국민들의 세금을 특정 이념 지향의 운동단체들에 지원하는 격이어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단체사업지원이 실제로는 이념적 조직들의 후원금으로 전용된 의혹이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던 강 전 위원장은 당시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막겠다”고 답변했다. 강 위원장의 다짐은 곧 마녀사냥의 광풍으로 몰아쳤다. 2009년 영화단체사업지원에서 인디포럼, 전북독립영화제, 노동자뉴스제작단, 인권운동사랑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이 내놓은 사업은 모조리 제외됐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에 단돈 10원도 주지 말라”는 엄명을 충실히 따른 결과였다. 이같은 상황은 강한섭 위원장에서 조희문 위원장으로, 조희문 위원장에서 현재 김의석 위원장으로 교체되는 동안에도 별반 달라진 것
[에디토리얼] 회피 말고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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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소속 가수의 새 앨범 음원을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사 댓글들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일제히 배부른 소리라는 평이 쏟아졌다.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일단 배를 굶지 않아야 지속 가능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창작품을 파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돈푼깨나 만지는 국내 굴지의 기획사에서 할 소리가 아니라는 것.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내 주변 풍경만 봐도 그렇다. 신산하기 짝이 없다. 장편영화를 두편이나 만들었지만 제작비도 못 건진 모 독립영화 감독은 먹고살 길도 막막하고 제작비도 마련해야겠다며 거제 조선소로 일하러 떠났다. 또 요즘 부쩍 몸이 아파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 감독은 간에 좋다는 조개 사먹을 돈도 없어 주변 사람들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어디 그뿐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스러진 약속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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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TV채널을 돌리다 KBS1 드라마 <광개토대왕>에 멈추면 신기하게도 늘 이마부터 턱까지 꽉 차는 정면 클로즈업 숏이었다. 사이즈와 각도 변화가 단조로운 장면이 거듭 반복되었으니 유독 기억에 남았겠지. 점치는 기분으로 일부러 채널을 돌려보던 어느 날인가는 무려 다섯명이 한 화면에 등장해 내쪽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광개토대왕> 이후, 좀 다른 의미로 클로즈업 숏이 눈에 띄는 드라마를 꼽자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일 것이다. 많고, 예쁘고, 화사하다.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클로즈업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목구비 중 어디 한 군데가 닮았다고 해서 자신이 ‘송혜교 닮았다’는 말을 지껄이는 자들은 저 아름다운 균형과 조화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배우가 본래 미인인 까닭도 있지만 거의 모든 클로즈업이 아름다운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앵글을 찾은 것처럼 눈을 사로잡는다. 화
[유선주의 TVIEW] 클로즈업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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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일기에 <플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링컨>의 포스터 이미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음성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제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상상해서 창조한 음색과 그의 옆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어린 날 읽은 위인전 속 흑백 사진을 별수 없이 대체하고 말겠지. 이렇게 영화가 또, 역사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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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잇 업!”(Black it up!)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에게 마지못해 이끌려 커플 댄스를 연습하는 팻(브래들리 쿠퍼)을 보며 친구 대니(크리스 터커)가 외치는 잔소리다. 실제로 극중에서 이 대사는 “흑인의 흥을 좀 넣어봐”라는 의미겠지만, “음영을 좀 넣어보자”라는 연출의 모토로 들리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데이비드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스모키 화장을 한 로맨틱코미디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현대인이 앓는 신경증의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등장인물의 묘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주 가느다란, 먹구름의 은빛 테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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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지슬> 인물들에게 바싹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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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신세계> 두사부일체
[정훈이 만화] <신세계> 두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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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2%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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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개봉한 순서대로 쓰시오. 입사 시험에 이 문제를 내면 지원자 중 몇명이나 정답을 맞힐까. 많지 않을 것이다. <씨네21> 기자라면 쓱쓱 써낼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대뇌의 회백질이 비교적 덜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젊은 기자들에게 실제로 물어봤다. 아침마다 보양식을 챙겨먹는다는 김성훈 기자는 <생활의 발견> 다음 <밤과낮>으로 훌쩍 건너뛰었다. 이제껏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 없을 정도로 주당인 송경원 기자는 <강원도의 힘>을 빠뜨렸고, <하하하> 이후 작품들은 순서를 헷갈렸다. ‘에이,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죠’라고 자신했던 이후경 기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아닌 <극장전>을 다섯 번째 영화라고 확신했다. 심심풀이 땅콩 퀴즈를 던지다 문득 무례한 의구심이 솟구쳤다. 홍상수 감독은 과연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g
[에디토리얼] 홍상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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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 중에 사회지도층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언론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영향으로 시민들의 대화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고소득 전문직 또는 대학교수처럼 많이 배운 사람 또는 (일정 지위 이상 올라간) 목사나 스님을 이 범주에 넣곤 합니다. 언어는 관념의 바다라고 하지요. 다른 이를 ‘지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 지도를 받는, 실질적으로는 지배를 받는 이들이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지도층이란 말이 딱딱한 느낌에 계급성까지 갖추었다면 순화된, 소프트한 느낌의 새로운 단어가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멘토라는 단어입니다. 몇해 사이에 참 많은 멘토들이 나타났습니다. 자칭타칭 멘토라 불리는 이들은 서점을 중심으로 일대 광풍을 일으키고, 각종 강연회와 TV/라디오 출연,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메시지 서비스까지 광범위하게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멘토 이즈 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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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마침내 그날이 왔다. 세면대 앞 걸레 빤 물통에 휴대폰이 수직낙하하고 만 것이다. 다행히 물에서 건져낸 휴대폰은 켜진 채였고, 그 상태로 포털 앱을 열어 검색을 시작했다. ‘휴대전화 물에 빠졌을 때’는 자동완성 검색어였다. 절대 전원을 켜지 말고 수리센터로 가져가라는 정석적 조언과 함께 ‘드라이어로 말리기, 쌀자루에 넣어두기’ 같은 초동 대처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곧바로 트위터 앱을 켜서 사태를 보고했다. “일단 분해해서 말리세요”부터 “TV 뒤에 하룻밤 두는 게 최고입니다” 같은 신기한 솔루션까지, 5분 만에 십수개의 조언이 쏟아졌다. 결국 티슈로 물기를 제거하고 드라이어로 대충 말린 뒤 쌀통 깊숙이 휴대전화를 파묻어두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휴대폰이 없는 밤은 어쩐지 낯설고 불안했다. 눈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캄캄한 방에 누운 채로 게임, 트위터, 웹서핑을 하는 데 중독된 탓이었다. 지난해 겨울 KBS <인간의 조건> ‘휴대폰
[최지은의 TVIEW] ‘없이’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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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가 목을 길게 빼고 뚱한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는 <스토커>의 포스터는 상업영화 광고 이미지치고 대담하다. 그랜트 우드의 그림 <아메리칸 고딕>(1930, 위) 속 부녀처럼 그들은 “우리집에 웬만하면 오지 마세요”라는 신호를 쏘아보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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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액션영화에 흔히 발급되는 처방으로 “먼저 관객이 연연할 만한 인물을 제시해라. 그래야 관객이 그가 다치거나 죽을까봐 염려하게 되어 스릴이 커진다”라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인물의 성격을 미처 파악할 겨를 없이 도입부부터 쓰나미가 스크린을 덮치는 <더 임파서블>은 좀 다른 경우였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재난에 휩쓸린 사람이 어떤 조건과 성격을 가진 인물이건 막대한 자연재해가 인간이라는 미력한 존재에게 일으키는 보편적인 감정에 관심을 보인다. 주인공 마리아(나오미 왓츠)와 헨리(이완 맥그리거) 부부에 관해 특정한 판단을 내리기 전이었는데도, 나는 가차없이 만물을 쓸어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물의 나라에서